산업 /
제약사, 지고의 가치 '매출 지상주의' 벗어난다
‘매출 경쟁?, 이제 그만‘
외형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달려 온 제약계 내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향후 2,3년 후면 모르지만 지금은 매출 확대에 몰입할 때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외형보다는 내실과 실속’이라는 얘기가 제약계 내에서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연구개발 및 새로운 마케팅 기법 개발을 등한시하고 제약사들이 너무 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이제는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실적발표를 앞두고, 또 받아볼 때마다 ‘일희일비’했고,이 결과는 개별 제약사 CEO 및 직원들의 입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국내 제약사들에게 매출은 다른 모든 것을 앞서는 최고의 가치로 여겨진 것.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우선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 쌍벌제로 대변되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하에서는 외형 성장에 큰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약가가 인하되고, 인정하든 않든 지금까지 국내 제약사들의 외형 성장에 일조해 온 의사들과의 관계가 크게 변하는 환경에서는 외형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도 문제가 되고, 매출이 부진해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실제 상반기 결산을 1개월 남겨 놓은 현재까지의 경영실적을 자체 집계한 결과, 일부 상위 제약사들이 ‘제로 성장’ 및 ‘- 성장’ 등 부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이전처럼 ‘큰일 났다’는 식으로 떠들썩한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생존에 심한 압박을 받는 중소 제약사들이야 '모 아니면 도'식으로 치고 나오는 분위기가 있지만, 폭풍 후를 대비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상위 제약사들은 매출에 일희일비 할 때가 아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오히려 일각에서는 투명 영업 마케팅이 정립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는 데다 쌍벌제가 도입되면 외형 성장을 이전처럼 할 수도 없고 지금은 외형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분위기다”며“ 당분간 이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제약사들의 외형 탈피 분위기 바탕에는 '글로벌'도 자리 잡고 있다.
수출 경쟁은 장려할 만하지만, 한국 내에서 1조원도 안 되는 국내 제약사들끼리 ‘도토리 키재기’ 식 매출 경쟁을 해봐야 글로벌 결쟁 시대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지금은 생존을 위해서 매출이 아닌, 혁신을 이뤄야 할 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실제 일부에서도 외형 성장 부진을 각오하고 2,3년 후를 내다 본 정책 수립이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매출은 중요하다. 지금껏 해온 것이 있기 때문에 전혀 신경을 안 쓰면 기업 입장에서는 불리한 부분이 많다“면서도 ”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부 정책을 볼 때 제약사들이 2,3년 간은 힘들 것으로 보는데 내실을 준비하면 이후에는 진짜 제약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도 지금 상황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권구
201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