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카운터 고용한 ○○약국을 고발합니다"
추석 직후부터 약사사회가 떠들썩하다.이른바 '카운터'라 불리는 약국 내 무자격자가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동영상이 한 인터넷 모임을 통해 올라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게시된 동영상에는 일부 약사회 임원이 운영중인 약국을 포함해 '카운터'로 추정되는 인물이 의약품을 취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카운터 동영상' 게시판 운영에 들어간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 김성진 대표를 통해 의약품 약국외 판매 등 약사사회의 현안이 화두가 된 시점에서 이러한 작업이 이뤄진 배경을 들어봤다.
▲ 카운터 약국 동영상 게시판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약국 내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 판매는 약사사회에 있어 60여 년간 고질적으로 자리잡아 온 병폐 가운데 하나다. 소위 '카운터'라 불리는 무자격자 척결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004년 약국 바로 세우기 운동본부부터 꾸준히 해 오던 일이다.
의약품 약국외 판매라는 현안에 있어 외부적으로는 약사의 존재감과 필요성을 외치면서, 내부적으로는 전문성을 해치는 카운터 문제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회원의 정서를 반영해 시작하게 됐다.
▲ 동영상은 누가, 어떤 형식을 거쳐 게시하고 있는가?
동영상은 제보를 바탕으로 게시하고 있다.
약준모 비상대책위원회가 제보된 동영상을 게시하고 관리하고 있다. 일반 회원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촬영한 동영상을 약준모로 보내면 게시가 가능하다.
▲ 카운터가 있는 것으로 제보된(수집된) 약국 숫자는 얼마나 되는가? 실제 동영상을 통해 카운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 약국은 지금까지 몇곳이나 되는가?
지금까지 회원의 제보가 약 170 곳에 이르고 있으며, 각급 약사회 임원의 약국이 많이 제보되고 있다. 실제 동영상을 통해 카운터가 확인된 약국의 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촬영할 계획이다.
▲ 게시판 운영 이후 회원과 주변 관계자들의 반응은?
잘하고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일부 결과물에 용기를 얻은 회원의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임원 약국의 카운터 고용에 대해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회원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고질적인 카운터 문제를 해결하자는 반응이 많다.
▲ 게시된 동영상이 일부 내려진 것도 있는 것으로 안다. 게시된 동영상 처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이른바 '카운터'를 정리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서면(이메일 등)으로 문서화해 제출한 경우는 회의를 거쳐 동영상만을 내리고 있다.
약속을 한 약국의 경우 동영상은 내리지만, 수일 후 재확인 작업을 거쳐 약속이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서면 약속과 달리 약속이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별다른 교섭없이 관계당국에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 동영상 게시판을 언제까지 운영할 예정인가?
언제까지 운영할 계획인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
제보가 들어온 약국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내부적으로 조성된 운영자금이 떨어지거나 카운터가 먼저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 약사가 약사를 고발한다는 부정적인 의견은 없는가? 외부로 동영상이 유출될 경우 약사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는 않겠는가?
내부적으로 약사가 약사를 고발한다는 데 부정적인 의견이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외부로 동영상이 유출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도 생각된다.
하지만 그런 시각으로 지난 60년을 버텨온 폐해가 카운터 문제다. 카운터를 고용하는 것에 대해 최소한 부끄러움이라도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볼 문제다. 카운터 고발을 부정적으로 의식하기 보다는 개설약사 스스로 카운터 고용을 중단해야 한다.
▲ 더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카운터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약국은 카운터로 하여금 일반인에게 의약품을 팔도록 맡겨두고, 국민에게는 약국 가서 약사가 아니어도 의약품을 사고 파는데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는 인식을 60년간 심어주고 어떻게 약사의 존재감과 필요성을 역설할 수 있겠는가?
카운터 문제와 약사사회 현안은 우선순위를 나눌 수 없다.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외부에 대한 우리의 노력이 내부 문제로 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카운터를 고용하고 있는 개설약사라면 지금 당장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안심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카운터를 고용하면서 약사회 임원으로 활동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길 바란다.
임채규
2011.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