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任意비급여 처리 약제비 많다
의료기관에서 임의로 비급여 처리되는 약제비가 상당한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魯仁喆박사가 '보건복지포럼' 3월호에 기고한 '의료보험 비급여의 현황과 정책과제' 연구보고서에서 제시한 것이다.
魯박사는 "의료보험 진료수가기준 및 복지부의 유권해석에 의거, 심사삭감이 우려됨에 따라 비급여 처리되는 경우(Type 3)가 전체 임의 비급여 사례의 4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약제비가 21.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점유했다"고 의료보험관리공단이 집계한 96년도 임의 비급여 항목별 구성비를 인용, 지적했다.
이는 병·의원 등 의료기관들이 약제비를 통해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다는 속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는 또 의약분업 도입의 전제요건으로 약에서 얻어지는 이윤이 억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음을 감안할 때 주목되는 내용이다.
의료계에서는 약으로 인한 이윤확보를 방치한 채 의약분업을 시행할 경우 병원측이 원외처방전 발행을 극도로 제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실상 분업의 의의가 크게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은 보험급여 구조가 새로운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방법 등과 함께 신약에 대해서도 보험급여 인정을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요양급여기준에는 비급여 대상을 상급병실료 차액, 식대, 지정진료료, MRI, 초음파, 기타(약제, 검사, 수술 및 처치 행위료, 재료대 등) 등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실제로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요구나 진료특성상 일부 항목이 임의로 비보험 처리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임의 비급여 유형으로는 실제 진료에 소요된 일부 약제, 검사, 수술 및 처치, 재료대 등에 대해 요양급여기준 및 진료수가 산정방법에 의거, 소정의 진료수가에 포함되어 별도 징수할 수 없을 때 이에 대한 보상을 위해 비급여 처리하는 경우(Type 1)가 적잖았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특수 또는 새로운 진료행위, 재료대 및 미협약 동위원소검사 등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절차가 신속하고 정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승인기간 이전에 비급여 처리하는 경우(Type 2)도 있었다.
이같은 사례들로 인해 보험재정에 의한 진료비 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 의료기관 이용시 환자들의 호주머니에서 직접 지불해야 하는 부담도 여전히 과중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의료보험법은 개정·보완이 필요한 형편이다. 현행 의료보험법은 비급여 범위를 "질병, 부상의 치료목적이 아니거나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 기타 보험급여의 원리에 부합되지 아니하는 사항"이거나 "기타 장관이 정하는 사항" 등으로 지정하고, 이외에는 일체 요양기관에서 임의로 비급여 대상으로 적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학발전에 따른 새로운 의료기술로서 그 효과가 공인된 의료행위 및 재료대 등과 함께 신약에 대해서도 급여항목으로 확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급여항목이라 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의 급여항목은 과감히 제외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급여확대에 따른 소요비용을 정확하게 추계하는 작업은 쉽지 않으나 96년도 의료보험수가 및 의료이용량을 기준으로 추계한 결과에 따르면 최소한 8,636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급여확대에 따른 소요재원 충당을 위해 직장근로자의 경우 96년도 보험료율 3.05%에서 약 4% 정도 인상이 요구되고 있다.
이덕규
1998.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