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1C 최대질병은 심혈관계질환
지난 1960년대 당시만 하더라도 심장마비의 전형적인 희생자는 미국과 유럽의 중산층들이었다.
이제까지 심혈관계질환(CVD)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심지어 널리 알려진 질병에 속하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CVD가 마치 유행병처럼 번져나가고 있다고 영국의 유력한 의학전문저널 'The Lancet'誌가 최근호에서 전했다.
역학자(疫學者)들은 "21세기에 이르면 심장마비를 일으킨 환자들 중 가장 전형적인 부류를 꼽아볼 경우 모스크바의 택시운전사나 인도 봄베이의 공장노동자들이 지목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향후 몇 년동안은 전 세계 어느곳에서나 경제적으로 전혀 혜택을 입지 못한 후진국 사람들에게서 CVD가 발병하는 사례가 속출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적인 동향은 CVD의 패턴을 바꿔놓고 있기 때문.
인도 뉴델리에 소재한 의료과학연구소 K. 스리나트 레디 박사는 "선진국 사람들은 건강교육을 받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데 반해 개발도상지역에서는 건강증진을 위한 생활스타일이나 의료혜택 접근용이성 등에 대한 개선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채 평균수명만 늘어났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요인도 급증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해밀튼에 소재한 맥마스터大 살림 유수프 박사도 지난 2월 "개도국들의 경제성장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CVD 발병위험을 안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비만이 증가하는 반면 운동량은 감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동물성 지방에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담배소비량이 증가하는 등 식습관 또한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도상국, 동구권, 러시아 등의 경우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줄어들고 있는 CVD의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단순히 인구수만 감안할 경우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전 세계 CVD 감염률에 있어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1세기의 어느시점에 이르면 CVD 발병률이 전염병을 앞지르게 될 것이며, 전 세계적으로 영양결핍증이 사망이나 신체불구에 이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자리매김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동구권이나 러시아에서는 상황이 매우 악화된 형편이다. 러시아의 경우 평균수명이 지난 88년에 64.6세였으나, 94년에는 57.6세로 줄어들었으며, 이같은 현상이 초래된 원인의 상당부분이 CVD 多發에 있다는 지적이다.
역학자들은 식습관의 악화, 흡연급증 등에서 주된 원인을 찾았으나, 정치적·경제적 격변으로 인해 유발된 엄청난 스트레스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따르고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역학자료가 제한된 수준에 불과한 관계로 정확한 분석은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CVD의 주된 발병국가가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일부 국가들에서 CVD의 역사적 발병패턴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CVD는 처음에 사회·경제적으로 볼 때 상류계층에서 발병하다가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나중에는 하류층에서도 발생하기 시작한다.
반면 레디와 유수프가 자신들의 논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상류층 일수록 위험요인을 빠르게 인지하고, 신속하게 예방대책을 강구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심장병 전문의 테리예 페데르손(노르웨이 오슬로 소재 아케르 병원)은 "우리가 CVD를 서양에 사는 관리자층에서나 나타나는 질병으로 인식했던 것이 불과 15~20년 전의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오늘날 완전히 바뀌고 있다. 이제 서양의 부유층은 CVD에 걸리지 않게 된 것. 페데르손은 "현재는 중·하류에서나 나타나는 질병이 되었으며, 이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에서도 똑같은 양상이 목격되고 있다. 레디 박사는 인도에서도 식물성 유지방(vegetable oil) 가격의 상승도가 과일이나 채소, 곡물들의 가격상승률을 밑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유층은 몸에 좋은 식품(healthy food)을 사먹을 여유가 있지만, 중·하류층에 속한 인도사람들은 주요 에너지 공급원을 기름과 지방질(oil and fat)에 의존하는 길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가까운 미래에는 여전히 CVD가 서유럽과 미국에서도 최대의 사망원인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CVD로 인한 사망률은 감소세를 지속할 것이며, 과거 한때 핀란드에서 기록되었던 것과 같은 수준의 높은 수치는 다시는 목격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핀란드는 20년 前 한때 세계최고의 CVD 사망률을 기록했었다. 다이어트를 장려하고 고혈압 및 흡연률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이 전개된 이후로 그같은 수치는 반감됐다. 그러나 애초에 워낙 높은 수치에서 시작된 관계로 핀란드의 CVD 사망률은 지중해 인근국가들의 그것에 비해 여전히 높은 형편이다.
스페인 남성들의 경우 지난 94년도의 CVD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68명이었다. 핀란드에서는 지난 95년도에 10만명당 500명이었다. 오늘날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경우 지난 94년도에 10만명당 567명이었다. 러시아는 95년도에 1,310명에 달했으나 증감률 자체는 주춤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도 이같은 수치가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의 것은 못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선진국에서 그동안 CVD는 감소세를 보였으나, 조만간 오히려 증가세로 돌아서는 U턴 경향을 보일 태세라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페데르손은 "서양에서 비만이 만연함에 따라 성인층에 주로 발병하고 있는 당뇨병이 CVD 발병률 증가에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학자 찰스 헤네켄스(美 하버드大)는 흡연도 CVD 증가를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네켄스는 "미국과 유럽에서 흡연률은 감소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10代층의 흡연이 늘어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니카(MONICA:WHO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CVD 모니터 프로젝트)가 제시한 데이터는 젊은 여성층의 흡연이 많은 지역에서 증가세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 세기에 이르면 선진국에서는 CVD를 퇴치하기 위한(combat) 최신약물들을 투여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예로 콜레스테롤치를 저하시키는 '스타틴'계 약물을 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페데르손은 특허보호기간이 만료되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들 약물에 대한 대중적 이용빈도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까운 시일내에 많은 국가들에서 스타틴계 약물들을 처방전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로인해 CVD 발병률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가 부자나라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는 평가이다. 레디 박사와 토마스 라이안(美 보스턴大 의대) 박사의 공동보고서 '개발도상국가에서 혈관계 질병의 통제' 서문에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美 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는 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개도국에서 CVD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처할만한 태세가 갖춰져 있지 못한 관계로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기업가와 보건정책 결정권자, 의료계 등에 깊이 인식시키지 못할 경우 상황은 악화일로를 치닫게 될 것이다."
이덕규
1998.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