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루엔자 치료제시장 쟁탈전
막바지 개발단계에 와있는 2개의 뉴라미니다제 억제제(neuraminidase inhibitors)에 대한 임상 3상시험 결과 이들이 인플루엔자 치료제로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받기에 이르렀다.
이들 2개 약물은 로슈가 라이센스권을 쥐고 있는 길리드 사이언시스社(Gilead Sciences)의 GS4104와 그락소 웰컴이 라이센스를 확보한 바이오타社(Biota)의 렐렌자(Relenza; zanamivir) 등이다. 이들 약물에 대한 자료가 지난달 말 美 캘리포니아州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항균제 및 화학치료요법제에 대한 국제 학술회의(ICAAC) 석상에서 발표됐다.
로슈측은 GS4104를 경구용 치료제로 99년까지 북미·유럽 및 기타지역 등에서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락소웰컴측은 최근 스프레이 방식의 經鼻흡입제 자나미버(inhaled zanamivir)에 대한 허가서류를 제출했다. 경비용(nasal) 스프레이 방식인 흡입용 자나미버는 유럽과 캐나다에서 인플루엔자 예방 및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다.
이들 제품들이 예상대로 향후 2~3년내에 시장에 발매되어 나올 경우 시장주도권 선점을 위한 한판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직 자나미버와 GS4104를 비교실험을 통해 직접적으로 비교한 사례가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어느 것이 더 효과가 우수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ICAAC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들 두 제품 사이에는 근소한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두 약물 모두 높은 효과와 함께 우수한 내약성(well tolerated)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회의 석상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구역이나 구토와 같은 부작용 측면에서 볼 때는 GS4104가 자나미버 보다 다소 빈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나미버가 작용부위에 약물이 직접 전달되는 반면 GS4104는 경구로 투여된다는 점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로슈측은 이같은 구역이나 구토증세 발현이 심하지 않은 수준의 것이었으며(mild)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음을 강조하면서 이로인해 실험도중 제외된 환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연구사례들은 초회복용량(the first dose only)과 관련된 것이었으며, 약물을 음식과 함께 복용할 경우에는 효과가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론상으로 經口用 항바이러스제는 사용편리성 측면에서 經鼻用 제품에 비해 이점을 지닌다는 분석이다. 반면 경비용 제품은 인플루엔자 감염부위에 직접적으로 전달된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측면이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들어 감염성 질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차대전 종전시 2,000만명을 사망에 이르게했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또 다른 인플루엔자 유행병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조지아州 애틀랜타에 소재한 질병연구소(CDC) 인플루엔자 연구소장 낸시 콕스는 지난해 홍콩에서의 발생사례를 연구한 후 "인플루엔자 시계는 지금도 째깍거리고 있지만, 사전에 발생시간을 알아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는 이미 미국에서 사망원인 5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이로인한 의료비 지출규모만도 한해에 120억달러에 달하고 있어 그만큼의 생산력을 상실당하고 있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통용되는 항바이러스 약물은 인플루엔자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효과만을 나타내고 있는 형편이다. 뉴라미니다제 억제제들은 이 분야에서 중요한 진보를 가져왔지만, 길리드 및 바이오타를 제외하면 이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을 실천에 옮긴 업체는 거의 없는 형편이었다.
후지모토社나 바이오크라이스트社(BioCryst) 등을 꼽아볼 수 있겠으나, 이들 업체들에서 나온 약물들은 효과에 대한 임상적 평가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ICAAC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뉴라미니다제 억제제들이야말로 인플루엔자 감염을 예방하고 치료함에 있어 유용한 흥미롭고 새로운 群의 항바이러스 약물"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그러나 뉴라미니다제 억제제들은 하나의 예방조치를 위한 약으로서 면역제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라미니다제 억제제들은 오히려 예방접종에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접종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투여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백신이 일련의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해 더 이상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게 될 때까지 적잖은 기간동안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에이버론社(Aviron)의 '플루미스트'(FluMist)와 같은 보다 새로운 백신들이 개발되어 나와 좀 더 폭넓은 예방효과를 나타내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S4104에 대한 2가지 주요 임상연구 관련자료들은 이번 학술회의 후반부에 발표됐다. 하나는 미국에서, 다른 하나는 유럽·캐나다 및 중국에서 각각 수행된 것이었다.
이들 연구는 풍토병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가 활동했던(community influenza activity) 기간동안 이루어진 것. 로체스터大 의대 부교수 존 트리너 박사에 의해 보고된 미국에서의 연구사례는 36시간 안팎의 시간동안 고열(febrile illness)을 앓은 사람들로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629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들 중 374명(60%)은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환자들이었다.
실험대상자들은 GS4104(75㎎이나 150㎎) 또는 플라시보 중 한가지를 임의로 5일 동안에 걸쳐 매일 2회씩 투여받았다. 치료대상群에서 평균 질병지속기간(median duration of illness)은 2.9일로 통제群(in the controls)의 4.3일에 비해 약 33% 가량 짧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감을 앓는 기간을 3분의 1 정도로 단축시켜준 결과. 고열(fever)이나 감기와 같은 증상의 심한 정도(해열제 소비량으로 측정할 수 있음)는 40%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관지염이나 부비강염 등 2차 합병증(secondary complications) 발생빈도는 거의 절반수준으로 감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GS4104는 일반적으로 내약성이 우수했으며, 투여받은 환자들에게서 일시적인 구역이나 구토반응이 약간 빈발했을 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적인 규모의 실험은 11개국 80개 지역에서 719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실험은 대상자들이 38도 이상의 체온과 적어도 한가지의 호흡기계 또는 전신성 인플루엔자 증상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만 선발기준에 포함되었다는 측면에서 미국서 행해진 시험사례와는 차이를 지니고 있다.
환자들은 플라시보 또는 미국에서 행해진 시험에서와 같이 2가지 복용방식 중 한가지로 GS4104를 무작위 선택투여받았다. 주된 실험관찰 결과는 증상완화시간이었으며, 부차적으로는 각 개인별 증상의 지속시간 및 정도 등이 포함됐다.
국제적인 규모로 진행된 이 실험의 결과는 미국에서 행해진 그것과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증상의 심한 정도가 완화된 경우는 25% 정도로 나타났다.
반면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群과 투여받지 않은 환자群에서 합병증 발생률(complication rates)에는 별다른 차이가 목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증상이 나타난 후 24시간 이내에 치료에 착수한 경우 질병의 지속기간을 40% 정도 단축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150㎎ 복용群에서는 70.7시간이었으며, 플라시보群에서는 117.7시간이었음)
구역 및 구토는 여기서도 각각 5% 및 9%가 발생, 가장 일반적인 부작용 유형으로 꼽혔다.
美 버지니아大 의대 내과학 및 병리학 담당교수 프레드 헤이든 박사는 GS4104를 이용한 장기간 인플루엔자 예방법(prophylaxis)에 대해 적고 있다.
이와관련, 플라시보 조절시험(placebo-controlled trials)이 올초 수행됐다. 연구는 1,559명의 건강하고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성인들에게 75㎎의 GS4104를 매일 1회 또는 2회 투여하거나 플라시보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시험의 목적(primary endpoint)은 실험실에서 확인된 인플루엔자에 관한 것이었다.
이들 두가지 투여방법에서 GS4104는 전체적으로 74%에 달하는 예방효과를 나타내면서 발병위험을 크게 감소시켰다. 경미하고(mild) 일시적인 수준의 것이기는 했지만, ▲플라시보 환자群의 7% ▲GS4104 1일 1회 투여群의 9.7% ▲1일 2회 투여群의 12.7%에서 각각 위장에 대한 영향(Gastrointestinal effects)이 나타났다.
헤이든 박사는 GS4104가 9시간 정도의 혈장 반감기(plasma half-life)를 나타낸다는 사실과 관련, 이는 인플루엔자 치료시에는 1일 2회 투여방식이, 예방법(prophylaxis)에 있어서는 1일 1회 투여방식이 각각 임상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식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ICAAC에서는 자나미버와 관련하여 수행된 2가지 핵심적인 임상 3상 시험사례에 대한 결과들도 공개됐다. 이중 첫 번째 연구사례는 97년 겨울기간 동안 오세아니아에서 진행되었던 것이다.
총 455명의 환자들을 시험대상으로 선정한 후 무작위로 10㎎의 자나미버를 1일 2회 경비 흡입하거나 플라시보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약물투여는 증상이 나타난 후 36시간 이내에 시작됐다.
濠洲 플라인더스 메디컬센터에 재직중인 크리스 실라지 교수는 연구결과 발표를 통해 주된 관찰결과 내용(primary outcome)은 임상적으로 중요한 인플루엔자 증상의 감소시간에 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자나미버는 통계적으로 볼 때 중요한 성과를 보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독감증상이 완화되는 시간을 8시간에서 5.5시간으로 단축시켰으며, 고열(fever)이나 근육통, 허약함(weakness), 감기 및 식욕감퇴 등과 같은 증상의 정도를 완화시켰다.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에서(인플루엔자에 감염되었을 경우 합병증 발병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말함) 인플루엔자로 인한 합병증 발병률을 70%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관련(associated)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에는 61%가 감소됐다.
자나미버의 예방효과를 측정한 두 번째 연구사례는 美 미쉬간大 전염병학과 아놀드 몬토 교수에 의해 제시됐다. 28일간에 걸쳐 수행된 이 시험에서는 1,107명의 성인환자들이 10㎎의
자나미버 또는 플라시보를 투여받았다. 자나미버가 실험실에서 확인된 인플루엔자를 예방한 효과는 67%에 달했다. 확인된 질병을 고열(fever) 환자로 국한할 경우 효과는 84%까지 올라갔다.
이 실험에서 나타난 부작용은 설사, 구역 및 두통 등이었으나 발생률은 3% 미만에 불과했다. 예방효과 측정연구에서 부작용 발생률은 플라시보와 자나미버 투여群에서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자료들은 정맥내에 투여된 자나미버가 코를 통해 배출되는 2가지 싸이토킨(IL-6 및 TNF-a)과 4가지 케모킨(MIP-1a, MIP-b, MCP-1 및 RANTES) 등으로 인한 급성 인플루엔자 감염에 대항하여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에이버론(Aviron)의 경비용 인플루엔자 백신 플루미스트(FluMist)는 임상 3상 2차년도 연구결과에서 재래 백신과는 달리 제형(formulation)안에 포함된 것 이외의 인플루엔자 계열에 대해서도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자료에 대한 분석내용은 지난 8월 발표됐었다.
5년간에 걸쳐 진행된 플루미스트의 임상 3상시험 내용은 올초 공개됐다. 이들 자료는 15~71개월 된 소아들에게서 플루미스트가 풍토성(culture-confirmed) 인플루엔자에 대해 93%의 예방효과를 나타내며, 인플루엔자성(influenza-associated) 중이염에는 98%의 예방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
지난 96~97년 독감시즌 동안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소아들에 대해서는 97~98년 시즌 동안에도 추적조사가 이뤄졌다.
이번 ICAAC 기간 중 발표된 최신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플루미스트가 지난해 유행했던 독감백신에 포함되는 인플루엔자 계열에 대해 완전한 예방효과를 나타낸 것은 물론 지난해 독감시즌동안 가장 널리 유행했던 계열의 인플루엔자인 시드니 A형 인플루엔자에 대해서도 86%의 예방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시드니 A형은 '플루미스트' 97~98년 제형에는 포함되지 않았었다. 이는 '플루미스트'가 당시 발매되었던 재래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해서만 작용하도록 만들어졌었기 때문.
1,358명의 소아들 가운데 5명만이 백신에 들어간 인플루엔자 계열로 인해 독감이 걸렸으며, 66건은 시드니 A형에 의해 발병됐다. '플루미스트'를 접종받은 917명중 15명만이(2%) 풍토성(cluture-confirmed) 인플루엔자에 감염됐는데, 이들은 모두 시드니 A형에 의해 발병됐다.
반면 플라시보를 투여받은 群에서는 441명 중 56명(13%)이 풍토성 인플루엔자에 감염됐다. 이는 풍토성 인플루엔자에 대해 '플루미스트'가 87%의 예방효과를 나타냈음을 의미한다.
예방접종을 받은 후 독감에 걸린 소아들도 '플루미스트'를 접종받지 않은 群에 비해 증상이 경미했다.(milder) 게다가 예방접종群에서 열성중이염(febrile otitis media)에 걸려 항생제를 복용해야 했던 경우는 크게 감소됐다.
美 미주리州 세인트루이스大 선임연구원 겸 백신개발센터 소장 로버트 벨쉬 박사는 "플루미스트가 제형에 포함되지 않은 계열의 인플루엔자에 대해서도 예방효과를 갖는다는 사실이 확실히 입증된다면, 이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볼 때 어느 해에 어떤 계열의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으며, 이에 의거하여 대비용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 그랬던 것처럼 때때로 이같은 예상은 빗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광범위한 효과를 지닌 백신이 개발되어 나오면 독감예방을 위해 뉴라미니다제 억제제를 사용할 경우 기대되는 이론적 이점들 가운데 한가지 정도는 빛을 바래게(undermine)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라미니다제 억제제는 백신 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예방효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벨쉬 박사는 이 제품이 생후 2개월에 불과한 소아에게서도 안전성이 입증된 바 있음에도 불구, 이번 임상에 참여한 소아들 중 최연소자의 나이가 1살이었다고 지적했다. 임상에서 '플루미스트'는 소아가 1살이 되었을 때 1회 접종됐다.
에이버론社는 당초 지난 6월 美 FDA에 허가등록 신청서류를 제출했으나, FDA는 생산 관련자료(manufacturing data)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었다.
이번 ICAAC에서 발표된 연구내용에 나타난 자료들은 에이버론이 재 신청할 때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도 플루미스트가 오는 1999/2000년 독감시즌에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대목 이외에는 발매시기에 대해 언급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응증은 소아와 성인에서 인플루엔자 및 이에 따른 합병증 예방이 될 전망이다.
이덕규
1998.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