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동남아 제약시장 되살아난다
지난 18개월동안 아시아를 휩쓸었던 경제·금융위기는 이 지역 제약시장에도 직접적이고 엄청난 파장을 미쳤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社가 주최한 가운데 '아시아 지역의 보건'을 주제로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 3회 경제학자 라운드테이블 회의 석상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새로운 보고서가 발표되어 관심을 모았다.
보고서는 ▲의약품 가격 및 보건의료비용 통제 ▲관련법규 변화 ▲강화된 지적재산권 보호 ▲제품 라이프사이클 단축 등의 요인들이 모두 이 지역 위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각국 화폐단위의 평가절하로 (달러화 결재)수입가격이 크게 뛰어오르는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위기의 영향: 아시아 제약시장 전망" 제하로 발표된 이 보고서는 라보뱅크, 아시아 보건기금(Asia Health Ventures) 등이 참여하고 있는 지역연구 컨소시엄에 의해 작성된 것. 이 컨소시엄은 지난해 중반부터 태국,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타이완 등 6개국에서 경제침체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조사해 왔었다.
보고서는 "이들 6개국 중 경제위기 이전부터 치솟는 의약품 가격을 통제하는 방안을 강구해 왔던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아직은 완만한 속도지만 제약시장에 성장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지역시장이지만 국가별로 여러가지 뚜렷한 차이점이 노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1인당 의약품 구입비 규모를 보면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은 말레이시아나 태국에 비해 최고 5배까지 높았다.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경우 수입관세가 매우 높은 수준이었으며, 전체 의약품시장에서 처방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말레이시아가 82%로 가장 높았고, 싱가포르가 75%로 뒤를 이었다.
경제위기가 도래한 이후의 상황을 보면 태국의 경우 지난해 의약품 매출증감율이 자국화폐 기준시 -0.4%로 제자리걸음 수준을 보였으나, 96~98년 기간 중의 실적을 달러화로 환산하면 거의 3분의 1 수준인 7억4,000만달러로 감소했다.
홍콩은 달러화 기준시 지난 97년의 의약품시장 성장률이 5%를 기록, 96년도의 15%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말레이지아의 경우 자국화폐 환산시 지난해 의약품 매출실적은 8% 정도
감소했다. 반면 인접국가인 싱가포르는 평균 매출성장률이 14% 수준으로 예년에 미치지 못했다.
대만은 상대적으로 경제위기에 따른 영향을 적게 입어 지난 10여년 동안 6% 정도의 준수한 성장세를 지속했다. 반면 인도네시아의 의약품 시장볼륨은 25%나 곤두박질쳤으며, 1인당
의약품 소비량도 97년 초의 10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5달러로 격감했다.
인도네시아의 전체 의약품 생산량은 과잉 생산능력을 보유한 제약기업들이 생산을 감축하거나 아예 공장가동을 중지함에 따라 절반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감소 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동남아에서는 직접적인 의약품 가격통제와 함께 수입을 억제하려는 간접적인 가격압력, 수입제한 조치 등이 맞물려 국가간 약가차이 철폐(cross-border pricing)가 강력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수위가 보다 높아진 지적재산권 보호로 자국시장 성장에 영향이 미쳐지고 있었다.
이로인해 제네릭으로의 스위치가 훨씬 어려워졌거나, 강제적인 라이센스 조항에 의존하게 됐으며, GMP기준이 요구됨에 따라 이를 수용할 여건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공장폐쇄 조치가 뒤따르기도 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그러나 자국기업들로부터 공공구매(public buying)가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기업합병, 이익성장률 둔화, R&D 비용 증가, 제품 라이프사이클 단축 등 전 세계 제약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또 다른 요인들이 아시아 제약시장의 개혁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아시아 제약시장은 달러화로 환산시 경제위기 이전의 60% 수준이다.
변화가 좀 더 거시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야기되고 있다는 관점이 제약업계 경영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총체적인 경기침체(general economic downturn)는 이 지역에서 일고 있는 변화를 유발하는 13개 요인들 가운데 세 번째 원인으로 랭크되었을 뿐이다. 반면 가격압력, 관련법령 변화 등이 1위와 2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향후 2~3년간 이 지역 경제가 전체적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대만과 태국은 이 보다 더욱 빠른 회복세를 실현할 것으로 낙관했다. 같은 기간 중 제약시장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제약시장의 성장이 국내총생산(GDP) 회복 여부와 반드시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제약시장의 성장률 자체는 경제위기 이전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홍콩은 향후 1~3년동안 16%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이 지역의 전체 제약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대만이 14.5% 정도로 뒤를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엄청난 타격을 입었던 인도네시아의 경우 회복에 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나, 의약품 매출이 자국화폐 기준시 19%까지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콩은 이번 라운드테이블 회의기간 중 달러화 기준 1995~2000년 제약시장 성장전망에서도 2배 수준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여 선두자리를 차지했다. 이어 대만 56%, 싱가포르 2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근 일부 문제점들이 노정되고 있음에도 불구, 아시아 제약시장이 괄목할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며, 전 세계 제약시장의 그것을 앞서는 신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IMS가 최근 제시한 아시아 제약시장 전망에 주목했다. IMS는 동남아시아 제약시장이 오는 2002년까지 연평균 11%가 성장, 전 세계 제약시장의 평균성장률인 8%를 앞지르면서 총 201억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덕규
1999.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