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 아웃소싱市場 확대일로
70년대 중반 이래 연구위탁기관(CRO: 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s)을 통해 R&D를 아웃소싱하는 추세가 부각됨에 따라 97년도의 경우 전체 제약 아웃소싱 시장규모가 5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CRO는 그들의 고객이자 경쟁자이기도 한 제약기업들과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특이한 분야이다.
이와 관련, CMR 인터내셔널&테크노마크社는 최근 발간한 '제약 아웃소싱의 현재 전략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수년간 CRO들의 수익(earnings)은 연평균 20% 이상 증가, 2002년도에 이르면 94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지난 92년 발간된 것으로 아직까지 CRO 현황 및 태동배경 등을 심층 분석한 유일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는 '90년대의 제약 위탁연구' 보고서에 뒤이은 후속자료로 발간되어 나온 것이다.
보고서는 서유럽의 경우 이 시장이 17억달러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이중 절반 정도가 영국에 집중되어 있으나, 미국에 비해서는 발전이 뒤쳐져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유럽은 그동안 미국에 비해 아웃소싱에 소극적인 추세였으나, 최근들어 미국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꺽임에 따라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보고서는 임상부문에서 큰 역할을 수행중인 미국의 CRO들은 이미 성숙단계에 진입한 반면 독성연구에 치우쳐 있는 일본의 CRO는 아직 초창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보다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CRO들이 속속 출현하면서 활동영역도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소규모 업체들은 틈새전략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메이저 제약업체들 사이에 M&A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 미국과 유럽에서 CRO들이 증가속도 자체는 느린 편이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CRO들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의 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물론 다국적 CRO들이 전 세계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경제·사회·기술적 측면 등 외부적인 요인들과 함께 업계 내부적으로도 R&D 비용의 효율성 문제가 부각되고, 제약기업들의 이윤규모가 갈수록 위축됨에 따라(squeezed) 제조·연구 분야 등과 함께 신약개발 부문도 아웃소싱의 주요 타게트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오늘날 전형적인 메이저 제약기업들이 개발중인 신약의 3분의 1은 해당기업 외부에서 개발된 경우일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CRO들이 종래의 서비스 위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신약개발이나 제형개선 등의 분야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20곳 이상의 CRO들이 연간 5,000만달러 이상의 매출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일부는 5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규모 측면에서 웬만한 제약기업들의 R&D 담당부서에 필적하거나 오히려 앞서는 CRO들이 나타나고 있을 정도다.
보고서는 또 제약기업들에게 신약개발 소요시간을 단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아웃소싱이 더욱 매력적인 대안(option)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의약품 등록체계의 국제적 일원화 움직임(a single global registration dossier) ▲가격인하 추세 ▲특허기간 단축 ▲제네릭 약물들간의 경쟁심화 ▲노령인구 증가로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사회적 압력증가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특히 만성질환 치료제나 노인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는 대규모, 장기간, 자원집약적(resource-intensive)이라는 특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보고서는 "R&D에 주력할수록 CRO에 대한 이용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들어 R&D 투자비 증가 추세에 비해 제약기업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를 무한정 방치할 수만은 없는 것이 세계 전반의 추세여서 혁신적인 신약개발을 위한 대규모 연구를 갈수록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보고서는 여기에 상업적 실패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특허와는 무관하더라도 제형개량이나 약물전달체계 개선 등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라이프사이클을 연장하는 방식이 위험률 감소라는 맥락에서 선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제형개량 등의 연구는 지금까지 CRO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분야였다. CRO는 제약기업들이 대규모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GCP의 도입 등 관련법규의 변화가 수반될 때에도 이점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약산업이 국제화 함에 따라 특정한 법규나 언어, 문화적 배경에 익숙한 CRO들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고 있기도 하다. 생명공학기업들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CRO업계에 또 하나의 긍정적인 성장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이 규모는 작지만 혁신적이며 정밀화학이나 고도의 스크리닝, 제노믹스(genomics)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장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신약개발에 필수적인 임상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CRO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제약기업들은 경상비용 등 경비를 절감하기 위한 수단으로 CRO를 활용하기 보다는 일부 핵심적인 부분(core competencies) 등에 한해 보조적인 차원에서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아웃소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이는 현재 ▲임상 ▲연구(research) ▲화학, 제조 및 콘트롤 ▲등록(regulatory), 약물학 및 독성 등 4개 분야에서 아웃소싱 정책을 적극 활용중에 있는 주요 제약기업 3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도출된 결론이다.
이는 제약기업이 R&D 과정 중 특정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거나 보완적인 연구가 필요할 경우에 한해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아웃소싱이 전략적 수단이기 보다는 전술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하겠다. 조사에 응한 제약기업들 중 60% 이상은 CRO들과 경쟁할 수 있기 위해 자체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보고서는 그러나 앞으로 2~5년간 제약기업들이 CRO에 지출하는 비용은 연구·화학·제조·통제 등 모든 분야에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임상연구 분야에 가장 많은 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보았다.
이덕규
1999.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