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약효동등성 확보대책 난항
분업실행위 의약품관리분과위의 활동이 3차례 회의에도 불구하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가장 핵심적인 사안인 약효동등성 확보대책 마련을 놓고 의사,약사등 직능단체는 물론 제약업계, 식약청등 각각의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약효동등성 시험은 의약분업시 약효동등성이 입증된 의약품을 약사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약 선택주도권을 의사, 약사중 누가 갖느냐를 가늠하는 척도로 그 의미의 중요성이 있다.
또 약효동등성 입증시험에 따라 신약 또는 유명브랜드를 많이 가지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상위업체, 그리고 상대적으로 제품력이 취약한 국내하위업체간의 마케팅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약효동등성을 입증한 품목이 많을수록 약사의 대체 재량권이 넓어지고 상대적으로 의사의 약 선택권은 좁아지게된다.뿐만이나라 하위업체의 경우도 약효동등성 입증품목이 많으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시군구단위로 '지역의약분업협력위'가 구성돼 지역의·약사회가 협의, 처방약의 약국비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다빈도처방의약품에 대한 투약리스트를 작성, 약국 및 의료기관에 통보하게된다.
다빈도처방 투약리스트는 약사가 대체할 수 없는 품목에 한해서만 작성되며 약효동등성이 입증된 품목은 약사가 임의적으로 대체,투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효동등성 시험과 관련, 의사측은 이시험을 통과한 제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약선택주도권이 자신들의 손을 벗어나 약을 통한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약효동성시험을 위한 조건을 가능한 무리하게 요구, 현실적으로 이 시험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병협등 의사측은 시민대책위가 제시한 분업합의안 전체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 시행방안 마련에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 분업구도자체를 깨려는 의도를 숨기지않고 있다.
특히 의사측은 그동안 3차례 열린 의약품관리분과위 회의를 통해 국내시험여건상 생동성시험을 연간 1백품목정도 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중앙약심이 제시한 생동등시험 대상품목 24개성분 27개제제중 국내허가된 21개성분 22개제제 955품목 모두를 내년 7월1일 이전까지 완료하라며 무리한 요구를 했다.
사실 지난 89년 생동성시험이 시행된 이후 올해 8월까지 불과 105품목 만이 이 시험을 완료한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요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반면 약사측은 약효동등성 입증시험에 대해서는 비교적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있다. 약효동등성 입증 대상품목으로 제시된 단일제로서 정제,캅셀제,좌제가 현재 시판중인 의약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있기 때문에 이들 품목에 대해 약효동등성 확보가 많이되면 될수록 그만큼 약선택권이 넓어지는 혜택(?)을 보게된다.
현재 시판중인 단일제로서 정제는 8,374품목, 캅셀제는 3,291품목, 좌제는 39품목등 모두 11,704품목(처방수 1,455)에 달해 우리나라 전체 시판품목 1만3천여품목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약사측은 분업시 처방약으로 사용되는 품목이 1,500품목이내가 될 것이란 예상을 감안할 때 약효동등성 대상품목 11,704품목중 절반만 약효동등성을 확보해도 약국에서는 어느정도의 처방약을 임의적으로 대체투약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기때문에 대상품목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약효동등성 확보와 관련, 최대의 피해자는 식약청. 식약청은 어렵게 마련한 시민대책위의 분업합의안을 정면으로 거부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약무행정(허가)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조치를 해야하기 때문에 크게 곤혹스런 입장이다.
특히 국내 시험여건상 생동성시험,용출·붕해시험등 엄청난 행정수요와 예산을 요하는 약효동등성 입증시험을 내년 7월이전까지 모두 완료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를 여하히 조정하느냐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시험여건상 연간 수행가능한 시험은 생동성시험의 경우 1백여건, 붕해시험 4백여건, 용출시험 6백여건으로 식약청은 파악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추가로 인력 및 예산등이 반영되어야한다.
그러나 현재 의약품관리분과위에서 논의중인 약효동등성 시험 대상품목은 1만1천여품목에 달하는 만큼 이를 주어진 기한내에 완료한다는 것은 현재의 여건상 무리라는 입장이다.
물론 붕해시험 또는 용출시험의 경우 식약청과 시도보건환경연구원이 무리를 해서라도 함께 실시하면 어느정도 목표치에 접근할 수 있지만 9백여품목에 달하는 대상품의 생동성시험은 내년 7월이전까지 완료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생동성시험은 건당 3천만원-5천만원씩 소요되는 만큼 제약회사가 주력품목이 아닌 경우 일부품목에 대해 생동성시험 자체를 포기하는 것을 감안해도 실제로 생동성시험을 해야할 품목은 수백품목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식약청은 생동성시험 대상 품목을 대폭 축소하거나 몇 년에 걸쳐 연차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뿐만아니라 용출시험 또는 붕해시험등의 대상품목도 대폭 축소, 기존의 기준 및 시험방법등 이화학적 검사로 대체하도록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약효동등성 시험의 또다른 피해자는 제약업계. 정부가 GMP시설을 권장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 정부가 인증한 GMP시설에서 제품을 생산해 약효동등성을 확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각종 시험을 하라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각종시험에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투입되어야하는데다 만약 이들시험에서 불합격, 허가자체가 취소되면 이미지 손상은 물론 회사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분업논의 과정에서 이같은 업계의 우려 및 반박 입장을 개진할 마땅한 논리와 여건조정이 안돼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경영
1999.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