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① 부적정 처방 藥 아닌 毒 “누가 책임지나?”
‘국민이 실험용 쥐입니까?’ 이 문구는 얼마 전 의협이 지난 9월 17일부터 10개월간 국립의료원에서 실시키로 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을 반대하며 주요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의 헤드카피이다.
이 광고 안에는 ‘국민 건강, 누가 책임집니까?’ ‘생명보다 돈이 먼저입니까?’ ‘국민여러분의 건강을 지키겠다’ 는 문구도 또렷이 새겨있다. 그렇다면 과연 의사들은 얼마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책임과 노력을 다하고 있을까.
<끊이지 않는 문제 처방>
①병용금기ㆍ연령금기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장복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병용금기는 지난 2004년 DUR 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매해 3,000건 이상 끊임없이 발생하며 총 29,739건을 이뤘다.
연령금기 또한 지난 3년 4개월 동안 총 38,934건이 발생,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병용ㆍ연령금기를 어긴 처방은 해마다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병용금기 처방은 실제로 지난 2005년 테르페나딘과 케토코나졸을 함께 복용한 환자가 호흡곤란으로 인해 생명을 잃는 단순히 부작용이 우려되는 수준이 아닌 국민의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아울러 연령금기도 과량을 빈번하게 복용할 경우 심각한 간독성과 생명이 위험해 12세 미만의 소아에게 투여를 금지한 아세트아미노펜과 저혈압과 심장정지를 일으킬 수 있어 6개월 이하의 유아에게 투여를 금지한 디아제팜도 각각 2만410건과 482건이나 처방됐다.
이러한 처방에 대해 일선 약국가에서는 지금 같이 모든 처방권이 의사한테 몰려있는 상황에서 의사의 부적정한 처방을 견제 할 수 있는 역할은 DUR 시스템 정도밖에는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허나 이 또한 처방은 의사의 고유 권한임을 앞세워 때때로 국민 건강에 위험이 예상되는 약물임에도 불구하고 병용금기 또는 연령금기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서초구 C 약사는 “최근에는 시스템 상에서 처방 오류가 걸리기 때문에 일부 의원에서는 처방전에 비 급여 또는 100/100이라고 표기하고 비 급여 품목을 처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약사는 “병용금기, 연령금기 처방은 특권의식과 권의의식에 사로잡혀 최신지견이나 정보 보다는 습관처럼 행해오는 처방만을 고집하는 의사들과 의사들의 눈치만을 보면서 잘못된 처방인줄 알면서도 그냥 지나치는 약사들이 만들어 내는 공동작품”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달리 병원 한 관계자는 “병용금기ㆍ연령금기가 무조건 잘못 된 것은 아니다”라며 “무관심하고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지탄받아 마땅하겠지만 대체약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약물의 사용량을 조절하면서 사용하는 것까지 획일적으로 잘 못 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②과다 처방
과다처방 또한 지나치게 많은 종류의 약을 처방 할 경우 약물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 증가 등의 문제를 초래, 국민 건강을 해칠 우려가 충분히 있는 처방형태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하반기 종합병원 이상의 건강보험환자의 약제 다품목 처방실태를 분석한 결과, 한 환자에게 11품목 이상을 처방한 건은 월 평균 2만 3천 건을 나타냈으며, 15품목 이상 처방한 건도 월평균 1천 600건에 달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처방전당 약품목수는 평균 4.16개로 미국의 1.76개에 비해서는 무려 2배 이상이 많으며 이웃 일본의 3품목에 비해서도 1.3배나 많은 수치이다.
서대문구 K 약사는 “일반 감기환자에 무려 10여종의 의약품을 처방하는가 하면 구지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질환에 향정약을 남발하는 등 의사들의 무리한 처방이 자주 나오고 있다”며 “거의 비슷한 성분임에도 불구하고 2~3개의 약을 함께 쓰는 것에 대해서는 그 저의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고 밝혔다.
또 다른 약사는 “동일계열 약을 함께 쓴다고 해서 무조건 과다처방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환자의 건강보다는 로비로 인해 쓸데없이 중복되는 약들을 쓴다면 문제겠지만 각각의 약들이 상호 작용이 없다면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과다처방의 기준은 약품의 개수가 의미하는 게 아니라 질병분류기호에 해당되지 않은 불필요한 약들을 처방 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는 것.
③허가 외 처방과 묶음처방
병용ㆍ연령 금기, 과다 처방 못지않게 문제가 되는 것이 허가 외 처방 및 묶음처방이다.
허가 외 처방은 적응증과는 상관없는 품목을 처방하는 것을 말하며, 묶음처방은 일명 셋트처방이라 불리며 주로 비만치료에 많이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비만 치료 묶음 처방 형태는 푸링정, 리피클연질캡슐(써모펜정), 비그만정, 액티스정을 또는 아디펙티스정, 푸록틴캅셀, 다이엔캡셀, 슈가펜정을 묶는 형식이다.
실제로 D제약의 푸링정, 써모펜정, 비그만정, 액티스정의 묶음처방은 최근 대약이 회원의 제보에 의해 실태파악에 착수하기도 했다.
묶음처방의 문제는 식약청 허가사항인 자율신경제(푸링, 아디펙티스)약은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생약제제를 포함해 다른 식욕억제제와 병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무시는 물론 비만치료제인 자율신경경계를 제외한 나머지 약제는 비만치료제로 식약청에서 허가 받지 않은 약제로서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고 있는데 있다.
특히 정신신경용제의 경우에는 신경과민, 불면증, 무력증, 정신분열 등 부작용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남구 한 약사는 “묶음처방과 허가 외 의약품의 처방은 물론 의사의 고유의 판단에 의해 이뤄진다고 봐야하겠지만 부작용을 뻔히 알면서도 이 같은 처방을 낸다는 것은 단 기간에 효과를 이끌어내 더 많은 환자를 끌어들이려 하는 호객 행위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약사도 “효과의 증대를 위해 감기약까지 함께 처방하는 것은 정말로 위험한 발상으로 중독성은 물론이고 손 떨림, 흥분 등 일상생활이 곤란해질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한 제약사의 제품들로 묶음처방을 하는 것은 효과도 효과지만 그 뒤에는 제약사와의 리베이트가 있기 때문 끊이지 않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같은 처방형태는 의원과 약국간의 담합도 조장하고 있다” 며 “아마 이번 대약에 제보된 건도 부작용 문제와 함께 담합문제도 밑에 깔려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호
2007.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