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의 과제, '파킨슨병'…치료는 어디까지 왔나
세포치료·유전자치료·항체치료 중심으로 본 파킨슨병 임상 개발 흐름
기존 도파민 치료의 구조적 한계와 질병 수정 전략의 부상
후기 임상 단계에 진입한 글로벌 제약사 주도 파이프라인 분석
입력 2026.01.07 06:00 수정 2026.01.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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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중추신경계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흑질(substantia nigra)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주된 임상 증상으로는 안정 시 떨림(resting tremor), 근육 경직(rigidity), 운동 완만(bradykinesia), 자세 불안정(postural instability)이 있으며, 질환이 진행될수록 인지 기능 저하, 우울, 수면 장애, 자율신경계 이상 등 비운동 증상도 빈번하게 동반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파킨슨병은 단순한 운동 장애 질환을 넘어, 고령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과 기능적 독립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고령 인구 비중이 확대되면서 파킨슨병 환자 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고령화 속도와 맞물려 파킨슨병의 사회·의료적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장기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대표적 노인성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치료의 중심은 ‘증상 조절’…질환 진행을 되돌리지는 못하는 구조적 한계
현재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는 파킨슨병 치료는 레보도파(Levodopa)를 중심으로 한 도파민 보충 요법이 핵심이다. 여기에 도파민 작용제, MAO-B 억제제, COMT 억제제 등이 병용돼 환자의 운동 증상을 완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치료 전략은 초기 및 중등도 단계에서 비교적 뚜렷한 증상 개선 효과를 보이지만, 질환의 근본 원인인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 자체를 막거나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또한 장기간 치료가 지속될수록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지는 wearing-off 현상이나 이상운동증(dyskinesia)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치료 전략 조정이라는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현재의 표준 치료는 파킨슨병을 ‘조절 가능한 만성 질환’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질환 진행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 같은 배경에서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는 파킨슨병 치료의 목표를 증상 완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질병 진행을 늦추거나 병리적 과정을 직접 겨냥하는 ‘질병 수정(disease-modifying)’ 치료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2024~2025년을 기점으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파이프라인은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항체 치료,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신경회로 조절 신약 등 다양한 접근법을 바탕으로 후기 임상 단계의 대규모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는 파킨슨병을 단순히 증상을 관리하는 질환이 아니라, 병태생리에 직접 개입해 경과를 변화시킬 수 있는 질환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알파시누클레인 병리를 직접 겨냥한 항체 치료
로슈, ‘프라시네주맙’
스위스 제약사 로슈와 자회사 제네텍이 공동 개발 중인 프라시네주맙(prasinezumab)은 파킨슨병 치료 전략 변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약물은 파킨슨병의 주요 병리 단백질로 알려진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을 표적으로 삼아, 비정상적 단백질의 응집과 신경세포 간 전파를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라시네주맙은 PASADENA, PADOVA 등 다수의 임상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일부 임상적 신호를 확인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후기 임상 개발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GBA 유전자 변이를 가진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탐색적 임상도 병행되고 있다. 이는 파킨슨병이 단일한 질환이 아니라 유전적·병리적 배경에 따라 이질적인 특성을 보인다는 점을 반영한 접근으로, 향후 정밀의학 관점의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손실된 도파민 신경세포를 ‘대체’하는 전략
바이엘·블루락, 세포치료 ‘뱀단프로셀’
독일 제약사 바이엘이 자회사 블루락 테라퓨틱스(BlueRock Therapeutics)를 통해 개발 중인 뱀단프로셀(bemdaneprocel(BRT-DA01))은 기존 약물 치료와 전혀 다른 접근을 취한다. 이 치료제는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도파민 신경세포 전구체를 환자의 뇌에 이식해, 파괴된 도파민 신경세포를 기능적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5년을 전후해 이 프로그램은 무작위배정·이중눈가림·샴 수술 대조 설계를 갖춘 피보탈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했다. 해당 임상에서는 운동 기능 변화, 약물 의존도 변화, 장기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설계돼 있다. 세포치료 특성상 수술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성공할 경우 장기간 지속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와 차별화된다.

신경세포 생존을 돕는 유전자치료 접근
애스크바이오·바이엘, ‘AAV2-GDNF 프로그램’
유전자치료 역시 파킨슨병 치료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애스크바이오(Asklepios BioPharmaceutical, AskBio)는 바이엘와 협력해 AAV2 벡터를 이용한 GDNF(glial cell line–derived neurotrophic factor) 유전자 전달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GDNF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생존과 기능 유지에 관여하는 신경영양인자로, 해당 치료는 뇌 특정 부위에 직접 유전자를 전달해 신경 보호 효과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은 중등도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단계에서 안전성, 생물학적 활성, 임상 지표 변화를 평가하고 있다. 단회 투여로 장기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환자 편의성과 치료 지속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요소로 꼽힌다.

신경회로를 조절하는 새로운 소분자 신약
애브비·세레벨, 타바파돈
기존 도파민 보충 요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선택적 도파민 수용체 작용제가 있다. 미국 제약사 애브비와 세레벨 테라퓨틱스(Cerevel Therapeutics)가 공동 개발 중인 타바파돈(tavapadon)은 D1 도파민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자극하는 경구용 소분자 신약이다.

타바파돈은 초기부터 중등도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요법 또는 기존 치료와의 병용요법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다수의 임상 3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 약물은 운동 증상 개선과 함께 이상운동증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을 개발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추진 중인 이들 임상시험은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보인다. 우선 질환의 병태생리에 직접 개입하려는 시도가 강화되고 있으며, 후기 임상 단계에서 특정 환자군을 정밀하게 정의하려는 전략이 두드러진다. 또한 단일 치료제로 모든 환자를 포괄하기보다는, 질환 단계와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치료 옵션을 구축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파킨슨병은 단순히 생존 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노년기 삶의 질과 직결되는 질환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추진 중인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항체 치료 등은 아직 임상적 검증이 진행 중이지만, 증상 완화에 머물렀던 기존 치료의 한계를 넘어 노년기 기능 유지와 자립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향후 이들 임상 결과가 실제 치료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고령화 사회에서 ‘건강한 노화(Well Aging)’라는 과제에 어떤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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