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건강보험정책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내년도 수가인상률이 앞서 건보공단과의 요양급여비용(환산지수) 협상결과를 토대로 최종 결정되고 이제는 복지부의 행정 고시 절차만 남았다. 2023년 수가협상에서 약사회와 의사협회는 건보공단이 제시한 최종안을 거부했고 한의사협회·치과의사협회·병원협회는 협상 조건에 합의, 인상안에 도장을 찍었다. 결렬된 두 단체중 의사협회는 그동안 수가협상 테이블에서 해마다 결렬 쪽 단골멤버였지만 약사회는 유형별로 전환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다소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지난달 심야 협상 과정을 지켜본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가입자는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보험료 부담을 감안한 인상 최소화를 요구한 반면 공급자는 최근 의료관계법을 둘러싼 갈등, 공단이 2년 연속 건강보험 재정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기반으로 큰 폭의 인상을 요청했다고 한다. 공단협상단은 최종합의가 결렬된 직후 브리핑을 통해 건보재정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고 근거 중심의 밴드를 재정소위에 제시, 공급자와 가입자간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공급자 가입자가 공동참여하는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수가제도를 포함한 지불제도 개편과 보건의료체계 개편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건강보험 수가협상이라는게 건강보험료를 기반으로 하는 요양급여비용의 사이즈와 연결돠는 만큼 건보공단으로 대표되는 가입자단체와 보건의료단체들로 구성되는 공급자단체간 이해가 상충되게 마련이고 가뜩이나 총량이 결정된 상태에서 추가소요재정의 큰 부문을 차지하려는 직역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저변에는 최근 몇년간 건강보험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정치적 함의로 인해 정부여당과 보험당국의 강경기조가 유지되고 그 결과 평균인상률이 저조한 가운데 그나마 비교적 준수했던 약사회의 수가협상 성적표는 올해는 최저수준의 인상률을 기록해 외견상 낙제점을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 보건의료단체는 당사자간 협상이라는 수단을 통해 확정되는 수가(酬價)에 1년 농사의 성패가 걸린만큼 회무의 최우선 순위로 놓고 협상팀을 꾸려왔다. 전국 병의원과 약국입장에서도 자신의 수입과 직결되는 만큼 협상팀의 구성과 대응을 예의주시하게 된다. 총량이 결정된 제로섬게임에서 원하는 인상률를 확보하지 못한 단체는 결국 조정안 수용이라는 백기를 들거나 결렬카드를 뽑아들고 마지막 항거(?)를 통해 다음해를 기약하는수밖에 없다. 의협과 약사회 두 단체가 최후변론 성격의 건정심 회의석상에서 직능과 관련된 현안을 최대한 이슈화하고 '꿩 대신 닭'이라도 잡는 능력을 어느정도나 발휘했을런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