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인디브랜드의 공통점은 품질이 좋은데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생산 시설이 없다는 것. 세계 시장에서 사랑받고 있는 이들 브랜드 제품을 만든 것은 제조자개발생산(ODM),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 전문기업들이다.업계 관계자들은 2일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는 K-뷰티 성과의 배경엔 우수한 기술력과 혁신성을 바탕으로 원료 조달부터 제품 생산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밸류체인’을 갖춘 제조업체들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K-ODM사들은 화장품 R&D(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제조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국내 화장품 산업의 상향평준화를 이끌었다.이들의 뛰어난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미 인정받고 있다. 에스티로더 로레알 등 글로벌 브랜드가 이들 기업에 위탁생산을 맡길 정도다.▲ K-뷰티 인디 브랜드 성장의 배경엔 세계 최고 수준의 ODM·OEM사들이 있다. (왼쪽부터) 한국콜마 사옥, 코스맥스 평택 2공장. ⓒ각사한국콜마는 올해 기준 3776개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CGMP(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ISO22716·ISO9001·ISO41001·ISO45001 등을 획득한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제조원 콜마’ 그 자체만으로 신뢰를 얻고 있다. 2019년 8월에 건립된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자사의 기술력으로 제품을 개발해놓고, 브랜드에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정도다. 한국콜마가 34년간 출원한 특허건수는 올해 8월 기준 1108건이나 된다.한국콜마는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을 위해 생산 역량 확대에 나섰다.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펜실베니아주 지역에 제2공장을 건립 중이다. 한국콜마는 미국 제2공장을 글로벌 확장의 전초기지로 삼아 북미시장은 물론 추후 중남미 시장까지 영업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에선 하반기 중 인공지능(AI)기술을 적용한 세종1공장을 증설하고 내년 상반기 중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코스맥스는 현재 600여개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ISO 9001·ISO 14001·ISO 22716·OHSAS 18001 등 국제 인증을 획득한 글로벌 수준의 R&I 센터에서 500여 명의 연구원이 기술 혁신과 창의적인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최근 ‘스마트 조색 AI 시스템’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시스템은 인간의 눈으로 지각할 수 있는 모든 색상 값을 데이터로 변환해 색상 차이를 수치로 보여준다. 이를 통하면 연구원이 직접 실험을 거치지 않아도 새로 설계하는 처방의 색상을 예측할 수 있다.코스맥스는 태국에 10억 바트(약 390억원)를 투자해 신공장을 짓는다. 태국에서의 두번째 공장 건립으로,2026년 상반기 완공 목표다. 일본에도 내년 준공을 목표로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이외에 중국(상하이, 광저우, 이센JV), 인도네시아(자카르타), 태국(방플리), 미국(뉴저지) 등 전세계 19개 공장에서 연간 총 28억개에 달하는 화장품을 생산 중이다.코스메카코리아는 2005년 국내 최초로 3중 기능성 BB크림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코스메카코리아는 국가별 유통구조 분석과 법적 규제까지 검토해 고객사가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공장으로 제조혁신을 이루면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지난달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충북 음성군에 소재한 코스메카코리아 공장을 찾아 스마트공장을 경험하기도 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미국 잉글우드랩(미국법인)을 2018년 인수 ,미국 시장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이들은 기술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화장품신문이 금융감독원 공시 2024년 8월 반기보고서(연결기준) 분석 결과, K-ODM사들이 상반기에 지출한 연구개발비가 매출액 대비 차지하는 비중은 꽤 높다.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로 한국콜마는 672억원, 매출액 대비 5.4%를 투자했다. 코스맥스는 444억원을 지출해 매출액 대비 4.1% 수준이다. 72개 상장기업들의 연구개발비가 매출액 대비 비중 평균치인 3.2%를 크게 웃돗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공동으로 모태펀드를 조성해 해외 진출 화장품 제조기업 등에 중점 투자하는 ‘글로벌 K-뷰티 전용 펀드’ 조성에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