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가 정부를 향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로 인한 위암치료제 빌로이의 사용 제한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5일 성명서를 통해 “빌로이가 출시돼도 말기 위암 환자들은 비급여로조차 사용할 수 없다. 빌로이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동시에 받은 바이오마커 클라우딘18.2 양성 여부 확인을 위한 동반진단 의료기기의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로 인한 것”이라며 “정부는 이 문제를 신속히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해 9월20일 클라우딘18.2(CLDN18.2) 양성이며 HER2 음성인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및 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플루오로피리미딘계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 병용해 사용하는 1차 치료제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를 허가했다.당시 식약처는 “CLDN18.2 양성 여부는 식약처에서 승인한 동반진단 의료기기를 이용해 평가한다”는 내용을 명시했으며, 동반진단 의료기기인 한국로슈진단의 VENTANA CLDN18(43-14A) RxDx Assay도 같은 날 동시 허가했다. 빌로이는 지난해 일본, 영국, 유럽 EMA, 미국 FDA, 캐나다, 중국에서도 동일하게 허가됐다.빌로이 치료 대상이 되는 클라우딘18.2 양성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면역조직화학염색검사법(IHC)을 사용하고 있다. IHC 검사법은 암조직 내 특정 단백질 발현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유럽종양학회(ESMO) 임상진료지침과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대상 환자 선정 기준으로 동일한 검사법을 권고하고 있다.아스텔라스는 위암치료제 빌로이의 이달 출시를 준비 중이지만, 말기 위암 환자들은 비급여로조차 치료받을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 부딪쳐 있다. 이는 빌로이를 처방받기 위해 동시 허가받은 동반진단기기인 VENTANA CLDN18(43-14A) RxDx Assay를 통해 클라우딘18.2 양성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현재 클라우딘18.2에 대한 진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국내에서는 IHC 검사법이 암종이나 바이오마커가 새롭게 추가될 때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클라우딘18.2에 대한 IHC 검사법은 이미 HER2(유방암, 위암), ALK(폐암), PD-L1(폐암, 위암) 등 주요 바이오마커 진단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이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기존 기술로 인정될 경우, 빌로이는 클라우딘18.2에 대한 IHC 동반진단과 함께 해당 말기 위암 환자들이 즉시 치료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기존기술이 아닌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아야 할 경우, 사용 가능 시점까지 최대 320일(의료기기 허가 80일+진단검사 신의료기술 평가 140일+의료행위 건강보험 등재 100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환자단체연합회는 지적했다.해당 말기 위암 환자들은 이 기간 클라우딘18.2 진단이 불가능해져 치료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이는 치료가 한시가 급한 말기 위암 환자들을 풍전등화와 같은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모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환자단체연합회는 “심평원은 지난해 11월 1차 전문평가위원회 회의에서 빌로이의 IHC 동반진단 안건에 대해 주요 임상 가이드라인 등재 근거 제시를 요구하며 결정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후 빌로이는 12월20일,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위암 진료지침개정판에 우선권고요법(category1)로 등재됐다. 이달 6일에는 한국형 위암 진료 가이드라인이 대한위암학회 공식 학술지인 JGC 온라인판에도 게재됐다”고 밝히며 추가 임상 가이드라인 등재 근거를 충족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는 20일로 예정된 2차 전문평가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클라우딘 18.2 진단 공백으로 인해 말기 위암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회는 “말기 위암치료제 빌로이와 식약처 허가를 동시에 받은 바이오마커 클라우딘18.2 양성 여부 확인을 위한 동반진단 의료기기 신의료기술 평가 논란은 국내 동반진단 제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신약개발과 첨단 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동반진단 관련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환자들의 치료 접근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연합회는 “치료 시기가 생명과 직결되는 말기 암 환자들에게 이러한 지연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생명과 직결된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동반진단 제도 관련 개선방안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