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되는 내용은 미국 수구르마이온 법무법인 파트너로 근무하는 이선희 변호사가 특허적격성과 관련된 미국 대법원의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본지에 기고해 온 것이다. 이선희 변호사는 25여년 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출원 뿐만 아니라, 특허성, 침해여부, 및 Freedom-to-operate에 관한 전문가 감정의견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또한 생명과학, 의약품, 및 재료 분야 등에서 특허출원인이 사업목적에 맞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자문을 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한국의 제약회사가 미국에서 진행했던 유일한 미국 Hatch-Waxman 소송인, 뉴져지 지방법원에서 있었던 아스트라제네카 v. 한미약품의 특허소송을 성공적으로 대리했던 소송팀의 일원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생명과학 발명에 대한 특허보호대상 여부(ELIGIBILITY)를 다룬 판례
2010년부터 2014년에 걸쳐 미국대법원은 특허보호의 대상이 되는(patent eligible) (혹은 보다 정확하게는, 특허의 대상이 되지 않는) 발명의 종류에 대하여 여러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 중 자연산물 혹은 자연법칙에 기초한 현상을 특허 청구하는 경우 특허의 대상이 되는지의 여부는2013년 Association for Molecular pathology v. Myriad Genetics사건과2012년 Mayo v. Prometheus사건에서 각각 다루어진 바 있습니다. Mayo 사건에서 판시된 바에 따르면, 특허대상 여부의 판단은 다음의 분석단계들을 포함합니다.
즉, 먼저 청구항에 기술된 발명이 미국특허법에 명시된 발명의 카테고리(즉, 공정(process), 기계(machine), 제조물(manufacture), 또는 조성물(composition of matter – 화합물 포함))에 속하는지를 판단하고, 그 다음에 자연에 존재하는 구조 또는 현상과 비교하여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지(materially different)를 판단합니다. 만일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면, 그 다음 단계의 분석을 할 필요 없이, 특허보호대상(eligible)인 것으로 결정됩니다. 만일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 단계의 분석, 청구항이 자연산물/자연현상에 덧붙여 “significantly more”한 요소를 기재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합니다. 만일 자연산물/자연현상과 비교하여 중요한 차이점이 없으면서 significantly more한 요소도 기재하고 있지 않다면, 그 청구항은 특허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patent ineligible) 판시하고 있습니다.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포함하는 발명의 청구항에서 “significantly more”를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는지 등이 보다 상세하게 분석된 연방순회항소법원 판결들이 속속 나오고 미국특허청에서도 그에 따라 심사기준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는 것에 반해,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연방순회항소법원의 판결이 적은 편입니다. 그리고 적은 숫자의 판결들도 대체로 자연법칙에 근거한 현상을 청구하는 것으로서 특허대상이 아니라고 한 판결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지만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특허대상이 되는 청구항으로 인정된 사건으로 다음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Patent Eligible Claims
(a) Vanda Pharmaceuticals Inc. v. West-Ward Pharmaceuticals (Fed. Cir. 2018)
2018년 4월 13일 나온 연방순회항소법원의 Vanda Pharmaceuticals Inc. v. West-Ward Pharmaceuticals에서는 공지된 의약품인 일로페리돈을 투여하여 다중인격증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에 있어서, 환자의 CYP2D6 유전자에 의해 코딩의 효소의 대사 패턴을 먼저 분석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일로페리돈을 12 mg/day 이상 또는 이하의 용량으로 투여하여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방법이 특허보호대상인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1심 지방법원은 위의 방법이 자연현상 자체를 청구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에서 발견된 현상(즉, CYP2D6 대사효율, 일로페리돈, 그리고 일로페리돈 용량에 따른 부작용과의 관계)을 응용 (application)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허대상이 된다고 판결하였고, 연방순회항소법원도 지방법원의 판결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위 방법은 기존의 약물을 환자에게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a new way of using an existing drug that is safer for patients)에 관한 것이므로 특허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특히, 연방순회항소법원은 Mayo 사건에서 특허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된 방법 청구항과 비교하여, Mayo의 청구항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현상 자체를 청구한 반면, Vanda의 청구항은 자연현상을 응용한 새로운 치료방법에 관한 것이라고 구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Vanda의 청구항에서는 치료약물이 일로페리돈으로 특정되어 있고, 그 용량도 12 mg/day 이하, 12 mg/day ~ 24 mg/day로 특정되어 있는 점이 자연현상을 “응용 (application)”한 청구항으로 인정되는 데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b) Rapid Litigation Management Ltd. v. Cellzdirect, Inc. (Fed. Cir. 2016)
Cellzdirect 사건의 대상이 되는 미국 특허 제 7,604,929 호는 간세포(hepatocytes)를 두 번 이상 동결/해동시키는 단계를 포함하는, 동결보존 간세포 제제를 제조하는 방법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종래 알려진 것과 같이 간세포를 두 번 이상 동결/해동하여도 생존한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 것에 기초한 발명이었습니다. 1심 지방법원에서는 간세포가 두번 이상의 동결/해동 과정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자연현상에 불과하고, 청구항에 기재된 동결/해동 후 살아있는 세포를 density gradient를 통해 분리하는 단계와 density gradient 분리 없이 다시금 동결/해동하는 단계 등은 이미 알려진 기술에 불과하여 특허대상이 아니라고 약식판결(summary judgment)을 합니다.
하지만 연방순회항소법원은 간세포가 두번 이상 동결/해동을 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새로운 발견 자체를 청구한 것이 아니고, 그것을 응용하여 간세포를 보존할 수 있는 새로운 향상된 방법을 청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특허보호대상이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종래에는 간세포를 두 번 이상 동결/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생명과학 분야 방법 청구항이 특허보호대상이 된다고 한 연방순회항소법원의 판결이어서 실무자들에겐 고무적인 판결이었지만, 아래 설명드릴 Sequenom 사건의 진단 방법 발명도 종래 없었던 새로운 획기적인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특허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던 것을 생각하면, 연방순회항소법원의 논리가 일관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c) USPTO Eligibility Guidance on Life Science Examples
그리고 2016년 미국특허청에서 발간된101 Eligibility: Life Science Examples을 보면 일반적으로 진단방법의 조건, 예를 들어 시약, 분석방법을 아주 구체적인 수단으로 한정하거나 혹은 특정약물을 투여하는 단계를 포함하는 치료방법과 연계된 형태의 청구항은 특허대상이 되는 것으로 예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 Example 29 (Diagnosing and Treating Julitis)).
Patent Ineligible Claims
자연현상을 청구한 것에 불과하다거나 혹은 자연산물과 구분할 수 없는 것으로서 특허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이 난 사건들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유효한 특허가 차지하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크고, 기초 연구에 기초한 기술로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특허보호대상 요건이 큰 장애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만, 아주 가까운 미래에 법원의 판결이 바뀌거나 법개정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a) Sequenom v. Ariosa (Fed. Cir. 2015)
2015년 Sequenom v. Ariosa 사건의 발명은 임산부의 혈액에서 태아의 DNA를 분리하고, 그 DNA를 분석함으로써 태아의 유전적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임산부의 혈액에 태아의 DNA가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에 기초한 발명입니다. 임산부의 혈액으로부터 태아의 DNA를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양수 검사가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이 기술이 새롭고 획기적인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태아의 DNA가 어머니의 혈액에도 존재하는 것은 자연현상이고, 이 자연현상을 종래 알려진 혈액채취/DNA분석방법과 결합하여 태아의 유전결함을 분석하는 방법에 대한 청구항은 특허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b) Ex Parte Simons, APPEAL 2016-002684 (Patent Tr. & App. Bd. Jan. 31, 2018)
올 초에 나온 Ex Parte Simons, APPEAL 2016-002684 (Patent Tr. & App. Bd. Jan. 31, 2018)에서, 미국특허청 심판원은, DNA의 methylation 지도를 만드는 단계와, methylation이 시스- 혹은 트랜스-형태로 존재하는지를 결정하는 단계를 포함하는 청구항에 대해 특허대상이 아니라고 한 심사관의결정을 지지확인하였습니다. DNA methylation은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중요한 연구대상으로서 각종 암 질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심판원은, DNA중 methylation site가 자연상태에서cis- 혹은 trans- 형태로 존재하고, 출원인의 청구항은 이런 자연에 존재하는 형태를 변경하거나 바꾸는 것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특허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한 심사관의 판단을 지지하였습니다.
염색체를 분리하여 DNA 분자상의 methylation site를 확인하고, 그것이 cis-인지 혹은 trans-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종전에 통상적으로 행해지던 기술이 아니라고 한 출원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불충분한 것을 이유로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c) Roche Molecular Systems, Inc. v. Cepheid (Fed. Cir. 2018)
올 10월에 순회항소법원에서는 특허 5,643,723(“‘723 특허”)에 포함된 primer 분자에 관한 청구항과 primer를 이용하여 병원균을 검출하는 방법에 관한 청구항을 특허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이유로 무효를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723특허는 폐결핵을 일으키는 주 병원균으로서 항생제 rifampin에 대한 내성을 갖는 균주(“MTB 균주”)를 빠르고 정확하게 검출하는 방법에 관한 발명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MTB 균주의 rpoB 유전자가 다른 박테리아에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MTB균주에서만 존재하는 열한 개의 “위치-특이적인 특징적인 뉴클레오타이드”를 포함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에 기초한 발명입니다.
‘723 특허는 이 열한 개의 위치-특이적인 뉴클레오타이드에 하이브리드하는 프라이머 분자들에 대한 청구항과 이들 프라이머분자를 이용하여 시료 중 DNA를 PCR 시키고 그 PCR 반응물 중에 증폭된 DNA가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시료 중MTB 균주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를 포함하는 MTB 검출방법에 대한 청구항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프라이머 분자는 자연에 존재하는 target DNA(이 경우 MTB의 rpoB 유전자)의 서열 중 일부와 동일한 서열을 포함합니다. 따라서 지방법원과 순회항소법원에서는 프라이머 서열은 자연에 존재하는 서열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특허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프라이머 분자는 자연에 존재하는 서열의 상태와 비교하여 양 말단에 3-prime hydroxy group을 갖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특허권자인 Roche는 이 차이점을 강조하며 프라이머는 자연산물이 아니라고 주장였지만 지방법원과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프라이머 청구항은 자연에 존재하는 것과 동일한 유전적 서열을 포함하기 때문에 자연산물과 구분할 수 없고(indistinguishable from) 따라서 특허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Myriad사건의 대상이었던 BRCA1도 3-prime hydroxy group을 포함하고 있지만 자연산물과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특허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 판결을 선례로 들고 있습니다.
한편 동조 의견(concurring opinion)을 낸 O’Malley 판사는 Myriad사건에서는 BRCA1가 3-prime hydroxy group을 포함하고 있어 자연산물과 구조적으로 동일하지 않다고 하는 변론이 제기되지 않았었기 때문에 법원이 이런 차이점이 중요한 차이점(materially different)인지의 여부를 판단할 기회가 없었던 사실을 지적하면서, 적어도 primer 청구항에 대해서는 Roche가 제기한 구조적 차이점이 중요한(materially different) 구조적 차이점인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특허법 제 102 조와 103 조에 발명의 신규성과 진보성을 특허요건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으로 불구하고, 제101 조에 규정된 특허대상의 범위를 해석함에 있어 신규성과 진보성의 요건을 판단하도록 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비판이 있고, 비슷한 이슈를 포함한 상고사건을 받아들여 새롭게 해석하거나 혹은 기존의 판결의 범위를 한정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도 유전자와 관련된 발명에 있어서 프라이머 분자와 같이 자연에 존재하는 것고 동일한 서열을 갖더라도 분자의 양 말단이 자연에 존재하는 것과는 다른 구조를 갖는 경우에 대하여 새롭게 판단을 해야 한다고 하는 O’Malley 판사의 주장은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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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를 보내온 이선희 변호사는 2015년과 2016년, Thompson Reuters가 발행하는Washington DC Super Lawyers Magazine에 의해 워싱턴 DC 지역, 지식재산분야의 “Rising Stars”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 변호사는 미국지식재산변호사협회 (AIPLA) – 세계지식재산보호협회 미국 지부 (AIPPI US) 운영위원회 위원이며, 아시아태평양 분과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이기도 하다. 또한, 재미한인특허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한국 start-up들이 한국과 세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데 필요한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현장교육을 제공하고 있는한국혁신센터 (Korea Innovation Center) 워싱턴 지역의 지도자 멘토로도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