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느덧 44주년을 맞이하는 ㈜약업신문의 약국경영대상의 심사진으로 참여하였다. 필자는 약학대학과 경영전문대학원(헬스케어MBA과정)에 몸담고 있는 처지에서 매년 이어져온 이 약국경영대상 뽑는 현장심사에 참여하는 것이 항상 즐겁고 가슴이 설렌다.
왜냐하면, 새로움을 추구하고, 변화를 선도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면서 큰 변화 없이 수십 동안 지속중인 '약국'이라는 공간을 전문성 높은 약료서비스 실천의 장소로, 공공적인 지역사회문화 구현의 장소로, 그리고 방문하면 항상 즐겁고 유익한 정보와 돌봄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일궈가는 혁신적인 약사들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행사에 참여하는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정감이 깊어진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 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매번 참가할 때 마다 그 짙은 역사성의 향취를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잘 볶아서 막 갈아낸 커피 원두를 적당한 온도의 물로 우려낼 때의 짙은 향내 같다고 할까? 본 행사는 ㈜약업신문이 매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진행하는 행사이다.
약사회 지부와 분회로부터 추천을 받은 약국들을 일일이 현장 취재를 하고 심사진과 더불어 다시 방문하여 공정한 심사과정을 주관한다.
원래는 ‘약국 레이아웃 컨테스트’라는 이름으로 본 행사가 시작되었으나 약국경영의 본질은 레이아웃 그 이상에서 우러나는 것이므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어 진행되고 있으며 약국경영실태를 다각도로 기준을 정하여 엄정하게 심사한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믿음직한 국민제약기업인 유한양행이 꾸준히 협찬을 해오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특별히 수상자들에 대한 상금도 대폭 증액하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유한양행 역시 아무리 바쁘더라도 꼭 임원급 인사가 합류하여 함께 심사를 진행한다.
이외에도 심사진에는 지부장이 동행하며 교수 2명이 함께한다. 필자를 제외하면 여기에 참석한 인사들과 3일간 동행 하노라면 우리나라 약업계와 약국의 구수한 역사는 물론 열정 어린 분들의 지나간 헌신과 역사적 행동들을 듣게 되는데 그 어떤 역사책 속 이야기보다 소중하고 재미있다.
둘째, 열정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좋다. 열정을 지닌 사람은 가만히 정체되어 있지 않는다.
이번 심사과정에서도 이점은 뚜렷하게 확인되었는데, 혁신적인 경영자는 남의 질문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의 공통점은 자가가 추진하는 계획과 노력, 변화의 동인, 차이점을 설명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 드러난다.
더구나 열정이 경영학적 원리와 만나면 폭발적인 성과물이 나온다. 옛말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 열정은 뜻을 세우는데 큰 힘이 되고 계획한 일을 추진하는 원동력이다.
이번에 심사한 모든 우수 약국들은 열정 넘치는 약사들이 경영하는 곳이었다. 그러니 약사 본인도 활기가 넘치고 동료 약사 및 직원들도 얼굴에 생기가 엿보인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우수경영은 리더의 열정과 사업적 타이밍의 조화로운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약국을 지난 10년, 아니 20년, 30년을 경영했다고 자연스럽게 우수경영약국이 되지는 못한다.
끊임없는 개선과 새로운 시도, 엄정한 현실분석과 작은 차이점도 놓치지 않는 날카로운 시야, 거기에 지역사회 주민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이 베어 있다면 그건 금상첨화이고 진정한 모범적 약사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 약업현장과 약국이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직접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이미 고객중심적 구조 레이아웃이나 동선관리, 실내외 디자인, 품목 차별화, 인적자원관리체계(약사 및 직원교육이나 인사관리, 인센티브, 직업 윤리의식 고양, 자발적인 학습활동 지원 등)와 같은 경영학적 원리는 거의 교과서적으로 따르고 있기에 정말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그리고 예전에 방문했던 약국들과 비하여 노력하고 변모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게 많아서 좋았다. 느린 듯하지만 이렇게 꾸준히 약국이 변화한다면 이것이 곧 ‘발전’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아쉽다면 아직도 이번 서울 강북지역의 약국들은 외형적, 내면적인 것을 동시에 경영학적 원리와 기법으로 승화시켜 약국을 찾는 고객에게 약국이 전문가에 의해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란 측면이 자연스럽게 발현되고 심지어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느끼게 하는 데는 다소 부족하였고 약국간의 차이도 컸다.
물론, 약국이 의약품의 처방조제와 복약지도, 지역주민에 대한 일차적인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기존에 느껴왔던 약국과 약사의 이미지, 기능, 역할에 고객이 원하고 있는 바의 차이점에 대하여 뭔가 2%쯤 모자라는가 하면 2%이상을 충족시켜 주는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지역사회 의원(clinic)에 비하여 자기PR과 일터에 대한 PR 확실히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약사가 자기의 전문성과 약국의 차별화 포인트를 부각시키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부분이라고 느꼈다.
이번 심사를 진행하면서 우리나라의 미래의 약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약국의 경쟁력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를 고민하였다.
바로, 약사와 약국이 최첨단 IT (정보기술)와 융합, 다양하고 고급화된 정보 및 물적 자원을 적극 수용, 약국내 인적자원의 계발과 고도화, 끝으로 약료 및 약무 활동과 비즈니스의 차별화 전략 수립과 약사의 최신 경영학적 마인드 제고는 꼭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