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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60> 약국의 미래: 약국은 마이헬스웨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60> 약국의 미래: 약국은 마이헬스웨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정부 주도로 작년부터 마이헬스웨이(My Healthway) 구축이 이미 시작되었다. 국민의 건강증진 및 의료서비스 혁신을 기대한 이른바 의료분야의 ‘마이데이터 사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 흩어진 나의 건강정보를 한눈에 보고 활용 가능한 ‘나의 건강기록’ 앱이 생기면 장차 약국을 비롯한 헬스케어 전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신세계가 열린다는 기대감도 크다. 정부가 오랜 기간 준비하여 추진하는 것이기에 구체적 짜임새를 가졌고 약업계 종사자들은 이 같은 정책의 본질과 실천 과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적절히 보조를 맞춰야 하겠다(그림1).
그림1. 마이 헬스웨이(출처: 보건복지부)
마이헬스웨이의 등장배경
2019년 4월, ‘디지털헬스케어 특별위원회’가 발족했고, 의료분야의 마이데이터 사업화는 (1)자신의 건강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갖고, (2)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하여, (3)건강증진 혜택을 누리게 한다는 환자중심 패러다임 전환에 중요한 디지털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받는다.
자기 건강정보를 얻으려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해야하는 불편함과, 통합이나 조회, 활용 수단조차 미흡하여 건강관리나 개인 소비자가 의료시스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더구나 국민 78%는 개인 건강정보서비스 이용 의사가 있지만 경험자는 21%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2022년까지 ‘마이 헬스웨이플랫폼’을 구축하고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생태계 조성 계획을 추진중이다(그림2).
그림2.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 개요(출처: 보건복지부)
마이헬스웨이 플랫폼
마이헬스웨이 플랫폼은 (1)자신의 건강정보를 한 곳에 수집하고, (2)원하는 대상에게 제공하며, (3)직접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정부의 비전은 ‘개인 건강정보활용을 통한 국민의 건강증진’이고, ‘목표’는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 기반 마이데이터 생태계 조성이다. 3대 추진전략은 (1)순차적‧단계적 건강정보제공 항목 확대, (2)안전한 플랫폼 구축, (3)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마련과 민간의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이다(그림3).
그림3. 마이 헬스웨이 전략추진도(출처: 보건복지부)
‘12대 추진과제’는 (1)건강정보 수집체계 마련(①데이터 유형별 수집항목 정의, ②플랫폼 제공 데이터 표준화, ③데이터 제공기관 참여 유인), (2)플랫폼 구축(④공통인프라 구축, ⑤사용자 인증‧동의 체계 구현, ⑥데이터 연계 네트워크 구축), (3)개인주도 건강정보활용 지원(⑦나의건강기록 앱 개발, ⑧활용서비스 연계‧관리 방안 마련, ⑨서비스 개발 지원), (4)의료분야 마이데이터 도입 기반 마련(⑩생태계 활성화 위한 법‧제도 개선, ⑪민‧관 협업 위한 거버넌스 구축, ⑫대국민 소통) 이다.
데이터 제공자, 시스템 사용자 규모를 고려해 플랫폼에 제공·연계되는 대규모 실시간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도록 통합정보관리시스템, 시스템 보안‧네트워크, 마이헬스웨이 웹 포털 등 시스템 기반도 마련한다. 안전한 플랫폼을 위해 정보주체 식별‧인증 체계를 마련하고, 정보주체가 내용 이해를 도우며 충분히 설명한 후 동의 받고 처리하는 체계를 확립한다. 플랫폼과 제공기관‧활용기관간, 안전한 데이터 송‧수신 위해 국제표준 기반으로 표준연계형식(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API)을 마련한다(그림4).
그림4. 마이 헬스웨이 참여기관별 역할(출처: 보건복지부)
공공기관 건강정보를 개인이 직접 조회-저장-전송-체감하도록 ‘나의건강기록’ 앱을 출시한다. 기존 범부처(보복부, 과기정통부, 산자부 등)사업 및 서비스플랫폼을 연계하고, 안전한 활용을 위해 초기부터 활용기관 사전심사기준도 마련한다. 데이터 활용과정의 보안성, 편의성을 높이고 체감하는 서비스 창출을 위해, UI/UX, 데이터 암호화 등 요소기술을 개발한다.
편의성 제고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해 법‧제도를 보완하고 이해관계자가 협업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한다.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도입과 관련된 주요 쟁점과 중‧장기 발전방향의 논의를 위해 (가칭)‘마이헬스웨이 추진위원회’와 ‘실무추진단’이 구성, 운영중이다. 국민의 의료분야 마이데이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 관여도가 향상되도록 국민과 소통한다(그림5).
그림5.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 서비스(출처: 보건복지부)
디지털 헬스케어 성공을 위한 대장정의 시작
2021년부터 공공기관 정보를 대상으로 ‘나의건강기록’ 앱 출시로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고, 기능도 점차 고도화될 양상이다. 2022년에는 의료기관의 진료기록, 라이프 로그까지 플랫폼이 확장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인구고령화, 만성질환증가, 의료격차심화 같은 산적한 문제들을 일시에 해소하기 위해서 공급자-치료자 중심 의료체계를 혁신하고 건강정보의 공유 및 활용을 통한 예방중심 의료체계로 시급히 패러다임 전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마이 헬스웨이는 건강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부여, 의료서비스 혁신, 국민건강증진의 디딤돌이 될 허브이므로 약국도 이와 궤를 같이할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마이 헬스웨이 생태계에 핵심구성원이 되도록 약업계(약사회 및 약학회 포함), 금융계 그리고 정보통신 산업계는 폭넓으면서도 세부적인 전략을 함께 수립하고 발맞춰 추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최근까지 디지털 헬스케어의 구체적 추진전략이나 행동은 보건복지부보다는 산업자원부가 보다 앞서서 추진했다는 견해가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도 대안을 마련하여 추진하지만, 부디 부처간 경쟁 속에 불필요한 엇박자는 내지 말고 보다 발전적 미래상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4-01 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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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9> 약국의 미래: 약국은 전문약사제도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내년 2023년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전문약사 자격을 부여할 예정이다. 이제 약사도 의사나 치과의사, 간호사, 영양사처럼 전문 자격을 규정하고 인정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약사는 물론, 약대생들도 전문약사의 실체와 직무, 미래의 가능성에 관심이 매우 높다. 보건의료인의 전문화는 세계적 추세이자 보편적 현상으로서 전문약사에 의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가 환자에게 제공돼야 하기에 전문약사 자격시험의 국가공인은 국시원 주관 하에 실시될 예정이다.
전문약사제도
환자의 치료성과 및 건강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특정분야의 약물요법에 대해 전문적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임상약사를 전문약사라 부른다. 이에 특정 질환군 전반에 대한 약물요법과 관련 의약품에 대한 지식과 정보 외에 의약정보제공, 임상약동학적 지식 및 실무수행 역량을 갖추고 약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검증받아야 한다.
미국은 1978년부터 세계 최초로 전문약사제도를 실시하며 핵의학, 영양유지, 약물요법, 정신과학, 종양학, 외래치료, 중환자치료, 소아과학, 심순환계질환, 감염질환, 노인질환 영역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일본은 2008년부터 실시 중인데, 인정약사 중 추가자격요건을 부여한 뒤 전문약사로 인정한다. 그밖에 싱가포르나 캐나다 등 8개국이 본 제도를 시행 중이다.
최근에는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보다 세부적이고 안전한 의료서비스가 요구되기에 전문의사, 전문한의사, 전문치과의사, 전문간호사, 임상영양사 등 다양한 직군에서 전문자격 인정제도가 도입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에 병원약사회가 자체적으로 제1회 전문약사 자격시험을 실시하였고 종양약료, 중환자약료, 소아약료, 장기이식약료, 심혈관질환약료, 감염약료, 내분비질환약료, 의약정보, 영양약료, 노인약료 등 10개 분과, 약 1천명의 전문약사를 배출했다.
전문약사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미국은 12개 이상의 임상영역에서 자격을 부여하는데, 약 30만명의 전체 약사 중에서 병원약사가 7만여명(27%)이며, 5만여명(16%)이 전문약사이다. 한편, 일본은 6개 임상영역에서 약 30만명의 전체 약사 가운데 약 5만명이(16%)이 전문약사이다.
전문약사의 장점과 효과
전문약사가 어떤 역할을 하여 보건의료 시스템에 효과를 보이는지 우리나라의 한 병원에서 활동한 사례를 보면 보다 확실해진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전문의사와 약제부 노인약료전문약사가 팀을 이뤄 2016년부터 1년간 입원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활동한 성과를 보면, 환자 1인당 평균 처방약물수는 19.5종에서 6.5종으로 줄었고, 절약된 약제비는 1인당 연간 46만원이었는데, 연구 대상자 300명의 총합이 연간 약 1억3700만원 절감되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동일효능약물 중복처방 환자수는 59명에서 3명으로 줄었고, 노인부적절약물 복용자는 227명에서 114명으로 49.8% 감소했기에 약사에 의한 적절한 약물 관리는 노인환자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결과가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전문약사제도 법제화
전문약사를 국가에서 관리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약사의 전문성이 보장되고 향상되어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할 수 있고, 의료기관이나 임상현장에서 전문인력의 부족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익하다. 그래서 법제화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대한약사회 측에 전문약사가 실제 활동할 분야를 발굴하고 현장 수요에 대한 면밀한 조사작업을 요청했었다.
아쉬운 점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청회를 개최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구체적 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했지만 지난 대약 집행부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청회는 집행부의 임기만료 수일 전에 단 한 번만 개최되었을 뿐이다. 지난 1993년 소위 ‘한약분쟁’ 이후에 한약사제도가 도입될 때를 되돌아보면, 어떤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는 것 못지 않게 단계별 절차와 운영 준비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성급히 도입되었고 미비한 사항을 차일피일 미루며 해결하지 못했던 그 한약사제도는 어느덧 20년이 흘러 지금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도 점검해 보아야 한다.
전문약사제도를 견제하는 의료계
전문약사를 통해 특정 질환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약물치료계획 수립을 통해 본격적으로 의료서비스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의료계와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견된다. 약사회가 주장하는 전문약사제도의 필요성은 일차적으로는 환자의 안전과 약사의 전문성 강화이지만, 약사의 전문성을 병원약사 직역에 한정하지 않고 전체 약사를 대상으로 확대시켜 약료서비스 확대 등의 디딤돌로 여기는 것이다.
질병 양상이 복잡해지고 약물요법이 고도화됨에 따라 환자중심의 전문서비스가 요구되고, 약사의 역할도 조제에서 임상 중심으로 변하면서 최적화된 약물치료설계가 치료기간을 단축시키고 치료비까지 절감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역할은 의료법상 환자상태를 평가하고 약물처방의 주체인 의사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의료계에서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의료계도 중환자 치료를 위한 다학제 팀의 일원으로서 전문약사의 역할을 인정한다. 중환자약료 전문약사는 약물의 적응증 및 용량 적절성, 약물상호작용, 알레르기 검토와 효과 및 부작용 발생 모니터링, 약품정보제공, 영양수액 공급, 약동학적 모니터링 등을 수행한다. 중환자케어 과정에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약사의 조언과 조정역할은 중환자실에서는 대체 불가한 기능이며 중환자 치료는 다학제적 협진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전문약사의 자격과 기대수준
전문약사 비율이 약사 사회 전체로 일시에 확대된다면 신속히 각 분야별 전문약료도 체계화되어야 하고 동시에 건강보험 수가에 대한 상승 요구도 높아질 것이다. 지난 법제화 심사과정에서도 병원에 근무중인 대다수의 전문약사급 자격자가 조만간 지역사회 약국으로 이동하면 발생할수 있는 건보수가 지급액 상향 압박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었다.
현행 병원약사회 주관의 전문약사 자격기준은 전공별 실습 및 약물치료학, 전공이론, 임상약학연구, 전문약사의 역할 및 정책 등 600~700시간 전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이 교육시간을 300~400시간으로 축소하자는 안이 제시되었다. 전문약사란 임상현장에서 고도의 약물요법을 수행하는 전문가인데 굳이 국가면허로 격상되는 상황에 이 자격기준을 하향평준화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성이 있다.
즉, 일단 제도를 시작하는 것 보다는 지금은 교육프로그램의 시간이나 수준을 합의하고 전문약사제도 의 도입 취지를 달성하고 자격유지를 위한 보수교육 프로그램까지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기존 취득자의 처리방안
민간단체가 부여했던 전문약사의 자격인정도 주요 관심사이다. 우리나라에서 ‘전문약사제도’를 준비하고 도입했던 주체는 (사)한국병원약사회이다. 자격시험 실시, 자격증 교부, 재인증 등 자격관리 전반을 10여년간 운영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업무를 정부가 주관하면, 병원약사회로부터 자격을 부여 받았던 전문약사 1천여명은 현재 대다수가 전국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활동 중이므로 이들의 자격유지방안이 넘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기존 취득자들에게 자격인증특례가 주어질 수도 있다. 이는 과거 사단법인이 운영하던 자격제도가 법제화된 후에도 인정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상영양사제도가 도입된 후, 기존 자격자에게 자격시험 응시 조건이 완화되었다. 구체적으로는 2년의 제도 유예기간이 주어지고 기존 임상영양사들은 별도 교육없이 자격시험만 통과하면 국가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내년에 전문약사제도가 시작되면 약사의 지위도 상승하고 건보수가까지 높아진다고 단지 밝은 측면만 부각하여 생각하는 것은 전문약사제도를 이해하는 바른 모습은 아닐 것이다.
약사의 도약보다 국민보건수준의 도약이 먼저
특정분야의 약물요법에 전문적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임상약사라는 상식적 개념에 입각하여 바라본 지난 첫번째 전문약사제도 공청회에서 제시되었던 15개 전문약사영역을 보고 필자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1년전만 해도 기존 병원약사회가 부여하던 분야에 더하여 가정(방문, 재택)약료, 보건‧안전관리, 심리상담까지 더해질 것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제약산업 현장까지 전문영역을 확대하여 전문약사자격을 부여하는 안에 대해서는 필자는 반대한다.
더구나 연구약학 분야는 이미 대학원 석박사과정도 운영 중이고, 특히 제약산업특성화 대학원과정까지 존재하는데 굳이 이것이 필요한지 의구심이 생긴다. 풍문에 따르면 정부의 모부처에서 산업분야까지 전문약사자격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는데 아직은 협의가 더 필요한 사안이다.
지난 1년간 소수 연구진에 의해 도출된 안을 시급히 시행하고자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세계 8개국 외에는 운영하지 않는 전문약사제도를 굳이 산업약학 분야까지 확대하여 서둘러 도입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전문자격제도는 시험대상이 아니다. 올해 통6년제 학부교육이 시작되었다. 여기에 기존 대학원 과정과의 연계발전과 약사인력 수급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 확인되지도 않았다.
전문화된 인력을 전문약사와 동일하다고 착각하는 모습도 자주 확인된다. 얼마전 국회에서 개최된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정부측 대표 공무원의 전문약사에 대한 인식수준이 상당히 낮고 전문약사제도의 기대효과에 대해서 왜곡되어 있음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
전문약사제도는 약국 종사자, 의료기관 종사자, 산업체 종사자 등에게 전문성을 균등 분할하여 인정해주는 그런 제도는 아니다. 미국에서 1976년도에 핵약학 전문약사 자격이 도입 되었듯이 점차 의료 및 제약산업 현장에서 그 필요성과 전문성의 수준을 고려하여 자격이 추가 되었듯이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추가되기를 희망한다.
조금 천천히 그러나 신중히
35개 OECD 국가 중에서 불과 20%인 8개국만 도입, 운영하는 제도를 지금 세계 15위권 경제규모에 불과한 국가에서 6년제 학제도입 시행 10년만에 일거에 15개 분야에서 전문약사제도 도입하려는 것은 솔직히 졸속행정이나 조급한 마음의 표출이 아닐까?
더구나 시행되기 불과 만 1년전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충분한 자격조건이나 수련과정, 수험제도, 공인교육기관 조차 정하지도 않고 시행을 재촉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더구나 고도약물요법 시행이 가능한 자격을 너무도 간편하게 취득하려는 일부 약사들의 의견은 과연 국민을 위하고 약사의 사회적 책임까지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도 자문해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일단 기존 병원약사회가 부여하던 10여개 임상분야 중에서 다시 선별하여 국가면허자격을 도입하고, 차츰 그 범위를 확대시키는 것이 합리적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새로 구성된 대한약사회 집행부는 전문약사제도 사안을 신중히 추진해줄 것을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3-18 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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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8> 약국의 미래: 약국과 약업도 ESG에 관심을 기울이자
어느덧 기업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그리고 지배구조에서의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인 기준점이 되었다. 바야흐로 세상이 ESG 전성 시대에 진입한 모양새다. 이제는 마트에서 플라스틱 세트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페트병에 둘린 라벨지는 더 이상 환영 받지 못한다. 오히려 라벨지 없는 제품의 판매량은 증가하여 모 식품업계의 무라벨 상품매출이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가치 소비의 시대
역설적이지만, 현대 소비자들은 환경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귀찮을 준비가 되어있다. 그래서 기업들도 이런 소비 트렌드에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즉, ESG를 실천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의 실례를 통해서 미래에는 어떻게 해야 고객에게 사랑과 신임을 얻는 브랜드가 될지 알 수 있다. 과연 약국과 약업계는 이런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여 약국의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인정받으며 향상시킬 것인가 고민을 시작할 때이다.
ESG란?
ESG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어로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척도인데 2004년 UN Global Compact의 ‘Who Cares Wins: Connecting Financial Markets to a Changing World’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처음 등장한 용어이다.
국제연합(UN)은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ESG 사안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기업의 투자가치에 중대한 영향이 있거나 또는 있을 수 있는 비재무적 사안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ESG라는 개념을 창안하였다. ESG 구성요소는 2006년 ‘UN 책임투자원칙’이 처음 제시한 뒤에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여 더욱 다양화, 세분화되는 추세이다(그림1).
‘UN 글로벌 콤팩트’와 ‘UN 책임투자원칙(UN PRI)’은 ESG와 불가분의 관계인 국제기구들이다. UN 글로벌 콤팩트는 ESG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2000년 '기업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목표로 체결된 국제협약이다. UN은 지난 수십 년간 추구했던 ‘세계화(Globalization)’의 취약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인권, 노동, 환경 분야의 핵심가치를 달성하기 위해서 선진기업의 수장들부터 앞장서 지지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또한 위 세 분야에 반부패 사안까지 포함시켜 '유엔 글로벌 콤팩트 10대 원칙'을 제정했는데 이는 ESG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하는 준칙으로 인정되고 있다.
한편, ‘UN PRI’는 2006년 세계 주요 금융기관과 공동으로 만든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원칙'으로 구성된 것이다. UN PRI가 중요해진 이유는 이것이 제정된 후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과 관련 투자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림1. ESG 구성요소 (출처: https://www.cfainstitute.org/en/research/esg-investing)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개념의 확장
이렇게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책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관련 개념을 일컫는 용어도 늘었는데 ESG 외에도 CSR, SDG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H. Bowen이 처음 제창하였고 대중에게도 익숙한 개념이다. 이는 기업가들이 사회 전체의 목적과 가치에 맞게 의사결정하여 사회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할 의무이며, 기업의 사회에 대한 경제적, 법적 의무에다 사회 전체에 대한 책임까지 포함한다.
하지만 CSR은 좀 추상적이고 선언적 개념이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구체성을 부족하게 느끼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등장한 보완 개념이 바로 ESG이다. ESG는 매우 구체적, 규범적이고 여기에 투자자까지 강력하게 유인함으로써 기업의 행동변화를 강제하는 특징을 가진다. 한편, UN이 2015년에 발표했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도 ESG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그림2).
그림2. 유관 용어의 변천
ESG 경영생태계
최근 국내외 언론과 기업의 화두는 단연 'ESG 경영'이며, 우리나라에서 올해 초에 발효된 ‘중대재해처벌법’도 이같은 흐름의 일환이다. ESG의 중요성 인식을 토대로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면서 장기적인 위기관리 및 비즈니스 혁신을 추구하는 전략을 수립, 운영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ESG 경영을 고려할 때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투자자, 각국 정부, 국제기구, ESG 정보 보고 지침 제공기관, ESG 정보 분석 및 평가 기관들인데, 이들이 상호작용하는 제반 체계를 ‘ESG 경영 생태계’라고 부른다.
어떤 기업이 ESG 경영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판단할 가장 객관적인 기준은 충실하게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하고 공개하는지 여부이다. 기업의 ESG 정보 공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중인 대표적인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GRI와 SASB가 손꼽히는데, GRI는 세계 최상위 기업의 80%가 사용할 정도로 위상이 독보적이다(그림3).
최근 선진국들은 기업의 ESG 공시를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은 근로자 50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주요정보 공시를 의무화했고, 우리나라도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공시 의무화, 2030년에는 모든 KOSPI 상장사의 공시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그림3. 주요 ESG 정보 보고 지침 제공기관
ESG 관련하여 주목할 변화상
첫 번째, BRT 선언인데 미국의 주요 기업 CEO가 회원인 Business Roundtable (BRT)이 앞으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경영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성명서’를 통해 그동안 견지해 온 '주주 우선 원칙'을 궤도 수정 하겠다고 하여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두 번째, 전세계 소비자의 64%를 차지하는 MZ세대가 ESG의 주류로 등장했다. 이들은 환경, 사회에 대한 영향력에 관심이 높은데 MZ세대 근로자의 60% 이상은 기업 존재의 목적이 ‘이윤의 창출’보다는 ‘사회의 질적 개선’이라고 응답하는 상황이다.
세 번째, 미국의 정책기조 변화인데, 전세계 에너지 소비의 25%, 전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이 ESG에 대한 정책기조가 찬성으로의 변화는 향후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네번째, 코로나19 팬데믹이 ESG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팬데믹 때문에 ESG 투자가 급격히 증가했고, 안전이슈가 부상하면서 기업의 직원 안전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제 모든 기업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ESG에 관심을 기울이고 대비해야하는 글로벌 패러다임이 구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지만 확실한 약국의 사회적 책임
성장위주 정책과 노동자에 대한 희생 강요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조만간 유럽과 북미의 시장은 ESG를 준수하는 기업에게만 활동을 허용하고 연이어 ESG 인증기업의 협력기업이라도 상응하는 지준을 준수할 것을 요구할 태세이다. 기업의 존재 목적이 이윤의 추구에서 공동체 가치존중으로 변하고 있다.
약업계는 소규모 개인기업인 약국이 대다수이다 보니 세상의 변화에 좀 둔감한 듯 보인다. 올해부터 약대6년제, 약사면허신고제, 전문약사면허제, 데이터3법 규제완화, 마이헬스웨이 도입,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진흥, 디지털치료제(DTx) 개발촉진, 일차의료영역 원격진료 개시가 본격화되지만 일선의 약국과 약사들은 별로 체감하지 못한다. 하물며 ESG는 더욱 벌게만 느껴진다.
지난 2년간 약업계가 코로나 팬데믹 사태의 극복을 위해 악전고투를 하는 사이에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은 더 빨리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팬데믹 사태가 ‘디지털 전환’과 ‘ESG 경영’ 패러다임의 도래를 예상보다 최소 5년은 앞당겼다고 진단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해소되어도 세계가 고스란히 정상회복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너무도 시장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마스크와 자가진단키트의 공급 불균형 사태에 대한 원인과 결과 과정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며, 근본적인 개혁과 개선의 필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약국에 더 이상 이익이 될게 없다고 약국내 폐의약품수거함도 사라져버렸다. 폐의약품이 무분별하게 처리될 때의 폐해에 대해 약국과 약사는 어떤 책임감을 느끼며 사회적 기여를 할 것인가? 작지만 ESG의 보편화 시대에 잠깐 짚고 넘어갈 문제는 아닐까?
위에 언급한 제도 등은 약사와 약국과 악업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여 약사와 약국은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향상시킬 방안을 찾도록 조직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7-Star Pharmacist에서 언급된 것처럼 약사는 teacher이고 leader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책임이 따른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3-03 1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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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7> 약국의 미래: 소통과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약업종사자에게 대인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은 communication, 즉 소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교무대, 비즈니스 협상, 경영 및 사회활동, 교육과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을 통한 영향력은 이 소통을 통해서 나타난다. 또한 소통은 상호 이해증진을 촉진하는데, 이해를 위해서는 지식과 정보의 전달은 물론 감정의 교류까지 원활해야 하므로 치료의 전 과정, 곧 진단~처치~투약~간호과정에서 이뤄지는 제반 대화, 검사, 진단, 돌봄도 소통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미흡한 소통이 부른 참사
최근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여 일시적으로 허용 된 원격의료나 약배송 사업모델이 야기해 의료계, 약업계가 겪는 혼란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모두 기존 의료전달체계 속에서의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커뮤니케이션 원리와 실행에 대한 몰이해, 자의적 해석, 법률적 침해가 어우러져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체계에는 일반적으로 두 종류의 고객이 있다. ‘1차 고객’은 의료행위의 결정권을 가진 고객(보건의료전문인)이고, ‘2차 고객’은 전문 행위의 결정권은 없지만 실제 구매를 담당하는 대다수 고객(환자 및 의료제품의 실구매자)이다. 필자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다수의 코칭과 멘토링을 받을 때 가장 자주 들었던 것은 고객이 필요로 하고, 차별성을 느끼며, 확실히 만족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라는 말이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실제 의료시장에서 어떤 고객이 해당 사업모델의 성패를 좌우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약,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서 수백 개의 스타트업이 활동 중인데, 의료적 효능을 지닌 물질이나 기구, 기기를 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아직 희소하다. 더불어 의료적 효능, 효과를 지닌 물질의 개발은 투자나 가치평가 체계가 정형화 되어있고 상용화 기간이 길어서 가치를 증명하려면 과학적 논리와 증빙이 중요하다.
그래서 약효물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게 창업 후 수년간은 앞서 언급한 1차, 2차 고객을 만날 일은 거의 없고 상용화 가능성을 높여줄 투자자나 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하지만 의료, 약료, 유통과 연계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보건의료전문가, 유통업, 금융업, 법률업 종사자가 주요 고객이자 소통대상이다.
그러므로 헬스케어 서비스는 대체재 보다는 보완재를 개발하고, 현 체계에 대한 파괴적 혁신보다는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는 방식이 실효적이다. 특히 원격의료나 약배송 사업모델을 추구하는 기업은 신산업의 개척자이자 점령자가 아니라 현 의료시스템의 의사결정 주체들과 소통하며 차근차근 진보해야 한다.
현장 중심의 소통 역량
최근 2년 간의 비대면 업무체계나 재택근무에 대한 사회경제적 해석이 요구된다. 필자도 이 기간대학에서 이뤄진 원격학습, 비대면학습, 재택학습을 회고해보니, 사회인이 겪은 재택근무와 유사성이 많았고, 재택학습이 불가능하거나 수용불가적으로 불편했던 것도 아니었다.
교육이나 수업을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로만 국한하면, 원격 재택학습이 그리 단점만 부각할 것은 아니다. 시공간을 극복하니 만성적인 강의실 부족도 해소되고, 녹화 영상을 활용하니 원거리 거주 학생의 주거나 통학의 불편함도 해소되었다. 교수자는 시간낭비없이 강의에만 집중하니 약 20% 많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다. 더불어 한가한 시간에 녹화하니 낮 시간에 연구나 다른 업무에 집중하게되는 장점도 있었다.
한편, 전통적 대면방식보다 학습 효과는 감소한 것이 명확하다. 현장감이 떨어지고 교수자와 학습자간 상호작용이 낮았기 때문이고, MZ세대는 인터넷 강의에 익숙하므로 수강한 대학교육의 질이 낮다고 여기는 것은 대학별 교육여건이나 각 교수자의 소통스킬에서 편차를 느꼈기 때문이다.
소통의 부족에 대한 보충 방안
보건의료분야도 교육행위와 유사성이 있다. 먼저, 보건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라포(Rapport)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환자교육과 복약지도를 위해서도 유대감의 형성은 필수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시간이 지나면서 강화된 유대감은 치료 효과나 환자의 삶의 질과 정비례한다. 교사-학생 관계처럼 보건의료인-환자 관계도 대등하기 보다는 상하관계, 신뢰관계, 또는 의존관계로 발전되기 쉽다. 이 런 관계성은 그 대상이나 깊이도 잘 바꿔지지 않아 의료진을 무비판적으로 신뢰하거나 더 나아가 자기가 익숙해진 의료적 관행이나 시스템에 적응하게 되어 더 이상의 개선을 요구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관계 맺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보다는 감정적 교류와 공감을 중시하게 된다. 어쩌면 이런 특징이 대면진료를 더 중시하는 경향과 확신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사이의 관계성, 존재감, 행위가 오감으로 느껴지고 소통하는 데에는 여전히 당사자가 직접 만나서 이뤄지는 것을 대체할 방안이 없다고 인정해버린 것은 아닐까?
이런 가운데, 편리함과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불가피하게 강요된 비대면 기간을 겪으면서 신기술을 활용한 원격소통이 그동안 철저히 믿어왔던 방식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고 궁극적인 필요까지도 충족시켜준다는 사실을 지난 2년간 새롭게 경험했다. 그래서 재택 근무나 학습이 확대되는 것은 당연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무인응대시스템, 더불어 원격 의료나 약료가 지닌 경제사회적 효용성, 오지 거류민에 대한 의료평등성과 접근성의 향상, 그리고 미래산업으로서 가치평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국 확대일로를 걷게 될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그림1).
그림1. 우리나라 은행지점: 키오스크 화면에 나타난 AI은행원(출처: 아시아투데이)
원격의료의 본질과 적극적 기회 활용
미래에는 원격의료가 환자의 의료접근성 증진과 의료민주주의 및 산업화를 통한 의료수준향상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인은 이번 팬데믹을 지나면서 얼마나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속도가 빠르며 또 사람들이 변화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도 체험하였다.
원격의료는 이제 세계적인 큰 흐름이 되고 있다. 원격진료와 약배송, 홈케어, 약업확장, 약국과 악무의 디지털혁신, 약사직능의 세분화 전문화, 약국경영과 약료서비스로부터 생성되는 빅데이터의 산업적 활용, 개별약국들의 경제연합체 구성 같은 난제들을 이제부터 짜임새 있게 대비해야 한다.
6년제 약학교육과정에는 약사의 전문커뮤니케이션 과목을 신설한 대학도 많다. 그래서 필자는 미래에는 약사가 약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실천하도록 도와줄 교과목을 신설할 계획이다(그림2).
그림2. The Future of Pharmacy - Opportunities & Challenges (출처: Deloitte US)
미래의 약사는 디지털 기술을 깊게 이해하고 적극 수용해야 한다. 의학의 융합분야에 ‘의료공학(bio-medical engineering, BME)’이란 것이 있고 전국에서 학부과정에 의공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36개가 넘는다. 약학도 이른바 ‘약료공학’(pharmaceutical care engineering, pharmacal care engineering)이나 선진국처럼 ‘디지털 약학’(digital pharmacy)이란 분야의 구축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그림3).
그림3. Utilization of medical data sources and mobile application guidelines in the design of PharmActa. (출처: PharmActa: Personalized pharmaceutical care eHealth platform for patients and pharmacists. Journal of Biomedical Informatics 2019;100:103336)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지난 2년간 코로나 시대를 살다가 어느덧 ‘위드 코로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일군의 학자들은 코로나 팬데믹과 위드 코로나 시대를 합쳐 최장 5년이 소요될 것이라 예측하였다. 이에 약업계의 종사자들은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이나 조제, 투약이 여전히 전통적으로 약과학자나 약사의 역할이라고 머무르면 발전이 없을 것이다. 코로나가 초래한 5년의 시대적 변화를 통해서 보건의료전문가로서 소통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미래형 약료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2-16 1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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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6> 약국의 미래: 약국도 기술창업의 원칙과 틀을 준용하자
이제 우리나라에서 약국을 개설(창업)하는 과정에는 시장적 관점에서 큰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약국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일차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더구나 이런 기능은 임상약학과 약료 패러다임이 보편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지역사회 거주민을 위한 건강관리의 전진기지(Healthcare Post)로 강화되어야 한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 유럽국가들의 약국은 기업화되거나 규모의 경제를 형성할 양적 플랫폼까지 구축하고 산업적 특성을 강화하면서 더욱 포괄적이고 수준 높은 역할을 담당하도록 변모 중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약국도 약료서비스의 양과 질을 향상시키면서 경제적 주체로서의 역량까지 갖추려면 시장변화에 발맞추어 기업들이 추구하는 속성을 준용하는 것이 필요해졌다고 생각한다. 즉, 신기술을 중시하는 소위 ‘기술창업’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
기술창업의 정의
창업이란, ‘영리를 목적으로 개인이나 법인체를 새로 만드는 일’ 혹은 ‘창업자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자원을 결합하여 사업활동을 시작하는 일’이라고 정의하며, 형태에 따라서 (1)기술창업, (2)벤처창업, (3)일반창업으로 세분한다.
첫째, 기술창업이란, 혁신기술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제공, 판매하는 창업을 말한다. 둘째, 벤처창업이란 고위험-고수익 원리에 입각하여 꼭 기술창업은 아니더라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재2조2(벤처기업의 요건)에 상세히 제시된 항목에 해당하는 기업 유형으로 창업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 일반창업이란, 전술한 기술창업이나 벤처창업에 속하지 않는, 도소매업과 일반서비스업, 생계형 소상공인 창업 등을 뜻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약업생태계를 이루는 대다수의 약국은 세번째 유형에 가깝다고 보인다.
기술창업의 실제
기술창업이 특정분야의 혁신기술을 창출하는 기업을 창업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해당 기업군을 명확히 정의한 일관된 용어가 없으므로 흔히 벤처, 기술혁신, 혁신선도, 기술집약형 기업을 창업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창업이란 용어는 일반적으로 벤처기업을 연상시키는데, 왜냐하면 ‘벤처(Venture)’란 개념이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라는 의미로 자주 사용되기 때문이다.
기술창업에 대한 법률적, 학술적 의미를 살펴보면, (1)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R&D의 집중도가 높은 기업 또는 기술혁신이나 기술적 우월성이 성공의 주요 요인이 되는 기업의 창업’을 말하며, (2)미국 중소기업투자법에 의하면 ‘위험은 크지만 성공할 경우 높은 기대수익이 예상되는 신기술 또는 아이디어 기반으로 운영되는 신생기업의 창업’이며, (3)일본 와세다대학교 내 ‘기업가연구회’에 따르면, ‘성장 의욕이 강한 경영자가 리드하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생기업으로서 제품의 독창성, 사업의 독립성, 사회성, 국제성을 가진 기업’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다시 요약하면, ‘예비창업자가 체득한 기술, 경험, 노하우를 기반으로 사업에 착수하는 창업행위’라고 하겠다. 즉, 기술을 기반으로 한 벤처서비스는 물론, 모든 기술집약형 제조업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며 그 범주는 법률적으로 정의된 벤처기업보다도 더 실질적이다. 따라서, 벤처기업이라고 인증 받지는 않았으나 특정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중소기업까지 포함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21세기에 들어와 약국의 창업이 고전적 의미의 이른바 약국개설(일반창업)로는 더 이상 변화된 시장환경과 혹독한 경쟁 속에서 존속하거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느끼기에 보다 강력한 창업자 정신(기업가 정신)과 경영기법으로 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창업의 첫걸음
기술창업은 창업자의 특성, 창업 동기, 창업 형태를 기준으로 일반창업과는 차별화된다. 먼저, (1)창업자의 특성 측면에서, 기존에 관련 분야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창업자가 많고, 관련 분야의 경력을 가진 창업자가 그렇지 않은 자보다 기술수준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까지 있기에 관련 분야의 경험요소가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약국 창업도 동일하다.
다음, (2)창업 동기 측면에서, 조사결과 약 25%가 창업자가 강한 ‘개발욕구’를 가졌고, 또한 창업 동기는 기업의 기술수준과 상관관계를 지녔고, 창업 동기와 창업자 특성 사이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끝으로, 창업 형태 및 창업자의 역할에 대한 연구결과, 기술창업을 추진한 창업자가 기업의 기술개발, 마케팅, 자금융통, 생산관리 등 기업경영 전 과정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결과는 기술창업을 시도하는 창업자(CEO)에게 전문적인 경영활동을 교육하고 지원할 다양한 체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약국의 개설(창업)하는 약사(CEO)에 대하여 기술창업적 관점에서 연구한 결과가 거의 없어서 창업자의 특성, 창업 동기, 창업 형태 간의 상관관계나 특성을 파악할 수는 없다. 이는 여전히 약국이 일반창업의 수준에만 머물러있다면 약국 간 단순 경쟁이 가열되어 머지않아 약국생태계가 레드오션(Red Ocean)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기술창업의 단계
경영학적 이론에 따르면, 기술창업은 (1)기술창업의 모색, (2)창업절차 시행, (3)사업정착과 지속성장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 설계 및 실행 등 3단계로 구분한다. 물론, 일반창업이나 벤처창업도 비슷한 단계를 밟게 되지만, 기술창업을 준비하는 절차 중에는 창업자 분석, 사업아이템 분석, 지식재산권 확보, 시장 및 자원 검토, 사업아이템 선정, 사업타당성 분석, 창업 및 사업 개시의 순으로 진행할 것이 특히 강조된다.
기술창업에도 준비단계가 매우 중요한데, 최우선적인 것은 창업자가 지닌 역량의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SWOT분석부터 시작하는데, 창업자 본인뿐 아니라 창업팀 구성원이 보유한 (1)창업가 정신, (2)경험이나 지식, (3)경영능력 등을 구분하여 상세한 리스트를 작성하고 체크해야 한다.
이미 언급했듯이, (1)창업가 정신 측정의 세부항목은 진취성, 혁신성, 위험감수성, 자율성, 창의적 리더십, 사회적 책임감, 도전정신 등이고, (2)경험이나 지식을 측정하는 항목은 창업분야와 관련된 지식이나 경험의 수준, 외부 네트워크, 창업교육수강 등의 준비상태이다. 또한, (3)경영능력의 측정항목은 창업팀 구성과 조직관리 능력, 자원조달 및 활용능력, 시장조사 및 마케팅 전략수립 역량 등이다.
약사가 보유해야하는 혁신기술
기술창업에서의 ‘기술’이란 주로 고도첨단기술(High-technology)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기술’이란 용어를 접할 때 많은 약사들이 약국의 기술창업을 자신과는 무관하게 여기거나 시도조차 안하기가 쉽다. 그래서 필자는 약국을 개설할 때 보유해야 할 기술(技術)을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하며 열린 마음으로 꼼꼼히 배우고 익혀서 숙달되기를 기대한다.
첫째, 약사가 체득한 내재적 역량을 뜻하는 기술(Skill)이다. 7-Star Pharmacist, 9-Star Pharmacist는 독자들도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의료교육학자인 조지 밀러는 기술 피라미드(Skill Pyramid) 이론을 주장했는데, "의료인이 전문적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데, 복잡한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한 가지 평가만으로 얻을 수는 없다"라며 4단계 프레임 워크를 제안했다. 즉, 지식의 습득 후 반복과 숙달되는 과정을 거쳐 임상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상태를 기술(Skill)이라고 표현한 것이다(그림1).
그림1. 전문직업적 정체성 형성을 포함한 밀러의 피라미드(출처: Acad Med, 1990; 65(9suppl): s63-s67.)
이 같은 주장을 7-Star Pharmacist, 9-Star Pharmacist에도 접목하면, 알려진 7개나 9개 항목은 약사가 갖춰야 할 역할적, 기능적 개념이지만, 이는 단지 “약사는 이래야 한다”가 아니라 “그렇게 되기 위해서 무엇을 배우고 익히고 갖춰야 한다”는 과제까지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래 그림2의 3번에 보였듯이 약사가 좋은 의사소통자(Communicator)가 되려면, 의사소통을 위한 기본적, 실제적 지식을 배우고 반복숙달하여 환자나 소비자, 동료 의료인과 실제로 소통을 잘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그림2). 마찬가지로 약사가 9번째의 창업가(기업가)가 되려면, 다양한 경영기술(Management Skill)을 익히고 숙달하여 약업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림2. 9-Star Pharmacist (출처: WHO, FIP)
둘째, 약업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실체적 기술(Technology)이다. 전세계의 약업현장은 이미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혁신되고 있다. 이제는 환자약력관리 프로그램, 전자처방전, 자동조제기, 전사적자원관리(ERP), POS시스템 등이 보편화되었다. 이외에도 거동이 불편하거나 특수한 상황에 놓인 재택환자를 홈케어(Home Care)하도록 원격 관리체계를 제공하는 플랫폼, 자동결제시스템, 안전한 배송, 원격 복약지도 시스템과 세부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차원의 기술창업을 추구해야 한다.
앞으로 약국을 창업할 미래의 약사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technology)과 더불어 9가지 전문기술(skill)을 충실히 연마함으로써 약료와 경영의 전문가로서 이른바 블루오션(Blue Ocean) 시장을 만들어내는 기술창업을 추구하면서 약사의 업(業)의 본질을 향하여 정진하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2-03 10: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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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5> 약국의 미래: 약국은 개설보다는 창업이다
역사적으로 약사사회는 법인약국 체제의 전면적인 도입을 반대해왔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약국은 유통판매기능이 더 강조되는 개인기업의 형태이다. 작은 개인기업이 거대 기업군들이 군웅할거하는 생태계에서 존속하려면 더더욱 최신 경영학적 이론과 실기로 무장해야만 견디어 낼 수 있다. 비록 약국이 거대 법인체는 아니더라도 약국의 책임경영자인 약사는 이제부터 약국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신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소위 ‘기술창업’의 기술을 학습해야한다.
창업가 정신
창업가에게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가’ 라고 질문하는 것은 ‘왜 그렇게 사서 고생하냐’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기업가란 직업을 택한 이유가 단지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 경영과정에서 겪는 무수한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기 어렵다. 역경을 견디는 힘은 올바른 기업가 정신 즉, 내적동기에서 유래하고 이는 자기의 직업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얻어진다.
직업에서의 진정한 의미란 어떤 일을 했을 때 숭고함을 느끼는지 여부에 달렸다. 예를 들어 군인은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킬 때 숭고하고, 의료인은 목숨을 걸고 사람의 생명을 구할 때 숭고해진다. 한편, 기업가는 목숨을 걸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물자와 서비스를 제공할 때 숭고해지는 직업인 것이다. 따라서 기업가는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적이 아닌, 사람들이 원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
창업가 정신의 분류
슘페터 이후 창업가 정신이 학자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되었는데, 먼저 (1)’경제학적 접근’은 노화된 사회경제의 갱신, 새로운 성장력 제고 등이 핵심요인이라는 견해이고, (2)’사회문화적 접근’은 사회문화적 요소가 창업가 정신의 특징을 부여하는 결정적 요소이며 자본주의 사회를 탄생시키고 발전시킨 원동력이라는 주장이다. (3)’심리학적 접근’은 창업가 정신 자체에 대한 연구보다는 심리적 특징이나 행동을 행동과학적으로 접근한 것이고, (4)’경영학적 접근’은 조직 내부의 구성원이나 조직 전체의 경영활동 및 성과를 조직적 현상으로 해석한 것이다.
창업가 정신의 구성요소
여기에는 보통 5가지가 거론되는데, 먼저 혁신성(Innovatineness)이다. 슘페터에 의해 처음 도입된 개념으로서 공정혁신, 기술혁신, 새로운 시장개척 등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추진하려는 경영활동으로 경영상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 조직의 생존과 미래 성장의 기반을 제공한다.
둘째, 위험감수성(Risk Taking)은 불확실한 결과가 예상되더라도 과감히 도전하려는 의지의 정도로서 위험에 무관심하고 위험을 즐기는 것을 의미하나,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위험을 부담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업에 참여하기에 앞서 신중하게 위험을 계산하는 태도를 가지고 불필요한 위험은 회피해야 한다.
셋째, 진취성(Proactiveness)은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서 시장변화에 참여하는 적극적 행동으로서 시장수요에 부응하려는 경영활동을 의미한다. 단순히 경쟁자들에게 대응하기보다는 먼저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 관리기법 등을 도입하는 특성을 가진다.
넷째, 자율성(Autonomy) 즉, 내부통제 위치이다. 훌륭한 기업가는 자기 스스로를 믿으며 자신의 삶과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내부통제의 축을 보유한 자로서 운영이나 행운 등에 지배 받지 않고 강한 성취욕구를 지니고 있다.
다섯째, 경쟁적 공격성(Competitive Aggressiveness)인데, 성공하는 기업가는 유동적이고 애매모호한 상황을 견디며 이겨내는 속성을 가지며, 사업상의 실패를 충분히 예측하고 용기를 잃지 않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창업가 정신의 측정
티몬스는 창업역량 평가지표로 6가지 핵심요인을 지적했는데, 여기에는 (1)가치추구, (2)창의적 행동, (3)기회추구, (4)헌신, (5)열정, (6)위험감수의지가 포함된다. 즉 창업가는 경쟁환경 속에서 자원과 기회를 효과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사람인데, 창업가 개인적 특성요인을 측정하는 14개 항목과 업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측정하는 8가지 항목으로 세분화되기도 한다. 이 요인들은 창업가의 개인적 특성뿐만 아니라 업무수행에 필요한 전문적 역량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그림1).
한편, 카랜드(Carland)는 창업역량 평가지표로서 (1)자기 유능감, (2)혁신 선호, (3)위험감수성, (4)창업가적 비전 등의 구성요인을 지적했는데, 예비창업자와 기창업자를 구분하여 구성하였다(그림2).
추가적으로, 국가수준의 지표로는 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 (GEM)과 Total Entrepreneurship Activity (TEA)가 있다. 먼저, GEM은 국가별로 비교가능한 창업가 정신 수준의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공동연구프로그램인데 전세계를 대상으로 각국의 창업활동수준을 조사한 것이다. 그리고 TEA는 성인(18~64세) 최소 2천 명 가운데 초기 창업활동에 참여하는 성인비율을 나타내는 국가별 초기 창업활동지수를 나타낸다.
그림1. 티몬스의 창업역량 평가지표 그림2 카랜드의 창업역량 평가지표
알파기업과 베타기업의 차이
알파기업과 베타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인간관 곧 ‘인간의 노동에 대한 태도’이다. 알파기업은 ‘사람은 모두 노동을 싫어한다’ 라는 생각을 전제로 운영된다. 기업의 최상위 목표인 이윤창출을 위해 사원들에게 성과창출을 강요하며 그 결과를 ‘평가’하며 경쟁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런 평가방식은 객관성이 결여되고 시간과 자본이 크게 소요되며 많은 오류를 낳는다.
객관적이지 못한 평가방식 때문에 결국 승자와 패자로 양분되며, 승자는 진정한 의미 없는 노동에 안주하고 패자는 노동의욕을 상실하여 결국 공동체 내에 불신이 고착된다. 이런 인간관을 기반으로 야기된 경쟁은 퇴사율이 높아지는 원인이며 결국 생산성은 저하되어 기업은 침체에 빠진다.
반면, 베타기업은 ‘인간은 노동할 때 비로소 행복해진다’는 인간관에 기초한다. 그래서 기업은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고 불신의 장막을 걷어내는데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직원들은 자율과 책임, 위임과 경청, 승복의 균형적 구조 속에서 일하며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적 역량을 가지게 되어 상호 신뢰하고 또 신뢰받는 리더가 된다.
더불어 생각해보자. 현재 내가 경영하는 약국은 알파기업인가 베타기업인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차이
스타트업(Startup)과 중소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성장(Growth)’이다. 중소기업은 통상적으로 매출을 높이는데 목표를 두지만 스타트업은 성장할 가능성(Potential)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스타트업이란 성장을 목표로 만든 인위적 조직이다. 그리고 기업성장과 경과시간 사이의 관계를 그래프로 표시하면 기울기, 즉 성장률은 매우 급격히 증가한다. 급격한 성장세의 스타트업은 일반적으로 한 주당 7%의 성장을 기록하며 1년에 12배 정도 성장한다.
스타트업을 경영하면 여러가지 문제와 직면하지만 모든 문제는 오로지 ‘성장’으로 해결할 수 있고다소 부족한 부분은 외부 투자를 받아 충당하면 된다. 따라서 어떤 스타트업이라도 만약 성장하지 않거나 성장 이외의 일에 집중한다면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한편, 중소기업은 일반적으로 1년에 5% 정도 성장하며 외부 투자는 잘 받지 않는다. 또한, 기업을 스타트업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어떤 시장에서 어떤 것을 누구에게 팔 것인지 정해져 있느냐’이다. 이것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스타트업이라 부를 수 있다. 어떤 가치를 실현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으면 사업경험을 통해 최소비용으로 실패하는 법을 터득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점차 뚜렷한 회사의 가치를 세워나가야 한다. 회사의 가치가 정해지면, 사업계획서, 즉 어떤 시장에 어떤 것을 누구에게 팔 것인지를 명확히 정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약국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하여 벤처기업으로 성장하였다가 차츰 중소기업의 속성을 가지는 순서로 변화 혹은 발전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체되어 있을까?
약국은 창업이어야 한다.
기업은 창업 후에 무조건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을 창업하여 성장시키는데 필수적인 창업자 정신과 경영원리를 소개하면 약사들은 공감하면서도 왠지 낯설고 어색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통상적으로 약사나 의사 등 보건의료전문인이 자신의 기업을 가지는 것을 ‘창업’이라 하지 않고 ‘개설(개국 또는 개원)’이라고 불러왔다. 마치 약국의 개설은 물건을 파는(장사하는) 점포를 여는 것과 같은 이미지다. 한 명의 약사가 관리, 운영하는 약국의 크기와 자본조달 능력, 전문약 처방전 수의 제한, 그리고 취급 가능한 모든 의료제품의 수를 감안한 자기 역량의 최대치를 고려한 선택의 결과물인 것이다.
게다가 이 어의에는 약국이나 의원의 규모와 기능과 역할이 어느정도 한정되어 있는 듯하다.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의 약국경영은 ‘약국의 개설’로 시작된다. 즉 약국이란 공간은 조제실을 설치하고 약사면허증과 약국개설증을 동시에 게시한 이른바 조제와 의약품의 판매를 위한 공간이지, 약국과 약사의 본원적 역할과 기능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는 ‘개설(開設)’보다는 먼저 약사의 창업의 중요성을 되새겨보고 싶다. 창업(創業)이란 나의 평생의 업(業)을 시작하는 숭고한 행위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약사의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리고 약사로서 약국을 통해 자신의 약업을 이루려는 것은 ‘개설’이란 용어에 담기보다는 분명 ‘창업’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새해는 우리 안에 고착된 바, ‘약국이란 공간을 관리하는 약사의 역할’로부터 ‘자기의 일을 창업한 약사가 약국이란 공간을 어떻게 경영’ 할 지를 고민하면서 이른바 ‘창업가 정신’을 가다듬는 시작점이 되면 좋겠다.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1-19 0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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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4> 약국의 미래: 약업 현황의 돌파구로 기업가 정신을 강화하자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경영활동을 모색하여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시점이다. 특히 지난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 사태는 약업계 종사자들에게 절박함을 안겨주었고 혁신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더불어 극적인 시도까지 강요하였다. 약업계는 어떻게 이 고통스런 현황을 돌파할 묘책을 찾을 수 있을까? 위기상황일수록 초심과 근본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조언이 생각난다. 그래서 새해 벽두부터 약국경영자들이 가진 기업가 정신을 되새겨 봄으로써 위기 극복의 원동력을 찾아보도록 하자.
기업가 정신
‘기업가 정신’ 혹은 ‘창업가 정신’이란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기회를 포착하여 혁신적 사고와 행동으로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생각과 의지를 뜻한다. 피터 드러커 교수는 Entrepreneurship을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 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이라고도 표현하였다.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란 어휘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리차드 드 칸틸런으로 알려진다. Entrepreneur는 프랑스어의 '시도하다', '모험하다'란 뜻의 동사인 entreprendre에서 유래했다. 초기에는 entrepreneurship을 기업가들이 지녀야 할 도전적이고 모험적 특성을 중심으로 개념을 정리하였다(그림1).
그림1. 다양한 기업가 정신의 정의. [출처] 기업가 정신이란? 옐로스카이 저
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의 실체를 ‘혁신(innovation)’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했는데, 예컨데 새로운 생산방법에 의한 상품개발을 ‘기술혁신’이라고 규정한 뒤 이를 통한 창조적 파괴를 실현하는 기업가를 '혁신자'라고 불렀다. '혁신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특성이자 항목으로는 ①신제품 개발, ②새로운 생산방법 도입, ③신시장 개척, ④새로운 원료나 부품의 공급, ⑤새로운 조직의 형성, ⑥노동생산성 등을 역설하였다.
‘Entrepreneur’를 ‘창업가’로 번역하는게 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다. 왜냐하면 기업가 정신이란 소규모 사업체를 설계, 출시 및 운영 과정을 거쳐, 제품, 프로세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판매하는 일체의 과정이며, 사업을 창조하는 자를 기업가로 부르기에 기업가 정신이란 이익창출을 위하여 사업과 조직을 발전시키고 관리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신생기업은 창업초기에 고위험 상태에 노출되며 상당수가 자금부족이나 환경적 위기 등으로 폐업의 위기에 직면한다. 2000년대에는 "기업가 정신"을 어떤 개인(또는 조직)이 기회를 식별하고, 실행하고, 새로운 상품 또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기업체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표현했으나, 최근에는 확실하지 않은 기업경영의 본질을 더 강조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존재는 이윤을 실현하기 전에 그 존재를 발견하거나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기회’란 경영에 실제 필요한 사업수완, 재정적 또는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기업가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이점은 우리 약업경영자들도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지금 다시 기업가 정신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를 잘 구비한 기업가는 (1)불확실한 환경에 신속ㆍ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뿐 아니라, 혁신적 경영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며, (2)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변화시키는 시도를 감행하며, (3)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시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기업가 정신 설명 모델
티몬스는 기업가 정신을 이해하기 쉽게 모델화 했는데, 이는 기회(opportunity)와 팀(team)과 자원(resource)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고, 기회와 자원의 차이를 창조적 도전을 통한 기업가 정신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기회가 있으면 자원이 모자라더라도 기업가 정신을 활용하여 도전하라는 뜻이다(그림2).
그림2. 기업가 정신 설명 모델. [출처] 기업가 정신이란? 옐로스카이 저
기업가 정신의 키워드
그렇다면 어떤 것이 진정한 기업가 정신일까? 기업가 정신을 잘 표현하는 어휘로는 가치창출, 기회추구, 이윤추구, 위험감소, 창조적 정신, 경영혁신, 자원재조합, 성장성 등이 손꼽힌다. 경영학자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혁신을 통한 가치창출”로 압축된다.
고 이민화 교수가 주창했던 기업가 정신에 대한 철학을 되짚어보면, 만약 혁신을 통한 가치창출에만 집중하고, 자신의 주변과 어떻게 분배할 지에 대한 고민이 결핍된다면, 이런 류의 기업가 정신은 내가 하면 좋은 것인데 남이 하면 나쁜 것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계하였다. 즉, 이윤추구라는 것이 가치의 분배와 연결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기업가 정신을 바라본다면, 이는 가치창출과 가치분배가 순환하는 과정이라 할수 있다. 왜냐하면 가치창출을 위해서 ‘기회발굴’과 ‘핵심역량’을 기르는 것이며, 가치분배를 위해서 ‘동기부여’와 ‘기업문화’를 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림3). 그래서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나 약사의 지역사회 봉사 및 기여 활동은 일치하는 개념이다.
그림3. 혁신의 선순환 과정으로서의 기업가 정신. [출처] KCERN 이민화 교수
기업가 정신의 활성화 요소
기업가정신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2가지가 필요하다고 알려진다.
첫째, 개인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혁신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미국 창업생태계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실패를 하더라도 재도전의 기회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은 평균 2.8회의 도전 후에 성공한다고 알려졌다. 이는 평균 2번 실패하고 3번째 도전에서 성공한다는 뜻이다.
둘째, 사회적 혁신의 안전망이 구축되면, 다은은 각 개인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키워야 한다. 곧 기업가 정신을 함양해야 하는 것이다.
약사의 기업가 정신
약사의 기업가 정신이란 어떤 의미일까? 약사윤리, 약사정신, 7-star pharmacist 등은 그동안 많이 회자되었지만 약국이란 기업체의 경영자로서의 정신, 신조, 가치관, 추구하는 궁극의 가치같은 요소에 대한 연구결과는 드물다.
약사는 보건의료전문가이지만, 약국이란 기업체의 경영자이다. 그래서 약사에게 기업가 정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약국경영의 핵심요소이다. 특히 위기상황에서는 올바르고 강직한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업가 정신이란 개념에는 주관적 요소가 강하므로 획일적인 정의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매우 주관적 감정인 ‘행복’조차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이른바 ‘행복지수’가 존재하듯이 올바른 기업가 정신에도 기초적인 기준이 존재한다. 경영학자들은 (1)'기업(약국)이 얼마나 넓게, 멀리 바라보는가?'와 (2)'기업(약국)이 사회적 책임을 지려고 하는가'라는 2가지 물음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
위 2가지 요소가 충족되었는지 여부로써 올바른 기업가 정신을 보유했는지 여부를 살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멀리 바라 봄은 미래를 고려하는 것이며, 넓게 바라 봄은 다양하고 열려있는 창의적 사고를 한다는 뜻이다. 당장의 손익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며 지속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성공의 지름길이다.
전술했던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려고 하는가?'는 단순히 이윤만 추구하며 각종 불법적 방법으로 소비자의 삶과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건 제대로 된 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회적 책임이란 기업을 이루는 생존, 성장, 책임이란 3가지 요소 중 하나이다.
기업가 정신은 기업체의 핵심요소이다. 위기속에서도 성공적인 기업가로 약국경영을 꿈꾼다면 자기가 어떤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업체를 이끄는 사람이 경영철학이 부족하다면 처음에는 부흥할지 몰라도 위기에 봉착하거나 지속가능성이 저하될 것이다. 이미 약국을 경영 중인 약사들은 임인년 새해 약국 창업 시 품었던 기업가 정신은 되새겨보자.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1-05 14: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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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3> 약국 및 약무의 혁신: 변화의 기준선이 필요하다
건축현장에서 터를 다지고 기둥을 세우며 벽과 담장을 쌓기 위하여 ‘기준선(다림줄, plumb line)’이란 것을 사용한다. 왜냐하면 건축자의 경험도 중요하고 동료 건축자의 눈매도 도움이 되지만 사람의 감각은 항상 정확한 것이 아니며 상황이나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기가 쉽기 때문이다.
경영현장에서 혁신을 추진할 때도 비슷하다.
우리는 남이 만들어 놓은 기준이나 제도나 방식을 바꾸는 것을 혁신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건축물을 혼자 세울 수 없고 반드시 동료 건축자와 협업이 필요하듯이 우리나라의 약업시스템도 수많은 이해관계자 및 직간접 종사자 사이의 견제와 균형, 합의에 따른 결과물이다.
단순한 일상생활이나 관행조차 바꾸는 것이 어렵다. 필요하지만 고통스럽고, 당연하지만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변화’이다. 그래서 변화와 혁신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준과 계획부터 면밀히 세우는 일을 선행해야 한다.
전례가 없는 변화의 고통
우리 정부는 예방백신 접종률 80%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이른바 ‘집단면역’을 기대하며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선포했었다. 하지만 약 50일 만에 이전 4단계 수준의 방역체계로 회귀하는 결정을 내렸다. 논란은 계속되지만 우리나라가 팬데믹에 과연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 공과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위기의 시간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백신접종률, 신규감염자나 중증치료자, 감염사망자의 통계치, 그리고 경제성장률, 수출입 경상수지, 명목상 GDP 등과 같은 절대수치와 이를 외국과 비교한 상대수치만으로 현재 국민의 겪는 고통이나 안정감, 행복감이나 정치경제적 성과를 논하기는 어렵다.
영토나 자원, 군사, 경제, 과학기술,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패권국가의 상징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역량, 백신접종률이나 사망자 수, 경제적 지표만으로 국가간 우열을 가리는 것이 적절한지 의심스럽지만, 어쨌든 위기사태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행정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국가와 단체의 기본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을수록 선진화된 조직에게 중요한 것은 구성원과 시스템이 보유한 위기관리 역량이란 생각이 강하게 떠오른다.
기준이 없는 변화의 고통
코로나 팬데믹이 선포된 지 2년이 흘렀다. 이 기간이 급작스럽게 닥쳐온 위기를 인식하고 초기 대응에 몰두했던 때라면, 그동안 우리 사회의 위기관리 역량과 시스템은 비교적 잘 작동했으며 모든 구성원의 협조와 희생도 칭찬받을 수준이었다고 필자는 평가한다. 혼돈한 상황을 헤쳐가는데 요구되는 자질은 ‘질서의 유지’와 ‘진실한 소통’과 ‘전문적인 실행력’이 아닐까? 이런 기능은 정부와 언론과 전문가 그룹이 주로 제공하는 것이 옳다. 특히 전문가 그룹은 정확한 상황분석과 대응방향성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하고 대응방안의 수립이나 선택, 시행과 사후 책임은 정치권과 정부 기관의 몫이다.
우리나라는 권력과 책임이 소수에게 집중된 구조인데, 선거와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 고나료나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구실로 한발짝 물러서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한다. 시민단체는 권력과 정부와 언론을 감시한다 하지만, 그럼 우리사회는 과연 누가 혁신의 주체적 역할을 맡는 것일까? 그래서 필자는 지금 두가지에 대한 준비와 실천을 강조한다. 첫째는 단기적으로, 지난 2년간 시행한 임시 방편이나 조치에 대한 파급효과나 여파에 대한 대처이고, 둘째는 중장기적으로, 차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도의 위기사태가 다시 찾아올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단기적 대응은, (1)임시방편적 조치를 취한 경제적 부담의 처리, (2)법제도의 파행적 실시에 다른 부작용의 최소화, (3)임시적 대응안 실시에 따른 크고 작은 폐해와 충격을 정상화 하는 것이다. 먼저 지난 2년간 약국 및 약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재평가해야 한다. 약국은 유통 및 판매 기능이 우세하므로 전국적인 의료 및 진료 패러다임 변화상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약국의 매출은 감소했고, 종사자의 피로는 증가했으며, 근무약사와 종업원(약무조무자)의 일자리는 감소했다. 만약 약국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으면서 감수했던 것은 무엇인지 그 피해는 일시적인지 고착되었는지 지난 2년간 약국경영에 미친 요인별 분석도 긴요하다.
고통을 감수하는 수용적 타성
약국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의 일부이지만 이번 위기에도 SARS나 MERS 때처럼 위기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보건의료기관으로서 부각되거나 주목받지는 못했다. 약사와 약국을 대표하여 약사회의 전략과 실행은 적절했는지? 위기대응 조직이나 기능, 그리고 업무담당자의 역량은 충분했는지? 정책이나 정무적 의사결정시스템은 온전했는지? 주요 사안에 대한 위원회별 업무분장과 협력은 유기적이었는지? 국민과 회원을 위한 리더십(leadership)과 서번트십(servant ship)이 적시에 적절히 작동되었는지? 모두 점검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런 질문들은 어떤 집행부의 공과가 아니라 약사회 자체의 기본역량이기 때문이다. 만약, 열거했던 자기평가의 기준이나 프로세스가 미흡하다면 이번 기회에 시급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번 팬데믹 상황에 각종 긴급조치, 세제지원, 보상급여, 기존 제도의 일시중단 혹은 강제조치 등도 충분한 협의나 조율 없이 집행되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 약국이나 약사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거나, 부당이익을 취했거나, 불법과 편법을 자행하여 공공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한 경우는 크게 알려진 바 없다. 대중음식점이나 위락시설, 공공기관, 병의원 등에 비하면 약국은 1인당 평균체류시간이 짧아서 소비자의 체온측정이나 방문기록을 남기는 것을 크게 강제하지 않는다. 즉, 국민이 약국 이용이나 약사로부터 약료서비스를 제공받는데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거의 없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약사들도 그저 이런 임시적 상황에 단지 익숙해지기 보다는 평가기준을 가지고 꼼꼼히 미래를 위한 대안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권력에 의해 약업현장이 과도하게 통제되거나 이익이 침해된 것이 무엇이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고통을 이기고 미래에 대응하는 자세
무엇보다도 약업계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차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도의 위기사태가 다시 찾아올 때를 대비한 중장기적 준비이다. 약업계는 지난 2년간 순발력과 인내심, 수용성 측면에서 우수함을 보여주었고, 약국경영의 다각화와 차별화를 추구한 경우도 많이 있었다.
어떠한 보건의료직능인보다 약사는 변화에 적응하고 현명한 대안을 잘 수립했지만 순발력과 인내심에 근거한 부분에 국한되면 안된다. 약사회, 약학대학, 약업 관련 기업과 연계하여 한 차원 높고 멀리 내다보며 대안을 수립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다.
코로나 사태 이전(before corona)까지는 약업계의 관심사는 고령화와 방문약료, INN 명칭사용, 한약사 문제 등이었다. 이윽고 코로나가 시작 이후(after corona) 여기에 팬데믹, 약국경영, 디지털 헬스케어가 새로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지나며 진정한 코로나 이후(post corona)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간과하면 안되는 것은 팬데믹으로 인하여 ‘디지털 전환’이 보건의료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주요한 변수로 기존에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빨리 표면화 되었다는 사실이다. 정보통신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이 몸집과 영향력을 키웠고, 신속배달, 재택근무에 적응된 소비자들은 원격의료와 의약품 배송, 맞춤형 의료서비스나 건강관리를 자연스럽게 수용한다. 벌써 경제사회적 근간을 바꿀 정도의 변화가 시작과 더불어 가속되었기에 약업계의 인식전환과 수용이 시급하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자 즉시 의사회, 약사회, 치과의사회는 코로나 때문에 임시 허용했던
원격의료 및 약배달 사업을 전면 금지시키라고 요구하였다. 정부도 요구를 수용하는 듯 했지만 내면은 전혀 다르다. 정부는 그간 지역사회 만성질환자 대상 원격진료플랫폼을 개발하였고 시범사업까지 완료하였다. 22년부터는 이를 이용하면 건강보험수가를 지불한다고 발표했다. 재택진료(원격진료) 기반을 정부가 개발해주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원격진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뜻이다.
동네 의사가 만성질환자 1명을 원격진료하면 1회 5만원씩 건보료를 지급받는다. 예를 들면, 기존 당뇨환자를 하루에 30명만 원격플랫폼으로 3분씩만 진료하면 1일 90분만 투입해도 의사 1인당 150만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이다. 그동안 원격의료 금지를 주장하던 의사회는 돌연 입장을 바꾸어 원격의료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니 이제부터는 의사의 보상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자의 증가, 그리고 입원치료보다 훨씬 저렴한 재택치료를 국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해결한다고 필자가 지난 호에서 주장한 것이 우리나라에서도 22년도부터 전면 실시된다. 과연 팬데믹 시대를 겪으며 세계적으로 보건의료서비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우리 약업계는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것인가?
역사와 현장에서 답을 찾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어구이다. 하면, 약업계 종사자들은 약업의 역사를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의료 현장은 빠른 속도로 디지털 전환이 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의료인들은 아직도 진료절차나 검사정보이송, 조제투약, 보험행정절차 등이 간소화되고 의료기록이 디지털화 되는 것을 ‘의료의 디지털 혁신’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종국에는 인공지능(AI)에게 대체되는 의료인력과 AI를 학습시키는 의료인으로 구분된다는 것이 디지털 혁신의 실상이다. 이런 매서운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리지 않도록 약업계도 단계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향후 3년간 봉사하게 될 244명의 약사회 회장 선출이 얼마전에 끝났다. 이들의 주요한 공약을 보면 임기 3년의 단기전략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약료의 전문화와 변화의 가속화는 교육혁신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과 보건의료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려면 약사 및 약업종사자의 인식과 전략, 비즈니스모델과 조직문화의 변화와 더불어 아예 디지털 혁신의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 지금 우리의 기준선은 더 준비되어야 한다.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1-12-22 0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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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2> 약국 및 약무의 혁신: Deep Change or Slow Death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고민하는 연말이 돌아왔다. 지금은 전세계의 경영조직들이 한 해 성과를 점검하고 반성하며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는 시기이다. 더욱이 2022년도는 약사회 본회, 지회, 분회에서 봉사할 회장 244명을 새로 선출하고, 통6년제 학제를 시작하며, 2023년도에 시작할 전문약사자격 면허제도를 대비하는 중요한 해이다. 국가적으로는 새정부가 출범하여 누적된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개혁을 추진할 텐데, 현황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어려움은 한동안 지속될 기세이다.
한편, 산업계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속화 함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기술, 산업, 교육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거대한 변화의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다. 이제 다시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인지 아니면 현실에 매몰되어 서서히 죽어갈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 이같이 중요한 시기를 살아갈 약업에 종사하는 전문인들이 준비하고 실천해야 할 것을 한번 정리해 보자.
리더십 혁신
리더십은 미래를 향한 비전제시 역량이자 소통과 설득하는 힘이다. 미래는 현재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궁금증과 불안감을 준다. 더구나 수많은 변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려올 때는 변인의 방향성과 상호작용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파악하기가 난해하다. 인간의 한계가 그러기에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통찰력과 설득력이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공포심을 낮춰주며 비록 잘못 선택할 지라도 다 함께 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주는 영향력 이야말로 대중이 바라는 지도력이다.
리더십의 발휘에는 첫째 사고의 혁신이 동반된다. 확장되고 창의적인 생각. 독특하고 낯설지만 함께 가보고 싶은 대안. 논리정연함과 공감은 물론, 후회도 없고 남 탓으로 돌릴 필요가 없는 상황. 사고력도 체계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일반적으로 지도자의 머리가 좋다는 뜻은 기억력에 기반하여 판단력이 우수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 기억이나 방법에만 매몰된다면 비록 기억력은 좋을지 몰라도 변화의 수준과 방향성에 둔감하여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기 쉽다.
리더십의 두번째 핵심은 행동의 혁신이다. 대중은 지도자의 행동은 보고, 느끼고, 추종한다. 아무리 지도자가 다양하고, 심오하고, 올바른 생각을 가졌다 해도 적시에 적합한 행동으로 표출되지 않으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혹자는 리더십은 훈련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 나는 것이라 주장하지만, 필자는 리더십을 철저하고 혹독한 훈련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의 행동을 따른다는 것은 신뢰감을 느끼기 때문인데, 신뢰감이란 리더가 보여준 탁월성, 일관성, 도덕성, 인내성, 용감성, 헌신과 희생의 정도와 비례한다. 그래서 신뢰감이 높은 리더의 행동이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리더십의 세번째는 조직과 체계 운영의 혁신이다. 특정 인물의 생각이나 행동만으로는 시대적 혁신을 달성하기가 미흡하다. 한 사회나 조직을 변화시키려면 조직구성원의 5~15%가 변화촉진세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알려진다. 고사성어에도 ‘독불장군’이라고, 혼자서 세상을 바꾸기란 불가능하다. 두 세 사람만 모여도 조직이며 이는 다수의 사람이 신념과 목표를 가지고 기능적 활동을 유기적, 협동적으로 발휘하는 일종의 생물이다. 그래서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이전 조직의 구조와 기능과 역할과 임무와 책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대기업의 대표이사였던 이가 중소기업의 대표이사가 되어서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면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물론 그 역도 참이다.
약사회, 약학대학, 제약 및 유통 기업, 그리고 약업생태계 구성원 모두는 내년에도 리더십의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회원 8만명의 약사회가 변화하려면 잘 훈련된 상위 5%, 즉 4,000명의 약사가 변화의 선두에 서야 한다. 한 조직의 리더는 2명의 핵심 추종자와 더불어 조직을 운영, 통제하고 혁신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래서 4천명의 약사가 핵심 리더가 되면, 그 3배(15%)인 12,000명의 약사가 약업계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이 될 수 있다.
교육 및 전문화 혁신
내년부터 두가지 근본적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약학대학 교육과정이 통6년제로 변하고 전문약사 면허제도가 도입되면 우리나라에는 두 종류의 약사면허가 존재한다. 즉, 22학번 6년제 입학생이 6년후에 약사면허를 취득하고 3년간 실무경력을 지니고 전문약사면허를 취득하면 2031년도에 최초의 통6년제 출신 전문약사가 배출된다.
이에 (1)학부과정의 교육혁신, (2)실무실습 교육혁신, (3)대학원과정의 교육혁신, (4)약사면허를 위한 교육혁신, (5)전문약사면허를 위한 교육혁신, (6)약사 평생학습을 위한 교육혁신이 동시다발적으로, 또는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누군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고난이도의 작업일 것이다. 위의 (1)과 (3)은 약학대학이 담당할 분야이고 (2), (4)~(6)은 약사회가 담당할 분야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는 교육의 목표와 성취도를 먼저 정한 뒤 평가 기준과 방법을 정해야 한다. 자칫 이수자격이나 교과과정, 세부내역을 먼저 정하면 향후 교육 프로그램 자체는 물론, 자격제도와 배출 인력의 위상이나 역할에 부작용이 생겨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겪게 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였다. 하지만 약업계와 약사회 안에는 교육, 훈련, 연수를 전담하는 조직이나 인재가 많이 부족하다.
이렇게 산적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 필자는 대한약학회 또는 대한약사회 산하에 단독 또는 협력적 상설기구로서 (1)’약사교육연수국’과 (2)‘약사평생연수원’ (3)’약사 리더십 스쿨’을 신설 및 확대, 개편할 것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1)은 약사회 부서로서 약대생 실무실습 교육, 약사 평생교육, 전문약사 교육훈련 전반에 대한 정책수립 및 기획, 제도화 및 법제화, 운영 및 평가, 관리감독 등을 책임지면 좋겠다.
한편, (2)는 약사의 전문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이른바 평생교육 실시기관으로서, 약사를 위한 ①기반교육, ②보수교육, ③전문교육을 총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약사회에 ‘사이버 연수원’이 운영 중이지만 이 정도 플랫폼으로는 미래사회의 교육훈련 수요 및 수준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그림1).
그림1. 미래대안 도출방안 (출처: 하와이대학교 짐 데이터 교수)
먼저, ①’기반교육’ 범주에는 약국경영학, 보험 및 세무, 디지털 신기술, 스마트 헬스케어플랫폼, 약사윤리와 법규, 공중보건학, 지역사회 건강관리, 역학 및 의약통계학, 의약정보 플랫폼과 활용기술 등이 포함되면 좋겠다. 그리고 ②’보수교육’ 범주에는 질환별 약료실무, 최신전문처방 해설, 신규 인허가 국내외 의약품, 마약 및 향정약,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기능성향장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 의료용품 등이 포함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③’전문교육’ 범주에는 전문약사자격 취득을 위한 10여개 분야별 심화약료 이론 및 기술을 다루도록 특화되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①, ②, ③ 모든 과정은 온라인/오프라인 병행의 학습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만간 약사평생연수원은 미국 등 선진국처럼 약사면허 및 전문약사면허 재인증을 위해 보수교육(CE)도 담당하는 확장되고 더욱 전문화된 수준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추가하여, 전국 약사회 집행임원 양성을 위한 필수교육프로그램의 설치를 제안한다. 이것은 전술한 4천명의 약사 리더 그룹을 양성하는 소위 ‘약사 리더십 스쿨’이라고 명명하면 좋겠다. 현재 약사회는 대약 회장 1명, 지부장 16명, 해외특별지부장 5명, 분회장 222명의 리더가 운영한다. 이들을 보좌하는 임원들과 사무국이 운영 중이지만 전국적 단위의 개별 약사회 임원들이 담당하는 약무행정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가 많다.
현재 대한약사회는 총무, 정보통신, 학술, 약국, 약사지도, 약사윤리, 병원약사, 제약유통, 여약사, 한약정책, 동물약품, 문화복지, 법제, 정책, 보험, 직능발전, 국제, 대외협력, 기획, 홍보 등 20개 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특히 법제, 정책, 보험, 직능발전, 국제, 대외협력, 기획, 홍보 등 8개 분야는 다양한 현안은 물론, 약사직능과 약업생태계 미래상과 직결된 업무를 담당하므로 소속 임원들은 전문교육을 지속적으로 이수하면서 약업생태계의 유지 발전을 위한 인재로 중장기적 육성 전략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혁신
약국은 가장 많은 수의 약사가 종사하는 생업의 현장이다. 더불어 약국은 대다수 국민에게 약사의 이미지를 제공하며 미래에도 대다수의 약사가 종사하는 약업생태계 속의 핵심 기관이다. 하지만 미래의 약국은 의료보험요양기관이자 약료실행기관의 지위와 역할에 대하여 수많은 경쟁자가 그 존재와 가치에 도전할 것이다.
환자관리시스템의 고도화, 통합전자처방전의 도입, ERP 시스템과 국가통합전산망을 통한 의약품 유통정보 공개, 지역사회 만성질환자에 대한 의사중심 관리시스템의 실시 및 건보수가지급 개시, 의약품 배송시스템의 합법화 시도, 재택치료의 확대실시,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와 스마트 시티의 연계모델 확대 등이 우리나라 전통적 약국모델의 혁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그림2).
그림2. 턱밑까지 다가온 약국을 향한 디지털 전환의 도전 사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선진국들은 고령자 의료비를 낮출 대안으로 원격의료시스템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앞다투어 도입하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10년안에 현재의 노인인구가 두배로 증가할 우리나라는 고령자 의료비용 절감과 헬스케어산업 발전이란 명분을 앞세워 현행 지역약국 비즈니스 모델은 향후 5년안에 급격하고도 강력한 변화에 직면할 것이며, 미리 대비하지 못하면 그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최근 중국이 요소(urea)의 수출을 통제하자 디젤차 매연저감장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요소수의 공급이 중단되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 부처는 요소공급망 차단이 이를 원료로 쓰는 비료생산의 차질만을 염려했지 디젤엔진을 장착한 대형화물차의 운영중단에 따른 물류대란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약업계를 향하여 밀려오는 엄청난 변화의 쓰나미를 감지하고, 대안을 수립하고, 실행방안을 추진할 약업계의 리더십과 전문성과 조직력은 적절히 구축되어 있을까?
내년을 준비하며
11월말~12월초는 다양한 조직들이 한해를 되돌아보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독자 제위는 어떠한가? 약업계는 지난 2년의 코로나19 사태를 순발력과 인내심으로만 버티다가 11월1일부터 ‘위드 코로나 시대’로 진입했으나 여전히 위협과 곤란을 느끼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은 코로나 펜데믹 사태가 정상화 되려면 최장 5년이 소요된다고 예측했다. 과연 우리 약업계 구성원들은 ‘Deep Change or Slow Death?’ 라는 질문에 어떤 리더십, 교육 및 전문화, 비즈니스 혁신 전략으로써 대비하고 있는가?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1-12-08 0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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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1> 약국 및 약무의 혁신: 약업계는 고령화 시대를 준비하였는가?
세계적으로 바이오·의료산업 시장은 2,4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가 발간한 보고서는 향후 10년내 전세계 GDP의 약 40%가 헬스케어 분야에서 창출될 것이라 예측하였다. 이에, 주요 선진국들은 국가의 사활을 걸고 바이오/제약/헬스케어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이나 도약의 필수요건으로 공학과 의약학 융합 인재의 확보를 꼽는다. 공학 기반의 의약학과학자 없이 신성장동력인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정부는 인재양성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준비하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나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은 연구중심 의과대학을 유치하려고 노력 중이다(그림1).
그림1. 연구중심병원 생태계와 협력체계
고령화 추세
한편,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UN이 정한 ‘고령사회’란 총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14%를 초과할 때이고, ‘초고령사회’란 20%를 초과하는 시점이다. 2020년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15.7%이며 2025년에는 20.3%라고 예측하는데, 이는 한국사회가 향후 10년 동안 베이비부머 세대가 매년 80만명씩 65세 노인이 되는 고령화 폭주기관차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고령사회의 의료비 부담은 막대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건보가입자의 진료비는 2018년에 30조원을 돌파했고 전체 진료비의 41%를 차지했다. 2011년에 15조원이었는데 단 7년 만에 2배가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19년 기준 43.4%로 OECD국가 평균치 15.7%의 3배다. 이런 추세라면 노년층이 더 이상 지불하기 곤란한 의료비는 고스란히 청장년층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급기야 정부는 ‘커뮤니티 케어’ 등 각종 돌봄 정책을 입안하여 의료비 부담을 축소시키려 하지만 재원이나 의료기술을 고려할 때 환자가 감당할 재정부담을 줄이기는 역부족이다. 이에 각국 정부와 유관 산업계는 4차 산업혁명 혹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라 불리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응용기술을 해결책으로 활용하려 한다.
고령화 시대의 디지털 헬스케어
우리나라의 헬스케어 스타트업(startup)이 개발한 기술이나 사업모델의 약 75%는 한국에서 사용할 수 없기에 의료선진국 시장에 먼저 진출하여 사업화를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최신의 디지털 기술은 단순노동을 줄이는 대신 노동자에게 디지털화에 따른 변화를 강요한다. 더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포감이 오히려 건강과 장수에 대한 관심을 높여서 적어도 본격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도래를 10년은 앞당겼다고 한다.
인류의 평균수명은 1세기 만에 2배나 연장되었고 이제는 100세 시대를 당연시 한다. 재생의학과 유전정보를 활용해 언제쯤 장기이식이 필요할 지 예측하는 이른바 예측의학도 출현하였으니 이를 더하면 어느덧 전세계 보건의료산업 시장은 2017년 기준 1경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라고 추산된다. 현재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규모를 700조원대라 하니 왜 각국 정부와 산업계가 보건의료산업에 전력을 기울이는지 이해된다.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생)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고령화는 가속되었는데 2017년에 노인인구가 이미 5천만명을 넘었고 2042년에 7천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미국의과대학협회(AAMC)는 2030년에 미국 내 의사가 12만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고급전문인력은 일시에 대량 공급이 불가능하므로 그 해법으로 IT기술기반의 헬스케어 기술을 인력난, 시설 부족, 치료비 폭증 문제의 해결에 활용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는 웨어러블 기기와 AI,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약복용 여부, 심박수, 체온, 혈압, 호흡을 측정해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검사일정관리, 낙상위험측정, 만성질환을 관리해줄 수 있다. 또 디지털 응급의료시스템을 도입하여 응급실 대기시간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특히 헬스 모니터링이나 가상 간병인 기술은 비용절감 효과가 커서 전문의료기관이나 보험사가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이다(그림2).
그림2. 헬스케어의 발전된 개념과 영역
디지털 헬스케어와 약사과학자
헬스케어 시장을 조사하고 국내외 의료전달체계를 연구해보니 인공지능체가 환자를 모니터링하며 획득한 수치 정보를 의료인과 공유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은 의사나 약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이들과 협력이 더 필요한 것이다.
미국이 디지털 헬스케어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었던 요인은 과학과 공학을 임상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MD-PhD)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란 점도 작용했다. 의사과학자는 의사면허소지자로서 진료와 동시에 질병 연구와 과학 및 공학기술을 서로 이어주는 ‘중개연구’를 추진하는 의사를 말한다. 그렇다면 약학분야에서는 신약물질발굴과 임상시험연구, 약료를 동시에 수행할 약사과학자의 본격적인 양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직까지 의사과학자가 대학과 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고, 설사 자리를 얻더라도 안정적인 연구비의 확보나 생계를 위한 수입도 임상의 대비 여의치 않다. 아마도 당분간은 약사과학자의 처지도 비슷하거나 더 열악할 것이다. 의료시장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그동안 일반의에서 전문의로, 다시 의사과학자로 변모하는 동안 약료(약업)시장은 답보상태인 듯하여 안타깝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헬스케어 시대가 성큼 도래했는데, 여전히 약학대학은 이 분야에서 활동할 임상약료와 약과학을 동시에 수행할 전문인력이 갖춰야 할 역량의 범주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의 부속기관으로 의료의 지원체계로서의 병원임상약학은 전문약사제도를 통하여 축적한 노하우와 인력 풀을 활용하려는 준비를 지난 8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약 40년간 꾸준히 수행해왔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약국의 대비
실상 약국현장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급격한 인구고령화, 성큼 다가온 100세 시대, 노인환자의 약제비용 폭증, 다약제복용으로 인한 약물부작용 증가, 약국형 디지털 의료에 대한 요구 증가, 전문약사에 대한 구체적 업무영역 설정, 약국영세화 심화, 병월/의원/보건소와 유기적이고 협력적인 임상약료체계 구축, 약국에서 발생한 연간 5억 건의 전문처방 데이터의 저장-발췌-분석-활용 체계 구성, 일반약이나 건기식 및 각종 의료제품의 판매 데이터 혹은 비정형 데이터의 수집 및 활용 체계 정립, 약국을 이용한 경증질환자의 편의성이 증진되도록 약국과 연동된 앱의 개발과 상용화 부진 등 디지털 혁명 시대에 속히 따라잡아야 할 분야가 많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가 시작되면서 만성질환에 대한 약처방이 증가하여 처방조제 수요도 동반 상승하고 개국가의 수익증대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높은 듯하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이미 선진국은 ICT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고도화하고 폭넓게 수용하여 보험재정에서 차지하는 약제비의 증가를 막고 제반 간접의료비를 낮춤과 동시에 원격기술을 활용한 진단과 모니터링 및 간병 분야에서 비용을 줄이고 의료시장의 노동 패러다임을 재편하고 있다(그림3).
그림3. 디지털 헬스케어의 목표
한국형 노인약물사용 가이드라인, 약물부작용 방지체계, 유전체-약물작용 연계 알고리즘 개발, 지역약국 경영합리화 및 수익증대 프로그램, 지역사회 노인약료체계, 복약순응도 향상 및 건장증진 프로그램, 다양한 약국매개 특화서비스의 개발과 수가 적용 등 연구개발해야 할 분야가 많다.
필자의 견해로는 약국을 중심으로 한 약업계는 중복 및 낭비가 매우 많다. 굳이 전국에 분회장이 250명이나 필요하며 분회별로 연 3억원 이내의 저예산으로 분회를 운영하면서 완성도가 낮은 회무나 자체사업, 실효성이 낮은 교육프로그램과 의례적인 연례행사를 개최해야 할까? 아직도 불용재고에 대한 처리방안은 완전하지 않고, 한약사 직역과 20년 넘은 갈등상황은 여전하다. 약국에서의 임상약료에 대한 자신의 능동적 연구와 발표가 있어야 할 ‘학술대회’보다는 타인이 정리한 내용의 교육내용을 청취하거나 제조공급사들이 진행하는 신제품 설명회에만 인산인해를 이루는 수동적인 학습태도와 단지 ‘학술제’ 수준에 머무르는 행사를 언제까지 지속해야 할까?
국내 몇몇 지부가 개최하는 대형 학술제에서조차 해가 거듭할수록 오히려 연구논문 발표 건수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약사는 과연 무슨 전략으로 AI와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대비할 것인가? 모쪼록 다가오는 새해에는 공부하는 연구회가 더 많이 생기고, 직접 연구하여 획득한 근거를 기반의 약료를 실천하는 약국과 약사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1-11-24 06: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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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50> 약국 및 약무의 혁신: 약국도 디지털 트윈을 개발해야 한다
근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미 우리나라 유치-초등-중등-고등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은 메타버스의 사용법을 익히고 가상공간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도록 대대적링 연수교육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맞춰 약국이 메티버스 기술을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경우도 들린다. 필자는 약국 중심의 약업산업은 아직 메타버스 기술의 응용을 논하기는 시기상조라 여기며, 오히려 선진 대기업들이 앞다퉈 도입 중인 ‘디지털 트윈’이란 개념을 어떻게 소화하고 이를 약국현장에 도입할 것인지 먼저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전환의 큰 흐름 속에서 주목해야할 개념이요 특성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자산, 시스템 또는 프로세스를 소프트웨어로 표현하는 것이라 정의하며, 실시간 분석을 통해 대상을 감지, 예방, 예측 및 최적화하여 비즈니스 가치를 제공한다(그림1).
그림1. 디지털 트윈의 정의(출처: 딜로이트, 2017년)
그래서 선진 글로벌 기업은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로 자산, 네트워크 및 프로세스의 3가지 핵심 영역에서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기에 약업산업도 속히 디지털 트윈의 개념과 실제적 구현방안을 연구하고 상용화를 앞당겨야만 종래의 아날로그적인 모습을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자산 디지털 트윈(Asset Digital Twin, ADT)
아무래도 ADT는 약국에 자산성과관리(APM) 솔루션의 모습으로 제공될 것이다.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는 자동조제기나 집진장치, 냉장고, 약장, 광고용 모니터, PC 같은 장비나 자산시스템 전체의 운영 및 플릿(Fleet)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트윈을 생성해줄 수 있다. 이는 약국뿐 아니라 유통, 금융 산업과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의약외품, 의료용구, 건기식, 특수의료용 식픔 등 다양한 유관산업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ADT를 통한 비용절감효과도 매우 클 것이다. 디지털 트윈의 실시간 모니터링 기능을 통하면 고객들은 연간 수조원을 절약할 수 있고, 이 분야의 선도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장차 약국내 조제기, 조제검수기, 투약기, 재고관리로봇, 다용도 냉장고, 정수기, 고객용 안마기 등 약국내 아니 일정지역에 산재한 다수 약국내 수백~수만개 디지털 트윈을 우선적으로 관리하는 특권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ADT 소프트웨어를 먼저 확보하는 기업은 환자 및 약국 고객이 직면한 문제들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해결방안도 제시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데이터, 분석 및 전문지식을 사용하면 가용성, 신뢰성, 효율성 및 수익성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또 ADT를 활용하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약국의 다양한 예측진단역량을 향상시켜줄 것이다. 예측진단을 적용하면 각 약국은 적시에 적절한 자산에 적절한 수준의 관리서비스를 제공받고, 업무중단시간과 유지관리비용을 절감하여 약국의 수익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의 약국들은 초급 수준의 ERP나 POS 수행기능을 활용할 뿐이지만, ADT가 제대로 구축되면 다수의 고객과 의료제품을 취급하는 약국경영자의 유지보수 작업을 최적화해주고, 갑작스런 다운타임도 예측, 방지하는 필수적 약국경영도구로 정착될 수 있다(그림2).
그림2. 자산 디지털 트윈의 개념
네트워크 디지털 트윈(Network Digital Twin, NDT)
약업현장을 위한 NDT는 마치 전력망(Grid)처럼 약업산업 생태계의 큰 그림을 조망하고 창출하는역할을 제공할 수 있다. NDT 운영자는 안정적이고 저렴하면서 언제나 이용 가능한 상태로 의료제품과 각종 정보를 공급하는 과제를 진다. 또한 약국 밖에서 일어나는 극심한 환경변화, 노후된 인프라의 개선, 약국을 대체하려는 각종 상품이나 서비스의 도전도 대응해야 한다. 여기에 NDT 운영자는 약국내 혹은 약국간 가상 네트워크 모델을 생성하여 그것이 다양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나아가 향상된 방식으로 운영, 분석, 최적화 되도록 지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전력 그리드 산업의 NDT 구축 성공사례를 예로 들면, 최대 30%의 비용절감, 최대 20% 계획시간단축, 최대 7% 내부프로세스 비용절감 효과를 제공했다. 또한 관리기업은 현장 및 지원부서의 생산성을 8% 향상시켰고, 개선된 네트워크 자산분석 및 데이터 정확성을 제공하였다.
NDT 운영자의 관리화면에는 지역약국 네트워크의 현재상황, 예측상황, 실시간 현황 보기가 포함되며, 더 나은 결과를 확보하기 위해 타 기관이나 산업의 축적된 데이터까지 제공받거나 약사가 활용하도록 지우너할 수 있다. NDT을 사용하면 관제센터뿐 아니라, 약국현장을 관리하는 이동 업무팀까지 더 스마트하고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어, 현장 문제와 상관없이 약국업무가 중단되지 않고 원활히 진행될 것이다(그림3).
그림3. 네트워크 디지털 트윈
프로세스 디지털 트윈(Process Digital Twin, PDT)
PDT는 약국이 취급하는 의료제품 제조업체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수요, 규제법규, 약사의 세대간 지식격차 문제의 해결까지도 지원할 수 있다. PDT는 특정 환경에서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최선의 방법을 모델링하는데, 흔히 이를 ‘골든배치‘라고 부른다. 이는 약국의 약사가 제품의 입고-보관-조제-판매-사후관리를 위한 최적의 프로세스를 식별함으로써 품질, 비용, 경영목표를 일관되게 달성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그림4).
약국은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조제 및 투약, 복약지도, 건강관리, 고객관리의 변동이나 소요비용을 최소화하려고 개선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제조기업의 90%는 향후 5년간 경영예측기능에 투자하거나 할 계획이고, 75%는 인공지능의 기계학습에 투자 중이지만, PDT는 NDT 및 ADT에 비해 아직은 초기 단계이다. 많은 국내외 대기업이 사용 중인 운영성과관리(Operations Performance Management, OPM) 솔루션을 통해 이미 여러 산업분야는 PDT를 사용 중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약국도 이런 모델을 약국실정에 맞게 설계한 솔류션의 개발과 보급이 요구된다.
어쩌면 미래의 우리나라 약국도 여전히 영세해서라기 보다 효율성을 높게 설계 및 운영하여 여전히 1~2인 약사가 운영하는 모습의 약국으로 남을 것이다. 여기에 약사의 임상적 전문성과 배타성이 유지되고 사회적으로도 존중받기위해서는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사용중인 PDT 소프트웨어의 약국 버전을 속히 개발, 보급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또한 약국들은 이의 수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림4. 프로세스 디지털 트윈
약국용 디지털 트윈의 미래를 위해서
디지털 트윈 소프트웨어는 미래 우리나라의 약국이 각종 규제와, 시장변화, 신기술동향 등 외부요인이 급속히 증가하는 환경에 안전하게 적응하도록 지원해줄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약국들은 약국의 경쟁력을 높여줄 디지털 트윈의 개발을 기대하고 전국적으로 확대시켜 수만 개의 약국이 서로 연계되어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 공유하면서 보다 빠른 판단과 대응이 가능하고 심지어 규모의 경제까지 간편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서 지체없이 발전해야 한다.
실제로는 디지털 트윈 경험과 디지털 린(Lean) 기술을 활용하여 가능한 빨리 바라는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 센서, 선정한 의료제품이나 약료서비스의 품질이나 배치프로세스 제어를 포함해 대량의 데이터를 활용하기에 용이한 도구와 고급의 인공지능 분석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사실은 약국이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적정기술을 설계하고 획득하도록 지원해 줄 수 있는 약사 친화적 소프트웨어 공급기업들을 발굴하고 협력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1-11-10 14: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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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9> 약국 및 약무의 혁신: 협동조합을 통한 약업생태계 재구성
우리나라에서 약국의 협동조합을 국지적으로 추진한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활성화되거나 약국의 미래 환경 대비를 위한 모델로 부각되거나 선호되지 못하는 원인을 면밀히 검토해보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어떤 사업모델을 기획할 때 사업의 목표와 핵심역량 수립, 조직구조, 참여자의 자격과 책임과 권한을 규정, 전문인력 확보 및 전문성의 지속적 확대방안, 초기 운전자금 확보 및 중장기 투자유치방안, 비즈니스 생태계 측면의 수익성, 강건성, 혁신성 증대를 고려하여 준비하는게 옳다.
그래서 필자가 지난 번에 현존하는 전국 단위 약사회와 가칭 약업협동조합의 병립 체계를 제안하였을 때, 약협이란 조직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은 일종의 대기업을 설립하는 것과 유사하므로 가급적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경영진을 확보하고 동시에 역량을 갖춘 관리조직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된다고 지적했었다.
협동조합의 유래와 골격
협동조합(協同組合, cooperative, coop)은 유사한 목적을 가진 생산자나 소비자가 모여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1920년대 경제적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협동조합운동이 활성화 되었고, 1930년대에는 수십만 조합원을 거느린 수백 개의 협동조합이 있었다. 1940년대는 세계대전에 일제가 물자와 인력 동원을 위해 금지시키면서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투옥되거나 탄압을 당해 활동이 위축되었다. 1950년대는 남한에만 8,700여 개 협동조합이 운영되었다. 이어 1957년 협동조합법이 제정되어 성장하다가, 5.16 혁명 후 협동조합은 암흑기를 지났고,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다시 협동조합의 설립이 쉬워지게 되었다.
협동조합도 기업의 유형이지만 주로 자본이나 기반이 취약한 경제적 약자들이 모여서 결성한다. 주요 목적은 이윤추구보다는 조합원 상호 협동을 통한 편의 증대이므로 일반 사기업과 다른 원칙 가지고 운영된다. 협동조합에 가입해 조합원이 되려면 자본금과 유사한 성격의 출자금을 납부한다. 이는 주식과 달리 천원을 내나 천만원을 납부하나 동일한 의결권을 갖는데, 일반적으로 최소 출자 금액을 정관에 기재하며 조합의 성격이나 규모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1인당 출자 가능 액수의 상한이 있다(협동조합기본법에는 조합원 1인 출자 좌수는 총 좌수의 30%를 초과 못함).
협동조합이 사업한 결과로 이익금이 발생하면, 각 조합원은 사업참여도에 따라 배당 받고 이후에는 출자금에 비례하여 배당을 받는다. 배당금은 다시 출자금에 더할 수도 있지만 만약 협동조합이 사업을 전개했음에도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당연히 배당도 없는데, 이는 이익의 확보도 출자자의 책임영역이다. 농협, 수협, 신협 등 금융업까지 병행하는 협동조합이라 할지라도 조합원들의 출자금은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왜냐하면 조합원은 채권자가 아니라 협동조합의 경영결과를 책임지는 주인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을 탈퇴할 때는 납부했던 출자금을 전액 환불 받을 수 있지만, '탈퇴 조합원의 지분 환급은 탈퇴 신청 연도의 자산부채액에 따라 다음 해에 지급한다'는 협동조합기본법 제26조 제1항에 따라 자산부채에 비례하여 환불 받는다.
주요 선진국들에서 협동조합들이 고용안정의 효과까지 보이자 우리나라도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여 협동조합의 설립 조건을 완화하였다. 이전에는 조합설립 시 3억원 이상 출자금과 200명 이상 발기인이 필요했지만 제정된 기본법에는 출자금 제한이 삭제되고 발기인도 5명 이상으로 기준이 완화되었다. 그리고 협종조합원들은 주식회사의 주주처럼 유한책임, 즉 협동조합이 거액의 빚을 져도 변제할 의무는 없이 자신들이 출자한 금액만 상실할 뿐이다.
물론, 협동조합이 기존의 기업형태를 전부 대체할 수 없다. 기업과 협동조합은 그 장단점이 뚜렷하고 또 보완적 성격을 가진다.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는 사업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자본을 유치하기 어렵지만, 기업과 소비자의 사이에서 소비자의 불편사항을 공감하기 쉽고 3차 산업에 특화되어 있거나 기존 기업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도 적합하다. 또한, 협동조합이 그 명칭에 '조합'이 포함된다고 민법상 비영리조직인 ‘사회적 협동조합’과는 달리 엄연히 기업의 성격을 띠는 법인이다.
기업의 형태인 협동조합이 가진 장단점
협동조합은 출자금 액수와 무관하게 조합원 한 명이 한 표의 의결권만 행사하므로 민주적 경영이수월하다. 만약 협동조합의 이사나 대의원의 활동이 조합의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면 즉각 조합원 협의에 따라 해당 인사의 해임이 가능하다. 그래서 자본에 의한 기업지배, 소수의 경영진에 의한 독단적 운영은 거의 불가능하다. 조합 자체가 아닌 조합원의 이익이 우선시하므로 협동조합은 비록 적자가 발생해도 각 조합원이 이익을 우선 보장받도록 경영하는 것을 중시한다. 더불어 부당해고가 거의 없기에 가장 민주적인 기업 조직이라 불릴 정도로 개인의 의견이 경영에 잘 반영된다.
하지만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투자자라면 협동조합 유형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협동조합은 주식회사가 아니기에 투자금액 대비 회수 금액이 낮기 때문이다. 근래 협동조합의 설립을 위한 조건은 완화되었지만 안정적인 사업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춘 협동조합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유럽 제국의 전통적 조합들과 비교하면 대체로 취약한데, 한국이나 일본은 농협조차 관제 협동조합이라고 저평가되고 있다.
주식회사 대비 유한회사의 특징
정부는 지난 2010년대 초반 약국의 법인화에 대하여 유한회사형태를 제안했었다. 약사회는 물론, 필자 역시도 이 방안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엇이든 특장점과 한계점이 있듯이, 미래의 약국모델이나 약업산업의 초기 생태계를 잘 구축하려면 중장기 전략의 수립과 시행을 위한 강력한 추진력도 필요하다. 주식회사 형태인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미 디지털 전환을 거치며 미래의 선도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지금, 약국모델에 대한 공개적 논의와 학문적 접근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상법에 따르면, 회사는 주식회사,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 합자회사, 합명회사 등 5가지다. 유한회사와 주식회사는 자본금의 모집과 사업 유형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데, 우선, ‘유한회사’는 출자자들이 유한책임만 지고 소유와 경영이 적절히 분리된다. 경영은 전문인에게 위임하며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지 않은 인적자원에 기반을 둔 사업이 이런 회사에 적당하다.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느슨하게 분리된 특징이 있는데, 이사회나 감사도 없으며 1인 단독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유한회사는 1인 이상 사원으로 구성되어 자신이 출자한 금액의 한도 내에서 간접 유한책임을 진다. 다만, 유한회사는 지분 양도가 주식회사만큼 자유롭지 못하고, 주식을 통한 자본 모집이 쉽지 않다. 결국 유한회사의 장점은 설립과 운영이 비교적 쉽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다. 한편, 그리고 ‘유한책임회사’는 외형적으로는 회사의 모습을 가지나 내부적으로는 조합의 특징을 가진다.
‘주식회사’는 가장 흔한 유형이며, 자본과 소유가 분리되며 주식을 소유한 주주와 경영을 담당하는 이사로 더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다. 유한회사 및 주식회사의 가장 큰 차이는 주식의 발행인데, 주식회사는 주식과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어 자본을 모집하기 수월하다. 그러므로 이른바 주식투자 행위를 한다는 것은 주주의 입장에서는 한 기업의 주식을 매입, 관리하는 것인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본금이 조달되는 방식이며, 주주는 주식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도 있고 주식 가격의 상승과 하락은 그 기업의 가치에 따라 정해진다.
주식회사는 기업규모가 커지면 외부인의 감사를 받고 공시 의무가 생기는데 이를 위반하거나 허위로 발표하면 거래가 중단되거나 상장이 폐지되는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주요한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거쳐야하는데 지분을 많이 소유한 대주주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유한회사 혹은 주식회사 같은 기업은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법인이 아닌 자연인 중 약사면허소지자만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약국들의 연합체가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약사법 등 법제 개정을 고려하며 중간단계의 과도기적 모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지역별 시범운영도 필수적이다.
정부 및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존재와 기능을 이해하고 활용하자
국가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설치 목적은 ‘보건산업 국제경쟁력 강화와 국민보건 향상’이며, 정체성은 ‘보건산업의 미래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진흥 전문기관’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약국도 지원대상에 해당할 듯 한데, 예전에 지적한 바와 같이, 안타깝게도 약국은 보건산업의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가 말하는 보건산업이란, 보건복지부가 업무를 담당하는 식품, 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등 5개 분야를 말한다. 그래서 식품산업, 의약품산업(제약산업), 화장품산업, 의료기기산업, 의료서비스산업이 존재할 수 있으며 정부는 이러한 보건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통하여 고부가가치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의 틀은 (1)보건의료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2)규제의 합리화, (3)전략 제품의 육성, (4)해외시장정보 제공, (5)보건산업 육성을 위한 로드맵 작성 등 5가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5대 보건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이미 2004년 3월부터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보건산업발전협의회’를 관련 단체장 및 산업계대표로 구성하였고, 산하에 5개의 ‘산업별발전협의회’를 구성하여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각 산업별로 현장을 중심으로 대상과제 선정을 위한 브레인스토밍을 완료했고, 산업별발전협의회를 개최하여 선정된 과제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토론회도 가졌고, 보건복지부와 식약청 등 업무 담당자를 중심으로 개괄적 정책방향에 관한 토론회까지 마쳤다. 이에 기반하여 산업별 진흥대상 과제에 관한 구체적 대책의 수립도 완료되어 지금 시행 중이다.
다시 눈을 돌려서 우리나라 약국이 처한 현실을 보자. 전체 약사의 85% 이상이 밀집된 지역사회는 악업산업의 생태계가 구축하지 못하고 각자도생하며 의약품 소매유통 단위체로 지난 20년가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5개 보건산업 분야는 집중적으로 육성되어 이제는 글로벌 시장경쟁력을 차곡차곡 갖춰가고 있다.
많은 약국의 약사들이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프로젝트에 약사 직능이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고, 또한 국가적 금연프로젝트나 캠페인에서 약사가 소외되었다고, 또한 방문약료방안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나 시스템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등 약사의 직능과 직역이 지속적으로 경시 당한다고 주장한다.
학자그룹이나 유관 학회, 그리고 약사회 리더십은 이 같은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고 협력하여 대안을 연구하고 제시하면 좋겠다. 상대적으로 산업약사나 병원약사 직능의 미래는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 왜냐하면 제약바이오산업과 의료서비스산업 생태계는 전세계적으로 호황기이며 국가의 성장동력산업으로서 육성 받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 약국은 지난 20년 간 기본적인 산업생태계조차 구축되지 못했고, 여전히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약사의 직능이나 권리만을 운운하다가는 국가 정책이나 심지어 소비자로부터도 외면당하고, 날로 고도첨단화되는 디지털헬스케어 시대에 어쩌면 약국은 도태하거나 바이패스 당할지도 모른다.
약업산업 생태계가 아직 독립되기 어렵다면 의료서비스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중요성과 가치를 부각시키고 약국은 개인소매업태를 속히 탈피하여 집단화된 대기업적 속성을 갖추면서 규모의 경제 주체로 발전해야 한다. 그래서 이를 기반으로 국가적 지원과 육성 대상 산업으로 선정되어야만 약사의 직능적 가치는 물론이고,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재정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1-10-27 0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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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8> 약국 및 약무의 혁신: 미래 약업생태계를 운영할 지도력과 전문가 육성
우리나라의 약국과 의약품 유통산업, 금융산업과 ICT산업이 함께 공생할 소위 ‘약업산업’을 발족시켜 산업적 역량을 갖추고 강화하려면 유능한 인재양성과 운영체계, 그리고 리더십이 튼튼해야 한다. 2년 후에는 전문약사면허 발급이 시작되는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아직 준비가 부족한 미래의 디지털화 될 약국과 약업산업생태계 안에서 그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어떤 선행적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
현재 약사법 개정안 준비과정 실무진으로는 일군의 학자와 약사가 참여 중인데 이들은 사회약학 전공자들이거나, 임상약학 전공분야에서는 외국에서 전문약사면허를 취득하고 활동하다 귀국했거나, 면허만 취득하고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약사로 활동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본 제도의 도입과 정착을 우선적으로 책임지고 수행하는 대한약사회 등은 지난 1년간 중간발표 한번 없이 전문약사 내용이 포함된 약사법 개정안 초안까지 이미 마련한 것으로 보여 매우 아쉽고 우려된다.
전문약사의 필요성과 수요분야(목표와 전문영역), 중장기 인력수급 예측결과(장래성, 기여도), 권한과 책임의 한계(역할과 책임범위, 경제성), 면허취득 요건과 수험내역 및 절차와 사후관리(운영 체계와 조직) 등을 지속적이고 공개하면서 반론이나 제안사항을 수렴하여 문제점이나 미비점을 파악한 뒤 해결안을 모색해도 제도의 정착까지 수많은 진통과 실책이 발생할 텐데, 아마도 제도의 발족 시한에 맞춰 법적 요건과 절차만을 우선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적으로 약사면허를 부여하기 전 학생의 선발, 교육, 수험준비는 약학대학이 주관하였다. 그러나 기존 약사면허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약사면허는 자격시험의 실시를 국시원에 위임하더라도 전문성 수련 내역과 과정, 도달수준, 수련자의 전문성 규명, 세부내역 규정, 면허자 관리 등 일체의 업무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은 직능단체의 몫이다. 그렇다면 진작에 대약(大藥), 병약(病藥), 산약(産藥) 등 직능단체와 유관학회가 공동으로 통합기획위원회 및 전문기구를 발족했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라도 대약이 중심이 되어 약사직능 개발과 발전을 책임질 전략을 수립하고 전담조직, 인력, 추진체계를 갖추는 것이 적절하다.
약사, 약국, 약업의 장래에 영향을 미칠 법제적, 역사적,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약사회 집행부나 소수의 인사들이 본인들의 공명심이나 치적으로 여기거나, 견제와 비판을 우회하여 추진해도 될 단순한 안건이 아니다. 지난 세기에 결정되었던 ‘약사직능분류’, ‘한약분쟁’을 되돌아봐도 성급히 끼운 단추가 지금 어떤 결과를 나타냈는가? 약사는 의료인이 아닌 보건전문인이고, 약국의 업태는 보건업이 아닌 양약소매업이며, 한약에 대한 권리와 책임은 위축되고 한약사 제도가 출범하여 지금과 같은 난맥상을 초래했다. 역대 약사회 집행진과 자문진의 결정이었겠지만, 시대변화를 정확히 읽지 못하고 상세전략은 없이 당시의 현실 대응에 급급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얼마전 산업현장 역군들의 개념설계능력의 취약성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우리나라 공학전공 교수들이 제기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약업산업생태계 구축에도 적용하자고 제안한 이후에 필자는 선후배 독자의 질문과 구체적 실현방안 도출을 위한 학술활동을 제안 받았다. 약국의 약료적, 경영적, 산업적 미래상을 설계 및 구현하기 위한 약업계 지도층의 포부와 능력이 신속히 제고되어야 전문화, 디지털화, 뉴 노멀화의 시대에 국민보건향상과 약사직능발전, 약국을 통한 약사의 직업적 성취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되돌아 보며
필자는 역사적, 산업적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약국과 약사, 약업의 발전 시대를 3개로 구분한다. 제1기는 해방~산업화의 시기에 너무도 부족했던 1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양질의 의약품 공급처이자 구매처로서 역할이 부각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순차적으로 20개의 약대가 설립되었고, 제약산업의 기틀이 갖춰지면서 약국도 현대화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1993년에 한약분쟁이 시작되었고 한약조제자격 면허제도가 도입되었다. 약사의 독점권과 배타적 권리가 독보적이었던 1945년~1996년까지 50년의 격랑기를 지금 50대 이상의 약사들은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더불어 이 기간은 현대적 약학 연구와 교육이 자리 잡히면서 임상약학과 사회약학이란 개념이 소개되었다.
제2기는 1996년부터 2022년까지의 약 25년이라고 본다. 이 시기는 정말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2000년도 의약분업의 실시와 약대 6년제의 시작, 1987년도부터 물질특허제도를 도입한 뒤 1995년경부터 신약개발을 국가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면서 제약산업의 기틀은 세계적 수준으로 정비되며 고도화 되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과 더불어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힘겨운 파도와 싸웠으며, IMF구제금융과 세계금융위기를 연이어 겪으면서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를 피부로 실감하였다. 이 기간에 약대는 노령환자의 증가를 이유로 17개가 증설되어 총 37개가 되었다.
국내외 경제사회적 위기가 이어지는 동안 약사의 기능과 독점권은 축소되고, 한약사 직능이 등장하고, 약사인력의 공급과잉에 따른 약국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되었다. 병원약학은 정부의 병원/의료산업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회원의 증가와 더불어 임상전문화의 길을 착실히 진행하였다. 더불어, 2013~2017년, 2018~2022년 2회에 걸쳐 정부주도의 ‘제약산업육성 5개년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제약바이오산업의 호황기가 찾아왔고 대한약사회, 병원약사회에 이어 ‘산업약사회’가 발족하였다.
마지막 방점은 전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 및 디지털 전환 패러다임이 시작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리면서 약업은 다극화, 고도화, 전문화 되고 외부인은 약사의 역할에 대해 존폐의 위기를 언급하는 실정이다.
파괴적 혁신이 일상화 될 향후 12년
제3기를 2023년~2035년까지 12년으로 구분해보는데 약업, 약국, 약사 생태계의 변환 사이클은 앞으로 더욱 짧아지고, 더욱 가속화되고, 더욱 파괴적인 양상일 것이라 예측한다.
12년째 시행했던 기존 2+4학제는 2022년도부터 통6년제로 전환되면 약사는 4년제 출신 약사 및 한약조제자격 여부, 2+4년제 출신 약사, 6년제 출신 약사, 10여개 분야의 전문약사로 다양해진다. 어쩌면 동질성과 일체감이 약해지면서 공동체 의식이나 결집력이 예전과 달라질 것인데, 약사의 수급과 처우가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면서 약사 간 상호이해가 심각해지면서 전문약사들부터 단체를 결성하여 차별화된 처우를 주장할 것이다.
세계는 디지털헬스케어 시대로 진입하면서 정부 및 기업 주도의 원격의료산업이 발전하고 종래의 약국과 약업, 약사 직능의 재정의를 요구하는 외부의 도전은 심화될 것이다. 여전히 이에 대응할 전략과 리더십과 비즈니스모델이 미흡하다면 향후 6년 이내, 혹은 6년제 약사가 청 2만명을 돌파할 시기에는 더욱 강력한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등장할 것이다.
‘제약산업’으로 인식되던 영역이 ‘제약바이오산업’과 ‘디지털헬스케어산업’으로 확연히 재편되어 더욱 차별화되고 융합된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약업계의 주류 세력은 더 이상 제약기업이나 약사, 약국이 아닐 수 도 있다. 2028년부터 매년 2천명의 약사가 배출된다. 3년제 법전원체제로 학제 변경 후 10배로 증가한 변호사시험 합격생이 배출되는 법률시장을 보면, 약업계의 비상한 대비가 필요하다. 신규 약사는 취업과 전문약사면허 취득 경로 또는 대학원 진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면서 대학원 진학률은 절대적으로 급감할 것이다.
6년의 약대과정, 3년 이상의 전문약사면허 취득과정, 4~5년의 대학원 과정 등 10여년의 기간과 2.5배나 상승한 교육비를 투자할 만한 매력적이고 보람되고 자랑스러운 직업을 만들 책임이 악업계 리더십 그룹에 주어졌다. 그래서 내년에 출범할 약사회 리더십은 4~5년 안에 지난 70년과 비교할 때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와 혁신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할,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약업은 ‘가치산업’을 넘어 ‘확장가치산업’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약업생태계를 역동적이고 발전가능성이 넘치도록 육성할 구조를 설계하고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지도력, 거센 반발과 어려움이 있어도 설득하고 포용하는 소통의 지도력, 미래 약사직능가치를 향상시킬 복안을 갖춘 지도력, 세상의 변화 방향과 속도를 감지한 지도력, 인재를 등용한 뒤 합리적, 능률적으로 조직을 구축하고 운용하는 지도력, 구습이나 관행을 벗어나 세계적 변화의 조류를 이해하고 국제적 감각과 역량을 지닌 지도력이 약업계에 절실히 필요하다.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색다른 시야와 인내심을 가져야
필자가 외국에서 공부하고 큰 의욕을 가지고 회사에 입사했지만 일은 잘 풀리지 않고 답답한 상황을 많이 겪었다. 그때 모시던 CEO께서 소중한 조언을 하셨는데, 당신도 지난 세월 고민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반드시 변화시켜야 할 사항을 써서 자신의 책상서랍 안에 넣어두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인식과 해결방안이 15년간 축적되었고 이제 CEO의 자리에서 추진하려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으니 곁에서 도와달라고 하셨다.
장기판에서 훈수를 두면 왠지 문제가 잘 보이고 해결의 실마리도 잘 떠오른다. 좋은 지도자는 참모나 조력자를 잘 활용해야 한다. 권한을 위임하고 실수가 생기면 대신 책임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크고 중요한 조직의 지도자일수록 이런 여유와 기회를 선용하면 좋겠다.
위기의 때에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내가 권한을 위임해줄 때 열심과 능력을 보여줄 조력자가 몇 명 있는지부터 먼저 헤아려보자. 대부분 내 사람이라 하면 나에게 표를 던져 줄 사람인 경우가 많지만, 이에 앞서 나와 함께 길을 갈 역량 있는 사람부터 육성하자. 내가 발굴하고 육성한 약업계의 인재가 없다면 아직은 큰 일을 도모하면 안된다. 내가 못보는 것을 보는 인재, 나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충언할 인재, 초심이 흔들리지 않고 사리사욕이 없는 인재, 지혜로운 마음과 실행력을 가진 인재 등이 있는 사람이 진짜 지도자이다.
이제 약사공동체 및 약업환경 변화의 제3기로 접어들며 더 큰 변화가 더 빨리 더 자주 찾아올 것 같다. 지도력 곧 리더십이란, 주변에 밥 잘 사주고, 잘 놀아주며, 한자리씩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이는 사람의 능력을 발굴하고 육성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신상필벌하며, 결과를 책임지는 경영예술이다.
약사들은 1천명 이상, 1만명 이상이 함께 일하는 대형 조직에 근무해본 경험이 대체로 없기에 인사역량, 조직역량, 소통역량이 다소 부족할 수는 있다. 왜냐하면 어떤 조직의 인원수가 2배로 늘면 조직의 역량은 4배쯤 커진다. 하지만 조직통솔에 필요한 소통은 8배 이상 늘어난다. 좋은 지도력이란 진정한 소통인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와 인내와 책임을 동반한다.
너무도 변화무쌍한 약업계와 불투명한 약사직능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들이 많이 등용되어 다양성의 시대, 전문화의 시대, 융복합의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가 일반화된 시대를 지혜롭고 아름답게 헤쳐나가면 좋겠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1-10-12 10: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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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7> 약국 및 약무의 혁신: 약국의 미래를 위한 창의적 도전
우리나라 약국이 선택할 수 있는 혁신의 종류를 미시적, 거시적인 것으로 나눠본다면, 미시적 혁신이란 전국에 산재한 23,000여개 약국이 각자도생 할 구체적 방안을 뜻하겠지만 거시적 혁신은 아마도 공동운명체로서 약국의 미래상을 결정하는 고뇌가 동반되는 중요한 선택일 것이다.
지난 번에 급속한 성장을 이룬 한국경제가 미래의 근본적인 도약을 위한 체질개선을 위하여 개념설계능력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약국의 미래상에 대한 지도층의 능력이 제고되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공학자들이 주장한 개념설계라는 개념이 왜 약업계의 지도층에게도 요구되는 것일까?
이는 전술한 바와 같이 현재 우리나라 약업계에는 ‘창의적이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개념(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약업계는 더 이상 뛰어난 현안 관리자(manager)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설계 역량을 지닌 창의적 지도자(leader)이자 길잡이(path finder)가 요구된다.
현재의 모습에서 미래의 길을 찾는 지도자
불투명한 우리나라 약국의 미래를 발전과 번영의 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약사와 약국이 가진 경쟁력과 기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첫째, 전국에 걸쳐 형성된 약사회의 행정 체계와 각 약국이 지닌 축적된 역량을 십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약사들이 가진 발전과 혁신에 대한 열망과 더불어 난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이미 잘 형성된 정부, 정당, 시민단체, 약학대학 등과 연대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학연, 지연, 정치사회적 성향을 초월한 연대감과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발적 동질감을 위기극복의 원동력으로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창의적 미래 개념을 설계하고 추진할 조직력과 리더십, 경영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약국은 가치기반 산업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이제 약업계는 약국과 약사의 기능이나 역량을 냉정하게 분리해서 고찰하고 접근할 전략이 필요하다. 약업계는 전통적으로 약국과 약사를 일체화시키는 것을 당연시 해왔으나, 국민과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꼭 그렇지 않다는 점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의 권익을 강조했으나, 사실은 약사의 배타적 권리 수호와 약국의 수익성을 우선시 하지는 않았는지 반추해보아야 한다.
전국에 산재한 24시간 편의점은 시공간적 접근성이 소비자에게 가장 큰 편의성을 제공한다. 약국도 이와 유사하다. 즉, 누가 개별 편의점의 점주이거나 시간제로 근무하는지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과 가격측면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어떤 약국이나 약사인 지가 고객에게 얼마나 차별성과 만족을 제공하고 있는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현재 약국은 ‘시간’과 ‘장소’라는 결정 변수를 놓고 강도높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간의 변수란 편의점과 안전상비약의 조합으로서 유관 유통산업의 침투에 이미 침해당했고, 장소의 변수란 중대형 의료기관 인근에 위치한 문전약국과 그렇지 않은 약국으로 구분되어 상호 경쟁이 심화되어 있다.
대형병원의 경우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편의성이나 가치가 다양하다. 병원의 위치, 병상 수, 최첨단 진단기기 보유율, 대기시간, 원스톱서비스 수준, 친절도, 오진율, 난치성 질환자 치료율, 수퍼스타급 전문의사의 보유율, 심지어 주차장 이용의 편의성 조차도 모두 차별화 요소이다. 더구나 병원은 1, 2, 3차 의료기관으로 구분되므로 환자 관점에서는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유통채널이 다층화 되어 있어 병원 상호간 경쟁환경이 약국과는 다르다. 그래서 시대적 명제인 ‘디지털 전환’이나 ‘전문화’의 요구도, 심도, 속도가 약국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이 같은 사실은 2023년이면 전대미문의 ‘전문약사제도’의 전면적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향후 약사회를 통해 리더십을 발휘할 인사들이 심각하게 연구하고 해법을 강구해야 할 분야이다. 그러므로 미래의 약업계 리더는 이러한 약국과 약사가 직면한 환경적,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면서 또한 전문화되고 다층화, 다변화 될 가능성에 적절한 해법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
약국은 확장가치산업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선진국은 일반적으로 자국 산업의 속성을 ‘기반가치산업’에서 생산한 가치를 더욱 높이는 ‘확장가치산업’으로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간단한 예로써, 기반가치산업에서 생산한 재화(제품)나 용역(서비스)의 가치가 1만원이라면 외국시장으로 수출하여 2만원의 가치를 획득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즉, 어떤 재화나 용역을 시∙공간적으로 이동시킴으로써 기반가치에 새로운 가치를 추가하도록 산업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가치확장산업의 속성을 가지려면 지원산업군이 함께 발전되어야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금융서비스나 법률서비스 영역 등이다. 의약품이란 정보라는 꼬리표가 붙는 아주 특별한 유형의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그래서 약사라는 전문직이 필요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의약분업 이후에 이를 잘 살리지 못하여 약사 스스로가 가장 원초적으로 전문약의 처방조제와 복약지도 및 의료제품의 판매행위에 스스로 집중해버리고 역할과 직능이 하향평준화의 늪에 빠져버렸다.
의약품은 제품의 관점에서 보면 생산자 혹은 판매자를 거쳐 최종사용자까지 전달되는 과정이 복합적이고 다단계적 특성을 가진다. 의약품에는 ‘정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재화와 용역(약사의 서비스)이 융합된 속성이 있다는 뜻이다. 재화의 측면에서 의약품은 강제적 인 정찰제 품목인데,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구성된 건강보험 급여대상 품목이기 때문이다. 한편, 약사 용역의 측면에서는 조제료와 복약지도료가 설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약국이 확장가치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어느 분야부터 눈여겨보아야 할까? 필자는 의약품의 유통분야와 약국 업무의 가치사슬의 연장선에서 시작함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평소에 약사전문성의 가치는 의약품의 배송에 있지 않으므로 약국 밖에서 이뤄지는 의약품 배송사업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자고 주장하곤 한다. 대신, 아예 더 나아가 약국에서 조제된 의약품의 택배사업을 약국산업의 유관 사업분야로 포함시켜 더욱 확장시키자고 제안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일단 동일지역 내 소재한 약국 간 신사적 협정과 상도덕의 준수가 강력히 요구된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사항을 통제 및 중재할 수 있는 주체는 지역약사회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 호에서 지역약사회가 가칭 ‘약업협동조합’을 결성하고 그 조합은 유한회사의 성격을 가지되 혹시나 조합장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존 지역약사회와 악업협동조합은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준비하여 출범시킬 필요성이 커진다.
협동조합이라고 하면 기존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형과 그 활동의 장단점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기에 굳이 협동조합이 아닌, 우선적으로 ‘특수목적법인(Special Purpose Company, SPC) 형태로 일부 특정지역을 선정하여 시범사업을 먼저 전개한 뒤에 목표로 정한 완전한 기능을 가진 협동조합으로 완성해 가는 점진적 방식이 적절하다고 사료된다(그림1).
그림1. 특수목적법인을 활용한 약국연합체 구축과 우리나라 농협의 조직구조
일개 신생 스타트업(Startup)이 기존 약업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직간접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끼쳐서 기존의 질서를 훼손시키고 있으니 약사회는 일단 일개 기업에 의한 의약품의 배송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데 집중했으나, 이는 향후에 만일 지역 혹은 전국적으로 약국연합체가 의약품 배송사업으로 진출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하면 좋겠다.
의약품은 최종 소비자가 사용하기까지 모든 단계에 고도의 안전성이 지속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특성이 있고 약사회는 이를 지속적으로 정부와 국민에게 알려왔다. 그러므로 이제까지 소비자나 그 보호자가 수령하여 운반하던 일을 약업영역으로 흡수하는 것은 일견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더불어 향후에는 여하한 형태의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 지향 운송 체계를 약사가 책임지고 보장하는 전문영역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는 약사의 영역도 아니고 약국의 영역도 아니기에 기업형태를 지닌 약국연합체를 우선 결성함으로써 사업의 규모와 짜임새를 갖추어 진출하는 것이야말로 약업산업을 ‘확장가치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예가 아닐까?
이때가 되면 필연적으로 이 같은 제반 활동을 통제, 관리하는 전산프로그램 및 다수의 회원으로가입한 다수의 약국연합체가 탄생할 터인데 이것이 이른바 ‘플랫폼 기업’의 속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기존의 기업 행태와 달라야 하는 점은 소수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거나 과점하지 못하도록 한 지역 안에서 발생하는 처방전 전달, 조제, 배송의 총량에 대하여 배분비율을 정하여 통제와 자율경쟁을 병행하고, 타 지역으로 유출이나 유입 분에 대하여 일단 처방전이 발생된 해당 지역적 배타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구조설계가 필요하다. 이러면 한편으로 제약기업, 의약품 유통기업, 병의원연합체나 지역의사회와 대등한 수준의 협상이나 협력도 유리해질 것이다.
그림2. 플랫폼 기업 모델 (출처: 구글 이미지)
약국연합체는 모범적인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표적 플랫폼 기업이 지나친 사업영역의 확장으로 인해 관계 당국의 제제를 받았다. 그러나 이를 플랫폼 기업의 폐단으로 규정짓고 무조건 배타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방식을 지키는 것보다 새로운 방법을 창안하고 서서히 정착시키는 것이 수십 배는 어려운 과정이기 대문이다.
전국의 약국과 종사자는 네트워크화된 조직이다. 여기에 기업형조직과 경영기법, 그리고 리더십까지 더해지면 약업생태계를 새롭게 할 훌륭한 플랫폼이 구축되지 않을까?(그림2). 약국의 산업화, 약사직능의 전문화,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사회를 구현하면서 확장가치산업적 속성까지 보유하는 약국연합체를 설계하고 운영할 지도력의 등장과 약업계 구성원들의 협력을 기대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1-09-24 0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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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46> 약국 및 약무의 혁신: 약국의 미래를 위한 개념설계 역량
지난 호에서 개미가 지닌 개별성 및 집단적 속성의 장점들을 현행 약국비즈니스에 빗대어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였다. 이는 약국이 마주한 규모 확장의 한계, 특화된 전문성 증대의 한계, 약료 및 경영 서비스 확장의 한계,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수준과 속도의 한계를 고려할 때 진지한 고민과 적극적인 검토를 당부하고자 함이었다.
약 6년 전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26명의 의견을 엮은 ‘축적의 시간’이란 책이 발간되어 세간에 큰 울림을 주었다. 여기에 많이 쓰인 어휘가 ‘개념설계능력(conceptual design capability)’ 이다. 책의 저자들은 이를 ‘창의적이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개념(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표현하였다. 또한 이 역량은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서 한 산업의 패러다임을 설정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 역량이라 강조하였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산업화 역사를 이끌어 온 초대형 기업들에서 연구개발, 전략기획, 사업개발 분야에 종사했던 관점에서 볼 때 앞서 소개한 멘토들이 언급했던 내용에 구구절절이 공감한다.
역사로부터 혁신의 아이디어를 얻자
의학의 역사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사와 약사의 구분이 없었다. 아마도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필요성과 합리성에 의해 의약의 전문직이 분리되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지금 우리나라의 약국은 위기를 맞고있다. 약사의 권리 및 활동 영역과, 약국의 비즈니스 영역은 일심동체이자 불가분의 관계이다. 만약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동네 약국이 사라져버린다면 약사 직능의 존재감은 얼마나 남게 될까?
의사가 의료계의 핵심직능으로 존속하게 된 이유가 많이 거론되는데, 전통적인 도제식 의사양성체계에 의예과 과정인 2년 간의 기초과학교육이 추가되었는데, 이는 의술(Art of Healing)에서 의과학(Medical Science)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 촉진되어 전통과 경험을 중시하던 기존의 의술을 급속히 발전하는 최신 과학기술이 적용된 진단 및 검사장비를 채용하였고, 연구와 시험결과에 바탕을 둔 이른바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더불어, 개별 의사가 운영하는 의원(clinic)에까지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를 의료진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는 왕진의료체제로부터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종합병원(General Hospital)체계를 발명하였다. 이렇듯 의사 양성과정에 기초과학 교육을 강화하고 전문화된 의료인이 한 장소에 모여 있기에 다양한 중증환자의 입원과 협진 및 집중치료에 용이한 종합병원이란 발명품을 만들어 발전시킨 것도 미국의 업적이다.
지난 2천여년간 이어져 내려오는 서양의학은 그동안 유럽 제국이 발전을 주도하였는데, 19~20세기 변환기와 연이어 발생한 세계대전들을 지나면서 선진의학체계는 미국이 선도하는 양상으로 변모하였다. 미국은 후발 산업국가로서 선진기술의 적극적인 수용과 대량생산을 중시했는데, 플래밍이 발견한 페니실린도 원개발국인 영국이 아닌 미국의 제약회사를 통하여 대량생산되어 전세계로 공급된 사례가 이를 잘 뒷받침한다.
더 나아가 미국은 1950년대부터 ‘임상약학(clinical pharmacy)’이란 개념이 태동되었고, 1960년대에는 캘리포니아 소재 대학들부터 임상약학 교육 및 실무체계가 자리잡혔다. 이윽고 1970년대에 ‘전문약사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것도 미국이었고, 국가가 주도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으로 의료, 약료가 시행되던 것을 프랜차이즈형 ‘체인약국’ 비즈니스 시스템을 발전시킨 것도 미국이다.
이처럼 국민, 곧 고객의 편의성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체계를 창출할 수 있는 ‘개념설계 역량’을 시의적절하게 발전시키고 활용하였기에, 과학적인 의학교육체계, 고효율의 첨단의료를 제공하는 종합병원체계, 임상약학 교육체계, 전문약사제도, 체인약국체계, 인구고령화에 대응할 MTM 같은 보건의료체계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면 이는 필자의 지나친 억측일까?
약국 비즈니스의 개념설계를 다시 하자
필자는 현존하는 전국의 단위 약사회들이 회원의 권익보호와 직능발전을 위한 회무기능에서 한 발짝 진보하여 회원을 경제연합체로 묶어 발전을 도모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농업협동조합(농협), 축산업협동조합(축협), 수산업협동조합(수협)과 유사하게 가칭 ‘약업협동조합(약협)’을 출범시키자는 주장이다. 농업, 축산업, 수산업에 종사하는 개별 가계가 경제주체로 자립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역단위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해당 업종 가구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애로사항 해소는 물론, 정부 및 소비자를 대상으로 강력한 협상력을 보유한다. 구체적으로는 관련 업종의 차량, 선박, 기계류도 대여(리스)하고, 금융은 물론, 관련 분야의 지식이나 정보의 공유, 생산물의 수집, 저장, 유통 및 가격 안정화에까지 관여하여 조합원의 생활여건 향상은 물론, 외국기업이나 수입업체의 파상공세를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시장보호기능까지 보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농축수산업 종사자가 모두 협동조합의 지배하에 있지는 않다. 조합원으로서 누리는 혜택도 매우 크지만 가입 및 탈퇴도 가능하다. 이 밖에 해당 산업생태계에는 많은 유관 기업들이 있다. 조합과 연계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며 회원 각자가 본인의 편의를 위하여 별도의 온라인 쇼핑몰을 설립, 운영하는 등 적절히 ICT를 활용 할 수도 있다.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의 환경변화나 외부요인이 발생하면 전국의 지역단위 조합원은 서로 연대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전국의 250개 분회와 16개 지부가 연대한다면 23,000여개 약국은 물론, 의약품과 약료서비스를 위한 연구개발, 생산유통, 기타 서비스에 종사하는 8만명 규모의 약사 조합원을 보유하는 거대한 공동집단체로 변모할 수 있다. 지금의 약사회와 다를 게 무엇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경제공동체는 정치사회적 이념공동체와 상이한 수준의 결집력과 역량을 보유할 수 있다. 거의 전국적 규모의 대기업과 유사한 역량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농축산부 산하에 농촌진흥청이 존재하며 새로운 품종개발, 농업기술, 농지활용 연구 등이 진행되고 대학에 농학과, 농경제학과, 농생물학과 등이 설치되어 다양한 연구도 이뤄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나 산하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가칭 ‘약업산업 진흥부서’를 설치하는 것도 가능해지고 여기를 중심으로 국가차원의 정책연구와 약업산업 발전을 견인할 국책사업과 이에 대한 자금지원도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존의 병원을 의료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중심병원 구축사업’, ‘의료관광 진흥사업’, ‘의료빅데이터 구축사업’ 등을 실행했던 것처럼 약국도 이와 유사한 진흥사업과 정책지원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자는 것이다. 왜 스타트업 기업이 약 배송 앱(App.)을 만들어 기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저항만 할 뿐 약업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여기서 주관하여 전국의 약배송사업을 오히려 주관하면서 약업의 디지털 전환을 실천하여 전국민의 편의성까지 향상시키도록 약사들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개미의 사회성과 집단생존방식을 벤치마킹하여 약사의 생존방식도 재정의하자
약업현장의 목소리에 따르면, 약업현장은 이제 대외적 도전 못지않게 내부의 과당경쟁과 비윤리적 행위와 상도덕의 파괴 정도가 심각하다. 더구나 자정능력까지 부족하여 약국중심의 약업계는 어느덧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있는 듯 보인다.
의약학 직능인들과 직업 공무원은 타 직군에 비하여 소위 ‘모범생’ 성향이 농후하다. 이들은 대체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한다. 전통 및 관습을 지향하고 안정을 추구하기에 법령이나 제도의 틀 안에 고착된 사고체계가 강하며, 책임지기를 꺼려하고, 중요한 결정을 타인에게 위임하고, 리더십 그룹의 지시나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예 판도까지 바꾸어 버리는 이른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잘 시도하지 못한다.
이와 유사하게, 농업 종사자들도 수십년 간 전래된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 밭고랑이나 이랑의 넓이와 방향까지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그대로 활용한다. 마찬가지로 의사들은 자기가 수련 받거나 공식화된 방식대로 수술을 집도한다.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수술법이라도 의료경제성평가가 완료되어 의료보험수가가 책정되지 않으면 한 의사가 자기 맘대로 새로운 방식으로 처치하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의약학 분야에서 ‘대가’라는 소리를 듣자면 수십년 수련받고 숙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우리는 아직 개미 무리의 리더십 체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철새들은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갈 때 누가 비행 인도자의 위치에 설지, 비행에 지치면 자리를 바꾸어 여유 있는 추종 비행을 하거나, 지쳐서 낙오하는 개체는 어떻게 무리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뒤따라오도록 함께 동반비행하는 방식도 보유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망망대해도 횡단하고 9천미터에 육박하는 높이의 히말라야 산맥도 횡단할 수 있다. 코끼리 무리는 가장 나이 들고 현명한 암컷, 곧 선임자 할머니 코끼리가 이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의료계나 약업계도 현명하고 미래지향적인 지도자가 필요하다.
약업의 혁신은 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유럽의 서양의학 의사가 현대 과학기술을 과감히 현업에 채용하여 의업의 과학화와 현대화를 이룬 반면, 혁신의 타이밍을 놓친 동양의 한의학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반면교사를 삼으면 좋겠다. 약국이 사라져버린 약업은 당장 상상조차 안된다. 약사의 직능이 보존되고 더욱 발전하려면 일단 약국의 기능을 보존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기업형 약국이 싫으면 유사하게라도 지속 가능한 대체모델을 연구하고 시험해보아야 한다. 내가 잘 모르면 타인의 지식이나 경험이나 기술을 요청해야 한다. 이를 경영학과 산업계에서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라 부른다(그림1).
그림1. 개방형 혁신의 개념도(출처: 구글이미지)
올 해는 연말에 전국의 260여개 각종 약사회 회장을 선출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개방형 혁신, 파괴적 혁신, 약업의 고도산업화, 약사직능의 전문화, 약사 권익의 보호와 더불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사회를 구현할 개념설계 역량과 상세전략, 실천력을 보유한 지도자들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1-09-13 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