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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6> 반드시 알아둬야 할 모기 기피제 이야기
벌레는 안 물리는 게 최선이다. 야외활동이 많은 여름철, 벌레에 안 물리려면 곤충 기피제 사용법에 대해 잘 알아둬야 한다. 시중에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곤충 기피제는 DEET(디에틸톨루아미드) 성분 또는 이카리딘 성분이다.
우리 주변에 보면 남들보다 모기에 더 잘 물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유 중의 하나가 체취나 땀 냄새로 인한 것이다. 모기는 이산화탄소, 체열, 땀, 피부 분비물의 냄새를 감지하여 흡혈대상을 찾는다. DEET 성분의 모기 기피제를 피부와 옷에 뿌리면 곤충이 싫어하는 냄새의 증기를 발생시켜 모기와 진드기, 벼룩 같은 곤충을 쫒아낸다.
하지만 그 효과가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니다. 농도에 따라 30% 함유 제품은 5-8시간, 20%는 4-6.5시간, 10%는 2.5-4.5시간으로 효과 지속 시간이 짧아진다. 반대로 농도가 높을수록 피부자극과 같은 부작용이 심해진다는 단점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요즘에는 피부 자극이 DEET보다 적고 독성도 낮은 이카리딘 성분 기피제가 더 많이 눈에 띈다. 이카리딘은 모기가 사람 냄새를 맡는 것을 방해하여 효과를 내며 모기와 진드기를 쫒아내는 효과가 있다. 역시 농도에 따라 효과 지속 시간이 달라진다. 10% 함유시 모기 기피 효과는 5시간, 진드기 기피 효과는 7시간 정도 유지되며 20% 함유 제품은 모기로는 7시간, 진드기로는 8시간까지 효과가 지속된다.
연중 이맘때면 방송과 인터넷에 천연성분 기피제에 대한 정보가 쏟아진다. 하지만 정향유, 시트로넬라 오일, 콩기름, 유칼립투스 오일, 티트리 오일 등을 함유한 이들 천연성분 기피제는 모기에 대한 기피제로서 DEET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2017년 식약처에서 제조중지 및 신규품목 허가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모기 기피제는 어떻게 써야 효과적일까? 우선 제품 사용설명서를 읽어봐야 하지만 일반적 원칙은 노출된 피부와 옷 위에 뿌리거나 바르되 적당한 양만큼만 사용해야 한다. 옷으로 덮인 피부에는 바르지 말아야 한다. 사용설명서 상의 지속시간을 확인하여 시간 간격을 잘 맞춰 재사용해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저농도의 제품으로 성인이 발라주는 게 좋고, 특히 손, 입, 눈 주위에는 바르지 않는 게 좋다. 2세 이하 유아는 이카리딘 계열의 제품이 낫다. 곤충 기피제는 찢어지거나 상처가 난 피부에는 뿌리지 않는 게 원칙이며 스프레이 타입일 경우 얼굴에는 뿌리지 않고 먼저 손에 뿌려서 얼굴에 문질러주는 게 안전하다.
야외활동을 마치고 귀가해서는 비누와 물로 피부에 남아있는 기피제를 깨끗이 씻어줘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쓰면 모기 기피제도 미세먼지처럼 작용할 수 있다. 분무제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사용해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와 모기 기피제를 둘 다 써야 할 때도 종종 있다. DEET 성분은 자외선 차단제와 함께 쓰면 피부로 더 많이 흡수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자외선 차단제를 20-30분 전에 먼저 발라서 충분히 스며들도록 하고 모기 기피제는 나중에 나가기 직전에 뿌린다.
모기밴드는 믿지 않는 게 좋다. 밴드를 찬 팔 주변에나 조금 효과가 있을까, 그다지 효과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휴대폰 앱도 효과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다. 진한 색상 옷을 입으면 모기에 더 잘 물린다는 속설도 틀린 이야기다. 다만 밝은 색상 옷을 입고 야외에 나가면 벌레가 달라붙었을 때 더 잘 보여서 쫒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벌레엔 안 물리는 게 최선이지만 모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곤충이다. 2015년 한 해 전 세계에서 72만5000명이 모기로 전염되는 말라리아, 뇌염, 황열병, 뎅기열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말라리아는 백신이 없으며 위험지역 여행 시에는 예방약 복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 100개국이 말라리아 위험 지역이며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북아프리카 일부, 동남아시아 등이 위험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여행 전에는 가까운 병원, 보건소에 문의하거나 또는 질병관리본부 웹사이트에서 내가 여행할 지역이 혹시 말라리아 위험지역인지 확인하자.
2019-06-05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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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5> 알아둬야 쓸데있는 소화제 이야기
아직도 소화불량 증상에 소화효소제 알약부터 찾는 사람이 많다. 소화효소제를 음식에 넣고, 흐물흐물해지는 걸 보여주는 실험이 가끔 TV에 방송되기도 한다. 하지만 소화효소제 알약은 대부분의 경우 불필요한 약이다. 소화효소제 알약에는 보통 돼지의 췌장에서 추출한 효소가 들어있다.
췌장에 특별히 문제가 있는 일부 환자를 제외하면 건강한 성인은 소화효소제 알약에 들어있는 소화효소의 수십~수백 배 이상의 소화효소를 췌장에서 분비한다. 굳이 다른 동물의 소화효소를 넣어주지 않아도 인체에서 충분한 소화효소를 만들어낸다. 이미 100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1을 보태준다고 별 도움이 될 리 없다.
사실이 이러한 데도 소화효소제 알약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느낄 수 있다.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고 소화제에 함유된 다른 성분 때문일 수도 있다. 보통 소화제 알약에는 소화효소 외에도 위에 차 있는 가스를 배출시켜주는 성분이나 지방 소화를 돕는 담즙산 성분도 함께 들어있다. 이들 성분도 소화불량에 두드러진 효과가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다. 약을 먹지 않아도 시간이 경과하고 음식이 위에서 장으로 내려가면 소화불량 증상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가벼운 속쓰림과 소화불량 증상에는 제산제가 소화효소제보다 나은 선택이다. 제산제는 위속에서 직접 작용하여 5분 이내에 빠르게 증상을 완화시킨다. 단, 제산제의 효과는 일시적이며 위속에 제산제가 남아 있는 동안에만 효과가 있다. 속 쓰리다고 빈속에 약을 삼키면 약이 위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서 약효가 반짝하고 사라져버린다. 식후 1시간 이내에 복용해주어야 제산제가 최대 3시간까지 위에 남아 효과를 낼 수 있다. 제산제는 위에서 산을 중화하는 작용을 한다.
히스타민2 수용체 길항제(H2RAs)도 속쓰림과 소화불량 증상에 자주 사용된다. 길고 어려운 이름이지만 약품 포장 뒷면에 라니티딘, 니자티딘과 같은 약 성분이 적혀있으면 다 이런 계열의 약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런 성분의 약을 복용하면 보통 30분~45분 정도가 지나 약효가 나타난다. 빠른 효과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제산제와 H2RAs 성분이 함께 들어있는 복합제가 더 나은 선택이다.
"소화제를 자주 먹으면 인체의 소화효소 분비 기능이 떨어져 나중에는 약을 안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인체가 만들어내는 소화효소의 1/100에 불과한 소량의 소화효소를 알약으로 먹는다고 소화효소 생산을 중단할 만큼 우리 몸이 허술하지 않다.
하지만 속쓰림,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제산제나 위장약을 장기 복용하면 위궤양이나 위암의 초기 증상이 나타날 때 모르고 지나갈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 소화제 뒷면의 주의사항에 2주 이상 복용하여도 증상의 개선이 없을 경우 의사, 약사와 상담하라는 경고문구가 명시된 이유다.
습관적으로 소화제를 찾는 사람이라면 생활 습관을 조정해보는 것도 좋다. 식후 3시간 이내에는 눕지 말자. 밤늦게 기름진 육류와 술을 배불리 먹고 마신 뒤 바로 잠자리에 들면 음식이 위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서 다음 날 아침 속이 쓰리고 거북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흡연은 위산 분비를 자극하는데다가 식도와 위를 잇는 하부식도괄약근을 느슨하게 하여 속쓰림 증상에는 이중으로 해롭다. 금연이 최선이지만 그게 안 되면 식후에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라도 멈추길 바란다. 뱃살의 압박도 위를 눌러 속쓰림과 역류 증상을 악화시킨다. 체중을 줄이고 가급적 꽉 끼지 않는 옷을 입는 게 좋다.
끝으로 약 복용도 속쓰림, 소화불량 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소염진통제는 식후 즉시 복용해야 부작용으로 속쓰림,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감기약이나 알레르기성 비염 약 중에 코막힘 제거약 성분도 하부식도괄약근을 느슨하게 하여 위식도 역류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2019-05-22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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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4> 논란의 약 스타틴 이야기
“고지혈증약 스타틴, 발기 부전에도 효과” 5년 전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 뉴스다. 미국 럿거스 대학교에서 713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11건의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스타틴 복용시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치료제의 1/3에 해당하는 정도로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분명치 않으나 연구자들은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고 혈관내피의 기능이 향상되어 혈관 확장을 돕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의 연구 결과도 있다.
2010년 이탈리아 플로렌스 대학의 연구진은 스타틴 복용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스타틴 복용으로 인한 남성호르몬 부족으로 성욕 감퇴를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혼란스러운가? 하지만 약에 관한 한 이런 논란은 흔한 일이다. 약은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효과가 있으면 부작용도 있다. 그래서 어떤 약을 사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할 때는 약효로 인한 유익과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을 두고 저울질이 필요하다.
다시 스타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발기부전에 대한 논란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스타틴 복용시 기억력 저하, 혼돈과 같은 인지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론상 그럴 수 있다. 스타틴은 우리 몸에서 콜레스테롤이 만들어지는 걸 방해하는 약인데, 통념과 달리 콜레스테롤은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기도 하다. 콜레스테롤은 뇌신경세포막에도 꼭 필요한 성분인데, 뇌는 뇌-혈관장벽이라는 장벽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뇌 속으로는 간에서 만들어낸 콜레스테롤이 운반될 수 없다.
그래서 뇌는 자체적으로 콜레스테롤을 만들어서 쓴다. 일부 스타틴이 아마도 뇌 속으로 들어가서 콜레스테롤이 만들어지는 걸 방해하면 인지장애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의심하는 근거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스타틴 복용시 인지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기 어렵다. 장기간 스타틴 복용으로 혈관건강을 개선하면 도리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이 역시 아직 확실치 않다.
물에 잘 녹는 수용성 스타틴(프라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은 부작용이 적게 나타나고,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 스타틴(심바스타틴, 아토바스타틴)은 약은 조금 더 많이 나타난다는 주장도 있다.
지용성이면서 근육관련 부작용이 적게 나타나는 플루바스타틴 같은 약도 있어서 아직까지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한 종류의 스타틴 복용으로 부작용이 의심되는 경우 처방한 의사와 상담을 통해 다른 종류의 스타틴으로 약을 바꾸거나 용량을 줄여보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스타틴을 복용중인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 위험이 조금 증가할 수 있는 걸로 나타난다. 왜 스타틴이 그런 부작용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으나 고혈압, 비만과 같은 당뇨병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며, 고용량의 스타틴을 복용했을 때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난다.
하지만 스타틴 복용으로 인해 얻게 되는 심혈관계 건강상의 유익이 당뇨병 발생 위험 증가보다 훨씬 크다. 고혈압, 심장병 등으로 스타틴을 꼭 복용해야 하는 경우 당뇨병을 걱정해서 스타틴을 끊는 것보다는 복용하는 게 현명한 결정이다.
역시 드물지만, 스타틴을 복용하는 중에 근육통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의사에게 즉시 알려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약을 일시적으로 끊었다가 다시 복용할 수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횡문근융해증이라는 치명적 부작용이 나타나 근육과 신장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다른 약과 스타틴을 함께 복용하면 이런 부작용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으니, 스타틴을 복용중일 때는 약물상호작용에 대해서도 약사와 반드시 점검해보는 게 좋다. 끝으로 하나 기억할 점이 있다.
2017년 학술지 랜싯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약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걱정하는 사람일수록 스타틴으로 인한 근육통, 인지기능 저하, 발기부전과 같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걱정도 지나치면 독이다. 약이 양날 선 검이라고 날을 너무 무서워하다가 도려내야 할 것을 도려내지 못하면 더 큰 해를 입을 수도 있다. 본래 칼이란 필요할 때는 휘둘러야 하는 법이다, 균형을 제대로 잡고.
2019-05-08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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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3> 약 사용 중 햇빛 조심
봄철 야외 활동은 즐거운 일이지만 약을 사용 중일 때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약 복용 중에는 자외선을 평소보다 더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 사용 중에는 피부가 햇빛에 더 민감해진다. 먹는 약이든 바르는 약이든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바르는 약일 때 더 자주 나타난다.
약물로 인한 광과민성(photosensitivity) 반응에는 광알레르기(photoallergy)와 광독성(phototoxicity)의 2가지 상태가 포함된다. 광알레르기는 비교적 드문 면역반응으로,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이 약과 만나면 약이 알레르기 원인물질로 변화하여 생긴다.
자외선 중 주로 UVA가 피부에서 이러한 광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한다. 광알레르기는 약물의 용량과 관련이 없고, 대체로 관련 화학물질이나 약물에 적어도 한 번 이상 노출된 이후에 발생한다. 다행히 비교적 드물게 나타나는 편이다. 광알레르기는 바르는 소염진통제, 바르는 항생제, 향유, 일부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광독성은 더 흔하게 생긴다. 광독성 반응은 쉽게 말해 약 사용 중에 햇빛에 의한 화상에 더 취약해지는 것이다. 면역반응이 아니라서 화학물질이나 약물에 처음 노출되었을 때도 발생하고, 약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위험이 증가한다. 광독성을 일으키는 약물은 광범위한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소염진통제, 설파제나 퀴놀론 계열의 항생제, 티아자이드 이뇨제, 비타민A유도체와 같은 약에 더해 성요한의 풀과 같은 약초 성분도 광독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다행히 모든 약이 광과민성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광과민성과 관련되는 약물의 가짓수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 약과 햇빛의 충돌에 대해 소비자가 일일이 기억하긴 어렵다. 자신이 사용 중인 약이 광과민성을 유발하는지 약사와 확인하는 게 좋다.
광과민성 유발이 가능한 약을 사용 중인 사람은 자외선 지수가 높은 여름날 지나친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 특히 햇빛이 강렬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가급적 직사광선 노출을 피하고, 야외활동 중에는 될 수 있는 대로 그늘에서 중간중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 양산, 긴 팔과 긴 바지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옷이 젖으면 자외선이 거의 차단되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티셔츠를 입고 물놀이를 해도 등이 까맣게 타는 이유다.) 물론 위의 방법으로 모든 자외선이 차단되지는 않는다. 자외선 차단제를 충분히 바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자외선 차단제의 성능을 나타내는 제일 흔하게 사용되는 지수는 SPF인데, SPF가 높을수록 일광화상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만, SPF 표시로는 UVB에 대한 효과만 알 수 있다. 약으로 인한 광알레르기 반응은 UVA에 의해서 생길 수 있어서, 약 사용 중에 쓸 자외선차단제로는 UVA까지 차단해주는 자외선 차단제를 고르는 게 좋다. (PA로 표시 PA +, ++, +++)
광독성을 줄이려면 UVB 차단도 물론 중요하다. SPF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고 숫자가 높은 것만 찾는 사람이 많다. 어떤 사람에게 일광 화상을 유발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60분(1시간)이라면, SPF 6짜리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경우, 그 사람이 같은 정도의 햇빛 화상을 겪는 데 걸리는 시간은 6시간이 된다.
SPF가 15인 제품은 UVB의 93%를 차단한다. SPF가 30까지 올라가면 UVB 차단율은 96.7%가 되고, SPF가 40이 되면 UVB의 97.5%가 차단될 뿐이다. SPF가 70인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UVB 차단 효과는 98.6%에 머무를 뿐이다. SPF30 이상부터는 차단 효과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약으로 인한 피부 문제를 막으려고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할 때 기억해야 할 점은 무엇보다 충분한 양을 자주 발라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많다 싶을 정도로 넉넉하게 바르지 않으면 자외선 차단제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끝으로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은 자외선 차단제 성분 역시 광과민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간혹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후 발진, 두드러기, 피부 자극이 나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럴 때는 우선 다른 자외선 차단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을 이용해 볼 수 있지만, 심각한 알레르기 증상이나 발진이 나타나면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자외선 차단제도 약이다. 궁금한 점이 있을 때는 약사와 상담하자.
2019-04-24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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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2> 알아두면 쓸데있는 약의 제형 이야기
약에는 다양한 제형이 있다. 캡슐, 정제, 가루약, 시럽처럼 먹는 약도 있고 주사로 맞는 약도 있다. 연고나 젤, 크림처럼 바르는 약도 있고, 붙이는 패치도 있다. 어떤 제형이냐에 따라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과 부작용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입술에 물집이 생기면서 따가운 헤르페스 바이러스 포진에는 아시클로버라는 성분의 항바이러스제가 종종 사용된다. 이 약은 먹는 약일 때 가장 효과가 좋다. 증상 초기 1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약을 복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통증이 하루 더 짧아진다.
바르는 약일 때는 이보다 효과가 떨어지며, 이마저도 제형이 연고냐 크림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연고는 바셀린처럼 기름진 타입, 크림은 수분 함량이 더 높아 잘 발라지는 타입으로 이해하면 쉽다.) 크림은 구순포진 증상이 나타날 때 1시간 이내에 발라주면 증상을 한나절 줄여주는데 반해 연고는 효과가 떨어진다.
반면, 스테로이드 성분의 연고와 크림을 비교하면 동일 성분일지라고 연고가 크림보다 흡수가 더 잘 된다. 언뜻 생각하면 연고나 크림이나 같은 양의 약이 들어있으니 효과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약성분이 연고 기제(베이스)에서 피부로 전달되는 속도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제나 캡슐의 경우도 제형이 다양하다. 일반 정제나 캡슐이 있고, 천천히 또는 정해진 곳에서 약물을 방출하도록 특수하게 설계된 서방정, 장용정과 같은 알약이 있다. 겉보기에는 비슷한 모양이지만 어떤 제형이냐에 따라 약성분이 혈중으로 흡수되는 속도가 다르고 따라서 약효 발현, 지속시간, 부작용도 다르게 나타난다.
상황에 따라 제형의 선택이 다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도록 하려면 일반 정제나 캡슐이 좋지만 효과가 오래 지속되고 부작용을 줄여주려면 지속형 알약을 사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알약은 쪼개지 말고 반드시 그대로 복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서방정, 장용정 때문이다. 일반 알약은 삼키기 어려우면 쪼개거나 부숴서 가루로 만들어 먹어도 되지만 서방정의 경우 부수거나 쪼개어 먹었다가는 천천히 녹아 나와야 할 약성분이 한꺼번에 흡수되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장용정은 위에서 녹지 않고 장에서 녹도록 특수하게 만든 것인데, 약을 쪼개면 위에서 약물이 녹아 나와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물 대신 우유로 장용정 변비약을 삼키면, 장에서 녹아야 할 코팅이 위에서 녹아버린다. 이로 인해 장운동을 촉진시켜야할 변비약 성분이 위를 자극하는 부작용을 겪게 된다.
약을 복용한 후 화장실에 갔다가 대변에 알약이 그대로 나왔다며 놀라는 경우도 간혹 생긴다. 이럴 때 환자 입장에서는 약성분이 하나도 흡수가 되지 않았으면 어쩌나 걱정할 수 있다. 하지만 괜찮다. 일부 서방형 알약은 약성분을 전부 방출한 뒤에도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대장을 통과하여 몸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다만 내가 복용 중인 약이 그런 제형에 해당하는지는 약사와 상담해봐야 한다.)
글을 마치기 전에, 부형제의 억울함을 풀어줘야겠다. 알약에 부형제가 들어있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과장하는 이야기가 방송이나 인터넷에 종종 보인다. 하지만 실제는 정반대로, 부형제가 안 들어있으면 낭패일 경우가 더 많다. 약성분만으로 알약을 만들기는 어렵다.
약성분이 원하는 곳에 가서 흡수되어 효과를 내고, 경우에 따라서는 빠르게 흡수되어 신속한 효과를 내거나 반대로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되도록 돕는 일은 부형제의 몫이다. 부작용을 줄이고 쓴맛을 가리고 삼키기 더 쉽게 하는 것도 부형제의 역할이다.
약 모양이나 색상을 다르게 하여 구별할 수 있도록 하고, 모양을 보기 좋게 만들며, 약성분이 분해되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하여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전부 부형제가 하는 일이다. 약효를 내는 주성분이 배트맨 같은 슈퍼히어로라면 부형제는 로빈과 같은 조력자이다.
비록 약효는 없지만, 부형제는 약이 제대로 일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성분이며, 게다가 안전성이 입증된 물질이다. 쓸데없이 집어넣은 성분이 아니라 약성분을 돕도록 의도적으로 알약 설계에 포함시킨 성분이 부형제인 것이다. 주연이 아닌 조연이라고 무시하지 말자.
2019-04-10 0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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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1> 알아두면 쓸모있는 비염약 이야기
봄은 알레르기의 계절이다. 막힌 코를 뚫어주는 비충혈 제거제 스프레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하지만 코막힘은 알레르기의 증상 중 한 가지일 뿐이다. 코막힘에만 도움이 되는 비충혈 제거제 스프레이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게다가 너무 오래 사용하면 약물성 비염이라는 부작용이 생긴다. 콧속에 약을 뿌려주면 코가 뚫리는 듯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원래보다 코막힘이 더 심해지는 반동성 비충혈이 나타난다.
약으로 인해 도리어 비염 증상이 악화되는 이러한 약물성 비염 부작용을 피하려면 연속으로는 5-7일 이하, 하루에 2-3회 이하로 사용 기간과 회수를 제한해야 한다. 필요할 때만 잠깐씩 쓰고, 장기적으로는 다른 약으로 증상을 관리해줘야 바람직하다.
모든 스프레이를 오래 쓰면 안 되는 건 아니다. 코에 뿌리는 약 가운데는 장기적으로 사용 가능한 것도 있다. 생리식염수나 보습제가 들어있는 스프레이는 콧속 건조함을 줄여주고 섬모 운동을 촉진시켜서 콧속 점액질 배출을 쉽게 해준다.
이보다 고농도의 식염수 또는 해수 스프레이는 코막힘 증상 완화를 위해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다.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매일같이 계속되거나 증상이 심할 경우 콧속에 뿌리는 스테로이드 스프레이가 효과적이다.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는 알레르기비염의 증상인 콧물, 코막힘, 재채기, 가려움증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가 입증된 약이다. 다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진 않는다. 보통 처음 쓰고 나서 6-8시간 지나서야 효과가 나타나며 최대 효과를 보려면 2-4주까지 걸릴 수 있다.
코막힘에 사용하는 비충혈 제거 스프레이가 쓰자마자 효과를 보이는 데 비하면 조금 느리지만, 하루에 1~2회 꾸준히 사용하면 콧속 염증을 줄이고 알레르기 비염의 여러 증상을 완화하는데 가장 좋은 선택이다.
인터넷으로 ‘스테로이드 부작용’ 이라고 검색하면 면역 저하, 골다공증과 같은 부작용이 나온다며 걱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약을 콧속에 뿌렸을 때 약 성분이 전신으로 흡수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콧속에서만 스테로이드의 효과가 발현되고, 전신으로 흡수되는 약 성분은 얼마 되지 않으므로 스테로이드 전신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거의 희박하다. 같은 맥락에서 고혈압이 있을 때는 먹는 비충혈 제거약보다는 뿌리는 스프레이가 코막힘 증상 완화에 더 안전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장기간 사용만 피하면 된다.)
코에 뿌리는 약도 제대로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코 가운데 위치한 비중격막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바깥쪽으로 뿌린다. 쉽게 말해 오른쪽 콧구멍에는 왼쪽 손으로, 왼쪽 콧구멍에는 오른 손으로 약을 쥐고 엇갈리게 뿌려주는 것이다.
또한 1-2주 이상 오랫동안 뿌리지 않았거나 약을 처음 사용할 때는 사람이 없는 쪽으로 허공에 대고 2-3회 분무하여 약이 제대로 뿌려지도록 준비한 뒤에 사용한다. 약을 뿌릴 때는 코 속에 너무 깊숙이 넣지 않도록 하며 코가 너무 심하게 막혀있거나 콧물이 심할 경우 가볍게 코를 풀고 나서 약을 뿌린다.
약을 뿌리자마자 코를 풀지 않도록 한다. 약을 뿌릴 때는 고개를 살짝 숙여서 약이 뒤로 넘어가지 않게 한다. 약이 뒤로 넘어가면 약을 삼키게 되어 약효도 떨어지지만 살에 들려서 기도로 들어갈 위험도 있다.
비염에 쓰이는 약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가벼운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띄엄띄엄 나타날 때는 먹는 항히스타민제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졸음과 입마름을 유발하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보다는 부작용이 덜한 2세대 항히스타민제(세티리진, 로라타딘)를 권한다.
2세대 중에서도 세티리진은 사람에 따라 졸릴 수 있고, 복용량이 늘어날 경우 졸음 부작용이 두드러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반면, 펙소페나딘은 복용량을 늘려도 졸음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항히스타민제는 증상이 나타난 뒤에 복용하는 것보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노출되는 기간 내내 꾸준히 복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온도 변화에 민감한 혈관성 비염과 같은 경우는 뿌리는 항히스타민제나 뿌리는 항콜린제가 효과적이다. 비염의 경우에도, 자신의 증상과 만성질환 유무에 따라 알맞은 약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인터넷보다 전문가와 상담을 권한다.
2019-03-27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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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30> 약의 용도 이야기
통증으로 약을 복용 중인데 알고 보니 우울증 치료제다. 간지러움 증상 때문에 받아온 약인데 우울증 치료제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성분이 검색해보니 항암제다. 환자 입장에서는 놀랄 수밖에 없다. 간혹 병원이나 약국으로 항의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 왜 한 가지 약을 여러 용도로 써서 사람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가.
우리 눈에 다양해 보이는 여러 증상의 원인이 하나의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통, 치통, 관절염, 생리통, 근육통은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기전은 비슷하다. 통증과 염증, 또는 발열의 원인이 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을 줄여주는 약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동일 성분의 소염진통제(예를 들어 나프록센, 이부프로펜)를 치통에도 쓰고 생리통에도 쓸 수 있는 이유다. 소염제와 진통제가 따로 있는 줄 알고 각각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한 가지 약(NSAID)으로 진통, 소염, 해열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다.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우리 몸에서 통증, 염증, 발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므로 이 한 가지 물질의 합성을 막는 것만으로 통증, 염증, 발열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한 가지 약이 여기저기에 가서 작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신경병 통증에 흔히 사용되는 삼환계 항우울제(TCA)가 대표적 예이다. 통증이 계속되면 우울해지고 우울하면 통증에 민감해지는 악순환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려고 우울증 치료제를 만성 통증과 우울증을 함께 앓는 환자에게 사용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우울증이 없는 사람도 항우울제로 동일한 통증 완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통 우울증 치료제가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데는 2-4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통증 완화 효과는 훨씬 더 빠르게 1주일 이내에 나타난다.
우울증에 사용할 때와 달리 적은 용량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삼환계 항우울제가 정확히 어떤 기전으로 신경병 통증을 완화하느냐는 아직 모르지만 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를 억제하는 것이 관련된 것으로 짐작된다.
걱정을 덜기 위해 하나 정리하고 넘어가자. 우울증이 없는데 신경병 통증에 우울증 치료제를 먹는다고 우울증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삼환계 항우울제처럼 인체 여기저기에서 작용하는 만큼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여기저기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단점도 있다. 항콜린 작용으로 인해 입마름, 기립성 저혈압, 변비, 소변 정체와 같은 부작용이 문제가 되고, 과량 복용시 심장 독성의 위험이 있다.
다행히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할 때보다 통증에 사용할 때 복용량이 적어서 부작용이 덜하다. 그런 이유로, 삼환계 항우울제를 본래의 용도인 우울증 치료에 사용하기보다 신경병 통증에 쓰는 경우가 더 많이 눈에 띈다.
또 다른 예로, 항암제인 메토트렉세이트(MTX)를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에 사용한다. 이 약을 항암제로 사용할 때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사용할 때는 사용량과 복용 방법이 다르고 작용 기전도 다르다.
관절염에 메토트렉세이트가 효과를 나타내는 정확한 기전은 아직 모르지만 아데노신을 매개로 하는 항염증 효과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절염 치료에 저용량을 사용할 때와 항암제로 고용량 투여 시의 부작용 빈도도 다르다.
그렇다고 부작용이 안 나타난다는 건 아니고, 조심해서 모니터링해가면서 써야하는 약이다. 용량을 적게 쓰면 부작용도 줄어든다는 사실이 약을 복용 중인 분들에게 아주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란다.
가려움증에 독세핀과 같은 항우울제를 쓰는 것도 비슷하다. 독세핀은 삼환계 항우울제이면서 강력한 항히스타민제이기도 하다. 가려움의 원인이 되는 히스타민의 작용을 차단하여 효과를 내기도 하면서 동시에 심리적 요인으로 가려움증에 더 민감한 환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미타자핀이라는 약도 우울증 치료제이면서 동시에 항히스타민제로서 작용을 나타내어 가려움증 치료에 사용된다. 알고 보면, 약의 세계에도 팔방미인은 존재한다.
2019-03-13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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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9> 낙상에 주의해야 할 약 이야기
칠전팔기는 멋진 말이지만 이론일 뿐이다. 사람이 실제로 일곱 번을 넘어졌다가는 큰일 난다. 낙상으로 고관절 골절을 당하면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누워있는 동안 근육이 빠르게 힘을 잃는다. 매주 근력이 10-20%씩 줄어들어 입원 3-5주 만에 원래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일주일만 누워있어도 허벅지 근육량이 3%나 줄어든다. 침대에서 뒤척거리며 등과 다리의 근육을 움직이는 젊은 환자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경우에 이러한 근육 소실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 누워있는 동안 근육이 줄고 힘이 빠져서 골절이 낫고 나서도 다시 쓰러지기 쉽다.
넘어지고 겨우 회복해서 일어났다가 또 넘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면 나중에는 혼자 일어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건강하던 노인이 낙상 몇 달 뒤에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이유다. 건강을 위해서는 칠전팔기보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훨씬 나은 일이다.
낙상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낙상의 절반 이상이 집에서 발생한다. 집안이 정리가 안 되어 있을수록 걸려 넘어질 위험이 크다. 바닥에 물건을 치우고 조명을 밝게 유지하는 게 좋다. 봄나들이도 길이 너무 미끄러운 날은 자제해야 한다.
젊었을 때는 휘청하다가도 균형을 잡아서 몸을 바로 세울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므로, 낙상 위험이 커진다. 그런데 숨어있는 낙상 위험 요인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약이다.
고혈압에 복용하는 이뇨제, 혈압강하제, 수면제, 요실금약, 항우울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등의 여러 약물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4가지 이상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낙상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낙상을 조심하려면 자신이 복용하는 약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모든 약이 낙상 위험을 높이는 건 아니다. 주로 어지러움이나 졸음 부작용을 유발하는 약이 위험하다. 하지만 만성질환이나 건강상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약을 여러 가지 복용하는 경우에 낙상이 걱정된다고 무작정 약을 끊을 수도 없다.
모든 약에는 약을 복용해서 얻는 유익과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이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큰가에 대해 저울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해 알파차단제라는 약을 복용하면 기립성 저혈압과 같은 부작용으로 낙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잔뇨감 때문에 밤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회수가 늘어나고 그 와중에 넘어져서 낙상을 입을 위험이 커진다.
결국 약을 복용하되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같은 알파차단제 중에서도 어지러움이나 기절 등으로 낙상이 생길 위험이 적은 것을 고르고, 약 복용 시간을 잘 지켜서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보통 전립선 비대증 치료약을 자기 전에 복용하도록 권하는 것도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약 복용을 시작하고 처음 일주일 동안은 어지러움 증상이 더 흔하게 나타나므로 몸이 적응할 때까지 조심해야 한다.
고혈압 때문에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을 복용 중일 때에도 누워 있거나 앉은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면 혈압이 떨어지면서 어지럼증이 생기는 기립성 저혈압으로 쓰러져 낙상을 입을 수 있다. 급격한 자세 변화를 피하고 지지대를 잡아주는 게 좋다.
졸음,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약의 가짓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부작용과 낙상을 경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위험을 줄이려면 우선 내가 복용중인 약에도 낙상 위험을 높이는 약이 있는가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처방약뿐만 아니라 일반약과 건강기능식품도 모두 포함하여, 자신이 복용 중인 약을 나열한 리스트를 만들기를 권한다.
이 목록을 가지고 가까운 약국에 가서 낙상 위험을 높이는 약이 있는지 확인해보면 된다. 또한 다른 이유 없이 평소보다 졸리거나 어지러운 느낌이 드는 경우, 혹시 복용 중인 약에 그런 부작용이 있는지에 대해 약사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습관으로 하면 유익하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면, 약을 복용 중일 때 술을 마시면 졸리고 몸의 균형을 잡기 힘들어져 낙상 위험이 증가한다. 과음을 피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2019-02-27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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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0> 겨울철 무좀약 이야기
아직 추운 겨울인데 무좀약을 찾는 이가 늘어난다. 무좀하면 덥고 습한 여름이 생각나는데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겨울이라고 무좀균이 다 사라지는 건 아니다. 무좀의 원인은 표피사상균과 백선균 같은 진균이며, 쉽게 말해 곰팡이다.
냉장고에 보관했는데도 곰팡이가 피어올라 상한 잼을 생각해보라. 곰팡이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과 번식이 가능하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다른 곳은 다 겨울인데 발은 여름이라는 거다.
겨울에 날씨가 추우니 종종 양말도 더 두꺼운 것으로 신고 다니는데 제품에 따라서 보온은 잘 되고 통기성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땀이 나서 습하고 따뜻하니 무좀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소, 말과 같은 가축이 겨울철에 축사에서 서로 접촉이 늘어나면 진균으로 인한 표피 감염이 잘 생기는 것처럼 사람도 겨울에 온천, 사우나, 찜질방 같은 곳을 이용하다보면 공용 발판이나 젖은 바닥, 수건 등을 통해 무좀균이 옮을 수 있다.
겨울철 무좀이라고 치료 방법이 여름과 다르지 않다. 항진균제가 들어있는 연고, 크림, 분말, 스프레이를 사용한다. 뿌리는 타입의 약보다는 바르는 약이 효과가 좋다. 약을 문질러 발라주는 과정에서 피부로 약성분이 더 잘 이동하기 때문이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발을 깨끗이 씻고 잘 말린 뒤에 정성껏 발라줄수록 치료에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스프레이나 분말은 재발을 막는 예방용이나 신발 소독용으로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발바닥이나 발가락 사이 피부에 무좀일 경우 1주만 약을 발라줘도 증상이 좋아지고 3-4주 정도 약을 발라주면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만, 발톱무좀은 다르다. 일반 무좀 연고나 크림의 약성분은 발톱 깊숙이 침투할 수 없어서 네일라커 타입의 발톱 전용 무좀치료제를 사용해야 하며, 치료에 무려 9~12개월이 걸린다.
여름에 시작한 무좀 치료가 이듬해 봄이나 여름에 끝날 수도 있는 셈이다. 발톱무좀의 경우 먹는 약을 사용해서 치료해도, 약 복용은 3개월이지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린다. 발톱이 깨끗하게 새로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보통 발톱이 손톱보다 3-4배 더 느린 속도로 자란다. 무좀이 있는 성인의 경우 발톱이 더 천천히 자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래서 만약 바르는 약으로 발톱 무좀을 치료하기로 결정한 분들은 이 기간 동안에 꾹 참고 열심히 약을 발라주어야 한다.
여름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면 앞으로도 2-3개월은 더 발라줘야 완치를 바라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좀이 없어도 약을 바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보다 비약물 요법으로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무좀이 있을 경우, 겨울에도 발을 잘 씻고 건조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발을 하루 1회 이상 깨끗하게 씻고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는 더 자주 씻는 게 바람직하다. 발을 씻은 후에는 발가락 사이까지 꼼꼼히 잘 말리고, 발수건은 따로 쓰거나 수건으로 발을 닦을 때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맨 마지막에 닦아주어야 한다. 발 닦은 수건으로 다른 곳을 닦으면 신체의 다른 부분까지 감염될 수 있다.
손발톱 무좀이 있을 경우에는 피부에 보이는 무좀만 치료해서는 재감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무좀약을 발라주면 나은 듯하다가도 자꾸 재발하는 사람이라면 가까운 병의원에 방문하여 손발톱 무좀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다.
여름이라면 샌들을 신는 게 꼭 끼는 신발보다 낫지만, 겨울에도 조금 넉넉한 신발을 신어서 통풍이 잘 되도록 해주면 무좀 예방과 관리에 도움이 된다. 양말은 면양말로 매일 갈아 신는 걸 습관으로 해야 한다. 모직물이나 합성섬유 양말은 통기성이 떨어져 무좀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피부의 곰팡이균은 제압했는데, 신발이나 양말에 남아있던 녀석들이 다시 발로 옮겨와 무좀이 재발할 수도 있다. 그러니 오래된 신발이나 양말은 과감히 버리자. 세척, 건조 후에 항진균제가 들어있는 분말을 뿌려두었다가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무좀은 가족에게서 옮을 수도 있다. 무좀 환자가 있을 경우, 발수건이나 신발을 함께 쓰지 않는 게 좋다. 약에게만 맡기지 말고, 내가 약을 도와줘야 효과를 본다는 사실은 겨울철 무좀약 사용법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2019-02-13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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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7> 약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카페인 이야기
카페인은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약성분 중 하나다. 보통 자양강장제 드링크에는 카페인이 30mg, 복합진통제에는 한 알에 30~50mg정도가 들어 있다. 종합감기약에도 카페인이 포함된다. 특히 매일 습관적으로 오용되는 문제가 심각한 물약 종합감기약에는 카페인이 30mg까지 들어있다. 간혹 두통약이나 감기약을 먹은 날 잠을 청하기 더 힘든 이유다.
카페인이 약에 괜히 들어가는 건 아니다. 복합진통제 속 카페인은 약이 더 빠르게 효과를 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카페인 단독으로는 진통 효과가 없지만 진통제 약성분의 흡수 속도를 높여주거나 또는 약성분이 몸에서 제거되는 걸 늦춰서 약효를 높인다. 감기약 속 카페인도 마찬가지로 두통을 비롯한 통증 개선이나 감기로 인한 불편감을 줄여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카페인은 식품에도 들어있고, 약에도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주의하지 않으면 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험하기 쉽다. 커피전문점 기본 사이즈 커피 한 잔에 100-200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커피 한두 잔에 감기약 또는 두통약의 2-3회 분량의 카페인을 더하면 식약처의 성인 하루 카페인 섭취 권장량 400mg을 넘기기 쉽다. 제일 쉽게 생각나는 부작용은 불면증이지만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도 카페인 과잉 때문이다. 카페인이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혈압도 상승할 수 있다.
커피를 잘 안마시던 사람의 경우 갑작스런 카페인 섭취는 크게 5-10mmHg까지 혈압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고혈압 때문에 약을 복용 중이라고 커피를 피할 필요는 없다. 매일 같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 있어서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혈압이 올라가더라도 아주 살짝 상승하는 정도에 그친다. 다만 커피를 꾸준히 일정하게 마시는 사람에 비해 마시다 안마시다 하는 경우 카페인으로 인해 혈압이 요동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고혈압 환자들은 이런 경우 혈압 증가가 정상에 비해 1.5배 더 크게 나타난다.
커피 여러 잔을 마셔도 아무 문제없이 잘 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카페인 함유 두통약 한 알만 먹어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간에서 카페인을 대사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 몸속으로 들어온 카페인을 청소해서 내보내는 속도 차이가 크게 4배까지 날 수 있다. 반응이 민감한 사람일수록 카페인 효과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흡연도 카페인 부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흡연하면 간에서 카페인 대사효소(CYP1A2)가 더 많이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담배 피우는 사람은 카페인이 빨리 사라지므로 그 효과나 부작용에 더 둔감해진 상태다. 흡연자가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숨은 이유다. 반대로 금연하면 간 대사효소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므로 커피 속 카페인에 민감해진다. 그래서 금연 뒤에는 커피 마시는 양을 줄여주는 게 좋다. (카페인 대사효소의 활성 증가는 담배 연기에 의한 것이므로 니코틴 패치와 같은 금연보조제로 흡연을 대신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카페인에 민감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카페인을 포함한 약물 대사 속도가 느려진다. 젊었을 때는 커피를 마셔도 밤에 잘 자던 사람이 나이 들면서 커피 한두 잔에도 밤을 지새우며 괴로워하는 이유다. 이 때 약에 카페인이 들어있는 걸 모르고 평소처럼 커피를 마시면 둘의 카페인이 더해져서 효과가 더 강력해진다.
약과 커피 또는 카페인 음료가 충돌하는 경우를 조금 더 살펴보자. 철분제를 커피와 함께 복용하면 흡수가 저하될 수 있다. 커피는 칼슘 배출을 조금 증가시키고 흡수를 약간 떨어뜨리므로 칼슘보충제도 커피와 동시보다는 2-3시간 떨어뜨려 복용하는 게 좋다. 퀴놀론계 항생제와 플루복사민이라는 항우울제는 카페인 대사를 막아서 부작용이 늘어날 수 있으니 평소보다 카페인 섭취를 줄여야 한다.
약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모르고 먹을 때가 많다. 약 사용 설명서나 뒷포장 면에 카페인 함유 유무와 함량을 체크하는 걸 습관으로 하면 카페인 과잉으로 인한 괴로움을 피할 수 있다. 카페인이 들어있는 약인지 아닌지 구입 전에 약사와 미리 상담해보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알쓸신약 칼럼을 수시로 읽는 것까지 습관으로 한다면? 최고다.
2019-01-30 08: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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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6> 약의 사용 기한
추운 겨울 바깥에 나가기는 싫고 집에 있는 두통약을 찾고 나니 기한이 지난 것뿐이다. 이런 약 써도 되는 걸까. 고민과 갈등이 생긴다. 약에도 식품처럼 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 식품은 유통기한, 약은 사용기한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판매해서는 안 되지만 이미 집에 사둔 식품이 단지 유통기한만 지났다고 하여 버릴 이유는 없다. 상태가 온전하면 먹어도 된다. 하지만 약은 유통이 아니라 사용기한이다. 사용 기한이 지난 약은 판매도 할 수 없지만 사용해서도 안 되는 게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안 되느냐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사용기한이 지난 약이라도 원래 효과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FDA에서 미군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보관기간 연장프로그램(SLEP) 조사 결과가 있다.
약이 원래 포장 용기에 그대로 담겨있고 손을 대지 않은 상태일 때는 거의 평균 5년 반이 지나도록 전체 조사 대상의 88%에 달하는 약품이 약효를 유지했다. 사용기한을 원래보다 15년 이상 연장할 수 있는 약품도 있었다. 매년 폐기되는 약으로 인한 엄청난 비용을 줄여야 하는 미군에게는 희소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온도와 습도를 최적으로 유지한 저장 시설에서 보관한 경우에 한정된다는 문제가 있다. 즉, 일반 가정에서 보관하는 조건과는 거리가 있다. 게다가 소비자가 자신의 집에 보관 중인 약 가운데 어떤 약이 약효가 유지되고 어떤 약이 문제가 있는지도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이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연구 결과나 제도가 나오지 않는 이상, 다른 약을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 기한이 지난 약은 쓰지 않는 게 좋다.
사용 기한이 지난 약을 복용하면 생기는 문제는 크게 보아 둘이다. 하나는 약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안전성 문제이다. 둘을 놓고 보면 약효가 떨어지는 게 더 흔한 문제다. 예를 들어 항생제의 역가가 떨어지면 질병의 원인균이 제대로 박멸되지 않으니 치료가 어려워진다.
습기에 약한 아스피린과 같은 약도 사용기한 지나면 효과가 떨어진다. 가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화장실 선반에 약을 보관하면 약성분의 가수분해가 촉진되어 약효가 더 빨리 줄어든다. 드물지만 사용기한이 지난 약의 안전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테트라사이클린, 아미노글리코사이드와 같은 일부 항생제는 사용기한이 지나면 변질되어 신장에 해로운 독성물질로 변할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더해 약도 사용기한이 지나면 세균에 오염되거나 성분이 변질될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 특히 시럽이나 서스펜션과 같은 액체 의약품의 경우 세균이 번식하여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과감히 버려야 한다.
약을 개봉해서 사용하면 사용기한이 줄어든다. 약에 표시된 사용 기한은 보통 1-2년 이상으로 긴 편인데, 이는 개봉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했을 때의 사용 가능 기한이다. 개봉 후에는 기간이 단축된다. 특히 안약의 경우 개봉하면 1개월 내에 전부 사용하고 남은 것은 버려야 한다.
그렇지만 약에 따라 포장지에 인쇄된 사용기한까지 쓸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하나하나 블리스터팩에 개별 포장된 알약이나, 일회용으로 포장된 안약의 경우는 개봉하지 않은 것은 사용기한까지 두고 쓸 수 있다. (뚜껑을 열어서 사용한 일회용 안약은 바로 버려야한다.)
단, 이것도 보관상 주의사항을 제대로 지켰을 때의 이야기이다. (사용한 약의 보관 방법과 기간에 대해서는 지면 관계상 다음 편에 설명할 예정이다.)
사용기한이 지난 약들은 과감히 버리는 건 좋지만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안 된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약은 환경에 큰 부담을 준다. 폐의약품을 오남용할 우려도 있다. 오래된 약은 약국이나 보건소에 있는 불용의약품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아직까지 폐의약품을 수거하여 폐기하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아서 약국과 보건소의 고민이 많다. 더 많은 사람의 고민과 참여가 필요한 문제다.
2019-01-16 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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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5> 약 복용을 잊었을 때
약 먹는 걸 깜박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복약 상담을 잘 하고 싶은 약사라면 반드시 주목해할 문제다. 1999년 205명의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90%가 약 먹는 걸 깜박 잊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정보가 아주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몰라도 된다고 대답한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하지만 상담할 때 이 문제는 간과하고 넘어갈 때가 많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진행한 다른 연구에 의하면 약 복용을 잊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설명을 들었다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약을 복용하다보면 복용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생기고야 만다. 이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대응 방법은 알고 보면 쉽다. 약을 깜박 잊은 걸 깨닫게 된 시간이 원래 먹었어야 할 시간에 가까운가 아니면 다음번 시간에 가까운가 확인하면 된다.
다음번에 가까운 경우에는 그냥 건너뛰고 다음 번 시간에 맞춰 원래대로 복용한다. 주의할 점은 약을 깜박 잊었다고 해서 다음번에 두 배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항생제는 일정한 시간에 맞춰 복용하도록 되어있다.
가령 하루에 두 번 복용하는 항생제라면 정확히 시간을 맞추면 매일 12시간 간격으로 복용하게 된다. 가령 아침 7시, 저녁 7시에 두 번 복용하는 약인데, 오전 10시쯤이 되어 약을 안 먹은 걸 기억했다면, 그 때는 바로 복용하면 된다.
다음 번 복용 시간인 저녁 7시와는 9시간 차이가 나지만 원래 복용 시간인 오전 7시와는 3시간 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후 4시쯤에 기억이 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번 복용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때는 아침 약은 잊어버리고 저녁 약부터 제대로 복용하면 된다.
위의 설명은 일반적 원칙일 뿐 예외도 있다. 가령 여성 피임약의 경우는 하루 잊으면 다음날 두 알을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 피임약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사용설명서를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참고하는 게 좋다. 불확실할 때는 약국 또는 병의원에 전화해서 확인하면 된다.
바쁜 생활 속에서 약을 복용하는 걸 사나흘, 어떤 경우에는 일주일 이상 잊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경우에는 약에 따라 괜찮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약이 반감기가 길어서 몸속에서 천천히 빠져나가는 약일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약의 효과가 짧은 편일 때는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피임약, 항생제와 같은 경우에 약 복용을 3일 이상 중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가까운 약국이나 병의원에 문의하여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알아봐야 한다.
식전에 미리 먹어야 하는 약의 복용을 잊었을 경우에는 문제가 조금 복잡하다. 갑상선 호르몬제처럼 공복에 복용해야 흡수가 잘 되는 약을 깜박 잊었다가 복용할 때는 위장이 비는 식후 2시간 또는 식전 1시간에 맞춰 복용하는 게 좋다.
아침 식전에 복용하는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골다공증약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식후에 바로 복용해야 하는 약인데, 깜박 잊었다가 식후 2시간이 되어서 기억이 났다면, 빈속이라 약을 복용하면 위장에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우유나 가벼운 간식을 먹고서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조차나지 않는 경우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 같이 습관적으로 약을 복용하다보면 잘 기억이 안날 때가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무턱대고 알약을 또 삼키면 두 배로 복용하게 되어 부작용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억이 확실치 않을 때는 일단 건너뛰는 게 안전하다. 이런 일이 자주 생겨서는 곤란하므로 약 복용을 하고 나서는 약을 복용했다는 간단한 기록을 달력이나 스마트폰에 노트로 남겨두는 게 바람직하다. 약을 아침, 저녁으로 표시한 약봉투나 번호가 있는 약봉투, 약상자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약을 복용하는 것과 다른 일상적 활동을 연결 지어 두는 것도 좋다. 대부분의 약을 식후에 복용하도록 하는 이유도 기억하기 쉽게 하려는 것이다. 스마트폰 알람을 이용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2019-01-02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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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4> 겨울철 안약 제대로 알고 쓰기
매년 겨울이 되면 눈이 뻑뻑하고 모래알이 들어간 것처럼 따갑다는 사람이 늘어난다. 빨개진 눈으로 인공눈물이나 안약을 찾는다. 실내나 실외나 건조한 공기가 문제다.
춥다고 난방을 계속 틀어놓으면 실내가 바깥보다 더 건조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안약을 써도 막상 쓸 때만 반짝하고 효과가 오래가질 않아 문제다. 안약 사용방법을 모르고 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인공눈물에는 안구 표면의 건조함을 줄여주고 촉촉함이 오래갈 수 있도록 하는 히알루론산나트륨(Sodium Hyaluronate, HA)과 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나트륨(Carboxymethylcellulose, CMC) 같은 보습 성분이 들어있다. 수분을 오랫동안 붙잡아주고 증발을 막아 안구 건조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 하지만 올바른 사용방법에 따라 써야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
원칙적으로 눈에 안약을 넣어줄 때는 한 번에 한 방울이 좋다. 눈이 수용할 수 있는 눈물의 양에는 한계가 있어, 그 이상을 넣어주면 넘쳐버리기 때문이다. 안약을 넣고 나서 반사적으로 눈을 깜박거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렇게 깜박거리면 약효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눈을 깜박거리지 않을 때는 0.03ml, 눈을 깜박거릴 때는 고작 0.007ml에 불과하다. 안약 한 방울은 0.05ml이다. 넣고 눈을 살며시 감고 있어도 전체의 40% 이상이 눈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안약을 넣고 눈을 깜박거렸다가는 80% 이상이 눈 밖으로 샌다.
안약을 넣고 나면 쉽게 흘러내리는 이유다. 인공눈물 안약을 써도 효과가 금방 사라진다고 느끼는 것도 기껏 넣어준 안약의 대부분이 눈에 머물지 못하고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두 가지 안약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최소한 5분 이상의 간격을 둬야한다.
안구 주변이 워낙 좁다란 공간인지라 두 종류의 안약을 연속으로 점안하면 둘이 서로 밀어내어 대부분의 안약이 눈 밖으로 새어나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약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필요한 곳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약효도 떨어진다.
인공눈물의 경우는 주로 보습 성분으로 되어있으니 별다른 부작용이 없어서 한 번에 한 방울 대신 두세 방울을 넣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 사용 설명서에 한두 방울로 적혀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녹내장에 사용하는 안압 강하를 위한 안약은 1회 1방울 1일 1회와 같은 식으로 한 번에 한 방울을 사용하라는 설명 문구를 명시한다. 한 방울 이상을 쓰면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어서 그렇다.
여러 방울을 넣어도 바깥으로 다 새나간다면서 왜 부작용을 걱정하는지 반문할 수 있다. 답은 안으로 새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안약의 상당부분이 코와 눈을 이어주는 코눈물관(nasolacrimal duct)을 타고 눈에서 코 뒤쪽을 타고 입까지 흘러들어갈 수 있다.
안약을 넣고 나서 종종 입에서 쓴맛이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 때 생기는 진짜 문제는 입에 안약이 들어간 게 아니다. 코눈물관을 타고 내려가면서 코점막을 통해서 약이 전신으로 흡수되는 게 심각한 문제다. 약이 전신으로 흡수되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압약이면서 동시에 녹내장에 사용하는 안약의 성분이기도 한 티몰롤의 경우, 양쪽 눈에 한 방울씩 떨어뜨리면 10mg짜리 알약을 복용하는 것과 동일한 혈압 강하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 1980년대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져 있다.
적은 양의 안약이 이렇게 강력한 전신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코눈물관을 통해 코로 들어가서 혈관이 모여있는 코점막에서 흡수되는 경우, 간에서 대사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전신혈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눈에 넣어준 안약의 무려 80%까지 이런 식으로 전신에 흡수될 수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녹내장 안약을 잘못 사용했다가 부정맥으로 병원에 입원할 수도 있으니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2015년 남호주 대학교 연구에서는 티몰롤 안약 사용 1-6개월에 서맥(bradycardia) 발생 위험이 두 배 가까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약이 코로 새어나가게 하지 않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안약은 한 번에 한 방울만 떨어뜨리고, 그 다음에는 코와 눈 사이에 구석진 부분에서 만져지는 코눈물관을 손가락으로 눌러서 관을 통해 약이 내려가는 걸 막아주면 된다.
매번 안약을 넣고 나면 2-3분 정도 눌러주는 게 좋다. 인공눈물도, 안약도 약이다. 잘 알고 쓸수록 효과는 커지고 부작용이 줄어든다.
2018-12-19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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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3> 미백 알약 소동의 뒷이야기
얼굴 하얘지는 약이라며 글루타티온이 뜬지도 1년에 다 되어간다. 지난 1월 구독자 수가 당시 7만 5천 명(지금은 20만명)에 달하는 유튜버가 개인 방송을 통해 “평소 복용하는 약을 설명하겠다”며 “급성·만성 간염 치료제지만 피부가 하얘지는 ‘백옥주사’와 성분이 같다”고 글루타티온을 들고 나와 벌어진 소동이다.
얼굴이 원래 하얀 편으로 보이는 이 유튜버는 글루타티온 캡슐을 “3~4일 복용했더니 얼굴이 맑고 투명해졌다”며 “주사(수액주사)를 맞느니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사실 이 약성분은 간세포로 들어갈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간염 치료보조 효과도 미미하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진통제 과용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에게 이 약을 투여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요즘도 열심히 이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이 제법 있다. 하지만 이 약으로 미백 효과를 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일단 흡수가 거의 안 된다. 먹어도 체내로 거의 안 들어온다. 예를 들어, 하루에 알약 20개 분량(1000mg)을 4주 동안 복용해도 혈중 농도에서 유의할만한 차이가 안 나타났다. 한 번에 알약 60개 분량(3000mg)을 복용해도 별 효과를 볼 수 없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주사하면 100프로 체내로 들어오지만 그래도 효과가 없는 건 마찬가지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2017년 4월 발표한 ‘미용·건강증진 목적 정맥주사 성분의 안전성 및 유효성 연구’를 보면 국내외 연구를 살핀 뒤 내린 결론은 백옥주사의 주성분인 글루타티온의 미백효과에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며 “오히려 백반증·피부위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사해서 글루타티온을 피 속으로 직접 넣어주어도 혈중의 글루타티온이 세포 속으로 그대로 들어갈 방법도 없을 뿐더러, 신장에서 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연구 보고서에 언급된 것처럼 글루타치온 주사에는 잠재적 위험성이 있다.
해외에서는 치명적 약 부작용으로 스티븐스존슨증후군이 일어났다는 보고가 있었고, 이로 인해 하얀 피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글루타티온 주사가 큰 인기를 끈 필리핀에서는 정부 기관이 직접 나서서 그 위험성을 경고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알약으로 복용할 때 이 성분의 부작용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루타티온은 다른 펩타이드처럼 소화, 흡수되므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한 번에 엄청나게 많은 양을 먹지 않는 이상 별다른 부작용은 없다. (하지만 다른 단백질과 펩타이드가 그러하듯 거의 대부분이 쪼개져서 흡수되므로 효과도 없는 것이다.)
약에 대해서 조심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체험담이다. 누가 뭔가를 먹고 좋았다며 한 번 드셔보라고 하면 귀가 솔깃해진다. 사실 음식에는 이게 통하는 전략이다. 맛집 추천을 받아서 찾아가면 모르는 집을 가서 먹을 때보다는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약의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다. 무엇보다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 약을 써서 뭔가가 좋아진 건지, 믿음 때문인지, 효과가 정말 있었는지, 아니면 효과는 없었는데 기대로 인해 그렇다고 믿고 있는 건지 구별하기가 정말 어렵다.
제약회사에서 신약이 개발될 때도 약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많은 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과 연구를 진행하는 이유다. 전에는 이웃의 체험담만 조심하면 됐지만, 이제는 인터넷 체험담이나 동영상을 더 조심해야 한다. 파워 유튜버와 소셜미디어 인플류언서의 말 한마디에 절대적 신뢰를 보내는 환자를 전문가가 제대로 상담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지난 1월 문제의 동영상을 보고 그 약이 정말 효과가 있냐며 물어보거나 확인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어떤 경우에는 다짜고짜 특정한 약을 찾으며, 포장마저도 동일한 걸로 달라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설명이 참 어렵다.
글루타티온과 같은 특정 성분에 대해서 다양한 주장과 이야기가 난무하지만 스토리는 스토리일 뿐이다. 이론은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 효과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을 즐겁게 시청하더라도 그것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지는 말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면 약의 전문가, 약사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게 현명하다.
2018-12-05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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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22> 주의해야 할 술과 약의 상호작용
연말이 다가온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음주의 계절이지만, 약을 복용하는 사람에게는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알코올이 약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면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 같은 약이 대표적이다. 알코올의 진정 작용이 약물의 효과에 더해져서 과도하게 졸리고 정신기능과 운동기능, 기억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술 마신 다음 날 숙취가 더 심해지거나 오래갈 수도 있다.
항생제 복용 중에도 알코올음료는 피하는 게 좋다. 한두 잔을 마시는 정도로는 항생제와 별다른 상호작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세균성 감염이 있을 때 술을 마셔서 좋을 것도 없다.
게다가 메트로니다졸과 같은 일부 항생제는 복용 중에 술을 마시면 맥박이 빨리 뛰고, 구역, 구토 등의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메트로니다졸은 중단하고 나서도 48시간 동안은 금주를 권한다.
당뇨병으로 약을 복용 중인 경우에도 술을 조심해야 한다. 당뇨약에 더해 알코올도 혈당을 떨어뜨려서 저혈당이 오기 쉽다. 당뇨병 치료제 중 메트포르민이라는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과음하면 젖산산증이라는 위험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특히 위험하다.
술 마신 다음 날 머리 아프다고 두통약을 먹는 습관도 금물이다. 연말이라고 매일 같이 술을 마시는 사람, 연말이 아니어도 매일 같이 소주 반 병 이상을 마시는 사람이 두통약을 복용할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간독성 때문에, 소염진통제는 위장관 출혈과 같은 부작용 때문에 위험하다.
술 마신 다음날 어쩌다 한 번 두통약을 한두 알을 복용하는 정도로는 큰 해를 입을 가능성이 낮지만, 과음 뒤에 두통약을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약에 과민 반응이 있거나 평소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과 술 속에 녹아있는 아민 성분들이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키고, 과민 반응이 일어나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
술 마신 뒤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이 심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경우 졸음이 덜한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증상 완화에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졸음, 진정 부작용이 있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예를 들어 클로르페니라민, 디펜히드라민)는 알코올로 인해 부작용이 증폭되므로 피해야 한다.
흔히 “이 약과 술은 관계가 없을거야”하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문제가 되는 약도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와파린 같은 약을 복용 중일 때 술을 마시면 단기적으로 부작용이 증가하거나 장기적으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골다공증 치료제를 복용 중인 경우도 과음은 금물이다. 골다공증 환자는 약을 복용하는 것에 더해 무엇보다 낙상을 조심해야 한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치명적이다.
금연을 도와주는 처방약을 복용 중인 경우에도 술을 마시면 약 부작용이 증가하고, 음주로 인해 담배를 피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연말 지나친 술자리는 피하는 게 최선이다.
알코올은 이뇨제이기도 하다. 술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 이유다. 이로 인해 체내의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 나간다. 연말이라고 며칠 연속으로 술을 마시고 나면 쥐가 잘 나거나 눈꺼풀 경련이 생기는 것도 이와 관련된다.
알코올 때문에 마그네슘이 더 많이 빠져나가 일시적으로 부족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때는 마그네슘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거나 또는 마그네슘 보충제를 복용하는 게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눈꺼풀 경련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밤새 술을 마시고 양질의 수면 부족으로 쥐가 나는 경우에 마그네슘만 보충한다고 증상이 좋아질 리는 없다. 눈꺼풀이 떨리고 쥐까지 날 때는 무엇보다 음주량과 회수를 줄여줘야 한다. 쉽게 말해, 일주일이라도 술을 끊는 게 좋다.
약 복용을 이유로 술을 안 마시겠다고 선언하면 마음 편하겠지만, 그래도 한두 잔은 마셔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연말 술자리 참석 전에 내가 복용 중인 약과 술의 상호작용에 대해 미리 약사와 상담해보는 건 그래서 좋은 습관이다.
2018-11-21 09: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