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약국] <65> 약을 만드는 것도 쓰는 것도 사람이다
최초의 항생제는 페니실린이 아니다. 독일의 화학자들이 합성한 설파제 프론토실이다. 페니실린이 프론토실보다(1932) 조금 앞서 1928년에 발견되긴 했지만 실제 환자에게 사용된 것은 1942년이다. 프론토실(스트렙토존)이 인체에서 효과를 나타냈다는 첫 번째 공식 발표는 1933년이다. 설파제는 미생물을 이용하지 않고 화학 합성으로 낮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당시 항생제의 발견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는 과학저술가 토머스 헤이거의 책 <감염의 전장에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제는 <현미경 아래의 악마 The Demon Under the Microscope>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번역서 제목이 마음에 더 깊이 와 닿는다. 1차 세계 대전을 겪은 유럽인들에게 세균 감염의 공포는 전쟁만큼이나 참혹한 것이었고 문자 그대로 또 하나의 전쟁터였다. 책 내용 자체도 흥미롭지만 노승영 번역가의 유려한 번역 덕분에 한달음에 읽을 수 있다. 약을 개발하고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그 약을 처방하고 조제하고 투여하는 것도 사람이며 약을 실제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편견에 휘둘리고 때로는 감정적이며 자신과 소속 집단의 이익에 민감하기도 한 사람이다. 토머스 헤이거의 책에서 최초의 항생제 프론토질이 개발되는 과정을 보면 인간의 그러한 약점이 그대로 드러난다.바이엘은 특허를 더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새로운 신약을 원했고 미리 정보를 공개해서 경쟁사의 관심을 끌고 수익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당시 독일은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가져다준 염료산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이로 인해 연구진도 아조 염료 자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의사들은 지나치게 완벽한 것으로 보였던 동물실험 결과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이런 복합적 이유로 최초의 설파제 프론토질이 실제 현장에 사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독일에서는 1935년, 영국에서는 1936년에 설파제가 알려지고 사용되기 시작했고, 미국에는 1937년이 되어서야 설파제 열풍이 일었다. 인간의 약점으로 인해 신약 출시가 지연되고 그로 인해 구할 수 있었던 생명을 구하지 못했던 과거의 기록을 읽다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도 80여 년 전의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류가 세균과의 전쟁에서 어느 정도 승리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바이러스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바이러스로 인한 역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백신이 언제 나올 것인지, 신약 개발은 가능할 것인지 궁금해 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아직은 모든 게 예상일뿐 실제 어떤 시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165종 이상의 백신을 연구 개발 중이고 27종의 백신이 이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갔으니 그래도 내년에는 뭔가 좋은 소식이 있길 바라고 기다리는 마음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감염자 수가 5백만 명을 향해 가고 있는 미국에서는 백신을 두고 정치적 논쟁이 한창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최대한 빨리 백신을 내놓고 싶어 하는 정치인 트럼프가 있고 그를 불신하는 대중이 있다. 백신이 나와도 못 믿겠다며 접종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로 인해 심화된 사회적 인종적 차별로 인해 고통 받는 흑인의 경우에 이런 불신이 더 크다. 지난 6월 마이애미 대학 연구팀의 설문조사에서 흑인 42%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인에게 위험하고 불필요한 백신을 강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 반대편에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역병의 확산을 막는데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약을 만드는 것도 쓰는 것도 사람이다. 음모론이 난무하고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세상에서는 그 어떤 신약과 백신으로도 역병을 막을 수 없다. 지금껏 한국이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사회 구성원 간의 기본적 믿음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모쪼록 그런 신뢰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유지되면 좋겠다.
2020-08-05 09:43 |
[약사·약국] <64> 여름철 지사제 이야기
여름에는 설사 때문에 약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여행이나 휴가 전에 상비약으로 지사제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사제는 올바른 선택과 사용이 중요하며 쓰면 안 되는 경우부터 알고 있어야 하는 약이다.배가 심하게 아프거나 대변에 혈액, 점액이 섞여있는 경우, 38.5˚C 이상의 고열이 있는 경우, 4시간 이상 구토를 동반한 설사, 영유아, 노약자, 임산부, 당뇨, 심부전, 신부전 등의 만성질환자, 설사가 계속 악화되거나 탈수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에는 우선 병의원에 방문해야 한다.어린이의 경우 입이 마르고 울어도 눈물이 잘 나지 않고 눈이 움푹 꺼진 듯 보이거나 소변이 줄고 살을 꼬집었다가 놓아도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탈수 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성인의 경우 갈증이 늘고 피곤하거나 입이 마르고 소변 회수나 양이 줄면 역시 탈수 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설사는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탈수는 매우 위험하다. 방치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때는 수분과 전해질의 공급을 위해 구강재수화용액을 마시는 게 중요하다. 구강재수화용액을 만드는 대신 스포츠음료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설사가 심할 때는 추가적으로 미네랄 보충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의사, 약사와 상담해보는 게 좋다. 급성 설사는 대부분 자기제한적이다. 쉽게 말해 약을 쓰지 않고 그냥 두어도 저절로 낫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증상이 불편하니까 약을 써서 빨리 멈추고 싶은 경우도 종종 있다. 약을 사용할 때는 각각의 특성에 따라서 제대로 알고 써야 한다.로페라미드는 지사제로 자주 사용되는 약으로 설사 증상을 빠르게 완화시키고 체액과 전해질 손실을 줄여준다. 처음에는 두 알을 씹거나 물과 함께 복용하고 이후 묽은 변이 있을 때마다 한 알을 추가로 복용한다. 성인은 하루에 최대 4알까지 복용할 수 있다. 변비, 현기증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설사가 멈추면 약도 멈추는 게 좋다. 약 이름이 조금 길고 어렵게 들리지만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처럼 흡착을 이용한 지사제도 있다. 설사를 일으키는 장내 유해물질을 흡착하여 변과 함께 배설되는 방식으로 설사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이다. 장 점막을 도포해서 보호해주는 효과도 있어서 설사뿐만 아니라 식도, 위, 십이지장과 관련된 통증의 완화로도 사용되는 약이다.그러나 약의 작용 기전상 다른 약 성분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다른 약과는 최소한 2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것이 좋다.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의 경우도 다른 지사제와 마찬가지로 설사가 멈추고 나면 복용을 멈추는 게 변비 부작용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벼운 설사가 있을 때 집에 프로바이오틱스를 가지고 있다면 그걸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직 연구 자료가 더 많이 필요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는 항생제로 인한 설사를 예방하는 데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다만 면역이 심하게 저하된 사람의 경우에는 프로바이오틱스 복용도 경우에 따라 위험할 수 있어서 우선 의사, 약사와 같은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드물지만 약도 설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항생제가 대표적 예다. 항생제 복용시 가벼운 설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복통을 동반한 심한 설사가 계속될 경우는 즉시 의사, 약사에게 알리고 경우에 따라 항생제를 다른 종류로 바꾸거나 중단해야 할 수 있다. 이 때는 설사를 치료하기 위해 메트로니다졸과 같은 항생제를 추가로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그 밖에 설사를 일으키는 약으로 갑상선 호르몬제, 통풍 예방을 위한 약인 알로퓨리놀, 항우울제, 리튬, 체중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올리스탯과 같은 약이 있다. 위산을 줄여주는 H2 차단제도 간혹 설사 부작용이 나타난다. 2주간 변비 때문에 고생하던 친구가 H2 차단제를 복용하고 변비가 해소되었다는 경험담을 들은 적도 있다.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항상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설사가 계속될 때는 자가 치료보다 우선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
2020-07-15 09:34 |
[약사·약국] <63> 아침이 좋은 약 저녁이 좋은 약 이야기
약마다 복용 타이밍이 다르다. 약사에게 약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어떤 약은 매일 밤 자기 전에 먹으라고 하고 또 어떤 약은 아침에 먹으라고 할 때가 있다. 왜 이렇게 다를까?크게 보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약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약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경우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저녁 늦게까지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밤잠을 설치게 된다. 감기약, 두통약, 근육통약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숙면을 위해서는 오후 늦게 이른 저녁부터는 피하는 게 좋다.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우울증 증상이 완화되면서 잠이 더 잘 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잠이 안 오는 사람도 있다. 항우울제 복용으로 잠이 안 오는 경우는 약을 매일 아침에 복용하고 반대로 약 복용 뒤 졸린 사람의 경우는 저녁 복용으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약에 따라 사람에 따라 부작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같은 항우울제라도 플루옥세틴, 설트랄린, 벤라팍신은 중추신경계를 각성시켜 수면을 방해할 수 있어서 주로 아침에 복용하고 파록세틴, 플루복사민은 졸음을 유발할 수 있어서 대개 저녁에 복용한다. 일반적으로 그런 것이고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반대로 나타날 수도 있다. 감기약, 알레르기 비염 약에 흔히 포함된 비충혈제거제(코 막힌 걸 뚫어주는 약) 성분은 숙면을 취하는 데 방해가 되거나 악몽이나 생생한 꿈을 꾸게 할 수 있다.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밤에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지면서 몸이 편안하게 쉴 수 있어야 하는데 코를 뚫는 약 때문에 방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약들은 가급적 낮부터 이른 저녁까지만 사용하는 게 좋다. 경구 피임약의 경우는 하루 중 일정한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아침에 복용하면 구역(오심), 구토와 같은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사람의 경우 저녁 복용이 낫다. 햇빛으로 인한 색소 침착, 기미를 우려하는 경우에도 저녁 복용이 조금 더 안전하다. 반대로 약효를 높이기 위해 저녁에 복용하는 약도 있다. 대표적 예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복용하는 이상지혈증약이 있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서 늘 일정한 속도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는 중에 제일 많이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 합성효소는 한밤중부터 이른 아침까지 제일 열심히 일하고 정오에는 천천히 쉬면서 일한다.그래서 간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스타틴은 주로 밤에 복용한다. 스타틴 중에서도 로수바스타틴이나 아토르바스타틴은 작용 시간이 길어서 언제 복용해도 무방하다. 아침에 복용해도 저녁까지 약이 남아서 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효과를 위해서는 저녁 식후 또는 자기 전에 복용하는 게 좋다.남성의 전립선 비대증에 사용하는 약도 저녁에 복용하는 게 좋다. 알파차단제(독사조신, 테라조신)라고 불리우는 전립선 비대증 약은 원래 항고혈압약으로 개발되었던 만큼 혈압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다. 특히 오랫동안 눕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났을 때 혈압이 제대로 상승하지 않는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해 쓰러질 위험이 있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지만 쓰러지다가 가구 모서리나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기립성 저혈압 부작용은 특히 처음 이 약을 복용하거나 용량을 늘릴 때 잘 나타난다. 저녁에 복용하면 부작용을 줄이면서 약에 적응되도록 할 수 있다. 반대로 밤중에 자면서도 혈압이 잘 떨어지지 않는 사람의 경우는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혈압약을 자기 전에 복용할 수도 있다. 자극성 변비약(완하제)을 저녁에 복용하는 것도 효과를 제대로 끌어내기 위함이다. 약이 대장까지 도달하는 데 6~12시간 정도가 걸리므로 약을 자기 전에 복용하면 대장 운동이 가장 활발한 아침 식후에 약이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아침, 저녁을 따져가며 복용해야 하는 약이 많지는 않다. 대부분의 약은 일정 시간에 복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 하지만 특정 시간에 복용을 권장하는 경우는 이유가 있다. 그럴 때는 시간대를 잘 지켜줘야 한다.
2020-07-01 09:52 |
[약사·약국] <62> 물과 변비약에 대한 속설 바로잡기
변비와 변비약에 관해서는 잘못된 속설이 많다. 물을 많이 마시면 변비가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하루 물 2리터 마시기 실험을 직접 해보고 변비가 줄었다는 경험담도 종종 들린다.하지만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될 뿐이다. 예외적으로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이나 탈수가 있을 때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경우 변비에 그냥 물만 많이 마시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섭취한 수분은 대부분 장에서 흡수되어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이다. 물이 변비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은 장에서 수분의 흡수를 막아주는 물질과 함께 섭취했을 경우로 한정된다. 팽창성 완하제라는 약의 작용 원리다. 차전자피와 같은 섬유질이 수분을 빨아들여 변의 부피를 늘려주어서 변을 보기 쉽게 해준다.이때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중요하다. 섬유질이 주성분으로 된 변비약을 복용할 때 물을 적게 마시면 오히려 변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충분히 부풀어 오르지 못한 섬유질이 장을 꽉 막히게 할 수도 있다.실제로 21세 남성이 차전자피 변비약을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하지 않았다가 닷새 동안의 변비와 복통으로 결국 응급실을 찾은 사례가 2018년 10월 아랍에미리트에서 보고되었다. 섬유질 섭취를 늘리거나 섬유질 성분의 변비약을 복용할 경우는 한 번에 1-2잔, 하루 5-6잔의 물을 마셔주어야 한다.다른 변비약의 작용 기전을 봐도 수분 자체로는 별 효과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폴리에틸렌글리콜(PEG), 락툴로오즈와 같은 고삼투압성 완하제는 장에서 흡수되지 않으면서 수분을 붙잡는다. 수분은 이렇게 장에서 흡수되지 않을 경우에만 변비에 효과가 있다. 흡수되지 않은 물과 약의 혼합물이 장벽에 압력을 가하고 이로 인해 장운동이 활성화되어 변을 보기 쉽게 해준다. 마찬가지로 기름도 장에서 흡수되는 경우에는 변비 완화에 효과가 없다. 미네랄 오일처럼 흡수가 되지 않는 경우에만 도움이 된다. 그러나 미네랄 오일은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방해하고 자칫 기도로 흘러들어갈 경우 흡인성 폐렴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센나, 비사코딜과 같은 자극성 완하제는 변비약하면 제일 먼저 떠올릴 정도로 흔하게 사용하는 약이다. 장운동을 자극하며 장내 분비를 늘리고 수분 흡수를 줄인다. 인간의 장이 좋아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성분이다. 자극성 완화제를 과하게 복용하면 구토, 설사, 복부 경련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자꾸 장을 자극하다가 내성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을 유발하는 약이기도 하다.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권장 용량에 맞춰 사용하는 한 변비약을 오래 쓴다고 내성이나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연이어 변비약을 복용하다가 약을 중단한 뒤에 바로 화장실에 갈 수 없어서 내성이 생긴 게 아닌가 걱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이때는 장이 아직 덜 채워졌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비웠으면 채워야 또 비워낼 수 있는 거다. 변비약 복용으로 화장실에 가서 장 내용물을 다 비워냈는데 금방 다시 변의가 느껴질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다이어트 중에 식사량을 줄이면 변비가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다.장 내용물의 부피가 줄면 변을 보는 회수와 양도 줄 수밖에 없다. 변비약 중단 뒤에 곧바로 변을 볼 수 없다고 불안해하기보다는 섬유질을 포함한 음식을 충분히 먹고 장이 다시 채워지기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변비약 복용 시에 제일 주의해야 할 점은 단기적으로 수분과 미네랄의 균형을 깨뜨리는 문제다. 장청소가 특히 위험한 이유다. 변비약이 수분과 미네랄을 한번에 지나치게 내보내어 체내의 균형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미네랄이라고 부르는 나트륨, 칼륨, 염소 등의 전해질은 우리 몸에서 근육과 신경의 기능을 조절하는 데 필수적이다.변비약을 과용해서, 심각한 탈수와 함께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면 신경에 문제가 생겨서 발작을 일으키거나, 심장에 무리를 주어 심하게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심장이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경우 특히 위험하다.
2020-06-17 18:00 |
[약사·약국] <61> 간과 신장에 부담을 주는 약 이야기
장기 복용하면 약 성분이 몸 어딘가에 축적되지 않을까 궁금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약들 대부분은 우리 몸에 그렇게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생각해보자. 근육에 통증이 있어서 진통제를 복용하고 나면 4-5시간 정도는 약효가 나고 덜 아픈데,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아프다. 왜 그럴까? 약 성분이 충분한 효과를 낼 만큼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입장에서 약은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이다. 어떻게든 밖으로 내버릴 궁리를 한다. 주된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간에서 해독 또는 대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장에서 소변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간으로 대사된 약을 대변으로 내보내거나 약이 들어온 원래 모양 그대로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내보낸다.둘이 함께 작용해서 간이 약을 물에 더 잘 녹는 형태로 만들고 신장에서 소변으로 물과 함께 약을 내보내는 식으로 협동해서 일하기도 한다. 소변으로 청소되어 나가는 약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 예로 비타민 B2(리보플라빈)이 들어있는 복합제를 복용한 뒤에 소변 색깔이 노랗게 되는 거다. 형광빛 같은 노란색은 리보플라빈이 소변으로 빠져나왔다는 증거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식으로 몸에서 약을 내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간과 신장이 약으로 인해 손상받기도 쉽다. 일부 항생제, 항전간제, 스타틴처럼 간에 부작용이나 기능저하를 가져올 수 있는 약을 복용하는 경우 정기적으로 간 기능을 모니터링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모니터링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는 걸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서 위험이 커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같이 술을 마시는 경우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비교적 안전한 진통제의 사용도 간에 큰 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지나치게 피로감이 느껴지거나 식욕저하, 황달 또는 피부 반점이나 가려움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혹시 간 기능에 영향을 주는 약을 복용 중이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약 복용 중이 아니어도 이들 증상이 있을 경우는 병의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일단 간 기능이 저하된 상태로 진단받은 뒤에는 약을 복용할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새로운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기 전에 의사, 약사와 상담을 해보는 것이 좋다. 신장도 약 성분을 청소하고 제거하는 데 중요한 장기다. 일부 항생제도 신장을 통해 배설되는 과정에서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약으로는 비스테로이드성소염진통제(NSAID)가 있다. 필요할 때 가끔 복용하면서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전문가와 상담 없이 소염진통제의 장기 복용을 피하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소변을 평소보다 자주 보게 되거나 소변에 거품이나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 몸이 지나치게 부은 듯한 느낌이 들 때는 복용 중인 약과 관련된 것은 아닌지 의사, 약사와 상담해보는 게 좋다. 간독성이나 신독성을 유발하는 약은 대체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보다 전문의약품인 경우가 많다. 이들 약을 사용할 때는 사전에 간기능 또는 신기능을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서 사용하거나 또는 다른 약으로 선택지를 바꿔주기도 한다.환자가 자각하는 증상만으로는 독성이 나타나는지 확인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투여 중에도 중간 중간에 간기능, 신기능을 모니터링해준다. 모든 약에 간독성이나 신독성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간독성이나 신독성에 대한 주의가 없는데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하지만 약 복용여부와 관계없이 다른 다양한 원인으로 또는 나이가 들면서 간이나 신장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이때 약 복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상용량에서 부담을 주지 않는 약이라도 간기능이나 신장기능이 이미 저하된 사람에게는 용량을 줄여줘야 할 수 있다.어떤 약은 용량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어떤 약은 절반으로 줄여줘야 할 수도 있고 복용 간격을 늘려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간기능이나 신장기능이 저하된 경우 병의원이나 약국 방문시 제일 먼저 이에 대해 말하는 것을 습관으로 하는 게 좋다.
2020-06-03 19:29 |
[약사·약국] <60> 근육통에 쓰는 약 이야기
날씨가 따뜻해지고 야외활동이 늘어나면 근육통 약을 찾는 사람 수도 함께 증가한다. 하지만 통증 부위에 따라 약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대부분 진통제의 효능/효과 설명을 읽어보면 두통, 치통, 근육통, 요통, 관절통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차이점이라면 근육통에 쓰는 복합제의 경우 근육이완제가 추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근육이완제는 문자 그대로 근육 긴장을 풀어주는 약이다. 클로르족사존, 메토카바몰이 대표적이다. 근육통에는 근육이완제를 공식처럼 생각하고 찾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들 약이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는 그리 강하지 않으며 근육통에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제한적이다. 반면 부작용으로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졸릴 수 있고 주의력, 집중력, 반사운동능력 등의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근육이완제를 투여중인 환자는 자동차운전 등 위험을 수반하는 기계조작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근육통에 사용하는 일부 복합제에는 근육이완제 성분에 더불어 카페인이 함께 들어있어서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고령자의 경우 이들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서 더 조심해야 한다. 운동이나 야외활동 뒤의 가벼운 근육통에는 흔히 사용하는 진통제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진통제에는 진통과 해열기능은 있는데, 염증완화 효과는 없는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해열진통제가 있다. 소염진통제는 해열, 진통, 소염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나프록센이 대표적이며 근육통에 쓰는 복합제에는 에텐자미드가 소염진통제로 들어있는 경우도 많다. 해열진통제는 뇌에서 통증을 느끼는 걸 줄여주는 약이고, 소염진통제(NSAID)는 그에 더해서 아픈 부위의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약이다. 염증이 난 부위를 불이 난 것으로 비유하자면 그냥 진통제는 그 불에 둔감하게 만들어 통증을 덜 느끼게 해주는 약이고 소염진통제는 통증을 덜 느끼게 하는 것에 더해서 불(염증) 자체를 줄여주는 효과도 있는 약이다. 가벼운 근육통에는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 둘 중 어느 것을 복용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식전, 식후를 기준으로 선택지를 좁히는 게 좋다.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 가능한 약이 해열진통제, 반드시 식후에 복용해야 하는 약이 소염진통제라고 기억해두자.단 소염진통제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 복용 뒤에 두드러기나 피부 가려움증 같은 부작용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그냥 해열진통제만 복용하는 게 안전하다. 대표적 해열진통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감기약 같은 다른 약에도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총합이 하루 권장용량인 4,000mg을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요통에는 해열진통제보다 소염진통제가 효과적이다. 진통제에 근육이완제를 추가로 사용하는 게 요통에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제한적이다. 쓸 수는 있지만 반드시 써야 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덧붙이면 치통에도 염증을 수반한 경우가 많아서 처음부터 소염진통제를 쓰는 게 더 효과적이다.생리통에 해열진통제를 찾는 경우가 의외로 많지만 이 경우도 소염진통제가 더 나은 선택이다. 생리통의 주요원인은 자궁에서 만들어지는 자궁을 수축시키는 프로스타글란딘이란 통증 물질 때문인데 소염진통제에는 이 통증물질이 생겨나는 걸 막아주는 효과가 있으나 해열진통제에는 그런 효과가 없다. 생리통 초기에 소염진통제를 복용해야 적은 양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해열진통제나 소염진통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진 않는다. 하지만 통증의 원인이 따로 있는 경우에 원인 치료 없이 진통제만 사용하면 장기적으로 통증이 악화되어 약효가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진통제로 근육통을 자가 치료할 때 최대 10일 동안만 사용하도록 권하는 이유다.이후에도 증상이 계속되거나 치료 도중에 악화되는 경우는 지체 없이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끝으로 운동 뒤 근육통에 약물 치료와 더불어 휴식(Rest), 냉찜질(Ice), 압박(Compression), 다친 부위를 들어 올려서 붓기를 빼주는(Elevation) RICE 치료를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는 점도 기억해두자.
2020-05-20 10:30 |
[약사·약국] <59> 트럼프 소독제논란을 통해 본 신약개발 이야기
코로나19 치료약에 대한 오해로 인해 세계 여러 곳에서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독제 발언으로 난리가 났다. 트럼프는 지난 4월 23일 기자회견에서 "소독제는 1분 만에 바이러스를 모두 소멸시킵니다. 이를 몸 안에 주입하거나 세척하는 것 같은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 뒤 18시간 동안 뉴욕 독극물센터에 신고된 살균소독제 사고 건수가 무려 30건으로 급증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리포트에 따르면 이 발언이 있기 전에도 살균소독제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가진 사람은 많았던 듯하다. 미국 전역에서 1월~3월 사이에 관련 사고가 20% 늘었다. 이란에서는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전국에서 5000여 명이 메탄올을 마셨다. 이로 인해 지난 2월 20일부터 4월 7일 사이에만 무려 700여 명이 사망하고 90명 이상이 실명했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는 아직 이런 비극적 사고에 대한 소식이 없다.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를 농담 삼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살균소독제를 마시면 바이러스를 잡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놓고 보면 한국인의 평균적 건강정보 문해력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높은 수준인 것 같다.일국의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경솔한 발언이었지만 트럼프의 질문 자체는 따져볼 가치가 있다. 손에 뭍은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소독제를 왜 마셔서는 안 되는 걸까? 우선 독성 때문이다. 아직 인체의 바깥에 있는 바이러스를 소독할 때와 인체 세포 내로 침투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인체 바깥의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킬 수 있는 소독제일지라도 인체 세포 내에 숨은 바이러스에는 효과를 보이기 어려운 이유다. 바이러스를 잡으려다가 인체에 해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증명하기 위해 실험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명확한 사실이다.트럼프 발언의 오류는 언론에 연이어 소개되는 높은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인다는 약들에 지나친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약후보물질을 찾아내는 초기단계에서는 세포실험을 이용한다. 배양한 세포의 환경은 생체 내와는 전혀 다르다. 주변 세포, 조직, 장기와 연결되어 있지도 않고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도 없다. 약을 넣어주면 세포에 바로 작용하여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실제 상황은 전혀 다르다. 먹는 약일 경우 우선 장에서 흡수되어야 한다. 방송에서 엄청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떠드는 물질 중에는 장에서 흡수가 거의 안 되어서 인체 내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흡수가 되고 난 뒤에는 문맥을 통해 간을 거쳐 대사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약효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먹어서 흡수가 안 되는 약을 주사해서 넣어주면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때는 약이 길눈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약물 분자는 감염된 세포로만 가서 작용하지 않는다. 갈 수 있는 곳은 어디든 간다. 이 과정에서 약의 농도가 효과를 내기에 부족한 정도로 낮아지고 이걸 끌어올리려고 더 많은 양을 투입하면 불필요한 부작용이나 독성이 나타난다. 10,000종의 신약후보물질을 가지고 시작해서 고작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도 어려운 이유다. 항바이러스제의 경우 인체 세포 속에 숨은 바이러스만 선택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문제가 하나 더 추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항말라리아약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부정맥을 유발하여 심장에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자살 행동과도 관련된다. 효과를 기대했던 약 중에 하나가 렘데시비르인데 현지시간으로 지난 4월 23일에 렘데시비르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임상시험 연구결과가 WHO 웹사이트에 실수로 공개되었다가 삭제되는 소동이 있었다.약을 쓰다보면 효과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되기 마련이고 낫는 사람을 보면 약의 효과가 확실히 있다고 단정짓기 쉽다. 하지만 위약군을 두고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처럼 약 없이 저절로 나을 수도 있는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성 질환일 경우는 더 주의해야 한다. 렘데시비르의 효과에 대해서는 4월 초에 이미 완료된 임상시험과 5월초에 완료될 임상시험 결과가 연구 발표되면 아마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을 가지고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2020-05-06 14:15 |
[약사·약국] <58> 봄철 알레르기약 사용법
봄이면 눈, 코, 얼굴을 간지럽히는 알레르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안약, 비강 스프레이, 항히스타민제 알약의 사용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런 약은 올바른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 눈에 안약을 넣어줄 때는 한 번에 한 방울이 좋다. 공간이 매우 좁기 때문이다. 두세 방울을 넣으면 금방 넘쳐버린다. 두 가지 안약을 사용하는 경우 최소한 5분 이상의 간격을 둬야한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번에 두 가지 안약을 넣어주면 대부분이 눈 밖으로 새어 버린다. 안약을 넣으면 반사적으로 눈을 깜박거리기 쉽다. 이렇게 되면 눈 주변의 공간이 감고 있을 때의 1/4 수준으로 줄어들어서 안약의 80% 이상이 눈 밖으로 샌다.안약은 볼을 적시는 약이 아니라 눈을 위한 것이다. 안약을 넣고 나서는 2분 동안 눈을 감고 있어야 약이 눈 주변에 오래 머물 수 있다. 그렇다고 눈에 대고 안약을 투하하다가는 안구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아래 눈꺼풀을 살짝 당겨 빈 공간을 만들고 그 속으로 안약을 떨어뜨리는 게 좋다. 안약은 입으로 맛보기 위한 약도 아니다. 눈에 안약을 넣었을 때 입에서 약의 맛이 느껴지는 것은 코와 눈을 이어주는 눈물관을 타고 눈에서 코 뒤쪽으로 약이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안약을 넣은 뒤에는 눈과 코 사이의 눈물관을 집게손가락으로 2분 동안 눌러주어야 한다. 안경 코받침이 닿는 부위에서 조금 더 얼굴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가면 가느다란 관이 느껴진다. 이 관을 눌러서 흐름을 막아준다고 생각하면 된다.안약을 넣고 나면 눈물관을 눌러준 상태로 2분 동안 눈을 감는다는 원칙을 기억하자. 이렇게 하면 안약이 작용하는 시간을 늘려서 넣자마자 안약을 또 사용해야 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인공눈물,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는 안약은 사용하면 즉시 효과를 나타내지만 크로몰린 성분의 안약은 3-4일 이상 사용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크로몰린 안약은 하루 네 번씩 규칙적으로 사용해야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콧속에 스프레이를 뿌릴 때는 오른쪽 콧구멍에는 왼손으로, 왼쪽 콧구멍에는 오른손으로 들고 엇갈리게 사용한다. 코 가운데 비중격막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바깥쪽으로 뿌리기 위한 방편이다. 약을 1-2주 이상 오랫동안 뿌리지 않았거나 처음 사용할 때는 사람이 없는 쪽으로 허공에 대고 2-3회 분무하여 약이 제대로 뿌려지도록 준비한 뒤에 사용한다. 코 속에 너무 깊숙이 넣지 않도록 한다.코가 너무 심하게 막혀있거나 콧물이 심할 경우 가볍게 코를 풀고 나서 약을 분무한다. 약을 뿌리자마자 코를 풀면 기껏 콧속에 넣어준 약이 다 빠져나온다. 코를 풀고 싶어도 잠시 인내심을 발휘하도록 하자. 콧속에 약을 뿌릴 때는 고개를 살짝 숙여서 약이 뒤로 넘어가지 않게 한다. 약이 뒤로 넘어가면 약을 삼키게 되어 약효도 떨어지지만 살에 들려 기도로 들어갈 위험도 있다. 알레르기 비염에 주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비강 스프레이는 처방약이다. 효과는 사용 첫날 6-8시간 지나서 나타난다. 최대 효과를 보려면 2-4주 정도 걸릴 수 있다. 하루 이틀 사용하고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지 말자. 하루에 1~2회 꾸준히 사용하면 콧물, 코막힘, 재채기, 가려움증과 같은 증상이 줄어든다.처방없이 구입 가능한 비충혈 제거 스프레이에는 항염증 효과가 없고 코막힘 증상 완화 효과만 있다. 일주일 이상 연속해서 사용하면 약 때문에 코막힘 증상이 더 심해지는 ‘약물성 비염’이 생길 수 있다.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는 규칙적으로 비충혈 제거 스프레이는 필요할 때만 쓰는 게 좋다. 콧속 건조함을 줄여주기 위해 소금물로 코를 씻어주면 알레르기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먹는 항히스타민제는 불이 났을 때보다 불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더 좋다. 계절성 알레르기 증상이 있을 때는 예방 차원에서 매일 복용하는 걸 권장한다. 하지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편이어서 증상이 가벼운 사람이라면 필요할 때만 복용해도 무방하다.세티리진(상품명:지르텍)이 덜 졸리긴 하지만 열 명에 한 사람은 졸음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경우 로라타딘이나 펙소페나딘 성분의 항히스타민제로 바꿔 복용하면 부작용이 덜하다. 알레르기를 완치하는 약은 아직 없지만 불편함을 덜어주는 약은 이미 많다. 제대로 알고 사용하자.
2020-04-22 10:20 |
[약사·약국] <57> 약의 내성 이야기
나는 아직 디아제팜을 복용해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만약 디아제팜 5mg 한 알을 삼킨다면 아마도 15분 정도 지나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약을 계속해서 오랫동안 복용한 사람의 경우 그 200배인 1000mg을 복용해도 안 자고 버틸 수 있다.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이다.아편유사 진통제(opioid)의 경우에도 비슷해도 처음 복용하면 졸음, 진정 효과가 나타나지만 오래 복용하면 그런 부작용에 적응하게 된다. 토론토 다운타운 약국에서 일하던 어느 날 옥시코돈을 함유한 진통제 약병을 환자가 받자마자 알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씹어 먹는 장면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난다.약효 또는 부작용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약이 작용하는 수용체의 개수가 줄어들거나 결합이 약해져서 효과가 줄어들 수도 있고 약효에 대한 반작용이 증가해서 그럴 수도 있다. 또는 약을 오래 복용하면서 간과 신장이 그 약 성분을 청소하는 능력이 증가해서 더 빠르게 몸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일 수도 있다.알코올의 경우에는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술을 자주 마시면 알코올을 분해하는 마이크로솜 산화계(MEOS) 활성이 증가하여 전체 알코올 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25% 이상으로 증가한다. 술이 엄청나게 세지는 건 아니지만 대사가 아주 조금 빨라지긴 하는 것이다.더 큰 문제는 알코올의 진정 효과에 대한 내성이다. 처음에는 술을 한두 잔만 마셔도 취해서 비틀거리고 더 마시면 졸면서 쓰러지던 사람이 자꾸 술을 마시면 적응이 된 것처럼 같은 양을 마시고도 덜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코올의 효과에 인체 기능이 온전히 내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술 마신 뒤에 계산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음주 운전을 시도해서는 곤란한 것이다. 우리 신체의 모든 조직과 장기가 약효 또는 부작용에 동일하게 적응하는 것도 아니다. 아편유사 진통제를 장기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약효가 전보다 떨어지고 따라서 더 많은 양을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변비와 같은 부작용에 대한 인체의 적응은 매우 느린 편이다. 아편유사 진통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 변비약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진통제를 오남용하는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약물의 쾌락에 중독된 뇌는 더 많은 양의 약을 요구하지만, 심장과 폐와 같은 중요한 장기들은 약의 부작용에 온전히 적응하지 못하여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잦은 음주로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술을 더 마시는 사람의 경우도 비슷하다. 뇌가 알코올의 효과에 일부 적응했을지 몰라도 간, 신장, 근육, 위장 등의 여러 장기가 알코올의 독성에 그대로 노출되고 결국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게 된다. 하지만 약의 내성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성은 나쁘기만 한 게 아니다. 부작용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약을 더 잘 복용할 수 있다. 이런 의미를 더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 내약성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대다수의 약에는 내성이나 중독성 문제가 잘 나타나지 않으며 때로는 복용 간격을 조절해서 내성을 막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협심증 약으로 유명한 니트로글리세린은 저녁에는 약 사용을 중지하는 방식으로 약효를 유지할 수 있다. 일부 예외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내성을 걱정해서 약을 아껴 쓴다고 나중에 약이 더 잘 듣거나 하지는 않는다. 소염진통제의 내성을 걱정해서 생리통을 계속 참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야 비로소 약을 찾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하지만 이렇게 늦게 약을 쓰면 통증의 원인 물질이 이미 많이 쌓인 상태여서 효과를 보기 더 어렵다. 증상 초기에 사용해야 적은 양으로도 효과적이다. 과거 연구로 인해 내성이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 약도 있다. 피부에 국소적으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연고, 크림에 빠른 내성(tachyphylaxis)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70년대 이야기다. 최근 연구에서는 국소 스테로이드에 내성이 생긴다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마찬가지로 과거 80년대에는 항히스타민제를 오래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 이전 연구 조사의 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항히스타민제를 오래 쓴다고 내성이 나타난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게 최근 견해다. 세상에는 내성을 걱정해야 하는 약보다 올바른 복용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약이 훨씬 더 많다.
2020-04-08 11:00 |
[약사·약국] <56> 이부프로펜 써도 될까
유럽의약품청(EMA)은 현지 시각 3월 18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이부프로펜이 코로나19(COVID-19)의 악화와 연관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현재 없다고 밝혔다. EMA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이 문제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가 나오는 대로 리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또한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열이나 통증 치료를 해야할 경우 환자와 의사는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의 유럽명)이나 (이부프로펜을 포함한)NSAID를 포함한 모든 이용 가능한 치료약을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해열제로 열을 내리는 것은 감염성 질환의 증상을 가리워서(masking) 진단을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코로나19만 그런 게 아니라 독감 같은 다른 감염성 질환에도 그렇다. 증상이 더 오래가도록 만들어서 그만큼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한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그러나 이부프로펜(애드빌, 부루펜)만 그런 게 아니라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도 마찬가지다. 효과가 나타나는 최저 용량으로 가능한 한 짧게 쓰도록 권하는 이유다. 이런 식으로 짧게, 권장 용량대로 쓸 때 굳이 이부프로펜을 피하고 아세트아미노펜을 택해야 할 근거는 미약하다. 일부 전문가는 3월 11일 의학저널 랜싯에 실린 스위스 바젤대학 연구팀의 독자투고(correspondence)를 들며 이부프로펜이 해로운 게 맞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딱 한 페이지의 짧은 원고에 이부프로펜이 단 한 번 언급된다.이부프로펜이 ACE2(안지오텐신전환효소2)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가열되자 3월 16일 해당 연구팀은 바젤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랜싯 독자투고가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히는 글을 게재했다.ACE2는 인체에서 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매우 중요한 단백질이지만 이번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이 단백질에 결합하여 세포에 침투하므로 ACE2의 양을 늘릴 수 있는 약물과 코로나19와의 관계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를 하려 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어떤 약을 쓰라, 쓰지 마라하는 말이 아니고 새로운 가설에 대해 검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이 개인 트위터를 통해 "열이 있다면 이부프로펜 대신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라"고 쓴 게 지난 14일이다. 공식 보도자료도 아닌 개인 트위터에 그가 쓴 글 때문에 엄청난 양의 가짜뉴스가 쏟아지고 논란이 불거졌다.한국에서는 그 트위터 글을 한 전문가가 페이스북으로 퍼나르면서 소동이 커졌다. 안 그래도 대중의 공포심과 스트레스가 엄청난데 거기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 새로 밝혀진 사실은 없다. 그저 전에 다른 질환에 대한 일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추측을 하고 있을 뿐이다.나흘이 지나 마침내 유럽의약품청에서 보도자료를 내놨다. 관련해서 Medscape도 3월 17일에나 관련 기사를 내놓았고 뉴욕타임즈 과학, 의학 칼럼니스트 지나 콜라타도 3월 17일에야 칼럼을 썼다. BBC 기사도 마찬가지로 17일자다. 신중하게 사안을 조사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3월 18일 유럽의약품청의 발표가 있고 나서 세계보건기구(WHO)도 입장을 바꿨다. 트위터에 인포그래픽과 함께 올린 Q&A에서 현재 알려진 사실에 근거하여 WHO는 이부프로펜의 사용을 피할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다시 정리하면 해열제가 필요할 때 이부프로펜을 비롯한 소염진통제를 피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짧게 권장 용량에 맞춰 쓰는 게 좋고 열이 계속되면 가까운 병의원에 방문하거나 질병관리본부 1339콜센터에 전화해보아야 한다.코로나19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게 많지 않다. 증거기반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시간을 들여 제대로 알아보고 말하는 게 현명하다. 프랑스의 보건부 장관이 한 말인데 근거가 없겠냐는 식으로 권위에 기대는 방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코로나19와 싸울 때는 빠름이 완벽함보다 낫지만 가짜뉴스와 싸울 때는 신중함이 빠름보다 낫다.
2020-03-25 10:50 |
[약사·약국] <55> 마스크와 해열제 이야기
오늘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마스크부터 정리해보자. 3월 3일 식약처에서 마스크 사용 개정 권고사항을 내놨다. 감염 의심자와의 접촉 등 감염 위험성이 있는 경우와 기저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보건용(KF인증)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지만, 감염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면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면마스크라도 직경 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비말을 막아주는 데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사이즈가 큰 비말이 날아가는 거리는 2미터이다.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실내라도 환기가 잘 되는 개별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지만 건강한 사람이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경우와 기침이나 콧물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쓰도록 권하는 이유다.많은 사람을 접촉해야 하는 직업군의 종사자 보건용 마스크를 쓰도록 권한다.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 와서 줄선 분들 가운데 식당에서 일하는 분이 마스크에 대한 우선권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언뜻 무리한 요구 같지만 맞는 말이다. 음식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식당 종사자는 사람을 많이 접촉해야 하므로 마스크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 보건용 마스크를 일시적으로 사용한 경우 동일인에 한해 재사용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연속 또는 간헐적으로 보건용 마스크를 8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따라 꼭 필요한 경우에만 마스크를 사용하면 여러 날 동안 보건용 마스크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단 마스크 사용 뒤 환기가 잘 되는 깨끗한 장소에 걸어 충분히 건조한 후 재사용하라는 권고를 준수해야 한다.옆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지 않는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더라도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T-zone)을 만지지만 않는다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한 시간에 평균 23번 얼굴을 손으로 만진다. 이 중 절반은 눈코입이다. 어떻게 하면 얼굴을 만지는 습관을 끊을 수 있을까?뉴욕타임즈에서 전문가 인터뷰로 정리한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티슈를 휴대하라. 너무 간지러워서 얼굴을 꼭 만져야겠다면 손이 직접 닿지 않도록 티슈를 사용하라. 티슈는 기침할 때 입을 가리기에도 유용하다. 2. 왜 얼굴을 만지는지 미리 알아둬라. 눈이 건조해서 자꾸 비비는 경향이 있다면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식으로 얼굴을 만지게 하는 유발 요인을 제거하라.3. 손을 바쁘게 만들라. 스트레스 볼처럼 뭔가를 손에 잡고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지는 걸 줄일 수 있다. 단 손에 쥐고 있는 물체를 반드시 자주 소독해줘야 한다. 향기 비누나 로션을 쓰면 손이 얼굴에 닿기 전에 냄새를 맡아 자기 행동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4. 냉정을 되찾자. 지나친 스트레스는 면역을 저하시킨다. 얼굴을 만지면 절대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씻지 않은 손으로 만지면 안 된다는 거다. 세상의 종말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자. 약에 대한 가짜뉴스도 함께 정리하자. 모 의대 단체카톡방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이런 약을 미리 모아둬야 한다고 사재기를 부추기는 문자와 카톡이 돌고 있다. 대표적 진통제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해열진통제와 해열소염진통제다.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같은 해열진통제는 열을 가라앉히고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염증에는 효과가 없다. 애드빌, 부루펜(이부프로펜), 낙센, 탁센(나프록센)과 같은 해열소염진통제는 해열, 진통에 더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소염제(NSAID)면 해열진통효과도 있는 거지 염증에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다.보통 용어를 축약해서 해열제, 진통제, 해열진통제, 소염진통제 등으로 이야기하니까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전문가와 상담 없이 열이 난다고 해열진통제나 해열소염진통제를 오래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약을 복용중일 때 열이 잘 나지 않아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환을 제때 발견하기 어렵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상비약은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현시점에서 불필요하게 사재기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방심과 공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2020-03-11 10:24 |
[약사·약국] <54> 바이러스 퇴치약 개발이 어려운 이유
코로나19(COVID-19)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는 항생제와는 달리 개발하기가 매우 어렵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해서 세계를 공포에 빠뜨렸지만 치료약을 만들기 어려웠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바이러스를 퇴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바이러스는 사람 세포에 비하면 크기가 너무 작다. 대표적 감기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의 직경이 30나노미터로 사람 적혈구의 8마이크로미터에 비하면 거의 270분의 1이다. 입체는 이걸 세 번 곱해야 하니 리노바이러스로 적혈구를 채우려면 바이러스 입자가 2000만 개 가까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표적 자체가 작으니 그걸 맞추기도 어려운 셈이다. 게다가 그 표적은 인체 세포 내에 있다. 바이러스를 알코올 함유 손세정제나 비누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외부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인체 속으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자기 스스로 복제하는 게 아니라 숙주인 사람의 세포 안으로 뚫고 들어간 다음, 인체 세포 안에 있는 장치들을 이용해서 자기를 복제한 다음에 세포를 터뜨리고 나와 주위의 다른 인체 세포들을 추가로 감염시킨다. 감기 낫겠다고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셔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은 에탄올이 인체세포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의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전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대체로 세균은 인체 세포 바깥에 있으니 비교적 잡기가 쉬운데 바이러스는 인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있으니 인체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바이러스만 잡는 약을 개발하기가 더 힘들다.설상가상으로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는 세균 세포의 벽을 터뜨려 죽이는 방식으로 효과를 나타내는데 바이러스의 경우는 겉을 싸고 있는 껍질이 숙주인 인체 세포와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항바이러스제는 세균을 잡는 항생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역전사효소 억제제,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처럼 바이러스가 증식을 위해 필요로 하는 효소를 억제하여 효과를 내는 식이다. 항생제는 하나를 개발하면 여러 종류의 세균에 듣는다. 예를 들어 페니실린은 단 하나의 세균에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고 다양한 세균에 효과가 있다. 항바이러스제는 이와 달라서 몇몇 특정 바이러스에만 효과가 있다. 돌연변이가 쉬운 바이러스의 속성상 약을 만들어도 내성이 생기기 쉽다는 것 또한 문제다. 그렇다고 바이러스 치료약의 미래가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이삼십 년 전에는 HIV 감염으로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에 걸리면 사망선고를 받은 것처럼 생각했지만 이제는 여러가지 항바이러스제를 함께 사용해서 HIV 감염자도 약물 치료만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정상인과 비슷한 정도의 수명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코로나19과 같은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에 아직 공식적 신약은 없지만 인터페론 베타,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와 같은 기존 약물, RNA 중합효소를 억제하는 렘데시비르와 같은 개발 중 약물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최근에는 바이러스보다 감염된 인체 세포에 초점을 맞추어 감염된 세포를 바이러스와 함께 사멸시키는 방식의 약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한데 이 경우 하나의 바이러스에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바이러스에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이론상 장점이 있다.항바이러스제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쓰려고 해도 복잡하다. HIV 감염증에 사용하는 종류만 7가지이다. 그에 비하면 예방은 쉽고 단순한 편이다. 올바른 콘돔 사용, 안전한 성관계, 조기 검사로 예방할 수 있다.이번 코로나19의 경우도 비누로 30초 이상 꼼꼼하게 손씻기, 기침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기,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마스크 착용하기, 위험지역으로 여행했을 경우 의료기관에 알리기와 같은 수칙을 준수하면 지역사회 전파를 막고 추가 감염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질병에 관한 한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2020-02-26 09:51 |
[약사·약국] <53> 손 세정제 제대로 알고 쓰자
손세정제 대란이다. 내 주변에도 손세정제를 구하기 어렵다며 걱정하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완제품을 구할 수 없으니 직접 만들어 쓰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높다. 알코올과 글리세린을 섞는 비율에 대한 논란이 생길 정도였다.집에서 직접 손세정제를 만들어 쓸 때는 알코올(에탄올)을 조금 넉넉히 쓰는 게 좋다. 알코올 60-95%(v/v) 함유 손소독제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이 세균,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변성시켜서 효과를 내려면 물이 있어야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소독용 알코올에 이미 20% 가량 물이 함유되어 있으니 추가로 물을 더 넣을 필요는 없다.글리세린은 살균에는 효과가 없고 피부 보습을 위해 넣는 것이다. 알코올과 글리세린 비율을 8:2 또는 9:1 정도로 하면 적당하다. 하지만 나는 굳이 이렇게까지 하여 손소독제를 구비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손세정제가 필요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병원에서 12시간 일하는 동안 최대 100번까지 손을 씻어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자주 손을 씻어야 하는 환경에서는 매번 비누로 씻기가 어렵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손소독제가 최선의 선택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다르다. 손세정제가 없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손세정제는 비누로 손을 씻을 수 없을 때만 사용하면 된다. 알코올을 60% 이상 함유한 손세정제에도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비누와 물로 손을 씻는 게 여러모로 더 유익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비말감염으로 전파된다. 기침할 때 튀어나오는 미세한 액체방울에 바이러스가 섞여 나와서 이걸 만지면 감염된다는 이야기다.이 액체방울은 점액질, 쉽게 말하면 가래를 포함한다. 2019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래 속의 점액질 때문에 손소독제는 효과가 떨어진다. 끈끈한 점액질이 바이러스를 감싸서 알코올로부터 보호하는 바람에 30초면 나타나야 할 손소독제의 효과가 4분 이상 지연된다는 것이다.반면에 손을 비누로 씻으면서 문질러주면 바이러스는 쉽게 제거됐다. 옆사람이 재채기를 할 때 입을 옷소매나 티슈로 가려주면 좋으련만 공중에 대고 해서 내 손에 가래가 묻었다고 생각해보자. 더러운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손소독제를 쓸 것인가 비누로 손을 씻을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나라면 얼른 화장실에 가서 비누로 씻는 편을 택할 것이다. 요즘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제일 걱정하지만 겨울철에 주로 문제를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도 옮아서 좋을 게 없다. 알코올 60% 이상 함유 손세정제는 노로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다. 노로바이러스는 외막이라 불리는 단백질로 된 겉껍질이 없기 때문이다.세균 중에 Clostridium difficile와 같이 포자로 생존이 가능한 것들도 손세정제로는 제거할 수 없다. 비누로 씻으면 포자를 제거할 수 있다. 손세정제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켜 주지만 잔해는 비누로 씻지 않는 이상 그대로 손에 남는다.더러운 기름때, 흙먼지, 중금속, 잔류농약도 손세정제로는 안 없어진다. 화장실에서 볼일 본 뒤에 손세정제를 쓰는 것보다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30초 이상 충분히 씻어주는 게 더 깨끗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그게 더 깨끗하기 때문이다. 삶에는 예외가 있는 법, 부득이하게 손세정제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손 전체가 충분히 덮일 정도로 넉넉한 양을 써서 손바닥, 손등, 손가락에 골고루 바르고 마를 때까지 비벼줘야 한다. 이렇게 하는 데 보통 20초 정도 시간이 걸린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는 손세정제를 바른 뒤 비벼주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가래가 묻었을 때도 손세정제를 비벼주면 그냥 바르는 것보다는 나을 것으로 추측한다.)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경우 손씻기가 손세정제보다 낫다. 특히 코 풀고 난 뒤, 쓰레기 버린 뒤, 밥 먹기 전에는 손세정제보다 비누로 손씻기를 추천한다. 만약 요리사가 비누로 손씻는 대신 손세정제를 쓰는 식당이라면 안 가는 게 최선이다. 비누와 깨끗한 물이 없는 환경이라면 모를까 손세정제가 없다고 걱정할 이유가 없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겨울철 감염병 예방에는 손씻기와 기침 예절이 답이다.
2020-02-12 09:21 |
[약사·약국] <52> 논란의 약 아스피린 이야기
지난 1월 초 아스피린이 대장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가 뉴스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생쥐 실험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아스피린이 대장암 진행과 재발 차단에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더해 왜 그런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주로 살펴본 것이었다. 동물 실험 결과이므로 사람에게도 동일한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전에도 아스피린의 암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우선 대장암에 대한 여러 연구들을 종합하면, 아스피린이나 다른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인구 통계 평균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20-40%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하지만 문제는 양이다.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용량은 하루 600mg으로 심근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쓰는 저용량아스피린(80-100mg)에 비하면 6배 이상 많은 양이다. 이렇게 고용량이 되면 위장관 출혈과 같은 부작용이 증가한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특정 유전자형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아스피린 복용이 오히려 대장암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립선암에 대한 다른 연구에서는 60세 이상 남성 1000여명을 6년 동안 관찰한 결과, 아스피린 복용 그룹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4%로, 복용하지 않은 그룹 9%보다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관찰 연구여서 한쪽은 아스피린, 한쪽은 가짜약을 주고 실험하는 무작위대조시험(RCT)을 통한 연구에 비해 신빙성이 떨어진다.최근에는 유방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연구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예방 효과가 그리 크지 않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대장암 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10년 이상 장기 복용을 한 경우에만 나타난다. 대장암을 예방해보겠다고 의사와 상의 없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아스피린에는 위장관 출혈과 같은 부작용 위험도 있으므로 복용시 예상되는 위해성과 유익성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가 저울질 해봐야한다. 대장암 예방에는 여러 요인이 관련되어 있다.과도한 음주는 특히 남자의 경우에 직장암의 위험을 키우며 흡연은 대장 선종과 대장암의 위험도를 모두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대장암에 대한 유전적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한 상담 뒤에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대개는 생활 습관 조정으로 위험 요인을 피하는 게 더 확실하며 안전한 방법이다. 아스피린을 심혈관계 질환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만약 아스피린을 그런 예방 목적으로 복용 중일 때는 두통이나 관절통 등으로 약을 필요로 할 때 가급적 소염진통제보다는 해열진통제를 선택해야 한다.소염진통제는 아스피린의 혈소판 응집 억제 효과를 떨어뜨린다.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해열진통제는 소염효과가 없어서 염증을 낮춰주진 못하지만 대신 혈소판 응집에 영향이 거의 없다. 부득이하게 소염진통제를 써야 할 때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한 시간 전에 먼저 복용하여 아스피린이 먼저 제자리에 가서 약효를 나타내도록 하고 그 다음에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거꾸로 소염진통제를 먼저 복용하고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만성질환으로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을 때도 약국에서 일반약을 구입할 때도 항상 미리 자신이 복용하는 약을 알리고 안전성을 점검받는 걸 습관으로 해야 한다.간혹 저용량아스피린을 베이비아스피린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베이비아스피린이 있긴 하지만 어린이에게 아스피린은 좋은 약이 아니다. 라이 증후군(Reye's syndrome)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12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아스피린이나 아스피린 함유 제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환자가 임신 중이거나 고혈압, 심부전증, 신부전증을 겪는 경우 또는 아스피린에 대한 과민반응이 있는 경우에는 아스피린이나 기타 소염진통제가 함유된 약품의 사용을 피해야 한다. 약에 대한 연구 결과나 관련 뉴스를 볼 때는 만인에게 유익한 약은 없다는 점부터 떠올려보는 게 좋다.
2020-01-29 09:14 |
[약사·약국] <51> 변비를 유발하는 약 이야기
약은 변비의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약이 변비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원래 변비가 있던 사람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변비를 일으키는 약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항우울제나, 항고혈압제, 항경련제(항전간제), 항히스타민제, 항콜린제, 알루미늄 성분을 함유한 제산제, 진경제, 철분제, 칼슘제, 마약성 진통제와 같은 약이 대표적이다.중장년층의 경우 장운동이 느려져 변비가 생기거나 당뇨나 갑상선 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의 합병증으로도 변비가 생길 수 있는데 약으로 인해 이러한 기존의 변비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약이 변비를 일으키는 기전은 다양하다. 알루미늄 함유 제산제는 덜 익은 과일과 비슷한 방식으로 변비의 원인이 된다. 알루미늄이 떫은맛을 내는 과일 속 타닌처럼 장에서 수렴 작용을 하여 장 점막에서 수분의 분비를 줄이고 연동 운동을 늦추는 것이다.칼슘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장내미생물이 소화되지 않은 수용성섬유질을 분해해서 생기는 단쇄지방산이 장운동을 촉진시키는데, 칼슘제는 아마도 이런 지방산과 반응하여 비누를 만들어서 장운동 촉진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항콜린제, 마약성 진통제와 같은 많은 약은 장운동 자체를 늦춘다. 하지만 어떤 약이 정확히 어떻게 변비를 일으키는지 모르는 경우도 아직 상당히 많다. 내가 변비인 것 같다고 다 변비는 아니다. 하루에 세 번 배변이 정상인 사람도 있고 일주일에 세 번이 정상인 사람도 있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특정한 약을 복용하면서 변을 볼 때 무리한 힘이 필요하거나 대변이 너무 딱딱하게 굳을 때가 종종 있거나, 변을 볼 때마다 시원치 않고 뭔가 불완전한 느낌이 있거나 또는 꽉 막힌 듯한 느낌이 계속 될 때, 또는 일주일에 변을 보는 회수가 3번 미만이 되었다면 약으로 인한 변비를 의심해볼 수 있다. 약 때문에 변비가 심해진 듯하면 참지 말고 의사, 약사에게 말하자. 변비 때문에 화장실에서 자꾸 배에 힘을 주다보면 혈압을 높여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드물지만 이로 인해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약을 복용하다가 변비가 생길 때 신속하게 의사, 약사와 상담을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변비 유발 가능성이 있는 약을 복용하게 된다면 미리 변비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하루 1.5리터 이상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한다. 한 번에 이 많은 양을 다 마실 수는 없으니 두세 시간에 한 컵씩 하루 6-8잔을 마시도록 한다. 노인의 경우 자신에게 필요한 수분양보다 적게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신장 질환 등으로 특별히 수분섭취 제한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분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섬유질이 풍부한 과일, 채소를 많이 먹고, 운동량을 늘려주는 것도 장운동을 자극하여 배변을 쉽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규칙적인 습관으로 만들면 좋은데, 하루에 한 번 가는 경우라면 아침 식사 직후 10분 남짓한 시간이 장운동이 제일 활발하여 배변에 최적 타이밍이다. 화장실에 가는 걸 미루는 습관은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해도 약으로 인한 변비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뒤에 목이나 등의 통증이 심해서 아편계열 진통제를 반드시 써야 하는데 이럴 때 생활습관을 조정해주는 것만으로는 변비 예방 효과가 충분치 않다. 삼투성 또는 자극성 완하제를 함께 복용해야 변을 편하게 볼 수 있다.그런 이유로 변비약 처방이 추가될 때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때는 변비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2016년 미국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변비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환자가 넷에 하나라고 한다. 끝으로, 약 때문에 변비가 의심이 되는 경우에도 의사, 약사와 상담 없이 혼자 약 사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특히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있어서 약을 복용하다가 변비가 있다고 스스로 약을 끊었다가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020-01-15 1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