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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만 VS 사라사테
아드리엘김
입력 2024-11-22 14:44 수정 최종수정 2024-1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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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올린으로 듣는 명곡오페라 카르멘

 

19세기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파블로 데 사라사테

오페라 <카르멘>은 스탠더드 레퍼토리로서 오페라 속의 서곡이나 아리아만 잘 알려진 게 아니라 오페라 전반에 걸친 음악 대부분이 일반 대중들의 귀에 익숙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한 클래식이다.

작곡가 조르주 비제 특유의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와 낭만적 화성이 발군의 시너지를 내며 다양한 작곡가들이 앞다퉈 음악을 차용하거나 편곡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

바이올린 레퍼토리에서 오페라 카르멘의 주선율을 주제로 가장 널리 연주되는 작품은 무엇일까현재 스페인 출신 작곡가 파블로 데 사라사테가 편곡한 '카르멘 환상곡'과 미국의 영화음악 작곡가 왁스만의 '카르멘 환상곡'으로 양분되어 있으며 각각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골고루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세기의 명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 속에는 바이올린이 구사할 수 있는 갖가지 테크닉이 녹아있고 성악을 기악적으로 멋지게 탈바꿈시킨 거장다운 면모가 드러난다

난이도가 높은 더블 스톱두개의 줄을 동시에 연주하는 기법)을 비롯하여 하모닉스피치카토 등 현란한 현악 연주 기법들이 곳곳에 안배되어 있다는 사실예를 들어 가장 유명한 아리아로 손꼽히는 '하바네라'에서 주선율을 장식음들로 꾸며 다양한 음역대를 활용한 점에 있어서 거장의 솜씨가 느껴진다.

이 작품의 탁월함은 워낙 악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작곡가의 작품인지라 심플한 카르멘의 선율에 다채로운 바이올린의 테크닉적인 요소를 덧입혀 원곡의 감성은 살리면서 바이올린의 비르투오소적인 면모를 확실이 챙겼다는 점이다.

 

영화 <선셋대로>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프란츠 왁스만

왁스만은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음악 작곡가답게 직설적이면서도 극적인 효과를 노린 음악어법을 사용했다언뜻 생각해보면 할리우드의 영화음악 작곡가가 바이올린을 위한 클래식을 작곡했다는 사실이 의아할 수 있을 터독일계 유태인이었던 왁스만은 드레스덴에서 작곡과 지휘를 공부했던 정통파로 나치의 탄압을 피해 L.A에 정착하여 명성을 떨친 영화음악 작곡가 중 한 명이었다. 1946년 영화 '유머레스크'에 삽입되었던 '카르멘 환상곡'을 접한 명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의 권유에 응한 왁스만은 이 음악을 콘서트용 음악으로 확장지금의 카르멘 환상곡이 탄생하게 되었다.

 왁스만의 카르멘 환상곡은 낮은 음역대에서 단숨에 4옥타브 위로 솟아오르는 강렬한 솔로 도입부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자아낸다현악기에 해당하는 디테일하고 다양한 기법들보다는 오리지널 선율 중심으로 빠른 패시지를 부각시켰으며 예를 들어 더블 스톱을 활용함에 있어서도 속도감에서 오는 현란한 효과를 노렸다왁스만은 곡의 엔딩 또한 폭주하는 템포 속에 피치카토(현을 손가락으로 튕기어 소리를 내는 기법)를 활용하여 곡의 말미를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게 마무리한다어떤 면에서 할리우드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사라사테와 왁스만 두 작품 모두 오페라 카르멘에 등장하는 음악을 선곡함에 있어서도 탁월함이 돋보인다.

5개의 악장으로 구분되어 있는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은 4막 간주곡 '아라고네즈'로 포문을 연 뒤 잘 알려진 '하바네라', 이중창 '세비야 성벽 근처'등 인기 있는 선율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열정적인 도입부를 시작으로 고즈넉한 3악장을 지나 '세비야 성벽 근처'의 관능적인 선율에서 이어 화려한 엔딩으로 선택된 집시의 노래 (Les Tringles Des Sistres Tintaient)는 빠른 템포로 휘몰아치는 쾌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경쾌한 오페라의 오리지널 서곡으로 시작하는 왁스만의 카르멘 환상곡은 순서는 다르지만 '하바네라', '아라고네즈', 이중창 '세비야 성벽 근처등 마찬가지로 카르멘을 대표하는 곡들로 엮여있으며 사라사테의 왁스만과 비교해 선율적인 측면에서 좀 더 담백하게 편곡되어 주 멜로디가 더욱 명징하게 들리는 특징이 있다또한 빠른 스케일 속에 간간이 들리는 불협화음이 자아내는 현대미가 돋보인다.

 바이올린 테크닉적인 측면에서는 악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라사테가 좀 더 밀도 있는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왁스만의 카르멘 환상곡 또한 매력적인 이유는 오페라 카르멘의 오리지널함과 'show'적인 요소를 한껏 머금은 바이올린의 기교가 맞물리며 최상의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오페라 카르멘의 매력적인 주선율과 더불어 바이올린의 다채로운 기교를 맘껏 접할 수 있는 카르멘 환상곡은 클래식 입문자에게 있어 클래식을 더 가까이하고 싶게 만드는 완벽한 촉매제가 아닐 수 없다.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현재는 지휘자작곡가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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