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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컬쳐 포커스
안현정
입력 2024-06-14 10:07 수정 최종수정 2024-06-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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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작가들의 톡특한 연동서촌 이상의 집’ 콜라보 

마주하지 못한 두 천재 작가시인 이상과 화가 김성룡의 창작열을 매칭한 전시를 개최한다이번 전시는 문학과 미술의 경계를 뛰어넘는 혁신적 시도로 시인 이상의 오감도와 화가 김성룡의 생동감 넘치는 작품을 통해 시공을 넘나드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천재 시인 이상과 화가 김성룡은 시대를 달리했지만 이상의 환상적 초현실을 통해 세상의 풍파와 맞서는 창작에너지를 보여준다. <오감도그리오>는 시를 모르는 관람객들이 오감을 자극하는 그림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자체가 다양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다난해한 언어유희와 신조어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이상의 내면세계를 화가 김성룡은 동시대의 파격미로 재해석한다

 

오감도(烏瞰圖/五感圖), 처연한 싸늘함의 미학

 

천재시인 이상과 화가 김성룡시대를 달리한 이들의 언어는 무섭다고 그리오라는 오감도(烏瞰圖)의 언어유희처럼 환상적 초현실을 통해 세상의 풍파와 맞선다. 1934년 7월 24일자 조선중앙일보에 게재된 연작시 <오감도>에는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며 초현실의 초현실을 논한다.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중략 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러케뿐이모혓소.” 난해시로 일대 물의를 일으킨 오감도는 조감도(鳥瞰圖)의 징표를 부정적으로 바꾼 신조어(新造語)를 낳으며종래 시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파격미를 보여준다총 15편의 연작시(連作詩)들은 제8호에 해부(解剖)’, 9호에 총구(銃口)’, 10호에 나비라는 부제를 제외하면부제 없이 일련번호로 구분돼 있다이는 보는 순간 사람의 감성을 삼켜버리는 김성룡의 그림들과 유사하다초현실주의를 넘어선 환상적 파격주의를 표방한 작품들은 반복반전에 의한 부정신조어 등을 사용한 시인 이상의 시각화라고 평해야 한다

 

조감도(鳥瞰圖)는 미술용어로 공중에 떠 있는 새가 아래를 내려다 본다는 것을 뜻한다이상의 오감도(烏瞰圖)’는 조감도라는 한자의 글자모양을 변형시켜 새로운 단어를 만든 것이다까마귀오()와 새조()는 흡사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까마귀는 독특한 분위기를 통해 암울한 현대인들의 삶을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상징체이다연작시 오감도에서 시적 화자는 스스로 까마귀를 자처하며 공중에 붕 떠 있다공중에 떠있는 까마귀의 시선과 각도로 인간세계를 내려다보는 설정은 화가 김성룡에게도 발견되는 공통점이다난해 시로 지목된 이상의 시는 언어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면서독자의 상상력만 증폭시킨다읽어도 알 수 없는 시보아도 알기 어려운 그림이러한 설정은 천재들이 생략과 중첩을 통해 감추어 둔 현재적 메타포라고 할 수 있다

 

비현실적 현실의 풍자화금기를 금기하라!

 

김성룡은 연금술사다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마술을 부린다김성룡의 (/)’은 시대정신이다여기서 선은 세상의 모든 것에 맞선앞선 시각이다작품에는 리듬이 있고 다양한 변주를 머금는 환상적 초현실이 존재한다평론가 이진명은 나무에 걸터앉아 허공을 보는 <랭보>라는 작품에서 세찬 바람을 맞아서 크게 자라지 않은 나무 … 시인의 환한 이마를 가로지르는 세찬 바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제주에서 활동해 온 작가의 처연함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를 보듯 시대에 맞서 싸우는 고독한 투사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고흐에 대한 연민을 자화상처럼 옮겨낸 작품들에서도 이 시간과 저 시간을 가로지르는 자의식의 과잉이 자리한다김성룡 작품은 폭풍 같은 파격 에너지로 종래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일종의 연작시(連作詩같은 그림들은 전체적으로 긴장·불안·갈등·싸움·공포·죽음·반전 등으로 현실을 해체하는데 두려움과 절망에 맞선 현실을 부릅뜬 역전(逆轉)’의 눈으로 표현한다석양의 기억들이 피 같은 색으로 물드는가 하면 키 큰 나무의 견고함이 해체된 선으로 해방됨으로써 자아를 느긋하게 풀어주기도 한다이러한 상징성과 컬러는 고흐와 고갱의 작품에 혜택을 입은 셈이지만 김성룡은 천연적인 컬러와 형태의 과격한 강화 속에서도 인간과 자연의 상호관계를 놓치지 않는다

 

갤러리 끼 대표 이광기는 이번 전시는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도로 관람객들에게 창의적인 영감을 전하고자 한다시인 이상과 화가 김성룡의 만남은 융합과 창작의 시대를 여는 독특한 사유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새로운 삶의 세계와 인간 가치의 회복을 모색하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김성룡의 작품은 파주 갤러리 끼(28)와 서촌 이상의 집(2)에서 선보일 예정이다전시는 6월 15(오프닝 토요일 오후5)에서 8월 3일까지 갤러리끼 파주(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521-2)에서 진행된다. (문의 010-8186-1059, @gallerykki/ 매주 일.월 휴관)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유중재단 이사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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