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작가들의 톡특한 연동, 서촌 ‘이상의 집’ 콜라보
마주하지 못한 두 천재 작가, 시인 이상과 화가 김성룡의 창작열을 매칭한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문학과 미술의 경계를 뛰어넘는 혁신적 시도로 시인 이상의 ‘오감도’와 화가 김성룡의 생동감 넘치는 작품을 통해 시공을 넘나드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천재 시인 이상과 화가 김성룡은 시대를 달리했지만 이상의 환상적 초현실을 통해 세상의 풍파와 맞서는 창작에너지를 보여준다. <오감도, 그리오>는 시를 모르는 관람객들이 오감을 자극하는 그림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자체가 ‘다양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다. 난해한 언어유희와 신조어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이상의 내면세계를 화가 김성룡은 동시대의 파격미로 재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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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烏瞰圖/五感圖), 처연한 싸늘함의 미학
천재시인 이상과 화가 김성룡, 시대를 달리한 이들의 언어는 ‘무섭다고 그리오’라는 오감도(烏瞰圖)의 언어유희처럼 환상적 초현실을 통해 세상의 풍파와 맞선다. 1934년 7월 24일자 조선중앙일보에 게재된 연작시 <오감도>에는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며 ‘초현실의 초현실’을 논한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 중략 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러케뿐이모혓소.” 난해시로 일대 물의를 일으킨 오감도는 조감도(鳥瞰圖)의 징표를 부정적으로 바꾼 신조어(新造語)를 낳으며, 종래 시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파격미’를 보여준다. 총 15편의 연작시(連作詩)들은 제8호에 ‘해부(解剖)’, 제9호에 ‘총구(銃口)’, 제10호에 ‘나비’라는 부제를 제외하면, 부제 없이 일련번호로 구분돼 있다. 이는 보는 순간 사람의 감성을 삼켜버리는 ‘김성룡의 그림들’과 유사하다. 초현실주의를 넘어선 환상적 파격주의를 표방한 작품들은 반복, 반전에 의한 부정, 신조어 등을 사용한 ‘시인 이상의 시각화’라고 평해야 한다.
조감도(鳥瞰圖)는 미술용어로 공중에 떠 있는 새가 아래를 내려다 본다는 것을 뜻한다. 이상의 ‘오감도(烏瞰圖)’는 ‘조감도’라는 한자의 글자모양을 변형시켜 새로운 단어를 만든 것이다. 까마귀오(烏)와 새조(鳥)는 흡사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까마귀는 독특한 분위기를 통해 암울한 현대인들의 삶을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상징체이다. 연작시 오감도에서 시적 화자는 스스로 까마귀를 자처하며 공중에 붕 떠 있다. 공중에 떠있는 까마귀의 시선과 각도로 인간세계를 내려다보는 설정은 ‘화가 김성룡’에게도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난해 시로 지목된 이상의 시는 언어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독자의 상상력만 증폭시킨다. 읽어도 알 수 없는 시, 보아도 알기 어려운 그림, 이러한 설정은 ‘천재들이 생략과 중첩을 통해 감추어 둔 현재적 메타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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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 현실’의 풍자화, 금기를 금기하라!
김성룡은 연금술사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마술을 부린다. 김성룡의 ‘선(線/先)’은 시대정신이다. 여기서 선은 세상의 모든 것에 맞선, 앞선 시각이다. 작품에는 리듬이 있고 다양한 변주를 머금는 환상적 초현실이 존재한다. 평론가 이진명은 나무에 걸터앉아 허공을 보는 <랭보>라는 작품에서 “세찬 바람을 맞아서 크게 자라지 않은 나무 … 시인의 환한 이마를 가로지르는 세찬 바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제주에서 활동해 온 작가의 처연함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를 보듯 ‘시대에 맞서 싸우는 고독한 투사’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고흐에 대한 연민을 자화상처럼 옮겨낸 작품들에서도 이 시간과 저 시간을 가로지르는 ‘자의식의 과잉’이 자리한다. 김성룡 작품은 폭풍 같은 파격 에너지로 종래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일종의 연작시(連作詩) 같은 그림들은 전체적으로 긴장·불안·갈등·싸움·공포·죽음·반전 등으로 현실을 해체하는데 두려움과 절망에 맞선 현실을 ‘부릅뜬 역전(逆轉)’의 눈으로 표현한다. 석양의 기억들이 피 같은 색으로 물드는가 하면 키 큰 나무의 견고함이 해체된 선으로 해방됨으로써 자아를 느긋하게 풀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상징성과 컬러는 고흐와 고갱의 작품에 혜택을 입은 셈이지만 김성룡은 천연적인 컬러와 형태의 과격한 강화 속에서도 인간과 자연의 상호관계를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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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끼 대표 이광기는 “이번 전시는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도로 관람객들에게 창의적인 영감을 전하고자 한다. 시인 이상과 화가 김성룡의 만남은 융합과 창작의 시대를 여는 독특한 사유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삶의 세계와 인간 가치의 회복을 모색하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김성룡의 작품은 파주 갤러리 끼(28점)와 서촌 이상의 집(2점)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6월 15일(오프닝 토요일 오후5시)에서 8월 3일까지 갤러리끼 파주(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521-2)에서 진행된다. (문의 010-8186-1059, @gallerykki/ 매주 일.월 휴관)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천재작가들의 톡특한 연동, 서촌 ‘이상의 집’ 콜라보
마주하지 못한 두 천재 작가, 시인 이상과 화가 김성룡의 창작열을 매칭한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문학과 미술의 경계를 뛰어넘는 혁신적 시도로 시인 이상의 ‘오감도’와 화가 김성룡의 생동감 넘치는 작품을 통해 시공을 넘나드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천재 시인 이상과 화가 김성룡은 시대를 달리했지만 이상의 환상적 초현실을 통해 세상의 풍파와 맞서는 창작에너지를 보여준다. <오감도, 그리오>는 시를 모르는 관람객들이 오감을 자극하는 그림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자체가 ‘다양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다. 난해한 언어유희와 신조어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이상의 내면세계를 화가 김성룡은 동시대의 파격미로 재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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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烏瞰圖/五感圖), 처연한 싸늘함의 미학
천재시인 이상과 화가 김성룡, 시대를 달리한 이들의 언어는 ‘무섭다고 그리오’라는 오감도(烏瞰圖)의 언어유희처럼 환상적 초현실을 통해 세상의 풍파와 맞선다. 1934년 7월 24일자 조선중앙일보에 게재된 연작시 <오감도>에는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며 ‘초현실의 초현실’을 논한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 중략 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러케뿐이모혓소.” 난해시로 일대 물의를 일으킨 오감도는 조감도(鳥瞰圖)의 징표를 부정적으로 바꾼 신조어(新造語)를 낳으며, 종래 시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파격미’를 보여준다. 총 15편의 연작시(連作詩)들은 제8호에 ‘해부(解剖)’, 제9호에 ‘총구(銃口)’, 제10호에 ‘나비’라는 부제를 제외하면, 부제 없이 일련번호로 구분돼 있다. 이는 보는 순간 사람의 감성을 삼켜버리는 ‘김성룡의 그림들’과 유사하다. 초현실주의를 넘어선 환상적 파격주의를 표방한 작품들은 반복, 반전에 의한 부정, 신조어 등을 사용한 ‘시인 이상의 시각화’라고 평해야 한다.
조감도(鳥瞰圖)는 미술용어로 공중에 떠 있는 새가 아래를 내려다 본다는 것을 뜻한다. 이상의 ‘오감도(烏瞰圖)’는 ‘조감도’라는 한자의 글자모양을 변형시켜 새로운 단어를 만든 것이다. 까마귀오(烏)와 새조(鳥)는 흡사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까마귀는 독특한 분위기를 통해 암울한 현대인들의 삶을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상징체이다. 연작시 오감도에서 시적 화자는 스스로 까마귀를 자처하며 공중에 붕 떠 있다. 공중에 떠있는 까마귀의 시선과 각도로 인간세계를 내려다보는 설정은 ‘화가 김성룡’에게도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난해 시로 지목된 이상의 시는 언어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독자의 상상력만 증폭시킨다. 읽어도 알 수 없는 시, 보아도 알기 어려운 그림, 이러한 설정은 ‘천재들이 생략과 중첩을 통해 감추어 둔 현재적 메타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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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 현실’의 풍자화, 금기를 금기하라!
김성룡은 연금술사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마술을 부린다. 김성룡의 ‘선(線/先)’은 시대정신이다. 여기서 선은 세상의 모든 것에 맞선, 앞선 시각이다. 작품에는 리듬이 있고 다양한 변주를 머금는 환상적 초현실이 존재한다. 평론가 이진명은 나무에 걸터앉아 허공을 보는 <랭보>라는 작품에서 “세찬 바람을 맞아서 크게 자라지 않은 나무 … 시인의 환한 이마를 가로지르는 세찬 바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제주에서 활동해 온 작가의 처연함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를 보듯 ‘시대에 맞서 싸우는 고독한 투사’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고흐에 대한 연민을 자화상처럼 옮겨낸 작품들에서도 이 시간과 저 시간을 가로지르는 ‘자의식의 과잉’이 자리한다. 김성룡 작품은 폭풍 같은 파격 에너지로 종래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일종의 연작시(連作詩) 같은 그림들은 전체적으로 긴장·불안·갈등·싸움·공포·죽음·반전 등으로 현실을 해체하는데 두려움과 절망에 맞선 현실을 ‘부릅뜬 역전(逆轉)’의 눈으로 표현한다. 석양의 기억들이 피 같은 색으로 물드는가 하면 키 큰 나무의 견고함이 해체된 선으로 해방됨으로써 자아를 느긋하게 풀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상징성과 컬러는 고흐와 고갱의 작품에 혜택을 입은 셈이지만 김성룡은 천연적인 컬러와 형태의 과격한 강화 속에서도 인간과 자연의 상호관계를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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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끼 대표 이광기는 “이번 전시는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도로 관람객들에게 창의적인 영감을 전하고자 한다. 시인 이상과 화가 김성룡의 만남은 융합과 창작의 시대를 여는 독특한 사유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삶의 세계와 인간 가치의 회복을 모색하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김성룡의 작품은 파주 갤러리 끼(28점)와 서촌 이상의 집(2점)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6월 15일(오프닝 토요일 오후5시)에서 8월 3일까지 갤러리끼 파주(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521-2)에서 진행된다. (문의 010-8186-1059, @gallerykki/ 매주 일.월 휴관)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