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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커튼 콜
원종원
입력 2024-02-23 09:40 수정 최종수정 2024-02-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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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랑받던 오페라를 뮤지컬로 환생시키다_뮤지컬 렌트

뮤지컬 렌트의 원작은 다름 아닌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이다푸치니의 대표작중 하나인 라 보엠은 190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한 시인 루돌프와 수예 바느질로 연명하는 독신 처녀 미미의 슬픈 사랑을 그리고 있다

 

뮤지컬은 이 작품의 배경을 20세기 뉴욕으로 바꾸었다오페라에 등장하는 가난한 시인 루돌프는 뮤지컬에선 대중음악가이자 로커인 로져로 탈바꿈됐고미미는 밤무대 무희로 바뀌었다뿐만 아니다화가였던 마르첼로는 독립영화를 꿈꾸는 젊은 독립영화 감독지망생인 마크가 됐고화려한 가수 무제타는 스트리트 퍼포머인 모린이집주인이었던 브누아는 대중음악 작곡가를 꿈꾸는 벤자민으로 변신했다등장인물들이 현대적으로 바뀌면서 이야기 역시 요즘 젊은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극적인 변화를 겪게됐음을 두말할 나위 없다.

사실 바뀐 것은 등장인물뿐만이 아니다이야기의 소재들도 아주 현대적인 내용으로 탈바꿈됐다. ‘라 보엠에서 파리 몽마르뜨 언덕에 사는 젊은 예술가들을 괴롭혔던 것이 추위와 배고픔가난 그리고 결핵이었다면, 20세기 뉴욕의 젊은 예술가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에이즈를 야기한다는 HIV 바이러스마약동성애나 양성애 그리고 뮤지컬 제목으로도 쓰인 렌트’ 그러니까 우리말로 의역하자면 집세 혹은 월세쯤 되는 사악한 물질만능주의다예술가를 꿈꾸며 뉴욕에서 가난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들의 고뇌와 번민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막을 올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젊은 예술가들의 치열한 이야기는 나라나 국경언어에 장벽이 없음을 증명시켜줬다다만국내에서는 초연 당시 객석 수가 많은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막을 올려 원작이 지니고 있던 가난하지만 꺾이지 않는 예술가들에 대한 실험정신은 반감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렌트를 보여주기에는 너무 화려한 극장이었다는 불만인 셈이다원래 이 작품은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일 때에도 오프 브로드웨이의 소극장에서 초연됐던 탓에 화려한 세트나 장식보다 중독성 강한 음악으로 더 유명세를 누렸던 전력이 있다변화 없는 단출한 소규모 세트는 열혈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른바 렌트 정신의 구현이라 불리며 이 작품만의 매력으로 평가받았다오프 브로드웨이를 벗어나 뉴욕 중심가의 네덜란드 극장으로 공연장이 옮겨질 당시 렌트가 매력을 잃었다고 불평을 토로하는 사람마저 있을 정도다가난한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줄거리는 화려하지 않은 무대가 훨씬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렌트는 제작자인 조나단 라슨을 빼놓고 말하기 힘들다스스로가 가난한 젊은 예술가였던 라슨은 뮤지컬이 막을 올리기 하루 전날서른다섯의 나이에 급성대동맥혈전으로 세상을 떠났다지나친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렌트의 주된 모토는 오직 오늘밖에 없다(No Day But Today)’는 대사로 빈곤하고 어려운 일상 속에서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오페라와 달리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인 미미가 되살아나는 것도 바로 이런 주제의식의 반영 탓이다하지만 누구도 라슨의 삶이 이런 메시지의 실증적 사례가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결국 조나단 라슨은 작품을 통해 예견된 삶을 살다간 전설적 인물이 됐다.

뮤지컬 영화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다. 2005년의 일이다무대 버전의 뮤지컬이 처음 등장한 것이 1996년이었으니 꼭 10년 만에 시도다영화의 연출은 나홀로 집에’, ‘해리 포터’, ‘나인 먼스’, ‘판타스틱 4’등으로 유명한 크리스 콜럼부스가 맡았는데그는 대부분의 뮤지컬 초연 배우들을 스크린에서도 다시 기용해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원래 공연에서 오리지널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오리지널 캐스트 그러니까 초연 배우가 나오는 무대를 일컫는데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영화는 말 그대로 오리지널’ 뮤지컬 캐스트를 발탁해 영상화한 경우라 인정할 만하다하지만 두 명의 주요 배역 미미와 조앤은 초연 배우 대신 젊은 여배우들로 대체됐는데, 10년여 세월이 흐른 탓에 초연 배우들이 원작에 적합한 젊은 모습을 더 이상 보여주기 힘들다는 프로듀서의 판단 때문이었다는 후문이 있다.

등장하는 배우는 무대나 영화나 비슷하지만이야기를 펼치는 방식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있다일반적인 원 소스 멀티 유즈(OSMU)의 제작방식 - ‘익숙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시 새로운’ 콘텐츠의 재가공이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셈이다대사 보다 음악으로 진행됐던 무대 버전과 달리 영화에서는 자주 노래를 끊고 대사를 등장시키는그래서 보다 원활히 이야기의 배경을 납득시키는 방식이 선택됐다덕분에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고 무대에서만 즐길 수 있는 노래들도 있다노래가 나오는 순서가 바뀌거나 영화만의 장면들도 추가됐는데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무대와 영화를 비교해가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꼽아보는 감상법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무대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던 떄문인지 영화평론가들로부터는 극과 극의 상반된 리뷰를 받았지만컬트영화 팬들로부터의 호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오늘날까지도 스테디셀러로서 사랑받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의 공연은 지난 2008년 9월 7일 12년간 5124회의 연속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투어나 라이선스 버전은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우리말 공연을 포함해 렌트는 22개 언어로 번안돼 무대다 꾸며지는 진기록도 세웠다. 1996년에 발매된 오리지널 뉴욕 캐스트의 두 장짜리 음반도 뮤지컬이 궁금하다면 일부러라도 들어볼만하다두 장짜리 전곡수록 앨범은 마치 뮤지컬의 장면을 그대로 들려주는 것처럼 극적 전개를 뺴놓지 않고 담아냈다특히 흥미로운 것은 보너스 트랙이다맹인 흑인가수 스티비 원더가 출연진과 함께 부른 노래가 특별히 추가됐기 때문이다영혼마저 울린다는 스티비 원더의 하모니카 연주는 그야말로 감탄스럽다

렌트의 주제가 격인 노래는 사랑의 계절들(Seasons of Love)’일 년을 분으로 환산하면 525,600분으로 이뤄져있는데이 수많은 시간들을 사랑으로 채워보라는 노랫말이다중독성 강한 멜로디는 백미를 이룬다뮤지컬에서 음악의 역할이 왜 중요한가를 깨닫게 해주는 멋진 노래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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