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보다는 영국 전통을 선택했던 작곡가 본 윌리엄스
클래식 레퍼토리에서 '종달새'하면 대개 하이든의 현악 4중주를 떠올린다. 교향곡과 더불어 하이든이 확립한 현악 4중주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명곡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종달새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는 1악장 도입부의 바이올린 선율이 새소리를 닮았기 때문이다. 물론 곡에 붙은 부제가 작품의 흥행이나 악보판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출판사의 입김도 작용했을 터.
19세기 말부터 20세기에 걸쳐 활동했던 작곡가 레이프 본 윌리엄스가 작곡한 '종달새의 비상'은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종달새'에 비해서 인지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주류 바이올린 협연 레퍼토리로 인정받고 있는 곡이다. 새의 몸짓을 탁월하게 악상으로 그려낸 작곡가의 역량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영국 민요조의 노래들이 자아내는 신비감과 특유의 바이브 덕분에 단악장 협주곡 레퍼토리로서는 이례적으로 본 윌리엄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그의 음악적 성향이 잘 드러난 곡이다.
본 윌리엄스는 1872년생으로 영국 국립음악원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영국 민요 800여 곡을 수집하고 연구할 정도로 영국의 문화적 유산을 계승하고자 노력했다.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막스 브루흐와 관현악법의 대가 모리스 라벨을 사사한 그가 1908년 파리에서 영국으로 돌아와 착수한 작업은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학자 시인 A.E. 하우스먼의 시 <슈롭서의 청년>에서 6개의 시를 발췌, 음악을 붙여 연가곡을 완성하는 일이었다.
영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민요를 채집하여 관현악곡으로 편곡하는 작업 또한 열심이었다. 대중에게 익숙한 작품으로 영국 민요를 기반으로 작곡한 '푸른 옷소매 환상곡', 16세기의 영국 작곡가 토마스 탈리스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토마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은 영국의 근원을 탐구하고 알리고자 했던 그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표작들이다. 이러한 작곡 스타일은 그의 실내악, 교향곡을 비롯하여 장르의 구분 없이 발견된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영국의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마게이트에서 날아오르는 종달새의 모습을 보고 악상을 떠올렸다고 밝힌 본 윌리엄스. 이 작품은 1887년 영국의 시인 조지 메러디스가 발표한 시에 영감을 받아 작곡에 착수한 곡으로 본 윌리엄스의 자유분방 리듬과 영국 민요조의 선율이 어우러진 곡이다. 새의 몸짓을 담은 도입부의 자유분방한 바이올린 독주를 시작으로 민요풍의 모티브와 2개의 테마가 제시되는데 영국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에 동화되었던 그답게 중세의 선법적인 요소가 돋보이며 목가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곡의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초연 당시 더 타임즈 지는 "시간의 바깥에 서서 꿈꾸는듯 했다"라고 평했다.
물론 그의 음악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가 과거의 음악에 심취해 있다 보니 모더니즘이 대두되던 당시 상황에서 고리타분한 작곡가로 인식되기도 했으며 한 비평가는 그의 음악을 언급하며 "문을 내다보는 소 같다"는 평을 내놓았다. 본 윌리엄스는 "자신의 음악에 등장하는 선율이 본인의 것인지 과거 민요에서 따온 선율인지 헷갈린다"라고 고백했을 정도로 영국 튜더왕조 시대의 교회음악을 비롯하여 영국 선조들의 문화적 유산에 심취해 있던 사람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영국 민족주의 음악을 연구하고 고수했던 그였기 때문에 현재는 가장 영국적인 국민 작곡가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
영국 전통 민요조가 물씬 풍기는 '종달새의 비상'은 1차 세계대전 발발로 인해 1920년이 돼서야 초연되었으며 연주는 당대 영국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마리아 홀이 맡았다. 관현악 버전은 1921년 공개되어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내었고 지금까지 본 윌리엄스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으로 남아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본 윌리엄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며 "지난 20년간 종달새의 비상은 영국의 Classic FM에서 발표하는 명예의 전당에서 늘 최상위권을 지켰다"라고 전한 바 있다. 특히 이 곡은 전 국가대표 김연아의 선수시절 2006~2007년 시즌 프리 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곡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당시 주류였던 독일, 프랑스의 음악을 자양분 삼긴 했으나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전통을 기반으로 영국적으로 승화시켜 그만의 독자적인 음악어법을 완성시킨 본 윌리엄스. 한국에서 듣기 힘든 작곡가로 손꼽히지만 앞으로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와 더불어 더 자주 무대에 오르길 기대해 본다.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과 함께 2024년 한 해를 멋지게 비상해 보면 어떨까.
https://www.youtube.com/watch?v=IOWN5fQnzGk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혁신보다는 영국 전통을 선택했던 작곡가 본 윌리엄스
클래식 레퍼토리에서 '종달새'하면 대개 하이든의 현악 4중주를 떠올린다. 교향곡과 더불어 하이든이 확립한 현악 4중주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명곡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종달새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는 1악장 도입부의 바이올린 선율이 새소리를 닮았기 때문이다. 물론 곡에 붙은 부제가 작품의 흥행이나 악보판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출판사의 입김도 작용했을 터.
19세기 말부터 20세기에 걸쳐 활동했던 작곡가 레이프 본 윌리엄스가 작곡한 '종달새의 비상'은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종달새'에 비해서 인지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주류 바이올린 협연 레퍼토리로 인정받고 있는 곡이다. 새의 몸짓을 탁월하게 악상으로 그려낸 작곡가의 역량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영국 민요조의 노래들이 자아내는 신비감과 특유의 바이브 덕분에 단악장 협주곡 레퍼토리로서는 이례적으로 본 윌리엄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그의 음악적 성향이 잘 드러난 곡이다.
본 윌리엄스는 1872년생으로 영국 국립음악원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영국 민요 800여 곡을 수집하고 연구할 정도로 영국의 문화적 유산을 계승하고자 노력했다.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막스 브루흐와 관현악법의 대가 모리스 라벨을 사사한 그가 1908년 파리에서 영국으로 돌아와 착수한 작업은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학자 시인 A.E. 하우스먼의 시 <슈롭서의 청년>에서 6개의 시를 발췌, 음악을 붙여 연가곡을 완성하는 일이었다.
영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민요를 채집하여 관현악곡으로 편곡하는 작업 또한 열심이었다. 대중에게 익숙한 작품으로 영국 민요를 기반으로 작곡한 '푸른 옷소매 환상곡', 16세기의 영국 작곡가 토마스 탈리스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토마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은 영국의 근원을 탐구하고 알리고자 했던 그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표작들이다. 이러한 작곡 스타일은 그의 실내악, 교향곡을 비롯하여 장르의 구분 없이 발견된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영국의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마게이트에서 날아오르는 종달새의 모습을 보고 악상을 떠올렸다고 밝힌 본 윌리엄스. 이 작품은 1887년 영국의 시인 조지 메러디스가 발표한 시에 영감을 받아 작곡에 착수한 곡으로 본 윌리엄스의 자유분방 리듬과 영국 민요조의 선율이 어우러진 곡이다. 새의 몸짓을 담은 도입부의 자유분방한 바이올린 독주를 시작으로 민요풍의 모티브와 2개의 테마가 제시되는데 영국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에 동화되었던 그답게 중세의 선법적인 요소가 돋보이며 목가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곡의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초연 당시 더 타임즈 지는 "시간의 바깥에 서서 꿈꾸는듯 했다"라고 평했다.
물론 그의 음악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가 과거의 음악에 심취해 있다 보니 모더니즘이 대두되던 당시 상황에서 고리타분한 작곡가로 인식되기도 했으며 한 비평가는 그의 음악을 언급하며 "문을 내다보는 소 같다"는 평을 내놓았다. 본 윌리엄스는 "자신의 음악에 등장하는 선율이 본인의 것인지 과거 민요에서 따온 선율인지 헷갈린다"라고 고백했을 정도로 영국 튜더왕조 시대의 교회음악을 비롯하여 영국 선조들의 문화적 유산에 심취해 있던 사람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영국 민족주의 음악을 연구하고 고수했던 그였기 때문에 현재는 가장 영국적인 국민 작곡가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
영국 전통 민요조가 물씬 풍기는 '종달새의 비상'은 1차 세계대전 발발로 인해 1920년이 돼서야 초연되었으며 연주는 당대 영국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마리아 홀이 맡았다. 관현악 버전은 1921년 공개되어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내었고 지금까지 본 윌리엄스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으로 남아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본 윌리엄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며 "지난 20년간 종달새의 비상은 영국의 Classic FM에서 발표하는 명예의 전당에서 늘 최상위권을 지켰다"라고 전한 바 있다. 특히 이 곡은 전 국가대표 김연아의 선수시절 2006~2007년 시즌 프리 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곡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당시 주류였던 독일, 프랑스의 음악을 자양분 삼긴 했으나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전통을 기반으로 영국적으로 승화시켜 그만의 독자적인 음악어법을 완성시킨 본 윌리엄스. 한국에서 듣기 힘든 작곡가로 손꼽히지만 앞으로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와 더불어 더 자주 무대에 오르길 기대해 본다.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과 함께 2024년 한 해를 멋지게 비상해 보면 어떨까.
https://www.youtube.com/watch?v=IOWN5fQnzGk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