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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아드리엘김
입력 2023-09-01 11:59 수정 최종수정 2023-09-0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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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가장 인기없는 교향곡?

 발명가 메첼이 발명한 트럼펫 모양의 보청기를 사용했던 베토벤 

 

'소박함'을 간직한 베토벤 교향곡 8

 

베토벤 교향곡이 음악사를 통틀어 관현악의 금자탑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독보적인 예술적 성과라는 사실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을 터, 9개의 교향곡 모두 각각 다른 예술적 개성과 영감을 담아낸 자타공인 불후의 명곡하지만 1~9번 중에 8번은 유독 인기 없는 교향곡으로 통한다. 5번 교향곡과 더불어 가장 자주 연주되는 7번과 베토벤의 기념비적인 교향곡 9번 <합창>사이에 낀 8번의 태생적 한계일까? 1814년 빈 초연 당시 베토벤 7번과 함께 연주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초연 당시 대성공을 거두었던 7번 교향곡과 비교 대상이 되었고 당시의 빈의 음악신문(Allgemeine musikalische Zeitung)은 "청중으로부터 그리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라고 전했다혹자는 이 작품에 대해 진지성이 결여된베토벤스럽지 못한 교향곡이기 때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베토벤 본인의 평가는 어땠을까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있다그의 제자 체르니가 베토벤에게 8번 교향곡이 7번보다 인기가 없는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이에 베토벤의 대답은 이랬다. "7번보다 8번이 훨씬 낫기 때문이지." 현재까지도 아홉 개의 교향곡 중 가장 손이 안 가는 교향곡으로 통하는 교향곡 8하지만 이 작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보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8번이 베토벤의 '위대함'을 대변하기에 역부족으로 비취지는 이유는 교향곡의 스케일이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26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진 이 교향곡은 아홉 개의 교향곡 중 가장 짧으며 2관 편성으로 사이즈도 작다비슷한 시기에 작곡된 교향곡 7번이 작곡가 리스트로부터 '리듬의 신격화'라는 평을 들을만큼 리듬의 극치감을 맛보게 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면 이 작품은 기쁨의 정서를 담고 있는 친밀감이 물씬 풍긴다실제로 베토벤은 8번을 '작은 F major 교향곡'이라고 불렀다.

 이 작품은 다른 교향곡에 비해 유니크하다작품이 쓰여진 1812년은 청력 상실이 상당히 진행되어 효과도 신통치 않은 트럼펫 모양의 보청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절망감과 씨름하며 곡을 써 내려간 시기였다하지만 의외로 베토벤 특유의 고뇌의 흔적이나 인간승리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오히려 베토벤은 현실을 초월한 내면의 유쾌한 세상을 꺼내 보이며 ''서프라이즈!''를 외치는 듯 하다아무리 심오한 철학적 해석을 더한다고 해도 이 작품의 악상은 늘 밝고 즐겁다. 1812년 이 작품을 작곡할 당시그의 절친이었던 베티나 브렌타노에게 보낸 편지 중에 "음악은 사람의 영혼으로부터 불을 붙여야 한다"라는 내용과 궤를 함께 하듯 느린 서주 없이 쾌조의 불꽃을 쏘아 올리며 달리는 빠른 3/4박자의 1악장은 하이든 풍의 유쾌함과 활기찬 음악어법이 돋보인다익살과 유머를 살린 2악장민속적인 렌들러풍의 3악장에서 느껴지는 정겨운 정취 그리고 마지막 4악장은 스케르초 풍의 악상과 예측불가한 전조진행으로 고전파의 전통양식을 패러디한다.

 이 교향곡 속에는 보통 자리잡고 있어야 할 '느린 악장'이 존재하지 않는데 2악장은 '알레그레토'템포로 제법 빠르며 작정하고 익살스러운 음악어법을 구사한다느린 2악장이 자아내는 선 굵은 감정선보다는 좀처럼 보기 힘든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지는 악장이다고전미에 위트 있는 반기를 내비친 듯한 제스처랄까. 8번은 클래식을 대표하는 작곡가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작품이기도 하다스트라빈스키는 3악장 트리오 부분의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해 "비할 데 없는 아이디어"라고 극찬했으며 차이콥스키는 4악장을 베토벤 음악 중에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손꼽았다클래식에 조예가 깊었던 위대한 극작가 버나드 쇼도 베토벤과 마찬가지로 8번 교향곡에 대해 "모든 점에 있어서 교향곡 7번보다 8번이 낫다"라고 평한 바 있다.

 베토벤은 유일하게 이 작품을 그 누구에게도 헌정하지 않았다자신만을 위한 '소박한교향곡으로 간직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WcgxxciDdy0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현재는 지휘자작곡가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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