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궁금할 때 : 웹진(Webzine)
‘일정한 이름을 가지고 호를 거듭하며 정기적으로 간행하는 출판물.’ 잡지의 미덕은 첫 장부터 마지막 한 장까지 꼼꼼하게 정독(精讀)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마음에 드는 제목의 기사만 골라본 후 버려도 부담이 없고 좋아하는 필자의 연재 기사 한 꼭지 때문에 매달 사서 모으게도 되는 것이 잡지다. 특정 분야를 다루는 전문지의 경우, 초심자와 애호가가 지닌 배경지식의 간극이 크고 홍보의 기능을 겸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기획 단계부터 여러 층위의 독자를 염두에 둔다. 입문자를 위한 읽을거리부터 마니아의 지식욕을 충족할 기사까지 단계별로 촘촘히 준비하는 것이다. 국악 잡지도 그렇다. 국악 이론서보다 쉽고 가벼우며 기발한 기획과 기상천외한 편집으로 무장한 전통 예술 관련 잡지들을 뒤적이다 보면 편집자가 지나왔을 고뇌의 시간이 문득 행간에서 느껴지곤 한다. 그리하여 고백건대 국악 잡지를 만들 때 가장 유용한 지침서 역시 경쟁 관계에 있는 잡지들이다.
월간 국립극장
1950년 문을 연 국립극장은 1977년 4월에 소식지 ‘월간 국립극장’을 창간한다. ‘극장예술, 국립극장 소식, 국립중앙극장, 갈채’ 등의 제호를 거쳐 새천년을 맞이한 경진년(庚辰年)에 ‘국립극장 미르’라는 이름을 얻는다. ‘국립극장 미르’는 월간지로 2020년 12월까지 20년간 다채로운 공연계 소식을 담아왔다. 통권 371권의 소식지를 발간한 국립극장은 다시 한번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를 꾀한다. 종이책에서 웹진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이다. 2021년 7월호가 창간호인 국립극장의 웹진은 첫 소식지의 이름을 되살려 ‘월간 국립극장’이 되었다.
2023년 7월 현재 통권 25호를 발행한 ‘월간 국립극장’은 ‘내일의 전통(Spotlight)/무대, 탐미(Stages)/안목의 성장(Insight)/극장 속으로(Into theater)’ 등 단출하게 4개 섹션으로 나뉜다. ‘내일의 전통’이 대체로 시의성 있는 공연 예술계의 현안을 다룬다면 ‘무대, 탐미’에는 국립극장 공연의 소개와 감상이 주로 실린다. 앞의 두 표제에 속한 칼럼의 소재가 ‘국악’으로 범위를 좁혔다면 ‘안목의 성장’만큼은 외연을 넓혀 흥미로운 연재 기사들을 싣고 있다.
지난해 연재한 ‘몸짓언어’는 다소 추상적인 춤의 언어를 구체화한다. 춤사위와 몸짓에 담긴 의미를 소개하고,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직접 참여해 촬영한 춤동작 이미지를 함께 게재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올해 시작한 ‘예술가의 한 마디’는 예술가가 남긴 한 마디를 화두 삼아 그의 생애를 되짚어 보는 칼럼이다. 라흐마니노프부터 황병기까지 동서양의 경계를 두지 않고 음악가를 선정, 소개한다.
사이트에서 웹진 과월호는 물론, 국립극장 미르까지 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 국립극장을 비롯해 국공립 도서관 등에는 소량 제작한 인쇄 책자가 비치되어 있으며, 인터넷 교보문고 사이트에서도 POD(Publish on demand, 고객 주문에 따라 인쇄본으로 제작하는 맞춤형 소량 출판) 서비스를 통해 인쇄본을 구매할 수 있다.
월간 공진단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전통 예술의 보급과 저변 확대, 대중화 및 콘텐츠 개발, 해외 교류 활동 등을 지원하기 위해 2007년 ‘국악문화재단’이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월간 공진단’은 2018년 7월부터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발행하는 웹 매거진이다. 같은 이름의 한약을 떠올리게 하는 콘셉트로 ‘현상진맥’, ‘명약실록’, '전통처방전', '연희약방', '추천명약' 등의 표제를 사용했다.
한약 냄새 풀풀 날 것 같은 예스러운 인상을 주지만 웹 매거진의 특징을 십분 살려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다양하게 탑재하고 있다. 퀴즈 게임을 하듯 자신에게 맞는 답변을 고르면 공연이나 음악 등을 추천해주는 ‘추천명약’을 비롯해 전통 예술인들이 자신의 인생 책 일부를 낭독해주는 ‘소리탐독’ 등 다중 매체를 요모조모 알뜰히 활용한 코너들이 많다. 클릭 한 번으로 칼럼에서 소개한 음원이나 공연을 바로 감상하고 공연 예매 페이지, 음반 상세 소개 페이지 등에 접속할 수 있는 것도 웹진만의 강점이다.
한편 월간 공진단의 메인 페이지에서는 ‘월간 공진단’과 ‘공진단 블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2019년부터 발행한 공진단 블랙은 '익명의 비평'라는 매우 흥미로운 콘셉트로 시작했다. 아쉽게도(?) 이듬해부터는 이름을 밝힌 비평가들의 글을 게재하고 있지만 시의적절한 국악계 담론을 채택해 다루며 문제의식을 일깨우고 서로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장으로 역할하고 있다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국악이 궁금할 때 : 웹진(Webzine)
‘일정한 이름을 가지고 호를 거듭하며 정기적으로 간행하는 출판물.’ 잡지의 미덕은 첫 장부터 마지막 한 장까지 꼼꼼하게 정독(精讀)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마음에 드는 제목의 기사만 골라본 후 버려도 부담이 없고 좋아하는 필자의 연재 기사 한 꼭지 때문에 매달 사서 모으게도 되는 것이 잡지다. 특정 분야를 다루는 전문지의 경우, 초심자와 애호가가 지닌 배경지식의 간극이 크고 홍보의 기능을 겸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기획 단계부터 여러 층위의 독자를 염두에 둔다. 입문자를 위한 읽을거리부터 마니아의 지식욕을 충족할 기사까지 단계별로 촘촘히 준비하는 것이다. 국악 잡지도 그렇다. 국악 이론서보다 쉽고 가벼우며 기발한 기획과 기상천외한 편집으로 무장한 전통 예술 관련 잡지들을 뒤적이다 보면 편집자가 지나왔을 고뇌의 시간이 문득 행간에서 느껴지곤 한다. 그리하여 고백건대 국악 잡지를 만들 때 가장 유용한 지침서 역시 경쟁 관계에 있는 잡지들이다.
월간 국립극장
1950년 문을 연 국립극장은 1977년 4월에 소식지 ‘월간 국립극장’을 창간한다. ‘극장예술, 국립극장 소식, 국립중앙극장, 갈채’ 등의 제호를 거쳐 새천년을 맞이한 경진년(庚辰年)에 ‘국립극장 미르’라는 이름을 얻는다. ‘국립극장 미르’는 월간지로 2020년 12월까지 20년간 다채로운 공연계 소식을 담아왔다. 통권 371권의 소식지를 발간한 국립극장은 다시 한번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를 꾀한다. 종이책에서 웹진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이다. 2021년 7월호가 창간호인 국립극장의 웹진은 첫 소식지의 이름을 되살려 ‘월간 국립극장’이 되었다.
2023년 7월 현재 통권 25호를 발행한 ‘월간 국립극장’은 ‘내일의 전통(Spotlight)/무대, 탐미(Stages)/안목의 성장(Insight)/극장 속으로(Into theater)’ 등 단출하게 4개 섹션으로 나뉜다. ‘내일의 전통’이 대체로 시의성 있는 공연 예술계의 현안을 다룬다면 ‘무대, 탐미’에는 국립극장 공연의 소개와 감상이 주로 실린다. 앞의 두 표제에 속한 칼럼의 소재가 ‘국악’으로 범위를 좁혔다면 ‘안목의 성장’만큼은 외연을 넓혀 흥미로운 연재 기사들을 싣고 있다.
지난해 연재한 ‘몸짓언어’는 다소 추상적인 춤의 언어를 구체화한다. 춤사위와 몸짓에 담긴 의미를 소개하고,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직접 참여해 촬영한 춤동작 이미지를 함께 게재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올해 시작한 ‘예술가의 한 마디’는 예술가가 남긴 한 마디를 화두 삼아 그의 생애를 되짚어 보는 칼럼이다. 라흐마니노프부터 황병기까지 동서양의 경계를 두지 않고 음악가를 선정, 소개한다.
사이트에서 웹진 과월호는 물론, 국립극장 미르까지 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 국립극장을 비롯해 국공립 도서관 등에는 소량 제작한 인쇄 책자가 비치되어 있으며, 인터넷 교보문고 사이트에서도 POD(Publish on demand, 고객 주문에 따라 인쇄본으로 제작하는 맞춤형 소량 출판) 서비스를 통해 인쇄본을 구매할 수 있다.
월간 공진단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전통 예술의 보급과 저변 확대, 대중화 및 콘텐츠 개발, 해외 교류 활동 등을 지원하기 위해 2007년 ‘국악문화재단’이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월간 공진단’은 2018년 7월부터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발행하는 웹 매거진이다. 같은 이름의 한약을 떠올리게 하는 콘셉트로 ‘현상진맥’, ‘명약실록’, '전통처방전', '연희약방', '추천명약' 등의 표제를 사용했다.
한약 냄새 풀풀 날 것 같은 예스러운 인상을 주지만 웹 매거진의 특징을 십분 살려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다양하게 탑재하고 있다. 퀴즈 게임을 하듯 자신에게 맞는 답변을 고르면 공연이나 음악 등을 추천해주는 ‘추천명약’을 비롯해 전통 예술인들이 자신의 인생 책 일부를 낭독해주는 ‘소리탐독’ 등 다중 매체를 요모조모 알뜰히 활용한 코너들이 많다. 클릭 한 번으로 칼럼에서 소개한 음원이나 공연을 바로 감상하고 공연 예매 페이지, 음반 상세 소개 페이지 등에 접속할 수 있는 것도 웹진만의 강점이다.
한편 월간 공진단의 메인 페이지에서는 ‘월간 공진단’과 ‘공진단 블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2019년부터 발행한 공진단 블랙은 '익명의 비평'라는 매우 흥미로운 콘셉트로 시작했다. 아쉽게도(?) 이듬해부터는 이름을 밝힌 비평가들의 글을 게재하고 있지만 시의적절한 국악계 담론을 채택해 다루며 문제의식을 일깨우고 서로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장으로 역할하고 있다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