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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최윤영
입력 2023-07-07 16:35 수정 최종수정 2023-07-0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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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 그 이상의 경지,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투어 내한

때때로 사람들은 진실보다 단순히 보이는 것에 더 열광하곤 한다. 품위가 상실된 시대에서 인간답게 갖춰야 할 사회 통념이나 기본적 예의는 더 이상 과거의 도덕적 잣대로 지켜지지 못한다. 뮤지컬 ‘시카고’가 바로 그런 어두운 현대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유흥과 환락의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진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블랙 코미디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을 훤히 비춘다. 살인과 탐욕, 부패, 폭력, 사기, 간통, 배신에 이르기까지 온갖 자극적인 소재가 다 담긴 작품이지만 신기하게도 보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이 놀라운 ‘쇼’에 환호하고 열렬한 박수를 보낼 뿐이다. 작품이 의도한 대로다. 
 

뮤지컬 시카고 공연공연 ©신시컴퍼니

뮤지컬 ‘시카고(CHICAGO)’가 브로드웨이 개막 25주년 기념 오리지널 투어 팀의 공연으로 한국을 찾았다. 6년 만에 성사된 이번 공연은 지난 5월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해 오는 8월 6일까지 약 두 달 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영화로도 잘 알려진 작품답게 대중적 관심도 상당한데, 이를 증명하듯 공연장 주변은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 공연을 보기 위해 발길을 옮긴 관객들 덕분에 일찍부터 북적였다.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로, 1920년대 보드빌 무대를 실감 나게 옮겨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카고 트리뷴 지 기자이자 희곡작가였던 모린 달라스 왓킨스는 1926년 쿡 카운티에서 열린 한 공판에 영감을 받아 연극(원제 ‘A Brave Little Woman’)을 탄생시켰다. 이후 무성영화로 먼저 제작된 뒤 새로운 양식과 모습을 갖춰 뮤지컬이 됐고, 1996년 우리가 보고 있는 지금의 ‘시카고’로 자리 잡았다. 뮤지컬이지만 연극적인 특성이 강한 데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여타 뮤지컬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지녀 더 특별하다.
브로드웨이의 전설과 같은 오리지널 연출가이자 안무가 밥 파시가 만들고 앤 레인킹이 가다듬은 관능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안무, 무대 중앙을 차지한 14인조 빅밴드의 라이브 연주로 듣는 재즈 음악은 뮤지컬 ‘시카고’의 사그라들 줄 모르는 인기를 유지하는 힘이다. 덕분에 뮤지컬 ‘시카고’는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오래도록 공연되고 있는 미국 뮤지컬이라 기록되고 있다. 또 토니상, 드라마 데스크, 올리비에 어워즈 등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에서 무려 55개 부문 이상 수상 기록을 올리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뮤지컬 시카고 공연 포스터 

보드빌 무대 댄서를 꿈꾸던 주부 록시 하트는 남편 몰래 만나던 정부(情夫)를 총으로 쏴 죽이고 붙잡힌다. 여성 죄수들만 모인 쿡 카운티 교도소는 철저히 마마 모튼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곳이다.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가 확실한 이곳엔 뮤지컬 ‘시카고’의 문을 화려하게 여는 벨마 켈리도 수감 돼 있는데, 그는 남편과 여동생의 부적절한 관계를 목격하고 두 사람을 살인한 죄로 갇힌 뒤 흥미로운 재판 과정 덕분에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벨마가 이렇게 언론과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배경에는 ‘속물 변호사’ 빌리 플린의 조력이 있었다. 그는 언제나 ‘내게 오직 소중한 것은 사랑뿐’이라며 달콤하게 노래하지만, 실제 그가 관심을 두는 건 오로지 돈이다. 록시 역시 빌리의 변호를 받아 무죄 선고를 받고자 바보처럼 순진한 남편을 움직여 수임료를 마련하고, 빌리는 록시의 살인사건을 각색해 사람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또 록시가 확실히 주목받을 수 있도록 인정 많은 기자 메리 선샤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도 성공한다. 이 때문에 벨마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리고 록시가 의도한 대로 모든 상황이 흘러가는 듯하나, 새로운 죄수의 등장으로 인해 록시에게도 위기가 찾아온다. 과연 이런 변화 속에서도 그들이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또 어떤 방법으로 교도소를 빠져나오게 될지를 지켜보는 것이 2막의 감상 포인트다. 

저마다 다른 사연을 지닌 죄수들은 “내가 한 것은 살인일 뿐 유죄는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여기에 남성 중심 사회를 살아갔던 당대 여성들의 애환, 진실 탐구는 뒷전으로 한 채 흥미 위주의 이슈만 쫓다 중심을 잃고 표류하고 만 저널리즘, 과거 미국 형법 제도의 모순점, 천박한 물질만능주의 등이 한데 어울려 오직 ‘시카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신랄한 풍자와 비판의식을 제시한다.

공연에는 자막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데, 자막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인물에 따라 글씨체를 달리하는가 하면, 필요에 따라 글씨에 그러데이션 효과를 주면서 표현 의도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특히 ‘Cell Block Tango’와 ‘Mister Cellophane’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밖에도 뮤지컬 ‘시카고’는 매력적인 요소가 정말 많은 뮤지컬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단순함 속에 넘치는 생명력, 감각적이면서도 놀라운 쇼 비즈니스에 흠뻑 빠져들어 보길 바란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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