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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아드리엘김
입력 2023-05-02 10:56 수정 최종수정 2023-05-0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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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로크 작곡가의 예상치 못한 반전

 작곡가 알비노니와 마르첼로의 <아다지오>

스필버그의 영화<파벨만스>에 등장하는 마르첼로의 '아다지오'선율
 

 17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 하면 떠오르는 바로크 시대 작곡가는 비발디뿐 일까베네치아 출생의 두 작곡가 '토마소 알비노니(Tomaso Albinoni)'와 '알레산드로 마르첼로(Alessandro Marcello)'는 17세기 동시대를 살며 공교롭게도 '아다지오'의 느린 악장으로 현재까지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클래식 작곡가들로서 서로 닮은 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바흐처럼 생계를 위해 작곡해야 했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각각 부유한 사업가정치가 집안에서 태어나 전업 작곡가가 아닌 진지한 취미활동으로 작곡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바로크 작곡가들에게 음악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다양한 작품들이 편곡되기도 했다일례로 위대한 바로크 작곡가 바흐는 알비노니가 작곡한 주제로 푸가를 쓰기도 했으며 마르첼로의 작품들도 편곡한 바 있다.

 

최근 스필버그의 자전적 영화 <파벨만스>의 백미로 손꼽히는 주인공의 영상 편집씬에 선곡되어 주목받았던 클래식은 다름 아닌 바흐 협주곡 D단조 BWV 974의 2악장 '아다지오'로 잘 알려진 곡이다하지만 이 장면을 빛내주었던 이 애잔한 음악은 본래 알레산드로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D단조를 바흐가 건반악기로 편곡한 것이다이 작품은 알레산드로 마르첼로의 작품으로 밝혀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그는 '에테리오 스틴팔리코'라는 가명을 사용했기 때문에 실명이 누락 되었고 바흐는 비발디의 작품으로 오인하고 편곡하다보니 한동안 비발디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다. 1920년대에 이르러 오보에 협주곡으로 복원한 출판업자가 유명한 전업작곡가였던 동생 베네데토 마르첼로의 이름으로 표기하는 바람에 동생의 작품으로 알려졌다가 결국 1716년에 출판된 협주곡집에 인쇄된 알레산드로 마르첼로의 이름이 발견되면서 원작자가 밝혀지게 되었다마르첼로가 작곡한 멜랑콜리하고 우수 어린 오보에 협주곡의 2악장 '아다지오'는 여전히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수많은 영화 뿐 아니라 공연의 단골 레퍼토리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토마소 알비노니 또한 '아다지오 단조'로 잘 알려진 작곡가이며 이 곡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참혹했던 보스니아 내전 당시 베드란 스마일로비치라는 첼리스트가 희생자들을 기리며 전쟁의 폐허 속에서 첼로를 꺼내 들고 연주한 곡이 바로 아다지오인데 그 만큼 이 곡은 전세계인들에게 아픔과 위로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마르첼로의 아다지오와는 다른 비장함이 묻어나는 알비노니의 아다지오가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주제음악으로 쓰이며 이례적으로 전곡이 편집 없이 연주되는 장면을 잊을 수 없는데 죽음과 고독위로의 내러티브를 완벽하게 전달해내는 이 곡의 저력을 새삼 실감한 바 있다.

 

여기서 놀라운 반전이 곡은 사실 알비노니의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음악학자 레모 지아조토가 폐허가 된 드레스덴의 한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알비노니의 자필 악보 스케치를 토대로 현악합주와 오르간 편성의 곡을 완성했던 것흥미롭게도 이 사건은 알비노니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기저에 깔린 바로크 양식을 바탕으로 낭만 음악의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는 이 곡은 현재 음악학자 지아조토의 작품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알비노니가 작곡한 원본은 사실 아무도 확인한 바가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여전히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다알비노니의 아다지오는 위작으로 판명이 났지만그는 50여편의 오페라와 다양한 장르의 기악곡들을 작곡했으며 후대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특히 독주악기 오보에의 위상을 드높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의 오보에 협주곡들은 아직까지도 연주되고 있다작곡가 마르첼로도 마찬가지로 오보에라는 악기를 무척 선호했고 그의 몇 안되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협주곡집 '라 체트라(La Cetra)'는 6개의 오보에 협주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악을 생계수단이 아닌 고상한 취미 삼아 딜레탕트(dilettante) 작곡가의 삶을 살았던 두 작곡가들이 소품 같은 단 한 곡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수많은 생계형 작곡가들과 달리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간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알비노니가 아다지오라는 위작으로 유명세를 타지 않았다면 마르첼로의 아다지오를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바흐가 건반악기로 편곡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도 그들의 이름이 현대인들의 뇌리속에 남아있을까역시 사람은 내일 일을 알 수 없다.

 

스필버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 <파벨만스>에서 영화 속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영상편집 장면에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연주하는 바흐 협주곡 D단조 BWV 974의 2악장은 언급했듯 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을 바흐가 쳄발로로 편곡한 곡이다알레산드로 마르첼로의 오리지널 버전오보에 협주곡 D단조의 2악장 '아다지오'를 추천한다익숙한 피아노 버전과는 다른 오보에 특유의 애잔함과 센티멘탈한 감성이 몰입감을 더한다.

 

*유튜브 추천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A0jNtvTr5AU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현재는 지휘자작곡가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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