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콜롬버스 감독하면 ‘나홀로 집에’ 시리즈나 ‘해리 포터’를 떠올리기 쉽다. 영화에 진심인 열정적인 관객이라면 ‘그렘린’, ‘리틀 네모’ 혹은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떠올릴 수도 있다. 마치 손만 대면 황금으로 변하는 그리스 신화 속 미다스 왕처럼 헐리웃의 흥행감독으로 유명했던 그가 1993년 세상에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이 있다. 바로 ‘미세스 다웃파이어(Mrs.Doubtfire)’다. 남자 주인공이 노인풍의 여장을 하고 등장해 관객들을 배꼽잡게 만들었던 기상천외한 스토리의 영화다. 그리고 요즘 이 코미디 영화는 다시 무대용 뮤지컬로 환원되며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대형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던 원작 영화는 로빈 윌리암스의 매력을 한껏 담아내 시선을 끌었다. 원래 스탠딩 코미디언 출신이던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애드립을 더해 속사포처럼 대사를 이어가는 자신만의 매력을 담아내 조곤조곤하면서도 쉬지 않고 폭소를 자아내는 보모 할머니 다웃파이어 여사의 코믹하고 정감 넘치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그가 또다른 영화를 통해 선보였던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 지니나 ‘굿모닝 베트남’의 방송진행자 아드리안 크로노와 엇비슷한 연장선상의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다. 혼자 집안 청소를 하면서 빗자루나 유선 청소기를 이리저리 들고 흔들며 엉덩이춤을 추는 장면이나 길거리 건널목에서 소매치기를 다소 과격(?)하게 제압하는 코믹한 상황은 영화관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2,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는 자그마치 4억 4,130만 달러라는 초대박 흥행을 기록하며 엄청난 흥행기록을 달성했다.
뮤지컬로 환생한 것은 2021년의 일이다. 처음 영화를 무대로 옮겨올 아이디어가 구상될 시기에는 ‘인어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 등의 음악을 만들었던 알란 멘켄과 ‘씨티 오브 엔젤’, ‘신데렐라’ 등의 작사가인 데이비드 지펠 그리고 실제 영화에서도 다니엘의 동생 프랭크 역으로 나왔던 걸걸한 목소리의 성소수자 하비 피어스타인이 참여하기로 예정돼 있었다(그는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서 거구의 엄마 에드나로 등장했던 바로 그 배우다). 그러나 제작진의 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게 됐다, 결국 ‘애들이 줄었어요’, ‘치킨 런’, ‘샬롯의 거미줄’ 등의 영화음악을 만들었던 캐리와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 그리고 역시 이들과 함께 뮤지컬 ‘썸씽 로튼!’에서 코믹한 설정과 기상천외 스토리로 타고난 익살을 선보였던 존 오페럴이 작사, 작곡, 극본을 협업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연출을 맡았던 제리 작스는 뮤지컬 ‘스모키 조스 카페’와 뮤지컬 ‘시스터 액트’를 만들었던 인물로 ‘아가씨와 건달들’의 1992년 리바이벌 무대를 통해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연출상을 수상한 관록의 예술가다.
원래 2020년을 목표로 제작이 진행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단 3회 만에 문을 닫아야 하는 뜻하지 않은 곤경을 겪었던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래도 ‘쇼는 멈출 수 없다’는 관계자들의 노력이 더해지며 재개막이 모색됐고, 결국 브로드웨이에서 지난 2021년 12월 막을 올리게 됐다. 좋은 흥행 성적을 보여준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배꼽잡게 만드는 유머와 재치 가득한 주연 배우의 익살 덕분이었다. 영화를 봤다면 이미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스토리가 다시 무대만의 창조와 변환 작업을 이뤄내며 수많은 각색과 첨삭, 진화를 통해 새 생명을 얻어낸 셈이다. 무엇보다 스피디한 대사와 시종일관 미소짓게 되는 기발한 설정 그리고 주연을 맡았던 브로드웨이 배우 롭 맥클루의 천연덕스런 애드립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맥클루는 뮤지컬 ‘애비뉴 Q’에서 인형들의 성인용 유머로 익살을 떨고, 뮤지컬 ‘썸씽 로튼!’에서 세익스피어를 질투해 점쟁이를 찾아가 ‘햄릿’ 대신 뮤지컬 ‘오믈릿’을 만드는 기상천외함을 선보였으며, 뮤지컬 ‘비틀주스’에서 초보 유령 아담으로 분해 무대를 폭소 도가니로 만들었던 바로 그 넉살좋은 배우다. 보모 할머니 분장을 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정곡을 찌르는 대사를 속사포처럼 뱉어내면 미소짓지 않을 관객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만의 완성도있는 캐릭터를 선보여 인기를 누렸다.
우리말 무대에서는 세 명의 배우가 주연을 맡아 무대에 등장했다. 스크린 속 배우와 가수를 오가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임창정, 다양한 무대에서 폭넓은 변신을 선보이며 마니아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뮤지컬 배우 양준모 그리고 이제는 자타공인의 뮤지컬 블루칩으로 통하는 정성화가 그 주인공들이다. 뒷모습으로 엉거주춤 엉덩이춤을 추는 사진을 활용한 브로드웨이의 홍보 포스터와 달리, 우리말 프로덕션은 주인공들의 특수분장한 얼굴 사진을 전면으로 내세워 한국 공연만의 특성을 보여줄 것임을 드러내놓고 보여주기도 했다. 세 배우의 치열한 각축이 느껴질 정도로 흥미진진한 선의의 경쟁도 펼쳐졌는데, 특히 영화의 로빈 윌리암스와는 차별화된 개성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이끌어 냈다.
아역 배우들이나 약방의 감초같은 조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애니’, ‘마틸다’,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 ‘프랑켄슈타인’ 등 크고 작은 무대에서 이미 검증된 아역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거니와 신영숙과 박혜나, 김다현, 김산호, 김나윤, 박준면, 임기홍, 육현욱 등 뮤지컬계의 내로라하는 개성강한 배우들의 가세가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시 특수분장이다. 또 다른 뮤지컬 작품으로 만들어졌던 ‘미녀는 괴로워’에서 날씬한 여배우를 통통한 몸매로 만들었던 특수효과 속 비주얼 변화를 보는 재미가 이 작품에선 한층 업그레이드돼 무대를 수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니엘과 다웃파이어 여사를 오가며 마치 1인 2역을 보여주는 듯한 주연 배우들의 기상천외한 연기의 변신, 여기에 관객들마저 헷갈릴 정도로 두 캐릭터를 순식간에 오가야 하는 급박한 상황과 이야기 설정 그리고 무대만큼이나 익살스런 뮤지컬 음악들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물론 골치 아픈 현실을 잠시 떠나 웃고 즐기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무대의 매력은 요즘 관객들에게 가장 어필할 이 작품 최고의 매력이다. 손꼽아 앙코르 무대를 기다리게 되는 인기 가족 뮤지컬이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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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커튼 콜
기상천외한 스토리속에 담긴 가족 뮤지컬의 묘미를 만나다_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편집부 기자
news@yakup.co.kr
입력 2022-12-09 11:23
수정 최종수정 2022-12-16 13:07
기상천외한 스토리속에 담긴 가족 뮤지컬의 묘미를 만나다_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크리스 콜롬버스 감독하면 ‘나홀로 집에’ 시리즈나 ‘해리 포터’를 떠올리기 쉽다. 영화에 진심인 열정적인 관객이라면 ‘그렘린’, ‘리틀 네모’ 혹은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떠올릴 수도 있다. 마치 손만 대면 황금으로 변하는 그리스 신화 속 미다스 왕처럼 헐리웃의 흥행감독으로 유명했던 그가 1993년 세상에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이 있다. 바로 ‘미세스 다웃파이어(Mrs.Doubtfire)’다. 남자 주인공이 노인풍의 여장을 하고 등장해 관객들을 배꼽잡게 만들었던 기상천외한 스토리의 영화다. 그리고 요즘 이 코미디 영화는 다시 무대용 뮤지컬로 환원되며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대형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던 원작 영화는 로빈 윌리암스의 매력을 한껏 담아내 시선을 끌었다. 원래 스탠딩 코미디언 출신이던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애드립을 더해 속사포처럼 대사를 이어가는 자신만의 매력을 담아내 조곤조곤하면서도 쉬지 않고 폭소를 자아내는 보모 할머니 다웃파이어 여사의 코믹하고 정감 넘치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그가 또다른 영화를 통해 선보였던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 지니나 ‘굿모닝 베트남’의 방송진행자 아드리안 크로노와 엇비슷한 연장선상의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다. 혼자 집안 청소를 하면서 빗자루나 유선 청소기를 이리저리 들고 흔들며 엉덩이춤을 추는 장면이나 길거리 건널목에서 소매치기를 다소 과격(?)하게 제압하는 코믹한 상황은 영화관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2,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영화는 자그마치 4억 4,130만 달러라는 초대박 흥행을 기록하며 엄청난 흥행기록을 달성했다.
뮤지컬로 환생한 것은 2021년의 일이다. 처음 영화를 무대로 옮겨올 아이디어가 구상될 시기에는 ‘인어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 등의 음악을 만들었던 알란 멘켄과 ‘씨티 오브 엔젤’, ‘신데렐라’ 등의 작사가인 데이비드 지펠 그리고 실제 영화에서도 다니엘의 동생 프랭크 역으로 나왔던 걸걸한 목소리의 성소수자 하비 피어스타인이 참여하기로 예정돼 있었다(그는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서 거구의 엄마 에드나로 등장했던 바로 그 배우다). 그러나 제작진의 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게 됐다, 결국 ‘애들이 줄었어요’, ‘치킨 런’, ‘샬롯의 거미줄’ 등의 영화음악을 만들었던 캐리와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 그리고 역시 이들과 함께 뮤지컬 ‘썸씽 로튼!’에서 코믹한 설정과 기상천외 스토리로 타고난 익살을 선보였던 존 오페럴이 작사, 작곡, 극본을 협업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연출을 맡았던 제리 작스는 뮤지컬 ‘스모키 조스 카페’와 뮤지컬 ‘시스터 액트’를 만들었던 인물로 ‘아가씨와 건달들’의 1992년 리바이벌 무대를 통해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연출상을 수상한 관록의 예술가다.
원래 2020년을 목표로 제작이 진행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단 3회 만에 문을 닫아야 하는 뜻하지 않은 곤경을 겪었던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래도 ‘쇼는 멈출 수 없다’는 관계자들의 노력이 더해지며 재개막이 모색됐고, 결국 브로드웨이에서 지난 2021년 12월 막을 올리게 됐다. 좋은 흥행 성적을 보여준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배꼽잡게 만드는 유머와 재치 가득한 주연 배우의 익살 덕분이었다. 영화를 봤다면 이미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스토리가 다시 무대만의 창조와 변환 작업을 이뤄내며 수많은 각색과 첨삭, 진화를 통해 새 생명을 얻어낸 셈이다. 무엇보다 스피디한 대사와 시종일관 미소짓게 되는 기발한 설정 그리고 주연을 맡았던 브로드웨이 배우 롭 맥클루의 천연덕스런 애드립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맥클루는 뮤지컬 ‘애비뉴 Q’에서 인형들의 성인용 유머로 익살을 떨고, 뮤지컬 ‘썸씽 로튼!’에서 세익스피어를 질투해 점쟁이를 찾아가 ‘햄릿’ 대신 뮤지컬 ‘오믈릿’을 만드는 기상천외함을 선보였으며, 뮤지컬 ‘비틀주스’에서 초보 유령 아담으로 분해 무대를 폭소 도가니로 만들었던 바로 그 넉살좋은 배우다. 보모 할머니 분장을 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정곡을 찌르는 대사를 속사포처럼 뱉어내면 미소짓지 않을 관객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만의 완성도있는 캐릭터를 선보여 인기를 누렸다.
우리말 무대에서는 세 명의 배우가 주연을 맡아 무대에 등장했다. 스크린 속 배우와 가수를 오가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임창정, 다양한 무대에서 폭넓은 변신을 선보이며 마니아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뮤지컬 배우 양준모 그리고 이제는 자타공인의 뮤지컬 블루칩으로 통하는 정성화가 그 주인공들이다. 뒷모습으로 엉거주춤 엉덩이춤을 추는 사진을 활용한 브로드웨이의 홍보 포스터와 달리, 우리말 프로덕션은 주인공들의 특수분장한 얼굴 사진을 전면으로 내세워 한국 공연만의 특성을 보여줄 것임을 드러내놓고 보여주기도 했다. 세 배우의 치열한 각축이 느껴질 정도로 흥미진진한 선의의 경쟁도 펼쳐졌는데, 특히 영화의 로빈 윌리암스와는 차별화된 개성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이끌어 냈다.
아역 배우들이나 약방의 감초같은 조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애니’, ‘마틸다’,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 ‘프랑켄슈타인’ 등 크고 작은 무대에서 이미 검증된 아역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거니와 신영숙과 박혜나, 김다현, 김산호, 김나윤, 박준면, 임기홍, 육현욱 등 뮤지컬계의 내로라하는 개성강한 배우들의 가세가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시 특수분장이다. 또 다른 뮤지컬 작품으로 만들어졌던 ‘미녀는 괴로워’에서 날씬한 여배우를 통통한 몸매로 만들었던 특수효과 속 비주얼 변화를 보는 재미가 이 작품에선 한층 업그레이드돼 무대를 수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니엘과 다웃파이어 여사를 오가며 마치 1인 2역을 보여주는 듯한 주연 배우들의 기상천외한 연기의 변신, 여기에 관객들마저 헷갈릴 정도로 두 캐릭터를 순식간에 오가야 하는 급박한 상황과 이야기 설정 그리고 무대만큼이나 익살스런 뮤지컬 음악들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물론 골치 아픈 현실을 잠시 떠나 웃고 즐기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무대의 매력은 요즘 관객들에게 가장 어필할 이 작품 최고의 매력이다. 손꼽아 앙코르 무대를 기다리게 되는 인기 가족 뮤지컬이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