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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편집부
입력 2022-12-02 13:35
수정
근본적인 의문에 과감히 물음표를 던지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같은 상황도 관점을 달리하면 완전히 새롭게 보인다. 물론 보편적으로 통하기 어려운 변화일지라도, 관점의 차이는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며 시사점을 안긴다. 과거 일부 종교인으로부터 문제작으로 지목받았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바로 그러한 작품의 대표작이 아닐까 싶다. 당연한 희생이라 여겼던 메시아의 죽음에 또 다른 의미가 담겼다면, 우리는 과연 그로부터 얻게 된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진제공 : 블루 스테이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50주년 기념 공연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다섯 번째로 맞이하는 시즌으로, 지난 11월 10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한 이번 공연은 오는 2023년 1월 15일까지 계속된다.
7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확연히 달라진 무대와 의상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작품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훨씬 세련되게 바뀐 덕분에 몰입감도 같이 상승한다. 아마 이전 시즌을 본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은 현대 뮤지컬계를 이끄는 두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20세기 뮤지컬의 본격적인 신화를 이룩한 두 천재 예술가의 20대 청년 시절이 녹아든 걸작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작품 곳곳에서 젊은 혈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날카로운 전자 기타 소리와 함께 시작된 오프닝은 단숨에 시선을 무대로 이끄는 주역이다. 저항의 상징과도 같은 록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 작품은 구조부터 오페라와 비슷한 형태를 갖추고 있어, 뮤지컬이지만 ‘록 오페라’라 불리기도 한다. 또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성스루 뮤지컬이기 때문에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더 집중할 필요가 있지만, 장면 전환이 깔끔하고 가사도 명확해서 접근하기 쉬운 편이다.
예수 최후 7일간의 행적을 무대로 옮긴 작품은 성서로 전해진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다만 발표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뮤지컬답게 파격적인 형식과 캐릭터 설정으로 눈길을 끈다. 이는 종교적인 의미를 부각하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심리에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과로 보인다. 또 익히 잘 알려진 성인(聖人)의 행적을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고 접근함으로써 다양한 사고를 유도해 감상의 깊이를 더하고자 했다.
먼저 지저스(예수)는 메시아나 신적인 존재로 그려지기보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톱스타처럼 등장한다. 의도치 않았음에도 엄청난 인파를 몰고 다니는 지저스와 그런 그를 향해 계속해서 ‘호산나(Hosanna)’를 외치는 군중이 마치 연예인과 그를 추종하는 열혈 팬클럽 같다. 하지만 그 역시 두려움을 느끼고 좌절할 줄 아는 존재로, 다가올 운명을 예감하면서도 자기 죽음이 갖게 될 의미에 의문을 품으면서 괴로워한다. 믿음을 악용하는 사람들, 끊임없이 구원만을 바라는 사람들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신을 향한 원망을 감추지 않는 지저스의 외침이 매우 신선하다. 이런 인간적 고뇌는 작품을 대표하는 명곡 ‘겟세마네(Gethsemane)’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사진제공 : 블루 스테이지>
‘배신자’ 유다는 신의 계시에 이끌려 일찍이 정해진 운명을 완수하기 위한 도구이자 희생양으로 쓰였다. 이는 기존에 유다를 향해 쏟아지던 부정적 시선을 뒤엎는 시도다. 그는 지저스의 낮은 행보를 보면서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원히 배신자로 기억될 운명에 고통스러워하는 유다도 새롭다. 지저스를 밀고한 후, 고통 속에 몸부림치던 그를 향해 ‘잘했다 유다, 불쌍한 유다’라며 어디선가 울려 퍼지던 동정의 목소리는 마치 천상으로부터 들린 소리처럼 표현했다.
지저스를 향해 뜨겁게 열광하던 사람들은 어느새 그를 죽이라 외치는 폭도로 변한다. 이유조차 명확하지 않지만, 어느새 우상과도 같던 지저스는 군중들로부터 ‘죽어야만 하는’ 존재가 돼 그의 생살여탈권을 손에 쥔 빌라도조차 두렵게 한다. 모두 예정된 대로 흘러갔을 뿐이지만, 마지막 지저스가 남긴 한마디를 듣고 나면 마음이 더욱 묵직해진 기분이 든다.
이번 시즌 공연에서 하나님의 아들이자 열두 제자의 리더 ‘지저스’ 역은 마이클 리와 임태경이 맡는다. 그리고 그와 대적하는 제자 ‘유다’ 역은 한지상, 윤형렬, 백형훈, 서은광이 맡게 됐다. 천상의 목소리로 지저스를 위로하는 마리아 역에는 김보경, 장은아, 제이민이, 유대 총독 빌라도 역에 김태한과 지현준이 캐스팅됐다. 또 작품 속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는 헤롯은 육현욱, 전재현이 맡았으며 이한밀과 김바울이 대사제 가야바를, 마지막으로 시몬은 신은총이 연기한다. 여기에 앙상블이 같이 꾸민 무대도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처럼 혁신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작품은 좀처럼 보기 드물다. 세기를 초월한 현대적 감각, 한껏 자유로운 무대를 만나보고 싶다면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추천한다. 분명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