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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편집부
입력 2022-10-28 16: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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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위로하는 희망의 노래, 뮤지컬 ‘빨래’

“안녕하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새로 이사를 오면 으레 이사 떡을 돌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떡은 인사와 함께 전해진 미소처럼 늘 따뜻해서 좋았다. 학교에 다녀오면 가까이에 살던 또래 친구들과 같이 숨바꼭질을 하거나 자전거를 탔고 서로의 집으로 놀러 가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러다 아랫집 아주머니를 만나면 너나 할 것 없이 한껏 소리 높여 반갑게 인사했다. 모두 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뮤지컬 빨래 공연 장면  내 이름은 솔롱고입니다.  <사진제공 (주)씨에이치 수박>

그런데 이제는 간단한 인사 한마디 건네기조차 참 어려워졌다. 수년이 지났는데도 얼굴을 모르는 이웃이 대부분이고 작게나마 오가던 온정은 어느새 자취를 감춰버린 지 오래다. 개인주의가 만연해진 사회에서 갈수록 조심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변화이겠지만 가끔은 그때 그 시절의 따스함이 참 그립다. 그래서 뮤지컬 ‘빨래’가 더 애틋하게 느껴지나 보다. 익숙한 듯 정겨운 관심,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는 이웃들의 모습이 꼭 예전 기억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스물여섯 번째 시즌을 맞이한 뮤지컬 ‘빨래’가 활기찬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 2005년 초연된 뮤지컬 ‘빨래’는 본래 200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작품으로 발표됐다가 꾸준한 개발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후 무려 17년이란 시간 동안 누적 관객 수 100만, 5,000회 이상 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변치 않는 인기를 입증했다. 그리고 이제는 대학로 대표 창작 뮤지컬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 작품을 수출하는 데도 성공했다. 또 대본 일부가 중·고교 교과서 일부에 실리기도 할 만큼 일찍이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뮤지컬은 서울 변두리 어딘가에 사는 소시민들의 삶을 조명한다. 이들은 모두 고향을 떠나 저마다의 사연 때문에 서울살이를 하게 된 사람들이다. 어느덧 서울살이 5년 차에 이른 나영은 낯선 동네로 이사를 와 새롭게 적응을 시작한다. 일찍이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면서 작가를 꿈꿨으나 지금은 서점 직원이 돼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다. 그래도 좋아하는 책과 가까운 일을 한다는 사실은 나영에게 적지않은 위로가 됐다. 이웃집 몽골 청년 솔롱고는 그런 나영을 보고 호감을 느낀다. 날 좋은 주말, 바람을 타고 날려 온 나영의 빨래 하나가 수줍은 첫인사를 나눌 계기가 됐다. 서울살이 5년 차 이주 노동자 솔롱고도 꿈을 따라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왔지만 번번이 밀리는 월급에 아파도 병원조차 갈 수 없는 신세가 점점 더 서럽다. 그래도 무지개를 뜻하는 이름을 지닌 그답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늘 자신의 몫을 다하며 미소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나영과 솔롱고에게 각각 다른 이유로 직장 내 위기가 찾아온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둘은 자연스레 서로를 위로하며 더 가까워지고 다시금 버틸 힘을 찾는다. 여기에 서울살이 45년 차 욕쟁이 주인할매와 10년 차 애교 만점 희정 엄마의 사연까지 더해지면서 뭉클했던 마음이 더 뜨거워진다.

중심인물들을 비롯해 구수한 입담을 지닌 슈퍼마켓 아저씨, 아부가 일상이 된 직장인, 만원 버스 기사 등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이룬 일상은 아름다운 음악들과 어우러져 작품 고유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그중에서도 ‘참 예뻐요’와 ‘서울살이 몇 핸가요’, ‘빨래’는 순수하면서도 포근한 감성을 한껏 담고 있어 특별히 손꼽힐 만큼 좋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대단하다. 삶의 향기가 짙게 밴 생활 연기는 아직 비 오는 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위로가 된다. 이웃끼리 서로 빨랫감을 붙잡고 시원하게 물기를 터는 모습은 마치 어떤 일이든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어제의 얼룩을 지우고 오늘의 먼지를 털어내다 보면 곧 빨래가 마르기 적당한 날이 올 거라는 약속이자 응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6월 1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개막한 이번 공연은 오는 2023년 1월 29일까지 계속된다. 올 연말에는 지역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대전, 청주, 창원 투어도 예정되어 있어 기대를 모은다.

어느 곳이나 숨 가쁘게 제 자리를 찾으려 애쓰는 요즘, 아득해진 일상에 다독임이 필요하다면 지금 바로 뮤지컬 ‘빨래’를 만나보길 추천한다. 손 닿을 듯 가까운 곳에 자리한 이웃들이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언제든 다시 한번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말이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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