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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편집부
입력 2022-10-21 15:30 수정 최종수정 2022-10-2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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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 프리’ 장애인 관객들이 진정으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란 1974년 UN 장애자 생활환경 전문가 회의에서 만들어진 <장벽 없는 건축 설계>에서 소개된 개념으로 장애인들도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물리·제도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뜻한다. 배리어 프리가 물리적 환경개선의 의미를 넘어 정서적인 개념으로 확대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예술계에서는 장애인 관객들이 느끼는 물리·제도·정서적 장벽이 여전히 높다.

2019년 2월 장애우인권문제연구소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인권위에 제출한 ‘영화관 영화자막 미제공에 따른 청각장애인 편의 제공 소홀’ 진정이 기각되면서 장애인의 문화예술 경험이 물리적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장애인 차별금지법 시행령에는 ‘문화·예술·사업자는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권위조차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한 것이다. 이후 문체부가 영화자막 및 화면 해설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으나 여전히 국내 장애인의 예술접근에 대한 인식은 제자리걸음이다.

릴렉스 퍼포먼스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아동들이 공연 관람을 하고 있는 모습 .

그렇다면 국외 예술계에서는 장애인 관객들의 예술접근 장벽을 낮추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을까? 배리어 프리의 정의 그 자체를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 HSBC가 후원하는 ‘릴렉스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 Project)’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HSBC에서 무료 티켓을 지역 초등학교에 배부해 대상 아동들을 초대하고 ‘버밍험 히포드롬(Birmingham Hippodrome)’에서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자폐 및 학습장애 뿐만 아니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공연 관람 시간 동안 안전한 분위기에서 원하는 대로 반응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판매 가능한 객석의 수를 줄이고 1인당 사용면적을 넓혔다.
또, 관람하는 동안 관객들의 자유로운 공연장 출입을 허용하고 어두운 공연장에서 불안을 느끼는 관객들을 위해 공연장 근처에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공연관계자들도 전문 교육을 이수해 이 과정에서 발생 되는 소음을 기꺼이 감내하며 공연을 진행한다.

스마트 글래스를 착용하는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들.

그 밖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 사례로 앱손의 ‘스마트 글래스’가 있다. 이는 학계, 예술계 그리고 기업이 협업한 대표적인 사례로 리즈베켓(Leeds Beckett)대학교의 앤드류 램본(Andrew Lambourne) 교수, 내셔널 씨어터(National Theatre) 그리고 앱손이 함께 했다.
이 안경은 청각장애로 극장 관람을 포기했던 관객들을 위한 제품으로 공연장면을 보면서 동시에 소리를 스크립트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공연 스크립트를 소프트웨어에 입력하면 공연에 맞춰 자막이 송출되고 안경에 달려 있는 손바닥 크기의 키패드를 이용해 각자의 취향에 따라 자막의 크기, 위치, 색깔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처음 스마트 글래스를 내셔널 씨어터에서 선보일 당시 30년간 극장에 가지 못했던 관객이 “스마트 글래스 덕에 다시 극장에 갈 수 있어 기쁘다”며 극장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는 등 관객들의 만족도가 100%가 달했다.

국내 역시 예술계 자체에서 배리어 프리와 관련해 다양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6년 초연된 창작극 ‘아빠가 사라졌다’에서는 청각장애인 관객을 위한 해설사가 등장해 대본 및 지문을 읽어주고 무대 위 소리를 진동으로 전달하는 팔찌를 제공하는 등 청각장애인을 위해 무대 전반을 기획, 구성해 화제가 되었다. 2021년에는 ‘창작공감 : 연출’에서 ‘장애와 예술’을 주제로 시각, 청각, 뇌병변 장애, 비장애배우가 모두 등장해 각자의 이야기를 다큐형식으로 들려주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이때 음성 해설뿐만 아니라 한글 자막, 한국수어 통역, 이동지원 서비스 등 장애인을 위한 다차원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관람 편의를 도왔다. 이러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장애인 관객들의 물리적 장벽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연극 아빠가 사라졌다 포스터>

미술관에서도 배리어 프리와 관련된 시도들이 이루어졌는데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이 6월 개막한 한국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에서 수어 해설, 음성 해설, 점자 자료 등을 제공해 작품을 다각도로 감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는 이후에 열릴 ‘MMCA 이건희 컬렉션: 이중섭’과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전’ 등 연말까지 4~6개 전시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그밖에 제주 서귀포 포도뮤지엄에서는 휠체어 관객이 전시장 어디든 편안히 이동할 수 있는 무장애 동선을 도입하기도 했다.

지구화, 디지털화에 가속이 붙을수록 접근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접근성 확대에 소외되는 계층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 장벽을 없애기 위한 기초가 바로 배리어 프리다.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것. 장애인들이 예술에 접근하는 데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인식되고 행해져야 할 것이다.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을 넘어 인식의 장벽을 없애는 진정한 의미의 배리어 프리가 사회 전반을 아우르기를 감히 기대해 본다.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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