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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Prologue!
편집부
입력 2022-10-14 11:36 수정 최종수정 2022-10-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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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의 초대

일상에서 멀어진 전통 예술들은 대체로 배우기 전에는 낯선 것이기 십상이지만 춤만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춤 이름은 낯설지언정 ‘들썩들썩, 덩실덩실’의 감각은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친근하기 때문이다. 전문 춤꾼만큼 다듬어진 모양새는 아닐지라도, 흥이 오를 때 사람들의 몸짓에는 예로부터 전해온 춤사위가 녹아 있다. 춤이 어울리는 결실의 계절, 늦여름에서 초겨울로 껑충 건너뛰어 버린 날씨가 조금 원망스럽지만 흥을 돋우고 열기를 피어오르게 할 춤 공연들을 만나보자.

2022 무용극 호동

『국립극장 70년사』를 보면, 국립무용단의 무용극 두 작품이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74년에 무용극 <왕자 호동>을, 1990년과 1991년에는 무용극 <그 하늘 그 북소리>를 공연했는데, 두 작품의 안무자는 모두 국립무용단 초대 단장인 故 송범 선생이다. <왕자 호동>은 국립무용단이 국립발레단과 분리된 후 ‘한국적인 무용극을 완성하려는 목표를 가시화한’ 시기의 작품이며, 십여 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공연한 <그 하늘 그 북소리>는 ‘춤 중심의 무용극 시대’라 명명한 시기의 작품이다. 

이러한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으며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 작품과 현대적인 작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국립무용단이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이해 무용극 <호동>을 다시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송범 원작의 작품에 세 명의 단원이 공동 안무로 참여하고 50여 명 전 단원이 무대에 설 예정이다. 거기에 더해 창작 뮤지컬 연출가이자 각색자로 정평이 난 이지나가 연출과 대본을 맡는다. 웅장하고 미래지향적인 고전의 탄생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안무자 프로젝트: 교방가요

같은 전통 춤을 기반으로 하지만, 국립무용단의 작품이 창작에 방점이 찍힌다면 국립국악원 무용단은 전통의 보존과 복원, 재현 공연에 천착해왔다. 주로 의궤나 홀기(笏記) 등 궁중의 기록에 근거를 둔 궁중 춤이 주요 레퍼토리인데, 11월에 열리는 기획 공연에서는 조금 색다른 시도를 할 예정이다. 

조선 후기 진주 목사를 지낸 정현석은 진주 교방에서 연행한 춤과 음악을 정리해 『교방가요』라는 책을 낸다. 교방(敎坊)은 조선 후기 여기(女妓)를 관장한 기관이다. 교방가요에 남아있는 춤 중에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종목뿐 아니라 궁중에서 연행된 정재(呈才) 종목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교방가요가 궁중과 민간 혹은 서울과 지방의 문화 교류와 그에 따른 춤의 변화 양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임을 의미한다. 

교방가요에 대해 심도 있는 교육을 여러 차례 실시한 국립국악원 무용단은 하반기 자체 공모를 거쳐 교방가요의 춤 종목들을 주제로 무용단원들이 안무자로 참여하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지방 정재의 복원과 재해석을 통해 교방의 춤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경계를 허물고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작업을 통해 현대의 관객이 보다 흥미롭게 전통 춤을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야류별곡(野遊別曲)

춤의 고장, 영남에 위치한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은 지역의 국가무형문화재인 동래야류를 소재로 한 공연 <야류별곡>으로 서울 원정에 나선다. 들놀음인 야류(野遊)는 영남 낙동강 동쪽에서 연행한 가면극을 부르는 이름이다. 극뿐 아니라 춤과 음악, 연희가 모두 어우러져 종합 예술의 형태를 띠며 놀이의 내용은 문둥이 과장, 양반 과장, 영노 과장, 할미․영감 과장 등으로 이루어진다. <야류별곡>은 동래야류의 전 과장 구성을 그대로 가져오되 경상도 지역의 대표적 춤사위인 덧뵈기춤을 기본으로 지역의 춤을 재현하거나 창작해 춤에 비중을 더했다. 감각적인 연출과 참신한 시도로, 지난 6월 부산에서 무용단 정기 공연으로 초연한 후 재미와 감동 모두를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서울 공연은 10월 28일과 2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또 이날치 밴드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세계인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던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10월 29일과 30일, 고양에서 <얼이섞다>라는 제목의 공연을 한다. MBC라디오 프로그램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통해 소개됐던 향토민요에 그들의 춤사위를 얹는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는 늘 모호하지만 우리 소리, 우리 춤임에는 틀림없으니 여기 슬쩍 이어 붙여본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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