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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편집부
입력 2022-01-25 15:07 수정 최종수정 2022-01-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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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위로 펼친 치유의 노래,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당신은 사랑받고 있습니다. 당신이 새로운 곡을 쓰건 쓰지 않건, 사람들은 당신을 사랑해줄 것입니다.”
 
말 한마디에 담긴 힘은 그 무엇보다도 강력하다. 특히 소통이란 키워드가 연일 주목받는 요즘 같은 시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어떤 외적 표현으로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 누군가 문득 건넨 한마디는 때때로 모든 상황을 반전시킬 동력이 된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돌아왔다. 2016년 초연 이후 5주년을 맞이한 이번 공연은 지난 2021년 12월 11일에 개막해 오는 3월 6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6%를 차지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던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매 시즌 관객들의 연이은 발걸음에 힘입어 작품이 가진 존재감을 분명히 했다. 음악이 워낙 중요한 역할을 하는 뮤지컬이다 보니 연기자뿐만 아니라 피아노와 현악 4중주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데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 연주와 어우러진 클래식한 작품 분위기가 ‘라흐마니노프’의 특별함을 배가한다. 익숙한 멜로디가 자주 흘러나오기 때문에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들뿐만 아니라 클래식 애호가라면 누구나 반갑게 볼 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5주년을 기념하는 시즌인 만큼 공들인 출연진 역시 시선을 집중시킨다. 우선 작품의 첫출발을 알렸던 박유덕과 안재영, 김경수, 정동화가 이름을 올렸고 여기에 정욱진, 박규원, 김현진, 임병근, 정민, 유성재가 같이 무대에 올라 각각 라흐마니노프와 니콜라이 달로 열연한다. 배우마다 공연 기간이 다르므로 필요한 경우 일정을 미리 확인해두면 좋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위대한 천재 음악가 세르게이 바실리예비치 라흐마니노프(Sergei Vasilievich Rachmaninoff)의 생애 가운데 일부를 바탕으로 창작됐다. 후기 낭만파 음악의 대표주자로서 작곡과 피아노 연주, 지휘에도 능했던 그는 뛰어난 실력과 섬세한 감성으로 러시아 음악계로부터 기대를 받으며 유망주로 성장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발표한 교향곡 1번이 생각만큼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자 크게 좌절해 3년여에 걸친 기간 동안 은둔생활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Nikolai Dahl) 박사가 라흐마니노프의 사촌 형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슬럼프에 빠진 그를 치료하겠다며 찾아온다.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던 라흐마니노프도 음악적 공감을 바탕으로 니콜라이 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나 오랜 기간 품어 온 트라우마는 쉽게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진심을 묻던 두 사람은 점차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있던 상처와 마주하게 되고, 끝내 믿음과 위로를 통해 어려웠던 현실을 극복하기에 이른다.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들어온 무대 벽면 악보들은 그가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강도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장치다. 무대는 가운데 경사진 바닥 구조물을 중심에 두고 상하 2단으로 나눠 연주자와 배우가 각각 활용한다. 배우들은 연기를 하면서 직접 피아노와 비올라를 연주하고 극 흐름에 맞춰 연주자들이 자연스럽게 그 배턴을 넘겨받아 본격적인 연주를 선보이는 형태다. 사실상 무대 위에 오른 모두가 연기자인 셈이다. 
 
극 중 넘버 상당수는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명곡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새롭게 탄생했다. 그중에서도 피아노 협주곡 제2번(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 18)이 완성되는 장면은 오래도록 진한 잔상으로 남는다. 묵직한 저음으로 시작한 피아노 독주가 현의 선율과 만나 화음을 점차 증폭시키면서 화려한 멜로디를 펼쳐낼 때면 인물이 느꼈을 감정 변화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음을 다독이는 대사들도 인상 깊다. 말 때문에 상처받고 또 그로 인해 오해하기 쉬운 세상에서 작품은 언어에 숨겨진 행간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도록 한다. 실제로 라흐마니노프는 니콜라이 달 박사가 제시한 ‘자기 암시 기법’을 통해 어둠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는 메시지가 반복해 전달되는데 이런 흐름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누구나 겪을 법한 성장과 치유 과정을 통해 불완전함 속에 숨겨진 빛을 찾는 여정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88개의 건반을 자유로이 아우르던 열 개의 손가락이 고통을 딛고 전한 음악은 변치 않을 희망이 되어 오래도록 우리 곁에 함께 할 것이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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