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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Prologue!
편집부
입력 2022-01-21 10:36 수정 최종수정 2022-01-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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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맥이 타령 vs 대취타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 달은 공연 비수기지만, 국공립 단체나 기관들은 신년 음악회나 설 공연을 준비하곤 한다. 국악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해를 여는 공연은 희망적이고 진취적이며, 명절에 흥겨움을 더할 신명 나는 레퍼토리로 준비하기 마련이다. 대체로 가족 간의 사랑을 다루거나 관객에게 기쁨이나 감동을 선사하는 판소리 눈대목들,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장구춤, 소고춤, 진도북춤 등 춤 종목들. 그리고 역병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최근에는 벽사진경의 의미를 담은 처용무나 살풀이춤 또는 태평세월을 바라는 태평무를 비롯해 가곡 태평가, 민요 태평가 등도 단골 레퍼토리다.

액맥이 타령
설 공연에서는 친근하고 흥겨운 민요들을 흔히 듣게 된다. 명절 놀이를 소재로 한 ‘윷놀이’나 ‘널뛰기’를 비롯해 가정의 안녕을 비는 ‘성주풀이’ 등이 자주 불린다. 성주풀이는 성주굿에서 부르는 무가巫歌이고, 성주는 집터를 관장하는 신이다. 집을 고치거나 이사를 할 때 외에도 정초에 집안의 화평을 기원하며 성주굿을 한다. 민요 성주풀이는 무가 성주풀이에서 비롯되어 남도 민요로 자리매김했다.

‘액맥이 타령’도 정초에 풍물패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지신밟기(혹은 마당밟기)를 하는 마을굿에서 불리던 노래다. 지신밟기는 집터를 지키는 지신地神에게 액운을 막고 복을 부르는 제액초복(除厄招福)을 비는 행사다. ‘액맥이’는 액을 막는다는 의미를 지닌 액땜․액막이와 같은 말로, 액맥이 타령은 일 년 열두 달을 순서대로 읊어가는 월령가 형식을 띤다. 동서남북과 중앙의 오방을 관장하는 다섯 장군이 노랫말에 등장하여 ‘오장군 타령’이라 부르는 곳도 있다. MBC에서 전국의 토속 민요를 채록하여 103장의 음반으로 엮은 「한국민요대전」의 음반 자료 사이트(www.urisori.co.kr)에서 전북 완주와 순창, 전남 여천군(현 여수시)의 액맥이 타령을, 그 밖에 여러 지역의 ‘고사 소리’에서 지역별 액맥이 타령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소리꾼 김용우가 토속 민요를 모아 1996년에 낸 첫 번째 독집 앨범 「지게소리」에 액맥이 타령이 실려 있다. 국악 그룹 ‘이상’은 2015년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자신들에게 금상을 안겨준 액맥이 타령을 편곡해, 지난해 풍류대장에서 선보인 바 있다. 2020년 가야금 병창 이수자 전해옥이 낸 음반에서는 가야금 병창으로 부르는 액맥이 타령을 들어볼 수 있다. 또 1995년 발매한 들국화 3집에는 전인권이 부른 액맥이 타령이 수록되어 있고, 2012년 안치환이 발매한 디지털 싱글에서도 민요와는 또다른 버전의 액맥이 타령을 감상할 수 있다. 

대취타
빈 필하모닉은 올해도 어김없이 신년 음악회 앙코르 곡으로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했다. 우리 음악에도 신년 음악회에 자주 등장하는 행진곡이 있다. 2020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대취타’가 바로 우리 전통 행진 음악이다. 

                                                     창덕궁에서의 대취타 연주 장면(©문화재청)

대취타는 군례악으로 군대의 행렬이나 왕의 행차 등에서 주로 연주되었다. 불어서[吹] 소리 내는 악기와 쳐서[打] 소리 내는 악기들을 큰 규모로 편성해 ‘대취타(大吹打)’란 이름이 붙었다. 악기 편성은 시대나 음악의 쓰임에 따라 달라졌는데 최근에는 태평소와 나발, 나각, 북, 장구, 징, 자바라 등으로 구성된다. 선율을 연주하는 악기로는 태평소가 유일하다. 나발과 나각은 보통 한 음을 길게 내는 방식으로 연주하며, 북은 북통에 용을 그린 용고를 사용한다. 자바라는 놋쇠로 만든 두 개의 원형 판을 마주쳐 소리 내는 악기로, 서양의 심벌즈와 닮았다.

대취타 연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악사들의 연주 복장이다. 무관들의 복장인 철릭을 입고 새의 깃털을 단 전립을 쓴다. 조선 시대 행사 장면을 기록한 반차도(班次圖)에서는 행렬 중 붉은 의상을 입은 연주자들의 모습도 더러 찾아볼 수 있으나 오늘날 대취타 연주자들은 꾀꼬리같이 노란 황철릭을 입고, 같은 색깔의 전립을 쓴다. 한편 왕궁 수문장 교대 의식의 취타대도 재현 시점에 따라 복장의 차이를 보이는데, 조선 예종 때 기록을 재현한 경복궁 의식의 취타대는 검은 전립에 붉은 철릭 차림인 것과 달리, 조선 후기 기록을 따른 덕수궁 의식의 취타대는 대취타 악사들과 같이 노란 의상으로 차려입는다. 

수문장 교대 의식의 취타대 연주는 악기 편성과 음악의 빠르기 등에서 대취타와 차이를 보인다. 실로폰처럼 선율을 연주할 수 있는 타악기 ‘운라’가 함께 편성되고, 수문군의 씩씩한 걸음에 어울리는 빠르고 경쾌한 음악을 연주한다. 이에 비해 대취타는 느리고 단조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오래된 행진 음악은 백성을 살피며 혹은 백성들과 더불어 걷기에는 맞춤한 음악이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이때, 대취타를 들으며 우리 모두가 서로의 속도를 살피고 맞추어 걸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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