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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커튼 콜
편집부
입력 2021-10-15 09:33 수정 최종수정 2021-10-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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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지난해 취소됐던 미국 무대 최고의 권위 ‘토니상’이 2년 만에 감격의 막을 올렸다. 그리고 이날 화제가 된 작품은 단연 ‘물랑루즈!’였다. 자그마치 10개의 토니상을 쓸어 담으며 새로운 신화창조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인 CJ ENM은 이 작품의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킹키 부츠’에 이어 두 번째 최고 뮤지컬상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물랑루즈!’가 공연되는 뉴욕 맨해튼의 알 허쉬펠드 공연장에 들어서면 감탄이 먼저 터져 나온다. 붉은 조명과 푸른 코끼리, 쉼 없이 돌고 있는 풍차가 보는 이를 압도하는 탓이다. 화려한 의상을 걸친 아름다운 남녀 배우들이 공연장 곳곳을 천천히 거닐며 이국적인 환락가 분위기를 한층 이색적으로 달군다. 히프의 곡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의상을 걸친 야릇한 모습은 정말 그곳이 파리의 클리시 거리라 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한 광경을 연출한다. 그리고 무대 한가운데 반짝이고 있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물랑루즈!’다. 

영화 ‘물랑루즈!’가 영화가 원작인 뮤지컬-‘무비컬’로 환생했다. 호주 태생의 바즈 루어만이 메가폰을 잡았던 2001년작 빅 스크린용 영화는 니콜 키드만과 이완 맥그리거를 전세계 영화팬들의 연인으로 만들며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1억 8천만 달러, 우리 돈 2,000억원이 넘는 잭팟을 터트렸다. 그리고 무대용 버전으로 환생한 무비컬 ‘물랑루즈!’는 바로 그 애절하고 가슴시린 사랑 영화를 무대용 콘텐츠로 다시 재연해냈다. 

무비컬 ‘물랑루즈!’는 우선 화려한 무대가 압도적이다. 전술했듯이 2층 박스석을 없애고 만든 물랑루즈의 상징인 붉은 풍차나 거대한 푸른 코끼리는 그 모습 그대로 이미 볼거리다.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무대위 세트의 변화도 영화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원래 바즈 루어만은 영화 ‘물랑루즈!’를 구상할 당시 인도의 볼리우드 영화로부터 영감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대 역시 영화 못지않은 현란한 색채와 이국적인 분위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별스런 재미도 있다. 뮤지컬 ‘물랑 루즈!’는 ‘무비컬’이자 ‘주크박스 뮤지컬’로서의 이중적인 성격을 모두 지닌 특이한 작품이다. 영화가 원작이니 옛 흥행영화를 무대용 콘텐츠로 다시 활용하는 ‘무비컬’로서의 흥행요인을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영화에서 시도됐던 왕년의 인기 음악을 다시 무대로 활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로서의 묘미를 더욱 극대화시켰다. 무대 위 화려한 색채와 볼거리는 바즈 루어만 특유의 영화 속 비주얼을 뮤지컬로 이식했음을 알려주는 동시에, 막이 내릴 때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지는 흥행 팝송들의 선율은 도대체 저 장면에 저 많은 노래들을 담아낼 생각을 어떻게 떠올렸을까 하는 탄성을 내뱉게 한다. 굳이 말하자면 아바의 음악으로 만들어져 전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뮤지컬 ‘맘마 미아!’의 보다 영리해진 현대식 버전의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평가할 만하다. 


덕분에 영화에서 관객들을 웃고 울렸던 노래들 – 엘튼 존의 ‘유어 송’이나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의 주제가인 ‘다이아몬즈 아 어 걸스 베스트 프렌드’, ‘레이디 마말레이드’, ‘컴 왓 메이’ 등의 흥행 넘버들이 무대에서 대형 스피커를 통해 라이브로 불려지는 것은 물론, 시아에서 비욘세, 레이디 가가, 아델, 리한나까지 아우르는 대중음악 히트 넘버들의 연이은 등장은 감히 상상할 수 없던 화려한 팝의 향연을 완성해낸다. 심지어 펀의 ‘위 아 영’이나 폴리스의 ‘록산느’, 마돈나의 ‘머터리얼 걸’을 목 놓아 따라 부르는 관객들의 모습은 여느 팝 콘서트의 열광어린 객석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다. 2019년 프리뷰 기간에 뉴욕을 방문해 처음 관극하던 날, 공연장을 나서며 “어떻게 저 많은 노래들의 판권을 확보했을까?”라며 왁자지껄 떠들고 미소 짓는 현지인들에게서 이 작품의 특별함을 여실히 실감할 수 있을 뿐이었다.

단순히 영화의 스토리를 무대로 옮겨놨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무대는 이미 영화를 본 사람도 다시 즐길 수 있는, 같은 이야기지만 또다시 새로운 OSMU의 흥행 원칙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극작가였던 주인공은 뮤지컬답게 작곡가로 변신했고, 격정적이었던 사악한 공작도 차가운 옴므 파탈로 옷을 갈아입었다. 물랑루즈하면 떠오르는 예술가 뚤루즈 로트랙의 존재감도 꽤나 인상적이다. 16세기 보헤미안이라 불렸던 파리의 가난한 예술가들을 떠올릴 수 있는 적절한 변화와 상상력이 새롭게 가미된 셈이다. 영화나 무대나 똑같은 것은 오직 눈물 떨구게 만드는 엔딩 장면의 감동뿐이다.

많은 무비컬들이 그렇듯, 남녀주인공의 캐스팅에 관한 뒷이야기도 있다. 당연히 처음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먼이 무대에도 등장할까의 여부였다. 실제 두 사람에게 가능성 여부를 타진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그러나 무대는 결국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스타인 애런 트베이트와 역시 뮤지컬 ‘인 더 하이츠’와 2009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바이벌 공연에 아니타로 참여해 토니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인기 여배우 카렌 올리보에게 돌아갔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영화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서 피부마져 투명해보였던 니콜 키드만이 열연한 사틴을 남미 출신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가무잡잡한 피부색의 카렌 올리보에게 맡겼다는 파격이다. 


피부색과 관계없이 배역을 선정한다는 요즘 브로드웨이 극장가의 컬러 블라인드 오디션이 미친 영향으로, 흑인 ‘유령’이 등장하고, 중국계 ‘빌리’가 무대를 꾸미며, 검은 피부의 ‘신데렐라’가 나오는 파격이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시도된 셈이다. 카렌 올리보가 부르는 ‘스파클링 다이아몬드’나 ‘샹들리에’는 그래서 알고서 들어보면 더 재미있는 이 음반의 쇼스토퍼들이 됐다. 물론 애런 트베이트와 함께 노래하는 ‘유어 송’이나 ‘컴 왓 메이’의 감동도 빼놓을 수 없다. 

뮤지컬 ‘물랑 루즈!’는 당분간 뉴욕 관광객들에겐 필수 방문코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CJ ENM이 글로벌 프로듀서로 참여한 덕분에 매출과 수익의 배분은 물론 국내 프로덕션도 내년말 즈음해 발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 무대에서 주연으로 발탁될 배우들은 누굴까. 이래저래 흥미로운 글로벌 뮤지컬 공연가의 반가운 핫 이슈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대학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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