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108> 혈중 중성지방을 약으로 낮추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줄어들까?
신재규
입력 2023-04-03 13:21 수정 최종수정 2023-04-0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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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미국 의학잡지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혈중 중성지방을 약으로 낮출 때 심근경색 등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하는 위험이 줄어드는지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중성지방은 우리 몸에서 생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방산을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운송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런데, 혈액 속의 중성지방의 양이 많으면 동맥경화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혈중 중성지방의 양을 약으로 낮추면 이 위험이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 있다.  

PROMINENT라고 불리는 위의 임상시험에서 사용한 약은 현재 신약으로 개발 중인 피마피브레이트 (Pemafibrate)이다.  이 약은 중성지방을 낮추는 용도로 널리 쓰이는 피브레이트 (fibrate)라는 계열의 약이다.  이 계열의 약으로 현재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들로는 페노피브레이트 (fenofibrate)와 겜피브로질 (gemfibrozil) 등이 있다.  

피마피브레이트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혈중 중성지방을 낮춘다.  첫째, 혈액속의 중성지방을 분해해서 근육 등의 조직이 사용하도록 돕는다. 둘째, 중성지방은 간에서 만들어지는데, 이 약은 간이 중성지방을 만드는 것을 줄인다.  요약하면, 피마피브레이트는 중성지방이 만들어지는 것을 줄이고,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중성지방을 분해하여 혈액으로부터 없애는 것이다.

PROMINENT 시험의 대상자들은 2형 당뇨병을 가지고 있고, 혈중 중성지방의 수치가 200-499 ml/dL이며, 혈중 고밀도 콜레스테롤 (HDL-cholesterol;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림) 수치가 40 mg/dL이하, 그리고 혈중 저밀도 콜레스테롤 (LDL-cholesterol;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림) 수치가 100 mg/dL이하인 환자들이었었다.  즉, 2형 당뇨병을 가지고 있으면서 혈중 중성지방의 양은 높지만 나쁜 콜레스테롤과 좋은 콜레스테롤의 양이 모두 적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셈이다.  이런 조건을 가진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연구한 이유는, 이전에 발표된 페노피브레이트를 이용한 FIELDS라는 임상시험 분석결과,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었을 때 이런 조건의 환자들의 심순환기 질환 위험이 낮아질 가능성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PROMINENT 시험은 총 10,497명의 환자를 모집, 피마피브레이트군과 위약군에 무작위로 배정하여 약 3년반동안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하는지를 추적하였다.  이때, 추적한 심순환기 질환은 심근경색증, 뇌경색증, 막힌 관상동맥을 뚫기 위한 관상동맥 우회술 등의 시술여부, 그리고 심순환기 질환에 의한 사망 등이다.  

전체 환자의 삼분의 이가 시험에 참여하기 전 이미 심근경색증 등의 심순환기 질환을 앓았던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시험참가자의 대부분은 고위험군이었다.  시험을 시작할 때 측정한 참가자들의 혈중 저밀도 콜레스테롤 평균 수치는 79 mg/dL이었고, 참가자의 95%이상이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시험참가자들의 저밀도 콜레스테롤은 잘 조절되고 있었다. 반면, 이들의 중성지방의 평균 수치는 273 mg/dL로 높은 편에 속했다.

예상대로, 피마피브레이트는 위약과 비교했을 때 혈중 중성지방을 26.2%나 더 떨어뜨렸다. 하지만,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에 대한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달랐다.

표.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에 대한 결과

위의 표에서 보듯이, 피마피브레이트군에 배정된 5240명 중 572명에게, 위약군에 배정된 5257명 중 560명에게서 심순환기질환이 발생하였고, 이는 각각 연간 100명당 3.60명과 3.51명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환산되었다.  그런데, 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정도로 차이가 난 것은 아니었다.  즉, 피마피브레이트는 위약과 비교했을 때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더 낮추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숫자만 보면 피마피브레이트군에서 심순환기 질환의 발생률이 오히려 더 높았다)

이러한 PROMINENT시험 결과 - 혈중 중성지방의 양을 떨어뜨렸는데도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은 위약과 다르지 않은 것 – 는 지난 10년동안 보고되어 온 중성지방의 양을 떨어뜨리는 약의 심순환기 질환의 예방효과를 검증한 임상시험들의 결과와 다르지 않다.  임상에서 사용하는 혈중 중성지방의 양을 떨어뜨리는 약들로는 피브레이트 계열, 오메가-3 지방산, 그리고 니아신 (niacin) 등이 있다.  그런데, 임상시험에서 이들은 위약과 비교했을때 혈중 중성지방을 20-30% 정도 더 떨어뜨렸지만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낮추지 못했다.  특히, PROMINENT시험은 기존에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었을 때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예상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기존의 임상시험결과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면, 이와같은 임상시험 결과는 무엇을 시사할까?  

첫째, 혈중 중성지방의 양이 500 mg/dL미만인 환자들의 대부분은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중성지방을 낮추는 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들에게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약이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낮추지 않는다면 복용할 필요가 있을까?  

그 대신, 스타틴을 이용해서 저밀도 콜레스테롤의 양을 낮추어야 한다.  그리고, 지방, 탄수화물, 알콜 등의 섭취를 크게 줄이고 운동을 늘리는 생활습관개선요법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임상시험을 통한 검증의 중요성이다.  특히, 건강기능식품, 예를 들어, 오메가-3 지방산 등은 혈중 중성지방을 낮춘다든가 면역기능이 좋아질지도 모른다는 등의 건강기능 지표에 대한 자료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상품들을 복용하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심순환기 질환, 감염증, 암 등을 예방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위의 임상시험들이 보여준 것처럼 건강기능 지표가 좋아진다고 해서 복용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반드시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런 상품들은 심순환기 질환, 감염증, 암 등을 예방한다는 것이 검증된 다음 복용해도 늦지 않다.  건강기능식품을 살 수 있는 여윳돈이 있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운동이나 여행 등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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