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100> 우울증도 당뇨병과 같은 “질병”입니다.
편집부
입력 2022-07-25 17:24 수정 최종수정 2022-08-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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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우울증도 당뇨병과 같은 “질병”입니다.

“네? 극단적 선택을 하셨다고요?”

교회 집사님 형수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집사님의 형님 부부는 한국에 살고 계셨다.  형수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악화되어 두 달 전에 자살시도를 하였다.  다행히 일찍 발견되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형수는 병원에 일주일 입원하였고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하였다.  형수의 자살시도 후 집사님의 형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부인을 돌보는데 전념하였다.  덕분에 많이 좋아진 것으로 들었었는데 며칠 전 집사님 형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형수는 자살을 했다고 한다.

“두 달전 병원에서 퇴원하신 후 어떻게 치료를 받으셨어요?”
“외래 정신과 치료를 전혀 받지 않았어.  본인이 완강하게 거부했나봐 – 자기는 정상이라고.  아직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남아 있어서 본인이 정신과에 가는 것을 꺼려했던 것 같아.”


이 안타까운 이야기에서 나는 우울증에 대한 두 가지 이슈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사회적 편견이고 다른 하나는 의료제도의 문제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사회적 편견에 대해 다루기로 하겠다.

아직도 우리나라 사회에는 “우울증은 정신력이 약해서 생긴다”, “정신과 치료받는 환자들은 미친 사람들이다” 등의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들은 질병이다.  왜냐하면, 정신질환들은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뇌세포들은 뇌의 정상적인 기능을 위해 서로 긴밀하게 소통한다.  이 때 이들은 여러가지 화학물질을 만들어 이용하는데 이를 신경전달물질 (neurotransmitter)이라고 부른다.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가바 등이 신경전달물질의 예이다.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때에는 이러한 신경전달물질들의 양이 정밀하게 균형을 이루어 조절된다.  정신질환은 이 균형을 잃게 되면 발생한다.  우울증의 경우 주로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양의 균형이 무너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정신질환의 발생과정은 다른 질병과 크게 다르지 않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이라는 물질의 양이 줄어들어 발생한다.  즉,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인슐린 양의 균형이 무너져서 발생하는 것이다.  또, 암은 세포의 증식을 조절하는 물질들이 균형을 잃어서 생긴다.  따라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은 당뇨병, 암과 같은 질병인 것이다.  

정신질환들과 비정신질환들은 발생과정 뿐만 아니라 다른 면의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당뇨병, 암과 같은 만성질환들의 원인이 완벽하게 밝혀져 있지 않듯이 정신질환들도 현재 그 원인이 완전히 확인되어 있지는 않다.  다행인 점은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울증의 경우, 현재 부작용이 적으면서 치료효과가 우수한 여러 종류의 약들이 나와 있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병은 완치되거나 많이 좋아질 수 있다.

모든 질병은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자연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있다 (natural history of a disease).  그리고 이 진행과정에 따라 궁극적으로 이르게 되는 결과가 있다.  당뇨병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오랜 기간동안 진행되면 대부분 신장질환, 실명, 신경질환 등이 나타나고 심근경색, 뇌경색 등이 발생하여 사망할 수 있다.  암도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진행하여 결국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다.  즉, 당뇨병과 암의 자연적 진행과정의 결과는 궁극적으로 대부분 사망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울증의 자연적 진행과정에 따른 결과는 무엇일까?  이는 자살이다 – 우울증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악화되면 결국 대부분 자살하고 만다.  

우울증이라는 질병의 자연적 진행과정의 결과가 궁극적으로 자살이라는 것은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우울증 환자들은 삶과 죽음을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 진행의 결과로 자살에 이르고 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울증에 따른 자살을 언론 등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표현하는 것은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지속시키는데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극단적인 선택”은 자살의 순화된 표현이기는 하다. 

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은 우울증 환자 본인의 의지로 삶을 선택할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선택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어 죽음의 책임을 환자에게 돌리는 것처럼 들린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도 암으로 사망한 사람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망이 암환자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암이라는 질병의 궁극적인 진행결과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살을 “극단적인 선택”보다는 “우울증에 따른 사망”과 같이 표현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2020년 현재 인구 10만명당 약 25명이 자살하는 등 전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그리고,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우울증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우울증 치료율은 전체 환자의 10%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처럼 낮은 치료율의 원인 중 하나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뇨병과 같이 우울증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우울증은 정신력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당뇨병의 경우처럼 몸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물질들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치료를 요구하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 자살은 환자의 선택이 아니라 우울증이라는 질병의 진행과정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우울증에 대한 인식의 전환으로 환자와 사회가 우울증에 대해서도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병처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조기에 진단,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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