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98> 환자 중심적인 치료 (3) – 직역간 협력
편집부
입력 2022-05-31 14:47 수정 최종수정 2022-06-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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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는 2형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퇴행성 관절염 등을 만성질환으로 가지고 있는 환자입니다.  혈당 조절이 잘 안되고 있어 당뇨병에 대한 협력 치료를 의뢰합니다.’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여러가지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여러가지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치료를 위해 보통 다수의 약을 필요로 한다.  글머리에 언급한 NP의 경우, 당뇨병 약 두 개, 고혈압약 두 개, 고지혈증약 한 개, 관절염약 1개 등 모두 여섯 개의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또, 만성질환 환자들은 식생활, 운동, 금연 등의 생활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약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들의 가족과 생활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이 복잡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 한 명의 의사가 이를 모두 다루는 것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가족과 생활환경을 고려하여 약물치료와 생활습관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환자 한 명당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한 의사가 다양한 만성질환의 치료에 대해 전문성을 모두 갖추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여러 의사, 간호사, 약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여러 직역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치료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환자중심적인 방법이다.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은 환자마다 돌봄 팀 (care team)이라는 것이 배정되어 있다.  이 돌봄 팀은 한 환자의 돌봄에 관여하는 모든 건강관련종사자들로 구성되며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그 구성원이 달라 질 수 있다.  위에서 예를 든 NP의 경우, 나에게 협력치료의뢰가 오기전까지는 일차의료제공자와 사회복지사만이 돌봄 팀의 구성원이었지만 지금은 약사인 나도 포함한다.  돌봄 팀의 구성원은 환자의 일차의료제공자가 정한다.  왜냐하면, 일차의료제공자가 그 환자 치료를 주도하고 조정하는 콘트롤 타워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의 가정의학과는 돌봄 팀과 별도로 복잡한 돌봄 조절 프로그램 (complex care management program)이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동반질환, 생활 환경 등으로 치료가 쉽지 않거나 부작용과 의료실수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간호사, 건강 코치 (health coach) 등이 따로 배정되어 이들이 대상 환자들의 집을 방문하고 진료예약도 해 주며 환자와 자주 연락해서 치료효과를 높이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환자 돌봄에 여러 직역이 협력하는 경우, 돌봄 팀 구성원간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첫째, 양질의 의무기록이 아주 중요하다.  여러 직역은 돌봄 팀에서 각각 자신의 고유의 역할을 통해 환자치료를 담당하다.  이들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다른 직역이 파악한 환자의 상태와 이용한 치료방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의무기록은 정확해야 하며 누가 읽더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져야 한다.  둘째, 돌봄 팀 구성원이 의무기록에 빨리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에서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은 컴퓨터와 휴대폰을 통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그리고, 전자의무기록은 메시지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팀의 특정 구성원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휴대폰에 바로 떠서 그 구성원이 볼 수 있다.  또, 전자의무기록은 참조기능을 제공한다.  즉, 구성원 중 한 명이 자신이 전자의무기록에 쓴 내용이 다른 구성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이를 이용하여 의무기록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자의무기록은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에서 여러 직역이 한팀을 이루어 환자를 돌볼 때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환자중심적 치료를 위해 여러 직역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은 건강관련종사자들이 학생일 때부터 배우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이들이 졸업한 다음 활동할 때 좀 더 자연스럽게 다른 직역과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UCSF는 의대, 치대, 약대, 간호대, 물리치료과의 모든 학생들이 학교의 interprofessional 교육과정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교육과정은 1학년때부터 시작해서 졸업할 때까지 지속되며, 다양한 직역의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고 토론하도록 짜여져 있다.  학생들은 이 교육과정을 통해 각 직역의 역할 (여기에는 고유의 역할 뿐만 아니라 겹치는 역할도 포함한다),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팀 워크, 팀원간 갈등의 조정과 조절방법 등을 배운다.  그리고, interprofessional 교육과정 말미에 학생들은 다양한 직역과의 협력 능력을 평가받는다.  즉, 여러 직역의 학생들이 한 팀에 배정되어 가상환자를 본 다음, 이들이 함께 작성해서 낸 협력 치료 계획을 평가받는 것이다.

협력 능력에 대한 평가는 학생들이 졸업하고 레지던트 등 졸업 후 수련의 과정 (postgraduate training)을 거칠 때에도 계속된다.  수련인들의 실습과정 중 협력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많이 쓰이는 것이 360도 평가 (360 degree assessment)이다.  이 방법은 수련인들이 실습과정 중 함께 일했던 모든 직역의 사람들에게 수련인의 활동에 대한 의견과 평가를 받는 것이다 (한 직역의 사람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평가한다고 해서 360도 평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학생 때의 interprofessional 교육과 졸업 후 수련과정 중 360도 평가 등이 보여 주듯이 여러 직역간의 협력은 UCSF의 건강관련종사자들의 교육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환자 중심적 치료> 시리즈에서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을 요약하면, 1) 환자 중심적인 치료는 환자 자신의 선호도, 가치, 생활환경 등을 고려하여 환자와 함께 치료방법에 대해 결정하는 것을 말하며 2) 이를 임상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치료법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여러 직역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의료환경과 교육제도가 다르다.  그렇다면, 환자중심적 치료를 우리나라에서 적용하기 위해서 어떤 것이 선행되어야 할까?  나는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환자당 충분한 진료시간과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진료시간은, 낮은 수가로 인해, 3분 진료라 불릴 만큼 매우 짧다.  그리고, 이는 의사가 진단과 치료방법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주고 환자가 궁금해 하는 사항에 대해 모두 대답하는데 크게 부족하다.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의 가정의학과는 의사가 환자 한 명을 볼 때 15분에서 20분 배정한다.  따라서, 환자중심적인 치료를 위해 충분한 진료시간과 적절한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둘째, 충분한 진료시간과 적절한 보상은 환자중심적 치료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진료시간과 보상이 충분해도 건강관련종사자의 직업윤리와 환자에 대한 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건강관련종사자에 대한 보상을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이 주고 있지만 모든 건강관련종사자들이 환자중심적 치료를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환자보다는 금전적 이익을 우선시 하거나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는 건강관련종사자들이 그렇다.  따라서, 건강관련종사자는 뚜렷한 직업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성인의 의식과 태도는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선발때 직업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지원생은 아무리 성적이 우수하고 스펙이 특출나더라도 입학시키지 말아야 한다.  또, 뚜렷한 직업의식은 교육과 수련과정 내내 강조해야 하며 가르치는 사람들은 이에 대한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 특권의식은 직역집단 특유의 문화에서도 비롯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부잘한 엘리트라는 집단의식이나 서열문화 같은 것은 특권의식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직역집단은 이를 배제하고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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