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94> 오미크론에 감염되다
편집부
입력 2022-01-24 15:39 수정 최종수정 2022-01-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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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에 감염되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1월 10일부터 목이 칼칼하기 시작하더니 11일에는 기침이 나왔다.  뿐만 아니다.  잠을 잘 잔 것 같은데 피곤해서 낮잠도 자고 싶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나?’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면 지난 1월 7일에 대면해서 환자를 보았던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의 클리닉이 가장 유력한 장소였다.  왜냐하면, 학교 방침에 따라 1월에는 캠퍼스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만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방문했던 장소 중 여러 사람이 모이는 실내 공간으로는 클리닉이 유일했다.

1월 7일 클리닉에서 나는 만성질환에 대한 약물치료를 위해 네 명의 환자를 직접대면으로 보았다.  그 때, 코로나 증상을 가지고 있거나 코로나 검사 양성이었던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환자와 나 모두 마스크를 쓰고 만났다.  특히, 나는, 병원의 방침대로, N95 마스크를 줄곧 쓰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12월30일에 코로나 부스터접종도 받았었다.

“요즘 상황이 팬데믹기간 중 가장 나빠요.  그래서, 병원은 지금 코로나 증상으로 오는 환자들로 붐비고 있어요.”

클리닉의 간호사 말대로 미국의 상황은 아주 나빴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이후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1월 둘째 주에는 일주일 평균 신규 감염자수가 팔십만명을 웃돌고 있었다.  그런데, 이는 작년 1월에 세운 최고치에 거의 세 배에 육박하는 숫자였다.  


샌프란시스코도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시내 일주일 평균 신규 감염자 수가 지난해 1월 최고치였던 350명대보다 약 6~7배가 더 많은 2천명대를 기록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백신접종 완료율이 90%에 이를 정도로 높지만 오미크론의 강한 전염력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1월 12일, 나는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일단,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또, 만약 양성이면 14일에 클리닉에서 보기로 한 환자들의 예약을 다른 날로 빨리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학교의 MyChart라는 온라인 개인 의무기록 웹사이트를 통해 당일 오전으로 검사예약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나온 PCR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여러 변종 (variant) 중 나를 감염시킨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전체 코로나 환자의 99.5%를 감염시키고 있는 오미크론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내 증상은 약간의 기침과 피곤함이 전부일 정도로 가벼운 감기를 앓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집에서 쉬는 것 외에는 따로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증상은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정상적인 면역력을 가진 사람들이 오미크론에 감염되었을 때에는 대부분 가벼운 증상만을 겪는다는 기존의 보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따라서, 오미크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스터를 포함한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암과 같은 기저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이 오미크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회가 세심하게 배려해 주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무서웠다.  내가 감염된 다음, 나와 함께 생활하던 아내와 아들이 차례로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또, 내가 감염된 경위를 생각해 보아도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나는 팬데믹 내내 클리닉에 나가서 환자들을 대면으로 보아왔다.  내 클리닉이 속한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은 시내 저소득층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병원이다.  그런데, 밀집된 생활환경, 대면접촉을 피할 수 없는 직업 등으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율이 더 높다.  그래서, 내 환자들 중 상당수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며 무증상 감염자들도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동안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미크론은 달랐다.  1월 7일은 이 변종이 유행하기 시작한 다음 내가 처음으로 환자를 본 날이었는데 그 날 일한 후 바로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백신접종을 마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델타에 비해 전염력이 2~3배 더 강하다고 한다.  이러한 오미크론의 강한 전파력을 고려할 때 유증상 또는 무증상 감염자와 생활을 함께 하는 가족 구성원들이나 직장 동료들이 감염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많은 수의 감염자가 짧은 기간안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감염자 수가 폭증하게 되면 검사 수요가 폭증하여 검사를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  병원을 가진 학교의 교원 신분이었던 덕분에 나는 원하는 때에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보험이 지불해 주는 병원에서 검사를 제때에 받을 수 없었던 아들은 개인 돈을 써서 사설기관에서 받아야만 했다.  또, 자가 검사 키트는 모두 동이나 구할 수 조차 없었다.  그런데,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사회에서 증상을 나타내는 모든 사람들이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모든 검사에는 비용이 든다.  보험이 비용을 지불해 주는 경우, 이 검사 비용은 보험 가입자들이 낸 돈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하여 검사를 받거나 약국에서 검사 키트를 대면으로 구입하는 경우, 의료기관종사자, 환자, 약국 종사자들이 감염력이 강한 오미크론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검사는 그 결과가 치료방법의 결정에 끼칠 때에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부스터를 포함한 백신 접종을 완료한 건강한 사람이 확진자와 밀접접촉을 한 다음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 검사를 통해 감염을 굳이 확인할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방법 – 집에서 쉬기 – 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아내는 검사를 아예 받지 않았다.  물론, 생업에 종사하거나 여행 등 일정변경이 힘든 분들의 경우 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예정대로 일을 계속할 수 있으므로 검사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내 아들은 학업을 위해 학교로 돌아가려고 비행기 예약을 해 놓았기 때문에 검사를 받아야 했다).  따라서, 검사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지침이 필요할 것 같다.  또, 의료기관과 약국 종사자, 환자들이 오미크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우편 등을 이용한 비대면으로 신속항원 자가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감염자가 폭증하게 되면 감염자에 대한 효율적인 추적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검사 양성을 판정받은 뒤 나흘이 지나서야 샌프란시스코 시로부터 감염자의 격리 사항에 대한 연락을 받았다.  이처럼 감염자에 대한 추적관리가 어려운 경우, 웹사이트 등을 통해 격리와 이에 대한 해제의 조건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감염자가 이를 보고 따를 수 있다.  오미크론은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증상이 나타나기 1-2일전부터 증상이 나타난지 2~3일 이후까지 가장 감염력이 높기 때문에 현재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지침은 검사 양성인 날로부터 5일동안 격리하고 증상이 호전된 경우 6일째부터 얼굴에 잘 맞는 마스크를 쓰고 나다니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의 웹사이트에서는 오미크론 감염에 대한 격리 지침을 쉽게 찾기 힘들다. 

감염자가 늘고 이들이 일정기간동안 격리되면 일터에서 인력공백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나의 경우처럼 의료기관종사자들은 감염자에게 노출되기 쉽고 이들이 격리됨에 따라 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  사실 이 인력공백으로 인한 의료체계의 마비는 미국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클리닉에서 일한 날인 1월 7일, 클리닉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수가 평소의 절반으로 줄어 들어 환자 채혈 등의 업무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앞서 기술하였듯이, 의료체계의 마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기관종사자들이 감염자에게 불필요하게 노출되는 것을 줄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검사결과가 치료방법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감염자들이 검사받는 것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 감염자에게 노출되거나 증상이 나타난 의료기관종사자들이 코로나 검사를 빨리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학교 병원과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다음 90일동안 코로나 검사를 다시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기간동안 가짜 양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도 격리 후 10일이 지난 다음 재검사없이 환자를 대면으로 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오미크론에 감염되어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증상이 아니라 생활의 불편함이었다.  특히, 나처럼 온 가족이 감염되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격리기간동안 외출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생필품을 배달시켜야 했다.  그런데, 필요한 물건이 모두 배달되지 않아 가족 중 감염력이 가장 낮아졌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가게가 가장 한가한 시간에 나가서 무인계산대를 이용해 물건을 사와야 했었다.  감염자 폭증으로 음식물 등 생활용품 공급이 어렵게 되면 우리가족과 같은 상황에 처할 사람들이 늘 것 같다.  

이처럼 우연히 오미크론에 감염되어 불편한 생활을 겪었지만 이 감염이 가져다 준 혜택이 한 가지있다.  그것은 바로 마음의 평화이다.  부스터까지 모두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오미크론까지 걸렸으니 당분간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나와 같이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백신접종만을 완료한 사람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훨씬 높다고 한다 (이를 증강된 면역력 - super immunity – 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은 오미크론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지 않지만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람은 델타변이에 대해서도 면역력이 생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델타는 오미크론보다 훨씬 사망률이 높은 변종이다.  따라서, 오미크론에 감염되어 경미한 증상과 생활의 불편함을 며칠 겪음으로써 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증강된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아직은 잘 모른다.  또, 새로운 변이가 나타났을 때에도 면역력이 유지되는지도 알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감염이 끝났는데에도 증상이 계속 될 지도 모른다 (Long COVID).  무엇보다 오미크론이 심한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고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오미크론에 감염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오미크론에 우연히 감염되어 나타난 가벼운 증상으로 격리생활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조언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며칠의 불편함을 견디고 나면 적어도 앞으로 몇 달동안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희망이 있습니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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