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93> 스타틴과 간독성
편집부
입력 2022-01-03 12:45 수정 최종수정 2022-01-0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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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바스타틴 (atorvastatin)이 많이 남아 있군요. 혹시 이 약에 대해 우려하고 계신 것이 있나요?”

JM은 2형 당뇨병과 고혈압의 병력을 가지고 있는 60세의 환자이다. 그런데, JM이 약을 처방한 대로 잘 복용하는 것 같지 않아 일차의료제공자가 나에게 진료의뢰를 보내 오늘 처음 만났다. 그는 복용하고 있는 약의 약병들을 모두 가지고 왔는데 유독 아토바스타틴만이 약병에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이 약이 간을 상하게 한다고 친구들에게 들었어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먹고 싶지 않습니다.”

JM의 의무기록을 보니 아토바스타틴은 그가 2형 당뇨병 진단을 새로 받았을 때인 6개월전에 시작하였다. 그 때, 그가 받은 간기능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당뇨병은 심근경색, 뇌경색 등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당뇨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심순환기 질환의 병력을 가진 사람들과 비슷한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 번이라도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했던 사람들에게서 기존의 심순환기 질환이 재발하거나 새로운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도 가장 높다. 즉, 심근경색의 병력을 가진 사람은 심근경색이 다시 발생하거나 뇌경색 등이 새로 생길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뇨병을 가진 사람들도 이들과 비슷한 정도로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뇨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을 낮추는 것은 당뇨병 치료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

당뇨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혈당, 혈압, 혈중 콜레스테롤을 모두 잘 조절해야 한다. 이 중 혈중 콜레스테롤의 양을 조절하는 데에 가장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약이 스타틴이다. 그 이유는 스타틴은 당뇨병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한 여러 임상시험에서 심순환기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을 위약보다 20-40% 정도 낮추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심장학회와 심장내과의사 협회, 그리고 당뇨병 협회는 당뇨병을 가진 환자들이 스타틴에 대한 금기 사항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스타틴을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스타틴의 부작용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는 것이 간독성이다. 스타틴에 의한 간독성을 확인하기 위해 보통 혈액을 이용한 간기능 검사가 사용된다. 스타틴이 간독성을 일으키면 간세포가 죽게 된다. 그러면, 간세포내에 있는 알라닌 아미노트랜스퍼레이스 (alanine aminotransferase; ALT)와 같은 효소가 혈액으로 빠져 나가게 된다. 따라서, 혈액에 ALT의 양이 얼마나 늘어나 있는지 측정하면 스타틴이 간독성을 일으켰는지 또 그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ALT 대신 SGPT또는 GPT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스타틴은 간독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스타틴을 시작하기 전에 혈중 ALT 양을 측정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허가받아 사용되고 있는 일곱 종류의 스타틴 모두 간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 간독성이 일어나면 혈중 빌리루빈 (bilirubin)의 양도 증가하며 복통, 구토, 황달, 무력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빌리루빈은 헤모글로빈이라는 적혈구의 성분이 분해되어 만들어지는 물질로, 간은 빌리루빈을 담관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스타틴에 의한 간독성으로 간기능이 떨어지면 빌리루빈이 담관으로 잘 배출되지 않아 혈중 빌리루빈의 수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스타틴에 의한 간독성은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는 동안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스타틴을 시작한 뒤 첫 6개월 동안 발생한다. 그리고, 스타틴에 의한 간독성은 스타틴의 용량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저용량보다는 고용량이 간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간독성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은 되도록이면 고용량을 피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스타틴에 의한 간독성은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 여러 임상시험에 따르면, 스타틴을 시작한 다음 혈중 ALT의 양이 증가한 시험 참가자들은 전체의 1-3%정도였다. 그런데, 혈중 ALT가 증가했다고 해서 꼭 간독성이 나타났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혈중 빌리루빈 수치가 올라가거나 간독성의 증상을 보이지 않고 혈중 ALT검사 수치만 약간 증가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스타틴을 시작한 후 혈중 ALT의 양만 정상치보다 3배 이내로 증가하는 것은 비교적 자주 관찰된다. 이 경우 혈중 ALT의 양은 스타틴을 중단하지 않더라도 대다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상으로 돌아온다. 스타틴을 시작한 후 혈중 ALT의 양이 정상보다 3배 이상 증가하고 혈중 빌리루빈 수치도 2배 이상 증가한 경우는 십만명의 스타틴 사용자 중 한 명의 빈도로 드물게 나타난다. 그리고, 스타틴을 시작한 후 심한 증상을 동반한 급성 간독성이 나타나는 경우는 더 드물어 백만명에 한 명의 빈도로 발생한다. 이처럼 스타틴에 의한 간독성은 매우 드문 것이다.

예전에는 혈중 ALT 검사를 스타틴을 시작하기 전에, 그리고 스타틴을 시작한 첫 해에는 매 3달에 한 번씩 하고, 그 결과에 이상이 없으면 두번째 해부터는 매년 한 번씩 수행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스타틴에 의한 간독성이 아주 드물고 혈중 ALT 검사가 이를 정확하게 판별해 내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2016년에 미국 식의약청은 혈중 ALT 검사를 스타틴을 시작하기 전에 하고, 그 이후에는 간독성의 증상이 의심될 때에만 수행하도록 변경하였다.

한편, 스타틴은 만성 간질환이 잘 조절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 스타틴의 간독성 때문에 예전에는 만성 간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복용을 피하도록 권장하였다. 하지만, 스타틴에 의한 간독성이 매우 드물고, 간염이나 간경변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이 질환들이 약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잘 조절되고 있으면 스타틴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임상 연구에 의해 확인되었다. 그래서, 미국 위장관 협회는 고지혈증에 의한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이들에게 스타틴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시 글머리의 JM 환자로 돌아가자. 나는 그에게 스타틴에 의한 간독성은 매우 드물고 그가 당뇨병을 진단받았기 때문에 스타틴에 의한 이득인 심순환기 질환의 예방효과가 간독성의 위험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JM은 처음에는 확신이 서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스타틴이 간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듣자 그는 조금 안심을 하는 것 같았다.

“잘 알겠습니다. 한 번 복용해 보도록 하죠.”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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