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산업은 일천한 역사에도 10여개의 신약을 개발, 당당한 신약개발 국가군에 합류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평균 10~15년의 개발기간과 약 5천억~1조원의 신약개발비용 절감을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다.
이 상황에 발맞춰 떠오르고 있는 것이 개량신약이다. 개량신약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발판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 국내에서 개량신약으로 분류된 아이템은 평균 2.2년의 기간과 20~30억원의 비용으로 개발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경제적이며, 국내시장에서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를 수 있는 확률도 높아 매출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가 부진한 국내 제약회사들에 여러 모로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인식에 발맞춰 다수의 개량신약이 출시됐고, 또 개발 중이다.
현재 가장 많은 개량신약이 출시된 분야는 고혈압치료제 시장으로, 한미약품이 선두주자.
지난 2002년 개량신약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 한미약품은 2004년 세계 최초로 암로디핀 개량신약인 ‘캄실산 암로디핀(상품명 아모디핀)’을 개발, 시판했다. 지난해 매출규모는 약 400억원으로, 화이자의 노바스크 독주를 무너뜨린 제품으로도 평가받는 이 제품은 국내 제약사 개발 의약품으로는 처음으로 보험청구액 순위 1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후발주자지만 종근당이 고순도 원료합성 및 안정화를 극대화시키는 제제기술에 관한 독자 신기술 개발로 탄생시킨 ‘애니디핀’(암로디핀 말에이트)도 각광받는 제품이다. 지난해 발매 1년 만에 매출 160억원 정도 올릴 정도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특히 ‘애니디핀’의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최근 국제적으로 권위가 있는 임상의학 저널인 ‘Clinical Therapeutics Vol 27, No 4, 2005’에 게재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종근당은 안전성과 치료효과에 대한 검증이 완료된 이 제품을 향후 400억대 품목으로 키운다는 계획.
SK제약의 ‘스카드(암로디핀 말레이트)’도 시장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국내 20여개의 종합병원, 200여 준종합병원, 2,500여 클리닉에서 처방 중으로, 지난해 1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의 반열에 올랐다. 더욱이 유럽 10여개국에서도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데다 미국 FDA에서도 인정받아 지속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6년 판매목표는 200억원.
유유의 ‘맥스마빌’이 복합 개량신약으로서 확실히 자리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제품은 유유가 7년여에 걸쳐 개발, 2004년 식약청으로부터 시판허가를 취득한 세계 최초의 알렌드로네이트 함유 복합 신약. 2004년 출시한 이래 공신력 있는 여러 기관으로부터 6개의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성공적인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유유는 ‘2005년은 맥스마빌의 해’라고 표현할 정도로 관심을 갖고 있는 이 제품을 수년 내 1천억 대 블록버스터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LG생명과학이 6년간 약 4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개발한 퇴행성무릎관절염 치료제 ‘히루안플러스’도 주목받는 제품. 원료물질인 고분자 히알우론산나트륨 제조 공정에 관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총 10개국으로부터 특허를 취득한데 이어 유럽약전규격에 적합하다는 유럽 품질인정서(COS)를 획득한 상태로, 국제시장에서의 선전도 기대된다.LG생명과학은 핵심 연구원이 포함된 ‘개량 신약 개발부’를 출범시키고 순환기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어서 이쪽 분야에서의 개량신약도 기대된다.
시판허가가 나지 않았지만 한미약품이 개발한 비만치료제 리덕틸(시부트라민) 개량신약 ‘슬리머’도 관심을 모으는 제품이다. 한미는 지난해 미국특허에 이어 올해 국내특허도 취득한 상태. 3상 시험을 끝내고, 식약청에 제품 허가신청을 한 상태다. 이외에도 각 제약사들이 이쪽 분야 제품 개발에 활발히 나서고 있어, 개량신약은 다양한 분야에서 속속 출시될 전망.
하지만 무조건적인 접근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력이 있지만 회사의 장기 성장 모델이 될 수 없다는 것. 특허가 끝나지 않을 경우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고, 개발 후에도 복제 약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세계적 개량신약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제품화에만 안주하지 말고 선진국 시장에 진출이 가능한 ‘글로벌 개량신약’으로서 개발돼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여기에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자사 제품뿐 아니라 특허만료 예정기간이 도래하는 타사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대한 개량기술 개발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라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허청이 지난 1982년부터 2004년까지 출원된 아토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로지글리타존, 피오글리타존, 부프로피온, 시탈로프람, 벤라팍신, 올란자핀, 로라타딘, 발사탄, 인터페론 알파, 에리스로포이에틴 등 12개 의약품의 개량기술 관련 특허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화이자가 총 143건으로 가장 많았고, BMS(2위), H. 룬드벡(3위), 산쿄(4위), 쉐링(5위), 일라이 릴리(6위) 다케다(9위), 노바티스(10위), GSK(14위) 등도 많았다. 이들 기업은 대상 의약품에 대해 각각 원천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으로 많은 개량특허도 출원한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