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희망의 약업생태계: 의약품 중심에서 건강과 질병 관리 중심으로 확장해야 한다
약국과 약사의 업무범위 확장이 절실히 필요하다. 반세기 이전부터 세계적으로 약사의 업무가 의약품 중심에서 환자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약사 직무행위에 따른 의료보험 수가는 처방감사, 조제, 투약, 복약지도 행위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수많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여전히 약사의 처방감사, 조제, 투약, 복약지도 행위는 약사의 하루 일과 중 85% 이상의 시간을 점유한다.
약사의 업의 본질은?
1880년에 설립된 이스트만 코닥사(Eastman Kodak Company)은 1884년에 사진기 필름을 개발한 초일류 필름제조기업인데, 1977년에 ‘전자 스틸 카메라’란 특허를 출원하여 세계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한 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코닥은 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맹주가 되지 못했을까?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상용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예측했고, 자신들의 최대 수입원인 필름사진시장에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라 우려했기에 적극적인 개발과 마케팅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코닥의 실기는 아쉽더라도 그들이 주장한 “우리는 사진기용 필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대신 고객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라는 자신들의 ‘업의 본질’에 대한 소신은 후대에 귀감이 된다.
약사의 업의 본질은 무엇이며 또 시장이 변화함에 따라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할까? 필자는 “약사란 지역사회 주민의 전생애 건강관리를 주관하는 전문가이다”라고 주장하고 싶다. 업의 본질에 대한 서사는 약사직능을 규정한 약사법과는 결이 다르다. 이는 약사의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소구하는 표현이지, 현재 약사가 만성질환의 예방, 진단, 치료, 돌봄의 과정에 총체적으로 관여한다면 현행 법률 위반의 소지도 있다.
따라서 소모적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헬스케어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약사가 미래 변화에 현명히 대처하는 일환으로서 업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지속적으로 구현하는 뚝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약사는 국민의 건강관리 전문가이어야
건강과 헬스케어에 대한 정의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과거에는 건강(health)을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라고 표현하였다. 신체가 기능할 수 있는 능력, 곧 생의학적 관점에 초점을 두었고 질병으로 인해 때때로 중단될 수 있는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상태를 의미하였다. 194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단순히 질병과 허약함의 부재가 아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웰빙" 이란 측면에서 웰빙과 연결하는 더 높은 목표를 가진 건강 정의를 제시하였다.
질병의 관점이 '상태'에서 '과정'으로 바뀌자 건강에 대한 정의도 변했다. WHO가 1980년대 건강증진운동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개념을 주장하였는데, 신체상태가 아닌 회복탄력성의 측면, 곧 "생존을 위한 필수적 자원"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WHO는 1984년에 건강을 "개인이나 집단이 열망을 실현하고 필요를 충족하며 환경을 변화시키거나 대처할 수 있는 정도"라고 표현했다. 즉, 항상성을 유지하고 부작용으로부터 회복하는 능력이란 것이다. 정신적, 지적, 정서적, 사회적 건강은 스트레스를 처리하고, 기술을 습득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개인의 능력을 뜻하고, 이 모두가 탄력성과 독립생활을 위한 자원을 형성한다.
21세기 첫 10년동안 건강의 '능력'으로 개념화된 이후로 인간의 건강개선 노력의 성과를 판단하는 평가의 장이 열렸고, 유병률 감소에 초점 맞춘 전통적 접근 방식에서 멀어졌다. 여러 만성질환이나 말기질환을 가진 사람이라도 건강하다고 느끼고 건강결정요인을 재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건강은 생존의 추구라기보다 일상생활에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신체역량 뿐 아니라, 개인적, 사회적 대처능력이 강조되는 보다 입체적이고 긍정적 개념이다.
약사는 국민의 건강관리에 어디까지 참여해야 하나?
2010년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만성질환이란, 세계적으로 합병증으로 인한 장애와 사망의 주된 요인으로 세계인구의 60%가 이때문에 사망한다. 만성질환이 초래한 부담은 의료비 뿐 아니라 삶의 질 저하와 조기사망으로 인한 사회적 자본의 손실 과도 이어진다.
변화하는 질병구조, 의료환경과 궤를 같이하여 만성질환 관리정책 방향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만성질환관리는 중앙정부, 보험자, 지자체 등 사업주체가 다르고 분절되어 있고 부분적 접근에 국한되어 있다. 게다가 재정부족, 인센티브 미흡, 일차의료 기능 미비, 치료중심 보건의료체계와 같은 문제점도 여전하다.
효과적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단일질환, 단일공급자 중심의 분절적 만성질환관리모형으로부터 연속적, 통합적, 환자중심적인 웰니스(wellness) 모형으로 접근하면서 질병발생이전, 질병유지기간, 질병악화기간과 같은 전 시점에서 연속적으로 예방 및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
여기에 만성질환관리를 위해 중앙정부와 기관사이의 연계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지역사회 취약계층에게 wellness 서비스가 잘 제공되도록 보건, 복지, 사회 서비스가 연계되면서 법과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만성질환관리 프로그램 효과에 대한 근거기반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건보공단, 심평원이 보유한 데이터를 만성질환관리에 활용토록 운영플랫폼을 개발하고 보완하는데 약업계도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하면 좋겠다.
약업의 직역 확장은 스스로 준비해야
필자는 약업계 원로와 선배들에게 약사의 업의 본질이 ‘약의 전문가’로부터 ‘건강관리의 전문가’로 시급히 전환하고 그 당위성과 논리, 실행모델, 전문콘텐트, 운영플랫폼, 실증데이터 축적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자주 조언한다.
그러나 약사가 의약품 관리와 약료 행위를 벗어나 왜 만성질환관리에 관여하거나 지역사회 건강관리까지 참여하냐고 난색을 표하는 경우도 자주 접한다. 약사는 여전히 유형화된 물질, 곧 의약품, 건기식, 의료용구, 화장품 등 물질중심사고가 강하다.
만성질환은 질병에 대한 환자의 자가 관리가 중요하다. 약사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데 심도 있고 다양한 인간행동 분석을 통해 비용-효과적인 프로그램과 대응전략을 개발, 제공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에 발표한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생활습관관리로 수면, 흡연, 음주, 식이, 운동 등 5가지 영역을 강조했다. 단, 약사 직능의 범주가 기존의 의약품 중심에서 환자중심,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여, 결국 지역주민의 전생애 건강관리에 약사가 얼마나 실효적으로 관여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전략과 의지를 다지는 방향전환이 매우 중요하다.
만성질환의 정의 및 범위
미국 만성질환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Chronic illness)에서 만성질환이란, (1)질병 자체가 영구적인 것, (2)후유증으로 불능을 동반하는 것, (3)회복불가능한 병리적 병변을 가지는 질병, (4)재활에 특수한 훈련을 요하는 질병, (5)장기간에 걸친 보호, 감시 및 치료를 요하는 질병이나 기능장애 등 5가지 중 1가지 이상 특성을 갖은 손상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미국의 국민건강조사(National Health Survey)에서는 만성질환(chronic condition)을 (1)질병의 종류와 관계없이 발병 후 3개월이 넘어도 낫지 않는 병, (2)실제 이환 기간에 관계없이 질병의 자연사적 특성에 따라 처음부터 만성병으로 분류해 놓은 34가지 질환으로 정의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19세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순환기계, 근골격계, 호흡기계, 내분비 대사성질환, 암, 기타 질환으로 구분하여 24개 만성질환에 대한 유병률 조사를 주기적으로 수행한다. 그리고 건강보험 요양급여일수 산정에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만성질환은 고혈압성질환, 당뇨병, 정신 및 행동장애(간질포함), 호흡기결핵,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신경계질환, 악성신생물, 갑성선 장애, 간질환(만성바이러스간염포함), 만성신부전증 등 11개 질환이다.
만성질환이란 단순히 정의하기 어렵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결국 점차 악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연령이 높아지며 유병률도 증가하며, 기능장애가 동반되는 질병이다. 또한 급성질환과 달리, 환자 스스로 관리가 중요하며,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보건의료중재 및 의사소통이 필요한 속성을 가진다.
Wagner는 1998년에 만성질환관리모형(Chronic Care Model: CCM)을 제시하였다. 기존의 보건의료체계는 치료중심적이고, 환자역할을 과소평가하며, 산발적으로 질환이 관리되며, 지역사회서비스의 중요성을 간과, 지속적 관리 및 평가가 미흡하다는 한계점을 인식하여,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평가하고, 환자의 건강상태를 유지 및 증진시키려고 주장한 것이다(그림1).
CCM의 주요 요소는 (1)지역사회 자원과 연계, (2)보건의료기관 특성 활용, (3)자가관리 지원, (4)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 설계, (5)의사결정의 임상적 근거 제공, (6)임상정보체계 구축으로 구분된다.
이후, 2002년에 WHO는 이러한 CCM모형에 정책적 요소를 가미하여 혁신적 만성질환관리(Innovative Care for Chronic Conditions: ICCC)를 제시하였다. ICCC는 만성질환을 예방, 관리하는 방법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그림2).
만성질환자가 스스로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자가관리기술이 중요하며, 단순한 의학적 중재를 넘어 만성질환자와 그 가족, 지역사회 파트너, 보건의료팀이 연합하여 만성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 예방하며,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79> 희망의 약업생태계: 의약품 중심에서 건강과 질병 관리 중심으로 확장해야 한다
약국과 약사의 업무범위 확장이 절실히 필요하다. 반세기 이전부터 세계적으로 약사의 업무가 의약품 중심에서 환자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약사 직무행위에 따른 의료보험 수가는 처방감사, 조제, 투약, 복약지도 행위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수많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여전히 약사의 처방감사, 조제, 투약, 복약지도 행위는 약사의 하루 일과 중 85% 이상의 시간을 점유한다.
약사의 업의 본질은?
1880년에 설립된 이스트만 코닥사(Eastman Kodak Company)은 1884년에 사진기 필름을 개발한 초일류 필름제조기업인데, 1977년에 ‘전자 스틸 카메라’란 특허를 출원하여 세계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한 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코닥은 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맹주가 되지 못했을까?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상용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예측했고, 자신들의 최대 수입원인 필름사진시장에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라 우려했기에 적극적인 개발과 마케팅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코닥의 실기는 아쉽더라도 그들이 주장한 “우리는 사진기용 필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대신 고객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라는 자신들의 ‘업의 본질’에 대한 소신은 후대에 귀감이 된다.
약사의 업의 본질은 무엇이며 또 시장이 변화함에 따라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할까? 필자는 “약사란 지역사회 주민의 전생애 건강관리를 주관하는 전문가이다”라고 주장하고 싶다. 업의 본질에 대한 서사는 약사직능을 규정한 약사법과는 결이 다르다. 이는 약사의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소구하는 표현이지, 현재 약사가 만성질환의 예방, 진단, 치료, 돌봄의 과정에 총체적으로 관여한다면 현행 법률 위반의 소지도 있다.
따라서 소모적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헬스케어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약사가 미래 변화에 현명히 대처하는 일환으로서 업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지속적으로 구현하는 뚝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약사는 국민의 건강관리 전문가이어야
건강과 헬스케어에 대한 정의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과거에는 건강(health)을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라고 표현하였다. 신체가 기능할 수 있는 능력, 곧 생의학적 관점에 초점을 두었고 질병으로 인해 때때로 중단될 수 있는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상태를 의미하였다. 194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단순히 질병과 허약함의 부재가 아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웰빙" 이란 측면에서 웰빙과 연결하는 더 높은 목표를 가진 건강 정의를 제시하였다.
질병의 관점이 '상태'에서 '과정'으로 바뀌자 건강에 대한 정의도 변했다. WHO가 1980년대 건강증진운동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개념을 주장하였는데, 신체상태가 아닌 회복탄력성의 측면, 곧 "생존을 위한 필수적 자원"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WHO는 1984년에 건강을 "개인이나 집단이 열망을 실현하고 필요를 충족하며 환경을 변화시키거나 대처할 수 있는 정도"라고 표현했다. 즉, 항상성을 유지하고 부작용으로부터 회복하는 능력이란 것이다. 정신적, 지적, 정서적, 사회적 건강은 스트레스를 처리하고, 기술을 습득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개인의 능력을 뜻하고, 이 모두가 탄력성과 독립생활을 위한 자원을 형성한다.
21세기 첫 10년동안 건강의 '능력'으로 개념화된 이후로 인간의 건강개선 노력의 성과를 판단하는 평가의 장이 열렸고, 유병률 감소에 초점 맞춘 전통적 접근 방식에서 멀어졌다. 여러 만성질환이나 말기질환을 가진 사람이라도 건강하다고 느끼고 건강결정요인을 재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건강은 생존의 추구라기보다 일상생활에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신체역량 뿐 아니라, 개인적, 사회적 대처능력이 강조되는 보다 입체적이고 긍정적 개념이다.
약사는 국민의 건강관리에 어디까지 참여해야 하나?
2010년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만성질환이란, 세계적으로 합병증으로 인한 장애와 사망의 주된 요인으로 세계인구의 60%가 이때문에 사망한다. 만성질환이 초래한 부담은 의료비 뿐 아니라 삶의 질 저하와 조기사망으로 인한 사회적 자본의 손실 과도 이어진다.
변화하는 질병구조, 의료환경과 궤를 같이하여 만성질환 관리정책 방향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만성질환관리는 중앙정부, 보험자, 지자체 등 사업주체가 다르고 분절되어 있고 부분적 접근에 국한되어 있다. 게다가 재정부족, 인센티브 미흡, 일차의료 기능 미비, 치료중심 보건의료체계와 같은 문제점도 여전하다.
효과적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단일질환, 단일공급자 중심의 분절적 만성질환관리모형으로부터 연속적, 통합적, 환자중심적인 웰니스(wellness) 모형으로 접근하면서 질병발생이전, 질병유지기간, 질병악화기간과 같은 전 시점에서 연속적으로 예방 및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
여기에 만성질환관리를 위해 중앙정부와 기관사이의 연계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지역사회 취약계층에게 wellness 서비스가 잘 제공되도록 보건, 복지, 사회 서비스가 연계되면서 법과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만성질환관리 프로그램 효과에 대한 근거기반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건보공단, 심평원이 보유한 데이터를 만성질환관리에 활용토록 운영플랫폼을 개발하고 보완하는데 약업계도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하면 좋겠다.
약업의 직역 확장은 스스로 준비해야
필자는 약업계 원로와 선배들에게 약사의 업의 본질이 ‘약의 전문가’로부터 ‘건강관리의 전문가’로 시급히 전환하고 그 당위성과 논리, 실행모델, 전문콘텐트, 운영플랫폼, 실증데이터 축적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자주 조언한다.
그러나 약사가 의약품 관리와 약료 행위를 벗어나 왜 만성질환관리에 관여하거나 지역사회 건강관리까지 참여하냐고 난색을 표하는 경우도 자주 접한다. 약사는 여전히 유형화된 물질, 곧 의약품, 건기식, 의료용구, 화장품 등 물질중심사고가 강하다.
만성질환은 질병에 대한 환자의 자가 관리가 중요하다. 약사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데 심도 있고 다양한 인간행동 분석을 통해 비용-효과적인 프로그램과 대응전략을 개발, 제공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에 발표한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생활습관관리로 수면, 흡연, 음주, 식이, 운동 등 5가지 영역을 강조했다. 단, 약사 직능의 범주가 기존의 의약품 중심에서 환자중심,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여, 결국 지역주민의 전생애 건강관리에 약사가 얼마나 실효적으로 관여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전략과 의지를 다지는 방향전환이 매우 중요하다.
만성질환의 정의 및 범위
미국 만성질환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Chronic illness)에서 만성질환이란, (1)질병 자체가 영구적인 것, (2)후유증으로 불능을 동반하는 것, (3)회복불가능한 병리적 병변을 가지는 질병, (4)재활에 특수한 훈련을 요하는 질병, (5)장기간에 걸친 보호, 감시 및 치료를 요하는 질병이나 기능장애 등 5가지 중 1가지 이상 특성을 갖은 손상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미국의 국민건강조사(National Health Survey)에서는 만성질환(chronic condition)을 (1)질병의 종류와 관계없이 발병 후 3개월이 넘어도 낫지 않는 병, (2)실제 이환 기간에 관계없이 질병의 자연사적 특성에 따라 처음부터 만성병으로 분류해 놓은 34가지 질환으로 정의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19세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순환기계, 근골격계, 호흡기계, 내분비 대사성질환, 암, 기타 질환으로 구분하여 24개 만성질환에 대한 유병률 조사를 주기적으로 수행한다. 그리고 건강보험 요양급여일수 산정에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만성질환은 고혈압성질환, 당뇨병, 정신 및 행동장애(간질포함), 호흡기결핵,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신경계질환, 악성신생물, 갑성선 장애, 간질환(만성바이러스간염포함), 만성신부전증 등 11개 질환이다.
만성질환이란 단순히 정의하기 어렵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결국 점차 악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연령이 높아지며 유병률도 증가하며, 기능장애가 동반되는 질병이다. 또한 급성질환과 달리, 환자 스스로 관리가 중요하며,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보건의료중재 및 의사소통이 필요한 속성을 가진다.
Wagner는 1998년에 만성질환관리모형(Chronic Care Model: CCM)을 제시하였다. 기존의 보건의료체계는 치료중심적이고, 환자역할을 과소평가하며, 산발적으로 질환이 관리되며, 지역사회서비스의 중요성을 간과, 지속적 관리 및 평가가 미흡하다는 한계점을 인식하여,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평가하고, 환자의 건강상태를 유지 및 증진시키려고 주장한 것이다(그림1).
CCM의 주요 요소는 (1)지역사회 자원과 연계, (2)보건의료기관 특성 활용, (3)자가관리 지원, (4)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 설계, (5)의사결정의 임상적 근거 제공, (6)임상정보체계 구축으로 구분된다.
이후, 2002년에 WHO는 이러한 CCM모형에 정책적 요소를 가미하여 혁신적 만성질환관리(Innovative Care for Chronic Conditions: ICCC)를 제시하였다. ICCC는 만성질환을 예방, 관리하는 방법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그림2).
만성질환자가 스스로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자가관리기술이 중요하며, 단순한 의학적 중재를 넘어 만성질환자와 그 가족, 지역사회 파트너, 보건의료팀이 연합하여 만성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 예방하며,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