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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78> 희망의 약업생태계: 약업 신사업 모델에 대한 캐즘이론적 접근
방준석
입력 2023-07-31 16:08 수정 최종수정 2023-07-3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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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희망의 약업생태계: 약업 신사업 모델에 대한 캐즘이론적 접근

새로운 기술과 경영모델을 지속적으로 수용해야 할 약업계가 팬데믹을 겪으면서 변화의 수용력을 확대하느라 분주하다. 필자는 지난 호에서 우리나라 약업생태계로 밀려드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로 ‘디지털 전환’,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그리고 ‘전문약사제도’를 열거했었다. 시류나 시장의 판세까지 완전히 바꿔버리는 거대한 변화, 곧 패러다임의 변화상을 겪는 약업계는 첨단 디지털 기술의 속성을 잘 파악하여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캐즘(chasm)이란?
 

출시된 제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일반 고객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기까지 넘어야 할 침체기를 가리키는 경제용어를 ‘캐즘(Chasm)’이라 부른다. 이는 어떤 제품이 시장진입 초기로부터 대중화되기 까지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단절현상을 뜻한다. 원래 지각변동으로 지층 사이에 큰 틈이 만들어진 것을 의미하는 지질학 용어였는데, 무어(Geoffrey A. Moore)가 1991년 미국 벤처업계의 성장과정을 설명할 때 이 용어를 사용한 후로는 이제 하나의 이론(Chasm Theory)으로 자리잡았다(그림1).

그림1. Five phase of Technology Adoption Lifecycle

 

간단한 예를 들면, 아직도 많은 이들은 '맞춤형 건기식 소분사업 모델'이 캐즘을 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수년 전 10여개 기업이 맟춤형 건기식 소분사업 모델에 착수했고 지금도 많은 기업이 그 사업모델을 전개 중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지도 않았고 현재까지 대중화가 될지 미지수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나 친지들에게 소분형 맟춤 건기식을 구매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 대부분 '아니오'라고 대답한다면 소분형 맞춤 건기식은 아직 캐즘을 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기술수용 주기가 캐즘 이해의 지름길
 

신제품이 출시되면 이를 수용하여 구매하는 순서에 따라 ①혁신자, ②선각자, ③전기다수(실용주의자), ④후기다수(보수주의자), ⑤지각 수용자(회의주의자)로 나뉜다(그림2). 혁신자와 선각자 그룹을 합하면 전체 구매자의 약 16%정도 되는데 이들은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크므로 출시 즉시 구매하는 속성을 보인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고마운 고객 그룹이며 이들은 위해서는 특별한 영업정책이 필요하다. 
이어서, 전기다수라 불리는 그룹이 구매하고 후기다수 그룹, 지각 수용자 그룹 순으로 구매가 이뤄지며, 끝까지 구매하지 않는 그룹도 존재한다. 신제품은 일반적으로 혁신자 및 선각자 그룹으로부터 폭발적이 구매반응이 나타나면서 시장에서 성공하는 듯 하지만 꾸준한 기술혁신이 이어지지 못하면 후발 그룹들이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의 공백현상’ 즉 캐즘(chasm)이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림2. 기술수용 주기에 따른 소비자의 반응패턴

 

고객은 새로운 제품, 점포, 서비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다. 그러나 즉시 충족되지 않으면 발길을 돌려버리므로 기대감이 충만한 일정기간이 만족없이 지나버리면 가차없이 새로운 대상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캐즘 현상은 창업이나 점포이전, 신제품 출시에만 국한하지 않고 마케팅 전반에서 발생한다. 캐즘 현상에서 신속히 벗어나려면 기업은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고, 제품가격을 다양화하여 판촉행사를 전개하고, 세세한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고객에 대한 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 일단 길고도 깊은 캐즘 골짜기로 들어가면 여기에서 다시 빠져나와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캐즘 현상은 그림 1처럼 한번만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사례를 보면 초기 시장이 세분화되어 1차 캐즘 발생후 곧이어 2차 캐즘이 도래했음이 뚜렷하다(그림3).

그림3. 캐즘 현상의 반복성

기술수용 주기에 따른 소비층의 특성


고도첨단기술이 포함된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려면 기술수용주기(Technology Adoption Life Cycle, 신제품의 수용을 이해하기 위한 모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저한 대응전략이 요구된다. 


첫째, 선도 수용자(기술 마니아)는 모든 신기술을 최초 수용하며 신기술을 깊이 이해하는 부류이다. 가장 먼저 제품의 구조와 성격을 이해하고 시장에서 그 제품이 어떤 다른 제품보다 경쟁력을 지닌 이유를 심도 있게 파악한다. 이들이야말로 신기술을 시장 입구에서 검증하는 문지기이자 첨단기술 마케팅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기술 마니아층이 중시하는 사실은 (1)속임수가 없는 사실 그 자체, (2)언제 어디서든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면 유능한 전문가에게 설명을 듣고자 하며, (3)신제품의 최초 사용자가 되기를 고대하며(innovator), (4)저렴한 가격을 중시한다. 이들은 무엇이든 (5)기업에 요구하는 속성(prosumer)을 가지므로 직접반응광고가 이들에게 효과적이다. 또한 초기시장에 불씨를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담당하므로 (6)기업의 입장에서는 신제품과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바로미터와 같은 존재로서 소중히 관리해야 할 고객층이다. 


둘째, 조기 수용자(선각자)는 (1)떠오르는 신기술과 전략적 기회를 연계하는 통찰력, (2)이를 위험성이 크면서 장래성이 밝은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기질(early adaptor), (3)프로젝트를 조직에서 수용하도록 이끄는 통솔력을 지닌 특질을 지닌 부류이다. 
단지 개선이 아닌 근본적 혁신을 추구하며, 기술 마니아층과는 달리, (4)어떤 시스템의 기술자체 가치가 아니라 그런 기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적 도약이 가진 가치에 더 집중한다. 이들은 자신이 주목하는 기술의 엄청난 잠재성을 이해하므로 (5)기술수용 주기의 모든 집단 중에서 가장 가격에 민감하지 않다. 더불어 미래를 기회의 창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그 창이 빠르게 닫힌다고 생각하므로 (6)조급한 경향을 가진다. 


셋째, 초기대중(실용주의자)은 첨단기술의 역사 전반에 걸쳐서 (1)모든 기술제품이 구축하는 시장규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류이다. 실용주의자는 (2)굳이 개척자가 되려 하지 않고, (3)초기 시험장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며, (4)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즐기지 않고, (5)극적 상황을 거의 연출하지 않고, (6)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실용주의자를 상대하는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이들이 가진 가치관을 이해하고 충족시켜야 한다. 이들은 신제품을 도입할 때 다른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고 싶어하며, 불가피하다면 위험부담을 감수하지만, 일단 안전장치를 마련한 후에 구매를 결정하는 등 세심하게 상황을 관리하는 성향이다. 즉 이들의 마음을 얻기는 힘들지만 일단 고객으로 확보하면 충성도가 높다.


넷째, 후기대중(보수주의자)은 실용주의자와 거의 동일한 규모이므로 (1)모든 유효고객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하지만 (2)기대만큼 기업의 수익성을 극대화 시켜주지는 않는데, 왜냐하면 대체로 첨단기술 기업이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는 (3)본질적으로 불연속적인 혁신에 반발하는 속성을 가진다. 이들은 (4)진보보다는 전통을 더 신뢰하며, (5)자신에게 유용한 것을 발견하면 단지 그것을 고수할 뿐, 큰 변화를 즐기지도 않는다. 
이들은 첨단기술을 두려워하므로, 제품의 완성도가 정점에 이르고, 시장점유율 경쟁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제품 자체가 범용품으로 취급되는 시점인 (6)기술수명주기의 마지막 단계에 구매를 결정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모든 요소가 구비된 완제품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려 하고, 첨단기술 제품이 가전제품처럼 일상적 사용에 편리하기를 기대하고, 이들이 선호하는 제품은 단 한 가지 기능에 충실한 것이다.


다섯째, 말기 수용자(회의주의자)는 (1)기술수용 주기의 마지막 6분의 1을 차지하는 소비자 그룹이다. 극단적으로 보면 첨단기술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들의 대표적 주장은 (2)어떤 유형이든 단속적인 혁신은 자체적인 약속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항상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3)파악하기 힘든 위험부담이 도사리는 결과의 조합은 이들에게 가망성 없는 도박처럼 인식한다. 회의주의자는 (4)첨단기술의 마케터에게 판매를 위해 내세운 주장과 실제 제품의 성능 간 불일치를 끊임없이 지적한다. 사실 이런 불일치함은 고객에게 실패의 가능성을 유발하고, 그런 실패는 결국 입소문을 통해서 시장점유율의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캐즘 이론이 약업계에 주는 시사점


약업계 안에도 이와 같이 케즘 이론이 적용될 것이다. 약업계 안에는 약사와 일반소비자라는 두가지 소비자 그룹이 존재한다. 약국산업과 약사가 채택하게 되는 디지털 신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플랫폼도 약사와 일반 고객이란 이중 소비자에 의한 기술수용 주기가 나타날 것인데, 이 기술과 제품을 공급하는 이는 정부나 약사사회가 아닌 기업과 시장이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약업계 종사자들은 주로 제도 및 법령의 변화와 정책의 수립에 주목하는 경향이 강한데, 사실은 기술의 변화와 그 기술의 수용주기에 따른 제품과 서비스의 수용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하는  역량과 시장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선각자 그룹(그들이 약사이든 일반 소비자이든)이 좋아하는 독특한 제품이나 서비스 모델을 보고서 그저 미투(me-too)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합류하는 방식으로는 단지 16%의 선도고객층을 단기간 동안만 붙잡을 뿐, 진정한 다수인 84%의 후발고객층을 유인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약국과 약업계 종사자들은 꾸준한 혁신과 기술개발을 추진함으로써 고객의 관심을 새로운 시장으로 이끌어줄 역량을 길러야 한다. 약국의 디지털 전환, 커뮤니티 케어 시대에 걸맞는 약사중재 서비스 모델, 전문약사 시대에 적합한 전문약료 서비스 모델이 단지 동시에 등장하는 데서 더 나아가 지속적 발전과 혁신을 이끌어 갈 주체세력이 형성되고 다양한 소비자층을 충성고객으로 유인할 전략과 역량까지 갖춰지면 좋겠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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