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62> 약국의 미래: 약사 사회가 보유한 집단지성의 활용성 높이기
편집부
입력 2022-05-16 08:50 수정 최종수정 2022-05-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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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중심의 약업생태계는 집단지성과 다수결에 의한 결정을 중시한다. 개국약사는 개별사업자이기에 개인의 주장은 상대적으로 미약하여 약사회란 대표기구를 통해 전체 약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의로 표현되며 그것이 옳다는 신념이 비교적 강하다. 
약사 사회의 현존하는 전문화되고 조직화된 의사결정기구는 다름아닌 약사회인데, 과연 집단지성의 장점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구조인가?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혁명시대를 맞이하여 빅데이터를 수집하여 AI를 활용해서 해석하고 현실의 문제해결에 적용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기계를 통해 집단지성을 이용하는 또다른 형태라 해석할 수도 있다. 

집단지성의 실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다수의 개체가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해 얻게 된 결과이자 능력으로서 소수의 우수한 개체나 전문가의 능력보다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진 다수의 비전문가 집단의 통합된 지성이 오히려 더 올바른 결론을 유도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월드와이드웹(WWW)의 발전방향인 웹 2.0의 핵심개념이자, 중지(衆智, 대중의 지혜), 집단지능, 협업지성, 공생적 지능이라고 부른다(그림1). 

그림1. 집단지성 플랫폼의 예

대표적 사례로는, (1)다수가 자유롭게 열람하되 불확실하거나 잘못된 정보는 누구나 수정, 삭제하는 자료열람사이트인 ‘위키’와 (2)사용자가 검색어를 제시하면 무수한 웹페이지를 검색하여 연관성 높은 자료를 찾아주고 각 검색사이트의 실제 방문자 수에 비례하여 순위를 매김으로써 인기있는 사이트가 신뢰성도 높다는 전제 하에 검색결과의 제일 앞에 제시해주는 ‘구글’, (3)불특정 다수의 사용자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지식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시켜주는 ‘클라우드 소싱’, (4)익명의 사용자가 제시한 질문이나 고민에 대해 또다른 익명의 사용자가 자발적 응답을 제공하여 지식을 공유하는 ‘네이버 지식iN’ 등이 있다.

투자수익률 경쟁의 결과가 숙련된 주식투자자와 심지어 원숭이 사이에도 별 차이가 없었다는 실례와 같이, 제임스 서로위키러는 투자의 직감력이 특출한 금융전문가 1명과 다수의 비전문가들 사이에 예측력을 비교하여 전문가 1명의 직감보다 다수 비전문가의 직감의 합이 더 우수하다는 실험결과도 제시하였다. 

집단지성의 반론

이처럼 다수의 일반인은 ‘집단지성’이 더 정확하다고 여기지만, 인간의 비합리성과 의사결정을 연구하여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2002년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린스턴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대니얼 카너먼은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즉,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힌 것처럼 의외로 군중은 지혜롭지 않으며 사람의 판단 과정은 기분, 날씨, 주변인 등으로부터 영향 받고 이렇게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요소를 ‘잡음(noise)’이라 명명했다. 사실, 다수의 사람이 모이면 이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화뇌동(附和雷同)’ 현상이다. 래브 무치니크 히브리대학교 교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실험을 했다. 추천 수가 0인 게시글 1개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추천버튼을 누르자 다음 사람이 그 댓글에 추천을 누를 가능성이 35%, 5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을 때 게시글의 순위는 평균 25% 상승했다. 즉, 첫 번째 추천이 커뮤니티 이용자의 판단에 잡음으로 작용한 것이다.

투표 대상 안건이 초기에 지지 받지 못하면 그 안건은 끝내 표결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소수가 그 안건에 대해 초반에 지지하느냐 여부에 따라 대중의 판단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초반의 인기는 자기강화(self-reinforcement)적 속성이 있으므로 한 신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출시 첫 주에 인기몰이를 해야 한다. 이를 마케팅이나 광고이론에서 ‘초두효과’라 부른다.

둘째, ‘피로감’이나 ‘스트레스’도 판단을 흐리게 하는 현상이다. 배고픈 시간대에 최종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이 더 중한 형량을 선고했으며, 의사들은 하루 일과시간이 끝날 무렵에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할 확률이 높은데, 이는 진료시간 종료의 압박을 느껴서 부작용을 알면서도 즉효성 약제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셋째, 지능이 높을수록 예측력도 높기에 ‘지능’ 역시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상위 1%의 두뇌가 모인 집단에서도 지능이 더 상위에 속한 사람은 하위 영역 사람보다 박사학위의 취득이나 책을 출판하거나 특허권을 소유할 가능성이 2~3배 높다고 한다.

이처럼 소수의 사람의 결정 혹은 그들의 심리상태와 주변상황에 따라서 좌우되는 이 같은 잡음 요소를 줄이려면 인적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의사결정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을 이해하고 이를 보완할 별도의 ‘알고리즘’을 마련해야 한다. 게다가 집단지성이 장점을 발휘하려면 5~20명 정도의 소그룹일 때가 최적이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약국의 발전모델을 집단지성으로 결정하는게 항상 옳을까? 

약업계는 근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그런데 끝없는 외부환경의 도전에 대하여 ‘약권수호’라는 강성 방어논리로써 약국생태계를 유지하겠다는 목소리가 이에 대한 온건한 대안 논리에 비하여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전국의 약사회장 244명은 선출직이기에 출마 시 제시한 선거공약의 테두리 혹은 족쇄로부터 자유롭기가 힘들다. 

244명의 회장을 보좌하는 각 약사회 핵심임원진을 최소 10명씩만 상정하더라도 2,440명의 집단지성 주체들이 있고, 비록 약사 사회가 처한 다양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지만 위의 2~3천명이 선택, 추진하는 정책기조에 단지 찬반의견만 표출할 뿐인 전국의 8만 회원의 지지로 단단히 구축된 이른바 약업계의 ‘집단지성’은 결속력과 효율성이란 장점도 갖지만 반면 자기방어와 폐쇄성, 집단이기주의란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그림2).

그림2. 아이디어 흐름의 패턴 (출처: T-Times)

최근 수년간 약업계의 이슈들을 보도한 뉴스와 기사들을 분석해보니, 기존 '업체 중심형 프랜차이즈'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근거로 철저히 협업(Collaboration)을 지향하는 약국모델의 출현을 기대하며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 약사들의 운명을 시장이나 자본 논리에 맡기지 않겠다는 자발적 각성, 변화에 대한 민초들의 갈망이란 표현들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약국경영으로 획득한 노하우와 뼈저린 시행착오를 효율적 대안과 자양분으로 삼는다고 하는데 약사출신이 아닌 동료 경영경제학 연구자들에 따르면 약사 사회는 약업생태계를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개혁하고, 가장 잘 운영할 수 있다는 자기확신이 과하다는 평가를 한다. 혹시나 약사 사회는 ‘집단사고’를 ‘집단지성’으로 스스로 과대 포장하고 있지 않은지 반추해보는 것도 좋겠다.

약업생태계 안에는 현실 파악과 변화를 추구하는 자발적 그룹도 많다. 약국경영은 소규모 자영업태가 흔해서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를 약사 개인이 수행하기에 개인 역량에 따라 경영성패가 좌우된다. 약국 창업 후 해가 거듭될 수록 피로감과 스트레스는 증가하여 시장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정체하기 쉽기에 다수의 약사들은 '신뢰도 높은 우군의 훈수와 지원'를 내심 기대한다(그림3).

그림3. 바람직한 집단지성 활용 체계의 구축

기존 중대형 약국프랜차이즈 업체, 신생 소규모 프랜차이즈 업체, 약업생태계에 들어오지 못한 스타트업기업 및 대기업, 약사회 회장단과 임원들, 모두 약업생태계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맡고있다. 변화의 새 물결을 수용할 포용성을 지금 보다 확장하면 좋겠다. 건강한 민족이나 집단이나 생태계는 유전적, 사상적 순수성 보다는 다양성, 수용성, 확장성, 협동성, 생존성이 강한 것이 아닐까? 

많은 증거와 사례들이 입증한다. 집단지성의 장점이 잘 발휘되려면 전문가와 일반인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보다 다양한 의견과 해법을 발굴하고 시도하면서 약업생태계가 더욱 견실하고 선진적인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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