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57> 약국의 미래: 소통과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편집부
입력 2022-02-16 11:09 수정 최종수정 2022-02-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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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업종사자에게 대인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은 communication, 즉 소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교무대, 비즈니스 협상, 경영 및 사회활동, 교육과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을 통한 영향력은 이 소통을 통해서 나타난다. 또한 소통은 상호 이해증진을 촉진하는데, 이해를 위해서는 지식과 정보의 전달은 물론 감정의 교류까지 원활해야 하므로 치료의 전 과정, 곧 진단~처치~투약~간호과정에서 이뤄지는 제반 대화, 검사, 진단, 돌봄도 소통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미흡한 소통이 부른 참사

최근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여 일시적으로 허용 된 원격의료나 약배송 사업모델이 야기해 의료계, 약업계가 겪는 혼란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모두 기존 의료전달체계 속에서의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커뮤니케이션 원리와 실행에 대한 몰이해, 자의적 해석, 법률적 침해가 어우러져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체계에는 일반적으로 두 종류의 고객이 있다. ‘1차 고객’은 의료행위의 결정권을 가진 고객(보건의료전문인)이고, ‘2차 고객’은 전문 행위의 결정권은 없지만 실제 구매를 담당하는 대다수 고객(환자 및 의료제품의 실구매자)이다. 필자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다수의 코칭과 멘토링을 받을 때 가장 자주 들었던 것은 고객이 필요로 하고, 차별성을 느끼며, 확실히 만족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라는 말이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실제 의료시장에서 어떤 고객이 해당 사업모델의 성패를 좌우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약,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서 수백 개의 스타트업이 활동 중인데, 의료적 효능을 지닌 물질이나 기구, 기기를 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아직 희소하다. 더불어 의료적 효능, 효과를 지닌 물질의 개발은 투자나 가치평가 체계가 정형화 되어있고 상용화 기간이 길어서 가치를 증명하려면 과학적 논리와 증빙이 중요하다.

그래서 약효물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게 창업 후 수년간은 앞서 언급한 1차, 2차 고객을 만날 일은 거의 없고 상용화 가능성을 높여줄 투자자나 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하지만 의료, 약료, 유통과 연계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보건의료전문가, 유통업, 금융업, 법률업 종사자가 주요 고객이자 소통대상이다. 

그러므로 헬스케어 서비스는 대체재 보다는 보완재를 개발하고, 현 체계에 대한 파괴적 혁신보다는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는 방식이 실효적이다. 특히 원격의료나 약배송 사업모델을 추구하는 기업은 신산업의 개척자이자 점령자가 아니라 현 의료시스템의 의사결정 주체들과 소통하며 차근차근 진보해야 한다. 

현장 중심의 소통 역량

최근 2년 간의 비대면 업무체계나 재택근무에 대한 사회경제적 해석이 요구된다. 필자도 이 기간대학에서 이뤄진 원격학습, 비대면학습, 재택학습을 회고해보니, 사회인이 겪은 재택근무와 유사성이 많았고, 재택학습이 불가능하거나 수용불가적으로 불편했던 것도 아니었다. 

교육이나 수업을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로만 국한하면, 원격 재택학습이 그리 단점만 부각할 것은 아니다. 시공간을 극복하니 만성적인 강의실 부족도 해소되고, 녹화 영상을 활용하니 원거리 거주 학생의 주거나 통학의 불편함도 해소되었다. 교수자는 시간낭비없이 강의에만 집중하니 약 20% 많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다. 더불어 한가한 시간에 녹화하니 낮 시간에 연구나 다른 업무에 집중하게되는 장점도 있었다.

한편, 전통적 대면방식보다 학습 효과는 감소한 것이 명확하다. 현장감이 떨어지고 교수자와 학습자간 상호작용이 낮았기 때문이고, MZ세대는 인터넷 강의에 익숙하므로 수강한 대학교육의 질이 낮다고 여기는 것은 대학별 교육여건이나 각 교수자의 소통스킬에서 편차를 느꼈기 때문이다.

소통의 부족에 대한 보충 방안

보건의료분야도 교육행위와 유사성이 있다. 먼저, 보건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라포(Rapport)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환자교육과 복약지도를 위해서도 유대감의 형성은 필수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시간이 지나면서 강화된 유대감은 치료 효과나 환자의 삶의 질과 정비례한다. 교사-학생 관계처럼 보건의료인-환자 관계도 대등하기 보다는 상하관계, 신뢰관계, 또는 의존관계로 발전되기 쉽다. 이 런 관계성은 그 대상이나 깊이도 잘 바꿔지지 않아 의료진을 무비판적으로 신뢰하거나 더 나아가 자기가 익숙해진 의료적 관행이나 시스템에 적응하게 되어 더 이상의 개선을 요구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관계 맺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보다는 감정적 교류와 공감을 중시하게 된다. 어쩌면 이런 특징이 대면진료를 더 중시하는 경향과 확신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사이의 관계성, 존재감, 행위가 오감으로 느껴지고 소통하는 데에는 여전히 당사자가 직접 만나서 이뤄지는 것을 대체할 방안이 없다고 인정해버린 것은 아닐까? 

이런 가운데, 편리함과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불가피하게 강요된 비대면 기간을 겪으면서 신기술을 활용한 원격소통이 그동안 철저히 믿어왔던 방식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고 궁극적인 필요까지도 충족시켜준다는 사실을 지난 2년간 새롭게 경험했다. 그래서 재택 근무나 학습이 확대되는 것은 당연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무인응대시스템, 더불어 원격 의료나 약료가 지닌 경제사회적 효용성, 오지 거류민에 대한 의료평등성과 접근성의 향상, 그리고 미래산업으로서 가치평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국 확대일로를 걷게 될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그림1).

            그림1. 우리나라 은행지점: 키오스크 화면에 나타난 AI은행원(출처: 아시아투데이)

원격의료의 본질과 적극적 기회 활용

미래에는 원격의료가 환자의 의료접근성 증진과 의료민주주의 및 산업화를 통한 의료수준향상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인은 이번 팬데믹을 지나면서 얼마나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속도가 빠르며 또 사람들이 변화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도 체험하였다. 

원격의료는 이제 세계적인 큰 흐름이 되고 있다. 원격진료와 약배송, 홈케어, 약업확장, 약국과 악무의 디지털혁신, 약사직능의 세분화 전문화, 약국경영과 약료서비스로부터 생성되는 빅데이터의 산업적 활용, 개별약국들의 경제연합체 구성 같은 난제들을 이제부터 짜임새 있게 대비해야 한다.

6년제 약학교육과정에는 약사의 전문커뮤니케이션 과목을 신설한 대학도 많다. 그래서 필자는 미래에는 약사가 약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실천하도록 도와줄 교과목을 신설할 계획이다(그림2).
         그림2. The Future of Pharmacy - Opportunities & Challenges (출처: Deloitte US)

미래의 약사는 디지털 기술을 깊게 이해하고 적극 수용해야 한다. 의학의 융합분야에 ‘의료공학(bio-medical engineering, BME)’이란 것이 있고 전국에서 학부과정에 의공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36개가 넘는다. 약학도 이른바 ‘약료공학’(pharmaceutical care engineering, pharmacal care engineering)이나 선진국처럼 ‘디지털 약학’(digital pharmacy)이란 분야의 구축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그림3).


그림3. Utilization of medical data sources and mobile application guidelines in the design of PharmActa. (출처: PharmActa: Personalized pharmaceutical care eHealth platform for patients and pharmacists. Journal of Biomedical Informatics 2019;100:103336)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지난 2년간 코로나 시대를 살다가 어느덧 ‘위드 코로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일군의 학자들은 코로나 팬데믹과 위드 코로나 시대를 합쳐 최장 5년이 소요될 것이라 예측하였다. 이에 약업계의 종사자들은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이나 조제, 투약이 여전히 전통적으로 약과학자나 약사의 역할이라고 머무르면 발전이 없을 것이다. 코로나가 초래한 5년의 시대적 변화를 통해서 보건의료전문가로서 소통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한 미래형 약료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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