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53> 약국 및 약무의 혁신: 변화의 기준선이 필요하다
편집부
입력 2021-12-22 09:01 수정 최종수정 2021-12-2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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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현장에서 터를 다지고 기둥을 세우며 벽과 담장을 쌓기 위하여 ‘기준선(다림줄, plumb line)’이란 것을 사용한다. 왜냐하면 건축자의 경험도 중요하고 동료 건축자의 눈매도 도움이 되지만 사람의 감각은 항상 정확한 것이 아니며 상황이나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기가 쉽기 때문이다. 
경영현장에서 혁신을 추진할 때도 비슷하다. 

우리는 남이 만들어 놓은 기준이나 제도나 방식을 바꾸는 것을 혁신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건축물을 혼자 세울 수 없고 반드시 동료 건축자와 협업이 필요하듯이 우리나라의 약업시스템도 수많은 이해관계자 및 직간접 종사자 사이의 견제와 균형, 합의에 따른 결과물이다. 

단순한 일상생활이나 관행조차 바꾸는 것이 어렵다. 필요하지만 고통스럽고, 당연하지만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변화’이다. 그래서 변화와 혁신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준과 계획부터 면밀히 세우는 일을 선행해야 한다. 

전례가 없는 변화의 고통

우리 정부는 예방백신 접종률 80%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이른바 ‘집단면역’을 기대하며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선포했었다. 하지만 약 50일 만에 이전 4단계 수준의 방역체계로 회귀하는 결정을 내렸다. 논란은 계속되지만 우리나라가 팬데믹에 과연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 공과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위기의 시간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백신접종률, 신규감염자나 중증치료자, 감염사망자의 통계치, 그리고 경제성장률, 수출입 경상수지, 명목상 GDP 등과 같은 절대수치와 이를 외국과 비교한 상대수치만으로 현재 국민의 겪는 고통이나 안정감, 행복감이나 정치경제적 성과를 논하기는 어렵다.

영토나 자원, 군사, 경제, 과학기술,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패권국가의 상징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역량, 백신접종률이나 사망자 수, 경제적 지표만으로 국가간 우열을 가리는 것이 적절한지 의심스럽지만, 어쨌든 위기사태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행정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국가와 단체의 기본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을수록 선진화된 조직에게 중요한 것은 구성원과 시스템이 보유한 위기관리 역량이란 생각이 강하게 떠오른다.

기준이 없는 변화의 고통

코로나 팬데믹이 선포된 지 2년이 흘렀다. 이 기간이 급작스럽게 닥쳐온 위기를 인식하고 초기 대응에 몰두했던 때라면, 그동안 우리 사회의 위기관리 역량과 시스템은 비교적 잘 작동했으며 모든 구성원의 협조와 희생도 칭찬받을 수준이었다고 필자는 평가한다. 혼돈한 상황을 헤쳐가는데 요구되는 자질은 ‘질서의 유지’와 ‘진실한 소통’과 ‘전문적인 실행력’이 아닐까? 이런 기능은 정부와 언론과 전문가 그룹이 주로 제공하는 것이 옳다. 특히 전문가 그룹은 정확한 상황분석과 대응방향성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하고 대응방안의 수립이나 선택, 시행과 사후 책임은 정치권과 정부 기관의 몫이다. 

우리나라는 권력과 책임이 소수에게 집중된 구조인데, 선거와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 고나료나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구실로 한발짝 물러서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한다. 시민단체는 권력과 정부와 언론을 감시한다 하지만, 그럼 우리사회는 과연 누가 혁신의 주체적 역할을 맡는 것일까? 그래서 필자는 지금 두가지에 대한 준비와 실천을 강조한다. 첫째는 단기적으로, 지난 2년간 시행한 임시 방편이나 조치에 대한 파급효과나 여파에 대한 대처이고, 둘째는 중장기적으로, 차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도의 위기사태가 다시 찾아올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단기적 대응은, (1)임시방편적 조치를 취한 경제적 부담의 처리, (2)법제도의 파행적 실시에 다른 부작용의 최소화, (3)임시적 대응안 실시에 따른 크고 작은 폐해와 충격을 정상화 하는 것이다. 먼저 지난 2년간 약국 및 약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재평가해야 한다. 약국은 유통 및 판매 기능이 우세하므로 전국적인 의료 및 진료 패러다임 변화상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약국의 매출은 감소했고, 종사자의 피로는 증가했으며, 근무약사와 종업원(약무조무자)의 일자리는 감소했다. 만약 약국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으면서 감수했던 것은 무엇인지 그 피해는 일시적인지 고착되었는지 지난 2년간 약국경영에 미친 요인별 분석도 긴요하다. 

고통을 감수하는 수용적 타성

약국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의 일부이지만 이번 위기에도 SARS나 MERS 때처럼 위기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보건의료기관으로서 부각되거나 주목받지는 못했다. 약사와 약국을 대표하여 약사회의 전략과 실행은 적절했는지? 위기대응 조직이나 기능, 그리고 업무담당자의 역량은 충분했는지? 정책이나 정무적 의사결정시스템은 온전했는지? 주요 사안에 대한 위원회별 업무분장과 협력은 유기적이었는지? 국민과 회원을 위한 리더십(leadership)과 서번트십(servant ship)이 적시에 적절히 작동되었는지? 모두 점검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런 질문들은 어떤 집행부의 공과가 아니라 약사회 자체의 기본역량이기 때문이다. 만약, 열거했던 자기평가의 기준이나 프로세스가 미흡하다면 이번 기회에 시급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번 팬데믹 상황에 각종 긴급조치, 세제지원, 보상급여, 기존 제도의 일시중단 혹은 강제조치 등도 충분한 협의나 조율 없이 집행되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 약국이나 약사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거나, 부당이익을 취했거나, 불법과 편법을 자행하여 공공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한 경우는 크게 알려진 바 없다. 대중음식점이나 위락시설, 공공기관, 병의원 등에 비하면 약국은 1인당 평균체류시간이 짧아서 소비자의 체온측정이나 방문기록을 남기는 것을 크게 강제하지 않는다. 즉, 국민이 약국 이용이나 약사로부터 약료서비스를 제공받는데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거의 없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약사들도 그저 이런 임시적 상황에 단지 익숙해지기 보다는 평가기준을 가지고 꼼꼼히 미래를 위한 대안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권력에 의해 약업현장이 과도하게 통제되거나 이익이 침해된 것이 무엇이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고통을 이기고 미래에 대응하는 자세

무엇보다도 약업계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차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도의 위기사태가 다시 찾아올 때를 대비한 중장기적 준비이다. 약업계는 지난 2년간 순발력과 인내심, 수용성 측면에서 우수함을 보여주었고, 약국경영의 다각화와 차별화를 추구한 경우도 많이 있었다. 

어떠한 보건의료직능인보다 약사는 변화에 적응하고 현명한 대안을 잘 수립했지만 순발력과 인내심에 근거한 부분에 국한되면 안된다. 약사회, 약학대학, 약업 관련 기업과 연계하여 한 차원 높고 멀리 내다보며 대안을 수립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다.

코로나 사태 이전(before corona)까지는 약업계의 관심사는 고령화와 방문약료, INN 명칭사용, 한약사 문제 등이었다. 이윽고 코로나가 시작 이후(after corona) 여기에 팬데믹, 약국경영, 디지털 헬스케어가 새로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지나며 진정한 코로나 이후(post corona)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간과하면 안되는 것은 팬데믹으로 인하여 ‘디지털 전환’이 보건의료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주요한 변수로 기존에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빨리 표면화 되었다는 사실이다. 정보통신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이 몸집과 영향력을 키웠고, 신속배달, 재택근무에 적응된 소비자들은 원격의료와 의약품 배송, 맞춤형 의료서비스나 건강관리를 자연스럽게 수용한다. 벌써 경제사회적 근간을 바꿀 정도의 변화가 시작과 더불어 가속되었기에 약업계의 인식전환과 수용이 시급하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자 즉시 의사회, 약사회, 치과의사회는 코로나 때문에 임시 허용했던 
원격의료 및 약배달 사업을 전면 금지시키라고 요구하였다. 정부도 요구를 수용하는 듯 했지만 내면은 전혀 다르다. 정부는 그간 지역사회 만성질환자 대상 원격진료플랫폼을 개발하였고 시범사업까지 완료하였다. 22년부터는 이를 이용하면 건강보험수가를 지불한다고 발표했다. 재택진료(원격진료) 기반을 정부가 개발해주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원격진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뜻이다. 

동네 의사가 만성질환자 1명을 원격진료하면 1회 5만원씩 건보료를 지급받는다. 예를 들면, 기존 당뇨환자를 하루에 30명만 원격플랫폼으로 3분씩만 진료하면 1일 90분만 투입해도 의사 1인당 150만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이다. 그동안 원격의료 금지를 주장하던 의사회는 돌연 입장을 바꾸어 원격의료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니 이제부터는 의사의 보상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자의 증가, 그리고 입원치료보다 훨씬 저렴한 재택치료를 국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해결한다고 필자가 지난 호에서 주장한 것이 우리나라에서도 22년도부터 전면 실시된다. 과연 팬데믹 시대를 겪으며 세계적으로 보건의료서비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우리 약업계는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것인가?

역사와 현장에서 답을 찾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어구이다. 하면, 약업계 종사자들은 약업의 역사를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의료 현장은 빠른 속도로 디지털 전환이 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의료인들은 아직도 진료절차나 검사정보이송, 조제투약, 보험행정절차 등이 간소화되고 의료기록이 디지털화 되는 것을 ‘의료의 디지털 혁신’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종국에는 인공지능(AI)에게 대체되는 의료인력과 AI를 학습시키는 의료인으로 구분된다는 것이 디지털 혁신의 실상이다. 이런 매서운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리지 않도록 약업계도 단계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향후 3년간 봉사하게 될 244명의 약사회 회장 선출이 얼마전에 끝났다. 이들의 주요한 공약을 보면 임기 3년의 단기전략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약료의 전문화와 변화의 가속화는 교육혁신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과 보건의료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려면 약사 및 약업종사자의 인식과 전략, 비즈니스모델과 조직문화의 변화와 더불어 아예 디지털 혁신의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 지금 우리의 기준선은 더 준비되어야 한다.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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