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12> 상용화를 중시하는 일본 약국 속의 사무원과 등록판매자
이종운
입력 2020-05-14 09:27 수정 최종수정 2020-05-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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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드럭스토어(drug store) 시장은 소비자 생활방식의 변화, 소매점 방문행태의 변화, 1980년대 대중소비자시대에서 1990년대 개성화, 다양화 시대로의 전환, 2000년대 이후 의약품 시장규모가 확대된 것과 동반하여 성장했다. 

일본 체인드럭스토어 협회(Japan Association of Chain Drug Store, JACDS)에 따르면, 업계의 매출액은 1999년 이후에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2002년에 2조4,900억엔, 2005년에 2조5,800억엔, 2007년에 3조엔으로 성장하였고, 2010년에는 5조6,308억엔으로 2000년 대비 111.5%나 성장하였다. 점포 수는 2010년 기준 16,259개로 2000년 대비 37.9% 증가하였고, 매장당 평균매출액은 10년간 53.3% 증가하여 소매업태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였다.

등장배경과 도입과정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이 약국의 종업원(속칭 ‘사무원’)이 약사업무를 보조하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아직도 법으로 공인된 약무조무사제도가 없으며, 대신 약국이나 드럭스토어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등록판매자 인정제도’가 존재한다. 이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것이기에 이 자격의 등장배경과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59년 신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된 이후 1961년에 전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실시되었고, 1964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즈음하여 약국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전국민건강보험제의 실시 덕분에 경질환일지라도 낮은 의료비로써 병∙의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자 약국경영은 더 어려워져서 기존 처방치료약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약국의 수익창출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때 일본정부 총무성은 기존 약국을 ‘드럭스토어’ 형태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1)50% 이상은 셀프판매 형태이고, (2)의약품, 화장품, 위생용품을 모두 취급해야 하며, (3)의약품, 화장품의 매출 합계 구성비가 30% 이상이어야 하며, (4)의약품, 화장품 등 5개 이상의 품목군을 취급하는 소매점포”라고 규정하였다. 

1990년대에 이르러 ‘마츠모토 기요시’가 TV광고를 통해 ‘드럭스토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여 대국민 홍보를 시작했고, 2007년도부터 고속성장을 하게 되자 드럭스토어형 체인약국도 하나의 산업으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일본의 드럭스토어는 (1)약국에서 출발한 형태, (2)타업종에서 파생한 형태, (3)기존 약국체인이 확장된 형태, (4)자쓰코/아나게야 처럼 대형수퍼마켓 업종이 참여하는 등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하게 된다. 

2009년 개정약사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이른바 ‘등록판매업자’를 고용하면 슈퍼마켓, 편의점과 같은 소매업태도 특정 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이처럼 약국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자 드럭스토어 시장으로 유관업계의 진출도 활발해져 시장의 규모가 더 확대되었다. 

예전에는 약사 수가 부족했고, 전통적으로 의사가 한방제제까지 직접 조제하는 관습때문에 의약분업이 진작에 도입됐지만 널리 확산되지는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의약분업을 강제하는 법령까지 공포되었지만, 의사 자신이 처방한 의약품을 직접 조제할 수 있도록 허용된 조항때문에 쉽게 정착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1974년에 의사의 의료보험처방료가 10엔에서 50엔으로 인인상되면부터 의약분업이 널리 확산되었고, 의료법 및 약제사법 개정과 의약분업에 대한 국가적 홍보, 조제를 위한 약국의 기반시설 확충 등 다양한 노력에 힘입어 약사가 의사의 처방전을 직접 조제하는 비율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한편, 일본사회는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건강보험재정상태가 압박을 받게 되자 의약분업이 매우 시급히 달성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였다. 이에 단골약국과 단골약사제도의 정착이 장려되었고, 약사에 의한 약물의 적절한 사용과 환자약력에 기초한 상담 및 약물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역할에도 주목하였다. 게다가 약사의 역량과 업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약학교육 6년제가 도입되는 등 다각적인 노력들이 이어졌다. 

의약분업이 확산된 결과, 전체 의료비 증가세가 억제되었고, 처방전 1매당 소요되는 금액이 감소되었다. 또한 2006년과 2009년에 거듭 개정된 약제사법에 의해 약사는 환자의 자가약물요법(self-medication)을 돕고 약물사용의 적절성을 의무적으로 확인하는 등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고 약국은 ‘의료시설’로 지정되었다. 

2006년 6월에는 일반의약품이 그 위험도에 따라 3단계로 재분류되어, 제2류, 제3류 OTC 판매자격을 규정한 ‘등록판매자’ 조항이 추가된 법률개정안이 2009년 6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법령을 재정비한 이유는, 의약품 판매업소로 지정된 약국이나 약종상 판매업, 배치판매업 등에서 비(非)자격자에 의한 의약품 판매사례가 빈번했기에 이를 전문자격자로 대체함과 동시에 위험성이 낮은 OTC에 의한 자가약물요법(Self-medication)을 장려하여 국가적 의료비용을 낮추고 국민의 접근성은 증대시키기 위함이었다. 

일본의 약국은 독특한 사회구조와 관습 때문에 서구의 선진국이 추구해 온 약사의 전문서비스 확충보다는 약국의 수익성 증가를 우선적으로 중시한 역사적 배경의 결과로 서구와 같은 형태의 약무조무사제도 도입과 정착 과정이 없었다. 또한, 매년 2만 여명의 약사를 배출해왔기에 약사가 지식 및 가치 집약적 업무를 수행하기 보다는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노동집약적 업무도 마다치 않는 약업시스템이 정착되는 등 현행 약국, 약사, 조무인력의 운용모델이 우리나라 약업계가 이를 전적으로 수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면이 많이 발견된다.

교육, 자격, 등록제도

한편, ‘등록판매자’가 되려면 아래의 항목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하는데, (1) 6년제 약학부 또는 구 4년제 약학부를 졸업한 자, (2)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로서 1년 이상의 실무경험이 있는 자, (3)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자로서 4년 이상의 실무경험이 있는 자, (4) 상기와 동등 또는 그 이상의 지식·경험이 있다고 도도부현 지사가 인정한 자 등의 자격을 갖추면, 매년 2회 실시되는 등록판매자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등록판매자 시험문제 작성에 관한 지침에 따라 출제된 필기시험에 합격하려면 70% 이상의 정답율이 요구된다. 

등록판매자제도는 2006년도부터 시작되었는데, 고등학교 졸업 후 1년간 약국경력을 가진 자에게 국가가 아닌, 시도지사가 부여하는 자격을 취득하는 제도이다. 정부의 후생성이 등록판매자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일본에는 약 36만명의 약사가 활동중이지만 전국민의 건강을 관리하는데 그 수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등록판매자제도 도입의 효과는 첫째, 일자리 창출(2008년에 제도도입 후 약 9만명이 자격취득), 둘째, 국민에게 약에 대한 이해증진, 셋째, 국가예산 중 42%를 차지하는 총의료비의 경감 등을 꼽을 수 있다. 

개정된 일반용의약품 취급에 관한 규칙은 위와 같은 사항을 규정하지만 판매방법에 관한 세부규칙의 제정은 미진하여 시민단체는 불만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자가치료(Self-medication) 장려를 국가시책으로 실천하여, 의료용 의약품을 대중화한다는 이른바 ‘Switch OTC’ 작업을 추진하고, 개정된 일반용의약품 취급에 관한 규칙을 정해졌지만,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요구가 날로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대중화된 의약품의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국민의 안전보장에 해가 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약사들은 약국의 종업원들이 국가자격을 획득하여, 자신들을 위한 역량 있는 전문인력이 되는 것에는 관심이 매우 낮은 편이다. 정식 명칭도 없이 이들 약국 종업원에 대한 호칭은 ‘Medical Clerk’ 혹은 ‘사무원’이나 ‘접수사무원’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그렇지만, 사무원을 위한 교육/훈련 매뉴얼은 중시되며 교육기간도 철저히 준수하므로 인적자원에 대한 질적 관리와 자격조건을 항상 유지시키는 것은 좋은 본이 된다고 하겠다[그림1]. 

약국에서 사무원을 채용하는 목적은 다양한데, 약국의 제반 업무가 약사 단독직군에 의해서 완수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금거래가 빈번한 일본의 개별 약국 점포는 약 20만엔 정도의 현금을 항상 보관하므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강도의 침입까지 상정하여 ‘사무원’들이 보안관리자 역할까지 수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끝으로, 일본의 약사들을 개별적으로 인터뷰해보면, 지금과 같은 업무 내역과 수준의 사무원 직은 가까운 장래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림 1. Drugstore sales clerks in Japan (출처: https://livejapan.com/en/article-a0002939/)

법적 지위와 업무 범위

일본의 약국종업원은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아직 약사법(藥事法, 藥師法 등)에 그 자격이나 지위가 정의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약국보조인력을 부르는 통상적인 명칭은 ‘사무인(事務人)’, ‘사무원(事務員)’ 이다. 그리고 약국 내에서 보조인력에 의한 조제행위는 사실상 불법이지만, 만약 사무원에 의한 조제행위가 보건의료적으로 큰 문제이나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면 암묵적으로 이들의 존재와 행위를 인정하다가 추후에 법률을 제정하여 합법화시키는 계획을 가진 것은 우리나라와 어느정도 유사하다.

처방전 검토와 복약지도는 약사의 권한이므로 사무원이 절대 수행할 수 없고, 처방전에 따라 약제를 선별하고 대부분의 조제보조행위도 실정법상으로는 불법이지만 현재는 정부도 눈감아 준 상태에서 많은 약국내 조제실에서 이런 행위가 용납되는 현실이다. 사무원의 주요업무는 소위 “조제후방사업”이라 불리는 것들인데, ATC에 약제 채우기, 약제 진열, 약제 주문, 재고관리, 전산업무, 건강기능식품/의약외품/화장품의 판매 등이다. 

2020년부터 일반 약국(단골 약국), 지역밀착형 약국(재택의료를 시행하는 건강서포트약국), 약학관리형 약국(항암제 조제 등)의 3가지 유형의 약국 모델로 특성화 될 예정인데, 약사의 전문화가 많이 요구되며 이를 위하여 소위 사무원의 역할과 위상에도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인력수급 및 급여현황

2008년 8월에 제1회 등록판매자 자격시험이 실시되어 6만여명의 응시자 중 4만여명이 합격(68% 합격률)한 이후로 2011년 3월말 기준으로 95,695명이 등록판매자 자격을 취득하였다. 1년간 약국실무경험이 요구되므로 단기간에 많은 등록판매자가 배출되기는 어렵지만, 향후 약국이 없는 격오지나 약국영업시간외 심야에 이들의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 예상한다. 사무원(약국 보조인력)의 수와 역할은 우리와 비슷한데, 정규직은 매우 드물고 대부분 시간제(part-timer)로 근무한다.

이들의 평균근속연수는 10년 이상이고 조제보조와 청소, 은행업무 등 잡무를 담당한다. 거의 100%에 가까울 정도로 여성 사무원이 압도적인데, 여자 약사의 수가 증가세이므로 약국의 보안유지와 화물관리업무까지 고려해 남자 사무원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사무원의 연령대는 30대 후반에서 60대까지 다양하며, 고졸과 대졸 학력자 구성비는 50:50 정도이며, 평균월급수준은 7만~8만엔이며, 최고 20만엔 이상까지 존재한다. 

약사의 본질적 역할은 약물요법을 통해 고객과 국민의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존경받는 약사, 성공하는 약국을 위한 혁신을 위하여 우리나라 약업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계속되고있다. 우리의 약업계는 일본을 자주 벤치마킹하지만 잘못된 전철은 밟지 않아야 하겠는데, 현재 우리나라 인구 형태와 약업계 현장은 일본을 너무도 닮아가는 추세이다. 일본도 의약분업의 시행과 드럭스토어의 확산이 약국의 OTC 매출을 저해한다는 주장과, 우리나라 H&B 스토어가 기존의 약국을 위협하는 것과 유사하며, 편의점이 건강관리산업에 진출하여 이제는 업종경쟁이 아닌 업태경쟁으로 바뀌었다. 

약업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 약국의 역할과 기능을 지속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는 시기에 ‘스마트헬스케어’를 제공하는 약국모델과 경영비전, 그리고 혁신마인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제, 약업은 조제와 복약지도를 잘해야 한다는 단순한 20세기적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이것 외에도 혁신의 대상과 목표가 너무도 많아졌다. 조제와 복약지도 서비스의 스피드가 중시되던 때는 이미 지나갔다. 대기시간의 단축과 화려한 설명보다는 고객의 needs와 눈높이에 맞춘 이제까지 없던 ‘토털헬스케어서비스’와 ‘고객가치향상’이 융합된 독특한 휴먼터치(human touch)를 실현해야 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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