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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70> 국민건강영양조사 들여다보기
정재훈
입력 2025-01-08 15: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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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질병관리청은 매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가장 최근 조사 결과는 2023년 12월 3일에 발표됐다. 살펴볼만한 중요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소득층은 저소득층에 비해 만성질환과 운동, 식습관 등 전반적인 건강 행태에서 더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으면 운동과 식단에 좀더 주의를 기울일 여유가 있으니 적정 체중을 유지할 가능성도 높다고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소득수준별 만성질환 및 건강행태에서 2023년 남성 기준 소득 수준이 '상'인 남성의 비만율은 42.7%로, '하'인 남성 45.2%보다 2.5%포인트(p) 낮게 나타났다. 반대로 소득 수준이 ‘하’인 남성이 ‘상’인 남성보다 유산소 신체활동 비실천율은 13.3%p, 현재 흡연율은 13%p 높았다. 소득이 낮을수록 담배를 피우고 운동은 적게 한다는 이야기다.

여성의 경우도 결과는 비슷했다. 비만 유병률에 있어서 소득 수준이 '상'인 여성과 '하'인 여성의 격차는 14.6%p였고 현재 흡연율은 7.8%p, 유산소 신체활동 비실천율은 4.2%p였다. 비만의 경우는 남성보다 소득층간 격차가 컸고 흡연율과 유산소 신체활동 비실천율 격차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런 습관 차이는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고혈압 유병률, 당뇨병 유병률의 경우 소득수준이 높은 계층이 낮은 계층보다 소폭이지만 수치가 좋게 나타났다. 혈압과 당뇨는 식단,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으로 일정 부분 조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도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이 오히려 수치가 약간 더 좋았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높아지는 현상은 인도, 중국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고소득 국가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이런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었다. 혈중 콜레스테롤에 음식보다 유전적 영향이 더 크긴 하다. 그래서 스타틴과 같은 약을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국인의 경우 소득이 높을수록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음식을 더 많이 먹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설문조사 방식으로 식생활을 살펴보는 것이라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식품섭취빈도조사법이든 24시간 회상법이든 설문조사 방식으로는 정확한 식품섭취량을 알 수 없다. 나 자신이 무엇을 얼마큼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데 답이 정확할 리 없다. 그러니 현실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하루 에너지 섭취량은 남성이 2014년 2369kcal에서 2023년 2115kcal로, 여성이 1757kcal에서 1597kcal로 감소했다. 이 결과만 놓고보면 우리는 더 날씬해졌어야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남성의 경우 비만율은 2014년 37.8%에서 7.8%p 높아져 2023년 45.6%, 여성은 23.3%에서 4.5%p 높아져 27.8%가 되었다. 응답자 대부분은 자신이 실제로 먹고 있는 식품 섭취량이 아니라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식품 섭취량을 답했을 가능성이 있다.

2001년 기준 국민 1인당 에너지 섭취량은 평균 1976kcal이었지만 하루 에너지 공급량은 2994kcal이었다. 실제 섭취량은 두 수치 사이 어디엔가 있을 거란 이야기다. 많이 안 먹는 거 같은데 살이 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억 속 음식 섭취량은 실제 음식 섭취량보다 적어 보인다. 물론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한 사람당 매일 실제 공급되는 식품의 양은 3800kcal인데 미국인의 기억에 따라 추정된 섭취 칼로리는 우리와 비슷한 2000kcal에 불과하다. 적게 먹고 싶다면 우선 음식 일기를 써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다행히 소득격차로 인한 만성질환 유병률 차이가 지난 10년 동안 크게 변화한 것 같지는 않다. 고혈압의 경우 남성은 큰 차이가 없었고 여성은 차이가 조금 줄었다. 당뇨병은 남성, 여성 모두 소득격차로 인한 유병률 차이가 소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사회적 불평등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이번 국민건강영양조사에도 명확히 나타났다. 건

강 불평등은 다시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다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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