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66> 감기를 예방하려면
정재훈
입력 2024-12-11 12:40 수정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정재훈 약사.

감기에 걸리면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 콧물, 코막힘, 재채기, 인후통, 기침으로 고생한다. 두통, 발열과 함께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괴롭다. 증상이 심하면 병원에 가야하고 직장이나 학교에 가기도 어려워진다. 하지만 감기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약은 아직 없다.

비타민C는 어떤가? 감기를 예방해줄 거라는 생각에 고용량으로 비타민C를 복용 중인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한 연구는 20건 이상이 수행된 바 있다. 1954년 노벨 화학상, 1962년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노벨상을 두 번이나 탄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이 비타민C에 감기 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이래 이 문제에 대한 학계와 대중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2013년 총 11,30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관련 연구 29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코크란 리뷰에 따르면 비타민C를 정기적으로 섭취해도 감기 발생률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참고로 연구 대다수는 하루 1,000mg 이상의 고용량 비타민C를 복용하도록 한 것이었다.)

다만 마라톤 선수, 스키선수, 추운 지역에서 복무 중인 캐나다 군인을 대상으로 한 5건의 연구에서는 감기에 걸릴 위험이 약 절반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들은 극도로 추운 날씨에 혹독한 신체 활동에 노출되기 2-3주 전부터 비타민C를 복용했다. 그러나 이런 결과를 일반 대중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왜 이런 효과가 나타난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더 큰 규모로 진행된 다른 연구를 종합한 결과 감기 예방 효과가 없으므로 감기 예방 용도로 비타민C 복용을 권할 수 없다는 게 연구자들의 결론이다. 동일 연구에서는 비타민C가 감기 증상의 완화에만 약간의 효과를 보이는 걸로 나타냈다. 감기 증상 지속 기간을 약 10% 단축시키는 효과도 나타났다. 2023년에 발표된 후속 연구에서 10건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비타민C가 감기 증상을 15%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기 증상이 가벼울 때는 효과가 거의 없었고 증상이 심할 때만 완화 효과가 나타났다. 증상이 감기 증상의 심한 정도에 따라 비타민C의 효과가 다른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자들의 의견이다.

요약하면 비타민C를 복용한다고 해서 감기에 덜 걸리지는 않으며 감기 증상이 조금 완화되거나 증상 지속 기간이 열흘이라면 9일로 하루 정도 줄어드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뿐이다.

비타민C에 감기 예방 효과가 없다면 감기약으로는 어떨까? 감기약에는 감기 예방 효과가 없다. 증상을 줄여줄 수 있을 뿐이다. 해열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 또는 소염진통제(이부프로펜, 나프록센)를 복용하면 감기로 인한 두통, 근육통, 불편감이 완화될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 비충혈제거제를 사용하면 콧물, 코막힘 증상이 줄어든다. 대부분의 종합감기약에는 이들 성분이 들어있다. 하지만 감기 초기에 감기약을 먹는다고 해서 감기가 더 빨리 낫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감기약을 초기에 먹고 자면 빨리 낫는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오해하는 이유는 감기약의 부작용과 관련된다.

감기약 속 항히스타민제 때문에 졸음, 진정과 같은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니 밤에 감기약을 먹고 자면 더 졸리고 자고 일어나면 감기가 더 빨리 나은 것 같다고 여기기 쉬운 것이다. 사실은 감기약을 먹지 않고서도 초기 감기 증상이 있을 때 자고 일어나면 전날보다 증상이 줄어들어 나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체의 면역체계가 작동해서 그런 것일 뿐 감기약 때문에 초기 감기 진압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독감과 달리 감기는 예방 백신도 없다. 감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가 200개 이상으로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방 수칙은 있다. 외출 후 귀가하면 손을 잘 씻고 외부 활동시 얼굴, 특히 눈, 코, 입을 손으로 만지지 않도록 유의하면 도움이 된다.

마스크를 쓴다고 해서 감기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다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줄어든다. 무엇보다 감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 마스크를 쓰면 다른 사람에게 감기 전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감기 증상이 심할 때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게 좋지만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한다면 그때는 마스크라도 착용하는 게 좋다.

끝으로, 기침할 때는 티슈나 옷소매에 하는 게 손으로 다른 사람에게 감기 전파를 줄이기 위한 작은 배려라는 걸 기억하자.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166> 감기를 예방하려면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166> 감기를 예방하려면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