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48> 항산화제의 양면성
정재훈
입력 2024-01-26 09:24 수정 최종수정 2024-02-1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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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 약업신문

항산화제는 건강에 좋고 산화물질은 해롭다는 생각은 옛날 이야기다. 이제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왜 그런가? 실제 그림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세포속 DNA 분자가 활성산소종으로 인해 손상되면 암세포가 생성된다. 항산화제는 활성산소종이 그러한 변이를 일으키는 것을 막아 암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해주는 효과를 낸다.

이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타민C가 항암 효과가 있다, 비타민E가 유방암 전이를 막아줄 수 있다는 등의 연구 논문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항산화제 섭취가 반드시 유익하기만 하다고 볼 수는 없다. 최근에는 항산화제가 일부 암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추측에 힘을 더해주는 사람 대상 연구 결과가 여럿 발표되었다. 동물 실험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인기 있는 항산화제 글루타치온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글루타치온은 글리신, 시스테인, 글루탐산의 세 가지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펩타이드이다. 수용성의 항산화물질이다. 글루타치온은 수용성이어서 인지질로 구성된 세포막을 뚫지 못한다. 쉽게 말해 물과 기름이 섞이길 싫어하는 원리다.

글루타치온을 캡슐로 먹든, 필름으로 입에서 녹이든, 주사로 정맥 혈관에 직접 주입하든 간에 항산화제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가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혈액 속으로 글루타치온을 넣어줘도 세포 속으로 잘 들어가지 못한다. 글루타치온을 각각의 아미노산으로 쪼개어 준 뒤에 이를 세포 속에서 다시 글루타치온으로 합성하는 방식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분해 뒤에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세포 속 글루타치온을 유의미하게 끌어올리는 게 쉽지는 않다.

2021년 9월 보건의료연구원은 백옥 주사로 불리는 글루타치온 주사의 효과와 관련하여 근거가 부족하며 투여 후 피부 톤이 유의미하게 변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반면에 중대한 부작용으로 아나필락시스성 쇼크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도 글루타치온을 쓰면 효과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며 이런 효과를 플라세보 효과로 설명하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약이라고 생각하고 쓰면 그렇게 효과를 느끼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임상시험을 할 때 항상 플라세보와 비교를 하는 거다. 다행히 과학자들이 연구를 안 하는 건 아니며 실제로 일부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글루타치온 1000mg을 3주 동안 경구 투여했더니 비만한 사람의 인슐린 민감성이 좋아졌다는 2021년 캐나다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이러한 연구는 소규모로 진행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 연구도 비만이면서 당뇨인 사람 10명, 당뇨가 없는 비만인 10명, 다 합해서 2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글루타치온이 세포 속으로 잘 흡수되지 않는다고 하여 NAC(N-아세틸시스테인) 섭취를 추천하기도 한다. 비싸게 판매되는 글루타치온보다 NAC가 비용이 적게 들면서 세포 속 글루타치온 수치를 끌어올리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글루타치온을 인위적으로 끌어 올리는 게 정말 유익하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 2019년 프랑스 연구에서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오히려 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폐에서 항산화물질을 못 만들어내도록 한 생쥐에게 NAC를 먹인 결과 늙은 쥐의 폐에서 선암(Adenocarcinoma) 발생이 증가한 것이다.

과거에도 NAC와 같은 항산화제가 동물의 종양이 더 빠르게 커지도록 만든다는 연구 결과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암 자체가 생길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NAC가 불안정한 물질이라 제대로 효과를 못냈을 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NAC 투여 동물의 폐에서는 분명히 항산화제로 인한 산화적 손상 보호 효과가 나타났다. 세포 노화를 막아주는 효과도 있었다. NAC의 항산화 효과가 한쪽에서는 이렇게 유익한 효과를 냈지만 반대쪽에서는 암 위험을 높이는 부작용을 낸 것이다. 노화세포가 생기는 걸 막아준 덕분에 폐 손상은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세포가 노화하면서 성장을 멈춰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줄어들었다는 게 연구진의 추측이다.  

그러니 잊지 말자. 우리 몸은 항산화제만 잔뜩 넣어주면 되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항산화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만 한 물질이 아니다. 건강에 중요한 것은 복잡미묘한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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