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41> 지구온난화와 알레르기
정재훈
입력 2023-10-11 09: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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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이면 알레르기가 심해진다는 사람이 많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미국 천식 알레르기 재단(Asthma and Allergy Foundation of America)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알레르기 시즌은 거의 두 배 더 길어지고 강도도 더 세졌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20년간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18배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국내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18배 증가했고 성인의 18.8%가 알레르기 비염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도 초에 5%였던 알레르기 환자 비율은 2010년대 25%까지 급증했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높게 유지되는 기간이 늘어나면 식물이 성장하여 알레르기 원인 물질인 꽃가루를 날리기에는 더 좋은 조건이 된다. 실제로 국립기상과학원과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가 1997년부터 전국 12개 지점에서 측정한 결과를 보면 꽃가루 농도는 계속하여 높아지고 있다. 전에는 알레르기하면 봄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돼지풀, 단풍잎돼지풀처럼 가을에 꽃가루를 날리는 식물이 급증하면서 가을철 알레르기 비염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 수도 늘고 있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식물은 꽃가루를 더 많이 날린다. “올해 알레르기는 최악”이란 말이 나오는 게 그저 느낌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이 그렇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지구 온난화의 여파를 눈과 코로 체험하는 것이다.

알레르기 비염과 감기, 독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환은 증상이 비슷하지만 다르다. 알레르기가 원인일 때는 미열, 통증 같은 증상은 없다. 눈, 코, 목, 귀가 간지럽고 피부에 발진이나 두드러기가 생기기도 한다. 감기는 1-2주면 지나가지만 알레르기는 원인물질에 노출되는 동안 지속된다. 원인물질이 연중 내내 존재한다면 알레르기 증상도 365일 계속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증상이 악화되거나 너무 오래 갈 경우에는 가까운 병의원을 방문해야 한다.

감기와 알레르기 비염은 약도 다르다. 알레르기 비염일 때는 졸음을 덜 유발하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로라타딘, 세티리진), 졸음을 유발하지 않는 3세대 항히스타민제(펙소페나딘)를 사용하지만 이들 약물은 감기에는 별 소용이 없다. 이들 약물은 혈액-뇌 장벽을 잘 통과하지 못하여 중추신경계로 들어가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재채기를 유발하는 뇌의 연수에 도달하지 못하므로 감기 증상에 거의 효과가 없다. 그래서 감기약에는 주로 1세대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다. 항히스타민제라고 하여 다 같은 약이 아니다. 감기약을 자몽 주스와 함께 먹으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설명이 기사나 동영상에서 자주 보인다. 모두 틀린 얘기다. 감기약 속의 1세대 항히스타민제 성분은 과일 주스와 아무 상호작용이 없다. 주스와 함께 먹으면 효과가 떨어지는 항히스타민제는 딱 하나 펙소페나딘뿐이다. 이 약물은 오렌지주스, 자몽주스, 또는 사과주스와 함께 먹으면 흡수가 크게 저해된다. 펙소페나딘 성분의 약(알레그라)을 먹을 때만 과일주스를 피하면 된다.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을 처방받아 사용하면 재채기, 콧물, 코막힘 같은 증상뿐만 아니라 눈과 관련된 증상(가려움증, 충혈, 눈물 증가)도 줄일 수 있다. 코가 막힐 때 사용하는 비충혈제거 스프레이 중에도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는 경우에는 눈과 관련한 알레르기 증상에도 도움이 된다. 크로몰린 성분 안약을 꾸준히 사용하거나 항히스타민제 성분 안약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비충혈제거약이 들어있는 스프레이는 너무 자주 연속해서 쓰면 오히려 코막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증상이 심하거나 약을 써도 효과가 없을 경우는 의사, 약사와 상담해야 한다.     
 
알레르기 증상을 줄이려면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는 날에는 환기를 피하고 실내에 머무는 게 알레르기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개나 고양이 털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이들 반려동물과 접촉을 피하는 게 좋지만 그래도 함께 살아야 한다면 최소한 침실에는 반려동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게 유익하다. 동일한 약을 원래 쓰던 만큼 써도 효과가 떨어지는 건 내성이 생겨서라기보다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늘어나서일 가능성이 높다. 알레르기 약을 적게 쓰려면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건 다소 거창하지만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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